스물둘, 강민혁의 시간
22세의 강민혁이 희고 긴 팔다리를 휘휘 저으며 스튜디오에 들어오는 순간 씨엔블루의 드러머도,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귀여운 바람둥이 차세광도 아닌 ‘강민혁’ 그 자체가 궁금해졌다. 그를 감싸고 있던 수식어를 걷어내자 진지하고 흔들림 없는 청년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우리가 ‘강민혁’이라는 이름과 하얗고 섬세한 얼굴선을 가진 청년의 모습을 연관 짓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자책할 필요는 없다. 볼살이 채 빠지지 않은 얼굴로 날래게 스틱을 움직이던 씨엔블루의 드러머와 “가자, 우리 얘기 아직 안 끝났잖아”라고 내 여자의 손목을 잡아 끌던 샤프한 턱선의 남자를 단번에 연결 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2년 전 데뷔한 이래 강민혁은 가요 프로그램의 MC로, 연기자로 꾸준히 그 자리에 있어왔다는 사실이다. 태생적으로 소외받기 마련인 밴드의 드러머가 되기를 택한 스물두 살의 청년에게 유명세를 안겨준 것은 시청률 40%의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쿨당)>이었지만 , 그는 어느덧 종영을 앞둔 드라마의 캐릭터에서 벗어나 본연의 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곧 발매할 일본에서의 정규 1집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하고, 씨엔블루라는 밴드의 입지에 대해 자조하기도 하면서. 그 모습이 진지하고 낯설어서 자꾸만 물었다. 강민혁, 그에 대해.
<넝쿨당>의 차세광 때문에 당신이 씨엔블루의 멤버라는 걸 알게 된 사람도 많던데요? 그럴 땐 기분이 어때요?
신기하죠. 뿌듯하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의 제 위치를 아쉬워했다거나, 돋보일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던 건 아니에요. 제가 연주하다가 드럼 스틱만 돌려도 ‘카메라에 잡히려고 그런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밴드의 균형을 깨면서까지 나를 알리고 싶은 마음은 없거든요.
지금 대한민국 누나들이 가장 가지고 싶어 하는 남동생 1위치고는 너무 겸손한 발언인걸요?
사실 제가 누나들에게 인기가 많은지도 잘 모르겠어요. 팬 분들을 볼 때 ‘아 저분은 내 팬이구나’ 라기보다는 ‘씨엔블루의 팬이구나’라고 생각 하거든요. 그 편이 더 기분 좋기도 하고요.
영화 <어쿠스틱>이나 <넌 내게 반했어> 때보다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을 것 같아요. 카이스트 재학생, 바람둥이, 그리고 누나에게 꼼짝 못하는 동생이라는 다양한 면이 있잖아요.
그렇죠. 실제로 세 살 위의 누나가 있기도 하고요. 장군이를 가르치는 장면에서는 ‘그분들도 참 답답하셨겠구나’ 싶으면서 제 학창시절 과외 선생님들이 생각나기도 해요. 물론 저는 장군이 정도는 아니었죠.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어요?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야구선수가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중학교 야구부 모집에서 탈락하고 말았죠. 어린 마음에도 ‘지금 야구부에 못 들어가면 늦은 거다’ 라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밴드부 친구들과 어울리며 밴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밴드부 모집에도 떨어진 거예요! 포기하고 공부에 집중하려던 시기에 마침 오디션에 합격하게 됐죠.
그럼 그 전에는 악기를 배운 적이 없었어요?
누나하고 사이가 좋아서 누나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 악기를 배우긴 했어요. 하지만 드럼은 처음이었어요.
<넝쿨당>의 윤희(김남주)처럼 누나가 여자친구 만나는 것에 간섭하기도 하나요?
