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전진
그룹 신화의 멤버이자 솔로 활동으로 돌아온 전진은 올해로 데뷔 17년 차다. 2015년을 행복하게 보냈다는 전진이 <얼루어>의 뷰파인더 앞에 섰다.
전진이 스튜디오에 들어섰을 때, 지금껏 만난 여느 연예인과는 다른 반가운 마음이 든 건, 신화야말로 내 소녀시절의 보이밴드였기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H.O.T와 젝스키스를 비롯한 다른 보이밴드도 많았지만 지금 현역으로 활동하는 밴드는 신화가 유일하다. 신화의 모든 춤과 노래에는 그때 나와 친구들의 추억이 담겨 있다. 그러나 가장 좋은 건 그 추억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전진은 유독 이야기가 많은 멤버다. 성공적인 솔로 활동부터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예능 활동까지, 언제부터인가 전진은 다양한 활동을 열정적으로 하는 ‘진짜 연예인’이 되었다. ‘진짜 연예인’이라는 건 그가 싸이를 ‘최고의 대중가수’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찬사다. 하지만 오늘 촬영장의 전진은 두 가지 모습이다. 촬영할 때에는 ‘전진’이었지만, 카메라가 꺼지면 ‘충재’였다. 촬영 사이사이 SNS와 V앱 등을 통해 자신의 팬들과 소통하며 순수하게 즐거워하는 모습은, 늘 연예인을 보는 내게도 새로운 모습이었다. 그는 자유롭게 연예인 전진과 자기 자신인 충재 사이를 오간다. 1 7년이라는 시간이 그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그는 그 어느 쪽도 포기할 생각이 없으니까.
오늘 촬영을 함께한 모델이 93년생이라고 하니 깜짝 놀라더군요.
이제 어딜 가나 동생이에요, 정말. 방송국 가도 다 후배들이고, 예전 로드매니저는 사장이 되었죠. PD님들도 제가 데뷔했을 때 AD였는데 지금 국장이 된 분도 있어요. 그럴 땐 아, 내가 오랫동안 활동했구나 느끼죠.
이렇게 팬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다들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한 팬도 많기 때문에 이제 팬을 떠나서 인생을 같이 걸어가는 친구들이 되었어요. 참 좋은 일이죠. 아, 얼마 전 기분 좋은 일이 있었어요. 저는 제 팬들이 보통 20대 후반에서 30대인 줄만 알았는데 단독 콘서트를 해보니 중학생, 초등학생 팬들도 많이 있더군요. 그래서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요.
어떤 목표가 생겼어요?
고마웠어요. 그래서 진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구나 생각했죠. 팬들과 소통을 더 많이 하면서 가까워져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다른 활동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오늘 촬영한 화보도 팬들만 보는 게 아니니까, 제게 딱히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촬영 중간에 V앱으로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때 정말 즐거워 보였거든요. 처음엔 친구와 전화하는 줄 알았어요.
저는 V앱을 팬들과의 ‘영상 통화’라고 생각해요.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서로 영상 통화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그런 조그마한 것도 팬들은 좋아해주죠. 그럴 때 좋아요. 갑자기 나타나서 3분 정도 얘기하는 건데, 곧바로 4천 명이 넘는 사람이 들어와서 저와 소통하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죠. 아쉬운 건 댓글이 너무 빨리 올라가요. 하나하나 천천히 보면서 얘기하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아까는 모처럼 예쁘게 꾸민 게 아까워서 해봤어요.
활동하는 연예인이 모처럼 꾸민 게 아깝다니요!
평소에 거의 꾸미지 않거든요. 연예인으로서의 전진이 아닌 충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요. 지난주엔 예비군 훈련 끝나고 수염이 자랐길래 면도하는 것도 보여주고 그랬어요.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7년 만의 솔로 앨범인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
늘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사이에 신화 활동을 계속해서 타이밍이 맞지 않았어요. 신화 활동 끝나면 팬미팅이나 공연을 하고 또 그게 반복되니까.
그만큼 고민의 시간도 길었을 텐데, 이번 솔로 앨범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떤 가수나 앨범 낼 때 당연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겠죠. 그런데 저는 6~7년 만에 내는 거였기 때문에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들려주고 싶은 음악을 많이 했어요. 번안곡도 많이 넣었고요. 곧 리패키지 앨범이 나오는데, 워낙 좋은 곡을 많이 받아두어서 , 12월 중에는 싱글 앨범을 또 내요.
신화 안에서도 춤을 잘 추는 멤버죠. 무대 퍼포먼스도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Wowwowwow’ 퍼포먼스는 절제하는 움직임이 더 매력적이더군요. 30대 전진의 여유로움이 느껴졌어요.
그게 더 멋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노래 시작부터 끝까지 힘을 주는 무대는 지금까지 많이 해봤으니까. 달리다가도 숨을 돌릴 때가 있듯이 한 무대에서 기승전결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후배들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줘서 행복했어요.
