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속삭이는 빅스 엔과 모델 이호정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두 남녀의 모습을 포착했다. 빅스의 엔과 톱 모델 이호정이 만들어낸 영화 같은 순간들.
2012년 데뷔해 올해로 5년 차를 맞이한 빅스는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 독특한 메이크업으로 뱀파이어가 되거나, 지킬과 하이드를 연기하며 형성된 팬덤은 꽤 공고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리더인 엔이 있다. 그는 최근 첫 주연 드라마 <발칙하게 고고> 촬영을 끝냈다. 직장인 5년 차면 가끔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를 고민하기 마련인데, 아이돌 스타는 어떨까? 동그란 눈동자를 반짝이던 엔은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며, 그래서 행복하다며 수줍게 웃었다.
며칠 전에 수술한 팔은 괜찮아요?
좋아요! 희귀성 지방종 제거 수술을 핑계로 푹 쉬었으니 잘된 거죠.
잘 쉬었다니, 다행이네요. 오늘 촬영은 즐거웠나요?
연인 사이라는 상황을 설정하고 진행된 촬영은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잔뜩 긴장했나 봐요. 평소엔 늘 남자들 사이에 있으니까요. 굳은 몸이 풀리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어요.
촬영 콘셉트는 커플의 파파라치였죠.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
제가 주인공인 그 상황을 상상해본 적은 없어요. 그런 일이 벌어져야 진짜 어떤 심정인지를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지, 아니면 숨길지는 연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배려할 것 같아요.
스타들은 종종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파파라치 사진으로 비밀 연애가 공개되곤 하죠.
사진 몇 장과 몇 줄의 기사로 그들의 사랑이 비춰지겠죠. 그간 그 스타가 만들어온, 그리고 매체에서 소비된 이미지로 그들의 사랑이 정의되기도 해요. 하지만 그 이미지와 현실은 비슷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저야 직업이라 이해하겠지만 상대방은 힘들겠죠.
연애는 인간을 성숙하게 만드는 축복이지만 대중에게 아이돌의 연애는 쉽게 거세되죠. 억울하진 않나요?
정말 솔직하게 지금 당장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분명 외로운 순간은 있지만요. 언젠가 불타는 사랑을 하고 싶다는 로망만 있어요.
왜 언젠가로 미뤄요?
지금 당장은 사랑보다 간절한 것들이 있으니까요. 굉장히 진부한 이야기지만 빅스의 엔으로도, 배우 차학연으로도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원하는만큼 자리를 잡기까지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니까, 그걸 연애에 나눌 겨를이 없나 봐요.
문득 외로운 순간은 언제 찾아와요?
크리스마스나 밸런타인데이처럼 모든 솔로가 외로워지는 그런 날이요. 얼마 전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제주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등대를 보러 갔는데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안아서 방파제에 앉혀주고 커플사진을 찍는 거예요. 같이 간 친구들도 모두 솔로라 부러워하며 자리를 피했는데, 전 커플들을 계속 쳐다봤어요. 그들 뒤로 노을이 졌는데 무척 낭만적이었거든요. 얼마나 예뻐요. 사진을 대신 찍어주고 싶었는데 참았어요.
왜 참았어요? 그들에겐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로맨틱한 순간을 방해하는 것 같아서요.
섬세한 남자군요. 첫 주연을 맡은 드라마 <발칙하게 고고>를 끝낸 기분은 어때요?
많이 힘들었어요.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열심히 했어요. 차마 잘했다는 말은 못하지만요. 12회짜리 드라마였는데, 회차가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아요. 제 캐릭터였던 하동재는 이야기가 많은 친구였거든요. 작가님께서는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동재의 진심이 눈에 잘 보였다고 칭찬해주셨어요. 화면에 동재가 보때마다 행복했다는 그분의 말씀은 평생 기억날 거예요. 캐스팅 오디션을 여섯 번이나 봤어요. 그만큼 고민하셨을 텐데, 다행인 거죠.
