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 VOICE
새삼스럽게도 배우 이하나의 이름은 본명이다. 운명을 예견한 걸까? 온세상을 뒤져도 오직 하나뿐일 그녀의 선택은 어떤 것도 뻔한 것이 없었다. <보이스>라는 특별한 시리즈는 이하나를 더욱 강하고 우아하게 변화시켰다.
<보이스 시즌2>가 역대 OCN 드라마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했어요. 시즌 1보다 시청률 면에서 더 성공을 거두었죠. 이번 주에 보이스팀이 다 낭으로 포상 휴가를 간다면서요?
<터널>의 기록을 깼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정말 좋아하세요. 저희 현장이 정말 좋았어요. 이번에는 12부작이어서 16부작을 준비한 기간보다 여유 로웠어요. 문제랄 게 거의 없어서, 현장에서도 연기에만 몰입할 수 있었 어요.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었고, 불화도 없었어요. 저희끼리 ‘문제가 너무 없는 게 문제’라는 농담을 했을 정도로요.
뛰어난 절대 청감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프로파일러 강권주 역 할은 정말 매력적이죠. 반면 연기에는 제약이 생기지 않았나요? 결정적 인 순간에는 늘 청력에 의존해야 하고, 액션 연기나 로케이션 촬영보다 수사본부 같은 한정된 공간에서 연기하는 상황이 많았어요.
맞아요! 알아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전화 통화 연기 같은 경우는 상대방 감정을 몰라서 두 버전으로 찍어놓은 것도 있었어요. 시즌2 에서 소리 능 력을 더 보강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두 시즌 중에 뭐를 더 재미있게 보 셨어요? 저는 시즌1보다 시즌2가 글이 더 좋았거든요. 마진원 작가님이 정말 대단하세요. 저를 많이 아껴주시고, 덕분에 강권주라는 캐릭터가 시청자분들께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보이스> 시즌1에서는 배우 장혁과, 시즌2에서는 배우 이진욱과 함 께했어요. 상대 배우가 바뀌면서 연기하는 방식도 달라졌나요?
많이 달랐어요. 혁이 오빠는 아무래도 리드를 많이 해주는 편이고, 진욱 이 오빠는 잘 받아줘요. 막상 해보니 제 성향도 반반인 것 같아요. 리드를 당하는 것도 좋고, 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의존적인 것 같다가도 또 어떨 때는 폐 끼치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고. 장혁 오빠와는 시즌 2때에는 연 락하지 못했는데, 언제 어느 때 뵈어도 굉장히 격려해주셨을 것 같아요.
<보이스>는 앞으로도 시즌제 드라마의 좋은 선례로 계속 언급이 될 것 같습니다. 시즌제 드라마, 배우에게는 어떤 장점이 있나요?
그런 말씀을 많이 들어요. <보이스>가 미드처럼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말 을 들을 때마다 너무 기쁘고요. 무궁무진한 소재를 낼 수 있는 포맷이라 참여하게 된 게 운이 너무 좋다는 생각도 많이 해요. 배우로서 장점은 준 비할 시간이 많다는 것. 저는 그 시간이 꼭 필요하거든요. 하루 준비하는 것과 이틀 준비하는 게 차이가 많이 나는 타입이에요.
주변에서 대본을 그만 보라고 말리는 타입인가요?
아쉽게도 제가 백 번을 연습해도 NG가 난 적이 있어요. 강권주의 대사량 이 워낙 많고 속도도 빨라요. 매번 대회 나가는 듯한 느낌이에요. 운이 좀 필요하다고 느낄 정도예요. 어떨 땐 잘되기도 하고, 어떨 땐 철저히 준비 해도 안 돼요. 저는 안정을 추구하는 편이라서 당황하는 게 싫거든요. 아 무래도 그런 면에서는 항상 부담이 되죠.
처음 <보이스> 제안 받았을 때는 무엇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는 굉장히 좀… 갇혀 있었어요.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음악에 심취해 서 혼자 열심히 하고 있을 때였어요.< 보이스> 덕분에 세상으로 다시 나 온 것 같아요. 작가님, 감독님이 무한 신뢰를 보내시면서 잘할 수 있다는 격려를 받은 기억이 나요.
실제로 상대역인 남성 캐릭터는 바뀌었지만, 강권주 경감 캐릭터는 그대로예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다른 작품을 참고하기도 했나요?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가 모토로 삼은 영화 중 하나였어요. 미드도 있었는데 제목이 생각이 안 나네요. 요즘 하는 드라마<손 The Guest>에 서도 와일드한 여자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자극도 되고 반갑기도 해요.