어떤 반응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선배 멋있어요” 이런 말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제 무대를 끝까지 보고, 안무를 따라 하면서 “선배 이거 맞아요?”,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묻는 거예요. 그건 진심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행동이거든요. 친하지 않은 후배와는 인사하고, 인사 받고 그게 전부였는데 무대를 통해 저도 후배들과 새롭게 교감을 할 수 있었어요. 기분 좋게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언제 지나가는 줄 모를 때가 있잖아요. 저는 이번이 그랬어요.
대중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음악과 무대를 즐기잖아요. 예전에 'Wa'도 패러디가 많았고, 이번 ‘Wowwowwow’도 ‘와오와오와오’라거나 ‘루낑엣루낑엣’ 같은 별명이 생겼죠. 그런 걸 볼 때는 어떤 기분이 들어요?
좋고, 재밌죠! 사람들이 좋아해서 이슈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싸이 형처럼 많은 사람이 즐기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진짜 대중 가수인 것 같아요. 오히려 대중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걸 만드는 게 더 힘든 거라고 생각해요.
제 학창시절 아이돌 중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는 팀은 신화뿐이죠. 오늘 촬영한다고 하니 후배들이 사실 자기가 ‘신화창조’라고 고백하더군요. 보이밴드는 어린 시절 잠깐 좋아하는 거라는 인식을 바꾸는 데 신화가 공헌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면이 있죠. 저는 콘서트를 하거나 음악 방송 MC를 볼 때 좋아하는 그룹만 응원하지 말고 다른 그룹도 응원해달라고 해요. 신화 팬들에게도 저희는 그러거든요. 우리 활동 안 하면 다른 그룹도 좋아하고 응원해달라고. 그러다 저희 컴백하면 저희 응원해달라고요.
17년 동안 함께한 동료가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이제는 진짜 친형제예요. 형제끼리 매일 고민을 얘기하진 않잖아요? 저희도 그래요. 컨디션 안 좋은 멤버가 있으면, 그게 눈에 다 보이지만 저흰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장난 치고 얘기해요. 그러면서 안 좋은 걸 잊게 되요. 멤버들하고 장난을 많이 치는데, 그러면서도 중간 중간에 인생 얘기도 하죠.
어떤 얘기를 해요? 언젠가 첫 번째 결혼하는 멤버도 생기겠죠?
그런 얘기도 해요, 농담 반, 진담 반. 제일 먼저 결혼하는 멤버가 제일 좋을 거라고 얘기하죠. 모든 관심과 물자가 다 거기 쏠리겠다고요. 그러다 결혼하고 아빠가 되고…, 그러면 소홀해질 수 있잖아요? 마지막에 결혼하는 사람이 최악이라는 말도 하죠. 마지막 멤버쯤 되면 각자 애 키우느라 정신없을지도 모르니까. 아이 키우는 주변 친구들 보면 ‘난 언제 저렇게 키우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부러워요? 예능에서 보니 아이들과 정말 잘 놀아주더라고요!
아이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사는 친구들이 진짜 부러워요. 아이들을 보면 눈물 날 때도 있어요. 사람이 살면서 조금씩 없어지는 순수함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을 받죠. 아이들도 절 좋아해요. 전 할머니와 둘이 살아서 그런지 가정이 더 소중하게 다가와요. 누구나 인생에서 열심히 공부할 때도 있고, 놀아볼 때도 있고, 치열하게 일할 때도 있고…, 다 무엇인가를 해야 할 때가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그걸 다 해본 나이잖아요. 지금 해야 되는 건 가정을 꾸리는 건데 우리 직업상 그게 쉽지가 않아요.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이게 솔직한 마음이에요.
결혼하는 멤버가 생기면 총각파티 콘셉트로 화보 찍어요.
진짜 찍어주세요. 그런 거 멋있죠. 문제는 이거죠. 마지막에 결혼하는 사람에게도 멤버들이 파티를 열어주겠냐고요. 세 번째까지는 가능할 것 같은데. 아, 전 죽어도 마지막은 안 할 거예요. 무조건 세 번째 안에는 해야지.
‘전진, 멤버 중 3등 안에 결혼하겠다’라는 기사가 뜨겠는데요? 얼마 전에 팬사인회 할 때 팬들 드레스코드를 ‘아기새(전진의 별명)’로 정했더군요. 추억이 많고 그걸 즐기는구나 싶었어요.
어릴 때 예능 하다가 혜성이 형이 툭 던진 말 때문에 ‘아기새’가 된 건데요, 나중에 혜성이 형 사인회 할 때 형은 ‘어미새(신혜성의 별명)’ 해야 될 것 같아서 내가 부담 주는 거 아닌가 싶네요. 회사의 아이디어였는데 팬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어요.
이번 크리스마스는 아시아 투어를 하면서 보낼 거라던데요?