빅스의 홍빈이 출연하는 <무림학교>가 곧 시작해요. 대화해봤나요?
전 긴장하고 걱정만 하느라 바빴거든요. 홍빈에겐 그러지 말라고 조언해줬어요. 걱정할 시간에 연기 수업을 받고, 대본을 보면 마음이 편해질 거라고요. 지금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고민이 많은 편인가요?
생각이 많아요. 계획도 세우고, 걱정도 하고, 추억도 떠올리고요.
혼자 있어도 심심하진 않겠어요.
제가 집 밖에 나간다고 하면 다들 놀랄 정도예요. 혼자 잘 놀아요.
집에서 뭐 하고 놀아요?
피규어도 조립하고 향초도 만들어요. 딱히 술 담배를 즐기지 않으니, 집이 좋아요. 아니면 가끔 예쁜 풍경 보러 가요. 잠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집에서도 무언가는 하고 있죠.
빅스는 뱀파이어, 좀비, 저주인형, 사이보그처럼 매번 다른 강렬한 콘셉트를 추구하죠. 대중은 놀라다가 점점 중독된 것 같아요.
누군가는 부담스럽지 않냐고 묻지만 재미있어요. 우리라서 할 수 있는 것도 생기고, 이젠 믿고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자신감이 생겼죠. 콘셉트 공백기였던 ‘이별공식’ 무대를 할 땐 어서 빨리, 빅스다운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다들 열정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요.
아이돌 그룹의 리더에겐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요?
매일 생각해봤어요. 제게도 중요하지만, 멤버들에게도 중요하거든요. 아이돌은 관계에서 시너지가 나와요. 또 리더의 분위기를 따라간다고들 할 정도니까, 중심을 잘 잡아야죠. 희생을 희생으로 여기지 않고 애정으로 살펴야 하고요. 끊임없이 대화를 나눠요.
데뷔 때와 현재를 비교하면 어떻게 달라졌나요?
예전엔 제가 다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으니 아마도 강압적인 리더였을 거예요. 지금은 다른 멤버들에게 기대기도 해요. 그리고 종종 멤버들에게 제가 잘하고 있는지를 물어요. 안주하지 않아야 더 나아질 테니까요. 또 ‘내가 만약 잘못된 길을 제시하더라도 한 번은 나를 믿고 따라와줄래?’라는 말을 자주 해요. 대신 책임을 지죠. 저도 좋아하는 사람의 말이면 틀린 길이라도 믿고 따라가요. 관계는 신뢰라고 여겨요.
데뷔 전인 그 시절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요?
아쉬운 점도 있고, 후회한 적도 있지만 언제나 제 선택은 똑같을 거예요. 대신 쉽게 갈 건 쉽게 가고, 집중할 건 가시밭길을 걷더라도 해내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모든 일에 온힘을 쏟는 타입이라 주변에선 그렇게 하면 지쳐서 오래 못 간다고 말하거든요. 지금도 힘 조절은 어려워요.
완벽주의자인가요?
한번 결심을 했다면 그 방향대로 가려고 해요. 처음엔 멤버들이 힘들었을 거예요. 아니, 알고 있지만 제가 양보를 안 한 거겠죠. 멤버들이 착해서 잘 따라와요. 모범생, 완벽주의 그런 단어를 싫어하긴 하지만, 제 안엔 그런 틀이 많아요.
틀이 많은 당신의 매력은 언제 폭발한다고 생각해요?
무대 위에선 당연하고요. 작년에 6개월간 라디오 진행을 맡았을 때 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솔직함이 제 매력이에요.
또 다른 매력도 찾아볼까 봐요.
생각이 깊은 편이에요. 그래서 사람과 진심을 나눌 줄 알아요. 곁에 나를 지지해주는 내 편이 많아서 행복해요. 또 지금 이 시간 하고 싶은 일이 많으니 행복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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