시즌 1, 2를 지나면서 캐릭터인 강권주 경감과 많이 가까워졌을 텐데 요. 어떤 면을 좋아해요?
저는 일단 이름부터 너무 좋아요. 강권주…멋있잖아요. 강권주는 제가 선망하는 여성상이에요. 다른 취미생활 같은 군더더기도 없죠. 오로지 일에 대한 철두철미함이 많이 부각되었어요. 강권주를 연기하는 동안 그 카리스마 등에서 저도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제가 막내거든요. 카리스 마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는데 없던 면이 생기는 기분이에요.
시즌1의 파트너인 장혁은 100% 믿을 수 있는 인물이었다면 시즌2의 이진욱은 범인인지, 같은 편인지, 사이코패스인지 계속 의심을 해야 하 죠. 어떻게 연기하려고 했어요?
그 의심은 지금도 사실 진행형이에요. 저는 가장 중요한 장면이 본인이 노력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때 대본을 보면서 눈 물이 많이 나더라고요. 사건 조사 수집 노트가 베란다에 100권이 있었다 는 설정도 그렇죠. 저 역시 무언가를 절실하게 종이에 적어가면서, 아무 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내 스스로를 궁지에 몰면서 노력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기억이 떠오르면서 굉장히 울컥했어요.
악역인 방제수를 맡은 권율 배우와는 어땠어요?
무서웠죠! 연기를 또 너무 잘하셨죠. 현장에서도 굉장히 방제수처럼 다 니셨어요.(웃음) 카리스마 있고, 신비로운 모습이었죠. 그래서 현장에서 계속 캐릭터를 유지하는 모습도 제게 좋은 귀감이 되었던 것 같아요. 방 제수는 모태구와는 다른 개성이 있는 악역이었죠.
시즌1, 2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너무 반가운 질문인데요, 대본을 보면서 제일 많이 울컥했던 건 7화 ‘좀비 마약’ 에피소드예요. 좀비마약에 중독된 스무 살 된 친구가 찾아간 사람 은 알고 보니 늘 클럽 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이모였어요. 그게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흔히 부모님에 관련된 설정이 많은데 이모에 대한 설정 은 또 다르게 다가왔어요. 대사하면서도 계속 눈물이 나더라고요.
몰입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보이스>의 사건은 실제 사건에 기반한 게 많고,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다루잖아요.
화난 감정이 많아요. 강권주의 베이스에는 화가 깔려 있고 급해요. 우스 갯소리로 권주는 화가 있다라고 할 정도로요. 그래서 나름대로 ‘힐링’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많이 웃었어요.
<보이스>로 이하나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활달하고 털털한,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주로 해왔는데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어요?
제가 연기한 과거의 캐릭터를 기억해주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당시에 는 그런 캐릭터들만 들어왔어요. 열 작품 중에 아홉 작품은 동적이고 밝 고, 엉뚱한 캐릭터였죠. 그때에는 원래 제 성격과 비슷한 내성적이고, 내 향적인, 정적인 캐릭터를 기다렸거든요. 또< 보이스>를 해보니 다시 밝은 것도 하고 싶고요. 계속 새롭고 반전 있는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5년 가까이 드라마 활동을 쉰 적이 있었죠. 낯선 선택이었어요. 지금 돌아보면 어때요? 필요한 시간이었어요?
어떤 선택을 할 때 허투루 하는 편은 아니에요. 돌아보면 그때 충분히 생 각을 하고 선택했던 것이죠. 그때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을 했어요. 작품 을 많이 못한 게 아쉽지만 그 아쉬운 마음은 정확히 49%였던 것 같아요. 51%는 제가 더 원하는 다른 것이 있었던 거예요. 10~20%만 아쉬움이 있 으면 좋겠지만, 저도 49%만큼 아쉬움이 컸어요. 그래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그때 해야만 했던, 그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을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사실 그때도 혼자서 엄청 바빴어요.(웃음)
연기와 음악 활동 외에도 다른 것에 욕심은 없어요? <이하나의 페퍼 민트> 같은 프로그램은 어떤가요? 기회가 너무 일찍 왔다고 생각해요?
그건 아마 지금 해도 어려울 것 같아요.(웃음) 제 성격을 좀 알았어요. 점 점 더 알아가는 것 같아요. 세월이 가면서 정말 위로받는 장점, 좋은 점이 그건 것 같아요. 아쉬운 게 많은데 그래도 나에 대해서 많이 알아서 당황 할 일도 점점 줄어들고, 실수도 줄어드는 게 좋아요.