여자친구가 있다면 크리스마스는 연인과 함께 보내고 싶겠지만, 이번에 활동하면서 많은 걸 느낀 터라 ‘크리스마스는 팬들하고 놀래’가! 되었어요. 크리스마스 날에는 대만에서 콘서트가 있는데, 친구랑 후배가 대만으로 따라오겠대요. 대만에서 공연하고 훠궈 먹고 쫑파티 하면서 ‘메리 크리스마스’ 하면 될 것 같아요.
이번 솔로 앨범이 반응이 정말 좋았죠?
앨범이 진짜 많이 나갔어요. 2만5천장?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반응도 좋고, 제 댄스팀이나 스태프도 10년 넘게 함께한 사람들인데 너무 즐거웠고 고마웠다고 울먹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어요.
이번 콘서트에서 눈물을 보였다고 하던데요?
주마등처럼 눈앞에 지난 8~9년이 확 지나가면서 갑자기 짠해지더라고요. 그 시간 동안 좋은 일도 있었지만 힘든 일도 분명 있었고, 여러 가지 많았을 거 아니에요? 그런 모든 일이 갑자기 떠올랐어요. 시작하기 전에 혜성이 형 어머님과 에릭 형 어머님이 떡을 해오셨어요“.너 외로워 하지마. 신화 엄마들이 다 너 엄마야” 하시는데 그때도 정말 울컥했는데 참았어요. 그러고 무대에서 콘서트를 열심히 하는데, ‘너만 있으면 돼’라는 노래가 나오니 어머님들 생각도, 아버지 생각도 나고, 팬들에 대한 고마움이 밀려왔어요. 눈물이 막 나더군요. 무대에서 보니까 팬들도 다 울고 있더군요. 그걸 보니까 또 고맙고, 미안하고… 다음에는 신나게 멋지게, 다 웃으면서 끝날 수 있는 콘서트를 해야겠어요.
그 순간 팬의 마음이 어떤지 느껴지나요?
당연히 알죠. 17년 차인데. 어떤 마음인지 정말 다 알죠. 팬들과 함께 캠프 같은 거 하고 싶어요. 노래도 하고, 게임도 하고, 같이 고기를 구워서 술도 먹고, 우리들끼리 사진도 찍고 하면서 모두 재미있게 보냈으면 좋겠어요. 공식 일정에서는 연예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겠지만, 그 뒤에서는 사촌오빠나 옆집 오빠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예전에 ‘전진과 충재 사이’라는 제목으로 토크 콘서트를 했었어요.
오, 전진과 충재 사이엔 뭐가 있어요?
다르죠. 무대는 전진 오빠로 하고, 캠프나 이런 건 충재 오빠로 하는 거예요. 어느 순간부터 제가 가명을 쓰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많은 무대를 경험했는데, 어떤 게 좋은 무대라고 생각해요?
콘서트가 끝났을 때 ‘전진 멋있어’라는 건 노래 한 곡만 기억에 남은 거죠. 그런 것보다는 ‘오늘 전진의 다양한 모습을 봤다, 하루 보람찼다’, ‘돈 아깝지 않았다,’ ‘즐거웠다’ 같은 감상이 남는 게 좋은 콘서트라고 생각해요. 화보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작품을 하나 찍는 느낌이에요. 오늘은 새로워서 좋았어요. 다음 앨범 재킷을 어떻게 찍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얻었고요.
지금 혼자 살죠? 동완 씨가 출연 중인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을 해보는 건 어때요?
주위에 지인들이 농담으로 그랬어요. 제가 출연하면 ‘여럿이 산다’가 된다고요. 집에만 있어도 사람들이 하루에 두세 명씩 놀러 오니까. 나 혼자 산다는 게 거짓말이 되죠.
집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도 있어요?
두 명 알아요. 제가 스케줄 안 끝나면 먼저 저희 집에 가 있어요. 지금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는데 제가 바쁘면 와서 밥 챙겨주기도 해요. 일산에서 잠실까지 와서 그렇게 해줘요. 정말 고맙죠.
예전에 진짜 유명했던 얘기가 있었죠. ‘신화는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멋진 말이었어요.
최대한 힘 닿는 데까지 열심히 활동하는 게 저희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팬이 없으면 저희 인생도 없는 거였죠. 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집에서 재산을 물려받진 않았어도,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열정과 체력이 자산이라고요. 아버지가 지금도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면 나도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 그럼 나도 70살 넘어서까지 해야지 이렇게 다짐해요. 얼마 전에 멤버들이랑 우리 더 오래 활동해서 디너쇼계의 획을 그어 보자고 했어요.
신화 디너쇼요? 그거 재미있겠네요. 앉아서 봐도 되죠?
그럼요. 여섯이서 환갑이 되어서, 테이블에서 스테이크 먹으면서 공연하고 노래하면 멋있을 것 같단 얘기를 했어요. 진짜 멋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허윤선
- 포토그래퍼
- 김희준(Kim Hee June)
- 모델
- 최준영
- 스타일리스트
- 박정하
- 헤어
- 체체 by 보보리스(전진), 강현진(최준영)
- 메이크업
- 김연진 by 까라디(전진), 김다름(최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