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의 신도시 <2>

종현이 소품집 <이야기 Op.1>과 음악이 이어지는 소설 <산하엽>을 발간했다. 샤이니가 아닌 종현이 찾은 신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소품집과 짝을 이루는 소설책 <산하엽: 흘러간, 놓아준 것들>을 발간했죠. 트랙마다 소설이 이어지는 형식이 색다르게 느껴졌어요.
이제까지 상상력이란 음악이 주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해왔어요. 노래는 시작과 끝을 열어두죠. 이별을 노래하면 왜 헤어졌고, 그 뒤는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요. 듣는 이는 그 빈틈에 저마다 자신을 대입하며 곡을 해석하죠. 그 상상을 멈추게 하면 어떨까 궁금했어요. 창작자로서 어떻게 보면 못된 행동일 수 있는데, 노래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이지 않을까,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시작과 끝이 모호한 나의 음악을 관통하는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면, 감상자로 하여금 더 복잡한 감정과 뚜렷한 그림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도 궁금했고요. 그래서 글을 썼어요.

당신이 곡을 쓰는 작업 방식인 건가요?
이번에는 곡을 쓰고 글을 썼지만, 곡을 쓸 때에는 앞과 뒤를 상상하는 버릇이 있어요. 듣는 이의 입장에서 상상하게 만들어야 감정의 동요가 더 잘 일어날 테니까요. 추상적으로는 그렇고요. 구체적인 제 곡 작업 방식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거예요. 예를 들면, 저 앞에 있는 작은 노란 창문은 창이 노란색이어서 밖이 노랗게 보이는지, 밖이 노란 세상이라 창이 노란색인 건지 생각해보는 거죠. 그럼 세상에 대한 왜곡을 주제로 가사를 풀어요. 그렇게 사물에 나를 녹여내는 법을 찾죠.

흥미로운 창작의 연결고리네요.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주인공이 기자라서 더 감정이입을 했나 봐요.
30분이면 후루룩 읽는다고 하던데요?(웃음) 전 책을 소리 내며 읽는 편이라 40분 정도 걸렸어요. 준비는 오래했지만 비교적 짧은 기간에 몰입해서 책을 완성했어요. 쓰면서 문장력에 좌절했지만요.

주인공인 기자, 소설가, 후배, 인터뷰를 하는 가수. 모두 당신에게서 출발한 인물인가요?
맞아요. 모두 저이기도 해요. 특히 그중에서 인터뷰를 하는 가수는 완벽한 제 이야기이죠. 그가 하루의 끝을 욕조에서의 반신욕과 향초, 음악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땐 소설가처럼 제주도를 찾는 것도 제 습관이에요.

콘서트 주제처럼 당신이 좋아하는 아지트는 어딘가요?
집이요. 제 집에는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요. 벽은 어두운 색으로 인테리어했어요. 마음이 차분하게 편해져요. 일이 없는 날에는 향초를 피워놓고 LP판을 듣거나 무성 영화를 봐요. 혼자 있을 땐, 집에서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는 걸 좋아해요.

당신의 이야기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흘렀으면 하나요?
하고 싶은 건 다 했어요. 올해 나름의 커다란 숙제였던 소품집과 콘서트, 소설책까지 끝냈죠. 이후부터는 지금 진행 중인 외부 작업을 마무리해야 해요.

수확기가 있었으면, 잠시 농한기가 있어야 충전을 할 텐데요.
그러게요. 끝나지가 않네요. 사실 전 저를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일이 끝나는 걸 못 보나 봐요.

그건 성격인가요?
맞아요. 쉬질 못해요. 쉬면 불안해요. 어떻게 보면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욕망에서 출발해요. 아티스트로서 나와 다른 감성을 지닌 사람, 내가 느끼지 못한 감각을 지닌 사람을 늘 부러워하죠. 태생이 작은 그릇인데, 욕심부려서 그릇을 크게 만들려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건지도 몰라요. 멀리보면 세상의 모든 일을 제 노래로 풀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맞아요. 이것도 욕심인 거죠.

오늘 하루의 끝은 어떻게 마무리할 건가요?
어제와 똑같을 거예요. 피곤해서 샤워만 하고 잘지도 모르겠네요

    에디터
    박소현
    포토그래퍼
    목정욱
    스타일리스트
    김봉법
    헤어
    이에녹
    메이크업
    김지현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