최근에 자신에 대해 알게 된 새로운 것이 있어요?
뭐가 있을까?(웃음) 최근에 제가 가장 기뻤던 일은 <런닝맨>이었어요. 그 걸 통해 제가 야성적인 걸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보 이스>도 진 흙탕에서 촬영한 적이 있거든요. 새벽부터 해 질 때 까지 촬영했는데, 1초도 안 쉬고 비가 계속 왔어요.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연기를 할수록 점점 더 제 자 신을 내려놓는 느낌이 들었는데, <런닝맨> 촬영이 비 슷했어요. 오히려 촬영 끝나고도 에너지를 더 얻은 느낌이었어요. 이대로 들어가기 너무 아쉬워서 놀다 들어갈 정도로요.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그런 걸 느꼈어요. 저는 명분이 생길 때, 역할이 주어질 때 용 기가 생기더라고요. <이하나의 페퍼민트>에서는 게 스트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런닝맨>에서는 팀을 이끄는 팀장이었는데 그런 명 분이 주어지니까 엄청 열심히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반면 촬영하면서 흥미로운 지점이 있었어요. 오래 연기를 해왔음에 도 여전히 카메라 앞에서는 쑥스러운 듯했거든요.
맞아요. 그래도 데뷔 초반보다는 많이 나아진 거예요. 나아져야죠!
패션을 잘 모른다고 하면서도 모델 못지않게 옷을 소화하더군요. 비 주얼 작업에도 관심이 많아 보였고요.
의외로 되게 좋아해요. 나름 좋아하는 아이템들도 있고요. 제 팬들이 안 좋아할 수도 있는데 저는 벨트 좋아하고, 바지 위에 부츠 신는 것도 되게 좋아해요. 에릭 로메르 영화를 좋아하고, 프렌치 시크 감성을 좋아하는데 보여드리는 건 아직 한참 부족한 것 같아요. 오늘 화보는 정말 깜짝 놀랐 어요. 저한테 이런 멋진 모습이 있을 줄 몰랐거든요. 너무 즐거웠어요.
촬영이 없을 때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서점과 도서관 가는 걸 좋아하고, 여러 가지 많아요. 요새는 복싱을 계속 하고 있어요. 원래는 작품 때문에 시작했지만 너무 좋아해서 매일 가려 고 노력하고 있어요. 처음에 장혁 오빠가 복싱을 권하면서 연기에 많이 도움이 될 거라 했거든요. 그 말이 이제 이해가 돼요.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되나요? 체력?
체력도 확실히 강해지지만 그건 덤이에요. 오히려 체력보다 정신 건강에 도움이 돼요. 예를 들어 일주일 어디 좋은 곳에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뇌 가 상쾌해진 기분이 들어요. 또 체육관에서는 서로 관심이 없어서 굉장 히 자유로워요. 한번 다녀오면 멘탈이 달라지는 느낌이 들어요.
<보이스> 이후에는 어떤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일단은 시즌3 잘 마무리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늦는 건 없지만 그래도 로맨틱 코미디도 다시 해보고 싶고.
데뷔 때부터 여성 배우들과 케미가 유독 좋았어요. 기억에 남는 동 료가 있어요?
많은 배우분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손예진 언니예요. 함께< 연애시대>를 한 경험들이 제게 영광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이후 언니의 행보를 보면서 내가 그때 받은 감동이 우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했어요. 특히<비 밀은 없다>라는 영화는 어마어마했고, 개인적으로 ‘은호’라는 노래를 만 들기도 했어요. 작년이 <연애시대> 10주년이었는데 ‘은호’라는 캐릭터도 손예진 배우님만큼 좋아했었거든요. 사람들이 <연애시대>를 기억해주는 게 정말 감사해요.
이제 다가올 <보이스 시즌3>가 시리즈의 피날레를 장식하겠군요. 내 년 초 방송 예정이죠? 다낭에 다녀온 후 바로 촬영을 시작하겠네요?
그렇죠. 방송은 1월이나 2월 정도로 들었어요.
흠, 그럼 역시 시즌2 마지막의 폭발에서 강권주 경감은 죽지 않는 것이군요.
하하하…!
혹시 그 폭발 때문에 잠시 청각 능력을 잃는 설정 인가요?
안 그래도 자꾸 주변에서 청각 능력이 후각 능력으로 오는 거 아니냐고들 농담을 해요.(웃음) 가장 중요한 청각 능력을 잃는 것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요. 어 떤 실마리를 주시긴 했는데, 거기서 더 발전되어나올 것 같아요. 아직 책이 나오지 않았거든요. 저도 정말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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