여자 보는 눈을 좀 높이라는 말은 했어요. 그런데 아직 여자를 많이 만나 보지 않아서인지 제가 눈이 낮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차세광을 연기하면서 연애 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여자 입장에서 말숙이(오연서)는 얄미운 캐릭터잖아요. 그럼에도 결국 세광이가 말숙이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솔직하게 마음을 표시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누군가 나를 그렇게 맹목적으로 좋아하고 생각해준다면 끌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럼 강민혁의 진짜 연애 스타일은 어때요?
어떻게 보면 말숙이랑 비슷해요. 좋아하면 계속 잘해주고 자꾸자꾸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거든요. 저는 제 여자친구도 저처럼 밀당이나 계산 같은 거 안 했으면 좋겠어요, 정말로!
여자들이 보기에 방귀남(유준상)은 완벽한 남편이에요. 같은 남자가 보기엔 어땠나요?
평소 생각해온 좋은 남자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캐릭터인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편이 되어주잖아요. 그 사람을 정말 좋아한다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약 좋아하는 여자가 생긴다면, 귀남이 윤희에게 하는 것보다 더 잘해줄 자신도 있거든요.
드라마가 끝나면 다시 일본 활동을 시작할 거라면서요?
8월 말에 일본에서 정규 1집을 발매해요. 멤버들의 자작곡으로 전곡을 채웠기 때문인지 앨범에 대한 자부심이 평소와는 달라요. 드디어 우리 것을 보여준다는 느낌이랄까요.
데뷔곡인 ‘외톨이야’로 1위를 했어요. 처음부터 술술 풀려서일까요?
어떤 사람들은 씨엔블루를 소속사 선배인 FT아일랜드를 업그레이드한, 철저히 기획된 밴드로 보기도 해요.
그런 시선이 섭섭하지는 않나요?
그런 시선이 존재하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도 많이 힘들었다고, 알아달라고 할 생각은 없어요. 특별히 고생을 더 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데뷔 전 일본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고, 무대를 경험했던 것도 돌이켜보면 유학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일본뿐만 아니라 태국, 대만, 홍콩 등 해외에서는 밴드 이미지가 강한데 유독 한국에서만 그렇지 않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요?
여러 선입견이 작용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해외에서는 자작곡 위주로 활동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성공하기에는 곡의 힘이 약하다고 생각해서 타이틀 곡을 고를 때 회사 의견을 많이 따르고 있기도 해요.
그런 온도 차이를 느끼나요?
그럼요. 씨엔블루가 우리나라에서 록 페스티벌에 초대되는 일은 당분간 없겠지만 일본의 카운트다운 재팬 등 해외 록 페스티벌에는 서거든요.
멤버들끼리 사이가 돈독하겠어요.
신기할 정도예요. 용화 형이랑 종현이 형하고는 오디션에서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기도 하고요. 술도 저희끼리 먹고 누구 한 명이 “야, 오늘은 나가자” 하면 새벽 한두 시에도 다 같이 커피 마시러 나가요.
이야기 나온 김에 꽃미남 밴드를 둘러싼 라이브 의혹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한다면?
버스커버스커는 처음부터 라이브 아니면 방송을 안 하기로 계약을 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앨범을 내면 방송활동이 필연적이고, 때로는 라이브를 할 수 없는 환경일 수도 있죠. 당장 그 무대 하나에서 라이브가 가능하냐, 아니냐보다는 저희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자리를 늘리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스스로 성실하다고 생각해요?
착실하고 성실하게 살려고 하긴 해요. 그 마음이 행동까지 따라오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20대 초반인데요. 놀고 싶지는 않아요?
요즘 들어 오래된 친구들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해요.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요. 친한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한국의 록 페스티벌에서 광란의 밤을 보내는 건 어때요?
돌 맞을 것 같은데요? “어, 씨엔블루다, 쟤네가 여기 왜 왔어” 하고. 푸하하.네? 그 정도는 아니라고요?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이마루
- 스탭
- 스타일리스트 / 박만현, 헤어&메이크업 / 성지안 (Chai&Ji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