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를 이루는 건강함에 대하여
진정한 건강함이란 몸과 마음 모두의 행복을 포용하는 데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종종 불편한 진실이나 사회적 틀에 부딪히게 된다. 행복으로 향하는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팁들.
피부가 각질이 일고 심하게 거칠어졌다. 얇은 종이 같은 표피층에 기름 종이를 대고 살짝 눌렀더니, 뺨과 앞이마에서 각질이 묻어난다. 아무리 스크럽을 하고 모이스처라이저를 듬뿍 발라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당시 난 웰니스 편집 브랜드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라이벌 의식이 강한 한 동료로부터 푸대접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가 회사를 떠났을 때 내 피부는 차분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난 피부 트러블이 정신적인 것이라는 걸 깨닫지 못했다. 물리적 요인만이 이 모든 피부 반응의 원일일 거라 추측했으니 말이다.
2018년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심리적 스트레스가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고 장벽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고 한다. 수세기 동안 우린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별도의 영역으로 분리시켜왔다. 하지만 새로운 데이터들은 이들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쌍둥이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이 관계를 두고서 과학자와 의사들은 이제 막 해독된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제 정신건강이 심혈관 질환보다 우선할 수 있다는 걸 안다. 마찬가지로 2017년 인도에서 실시한 한 연구에선 ‘다양한 장 트러블 역시 생리학적 메커니즘과 심리적 불안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이러한 연결성이 우리의 건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희망도 있다. 긴 포옹은 감기 증상을 감소시킬 수 있다. 마사지는 혈압을 낮추고, 패스트푸드를 건너뛰면 우울증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제 연구자들은 이러한 연관성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고, 우리는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좀 더 총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정신적인 우울함을 경험한 수많은 사람들뿐 아니라 집단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많은 사람에게도 진정한 돌파구가 되어줄 것이다. 정신건강은 신체건강과 직결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전에 먼저 우리의 분노, 외로움, 슬픔, 근심에 대해 얘기해보자.
여자와 외로움
이런 장면을 상상해보자. 비행 도중 극도의 난기류를 만났고 기내방송조차 침묵을 지킨다면? 아마도 자연스럽게 낯선 사람끼리도 손을 잡게 될 것이다. 산소마스크와 음료수 카트가 통로 아래로 무인비행을 할 때 묵묵히 내 손을 잡아준 21A석의 여자에게 나는 영원히 감사할 것이다(스포일러: 결국 우리는 살아남았다)!
스킨쉽 뒤에는 과학이 있다. 많은 연구가 합의된 친절하고 플라토닉한 터치가 혈압을 낮춰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사지를 통해 면역기능이 좋아지고 뇌파가 더 큰 이완과 경각심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죠”라고 마이애미 의과대학 터치 연구센터의 디렉터 티파니 필드는 말한다.
그렇다면 심리적인 연결 문제는 어떨까? 우린 대인적인 상호작용보다 터치스크린 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른바 빠른 연결과 소통 과잉의 시대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더 늘어났다. 2018년 시그나(Cigna)의 외로움 지수 조사 결과, 미국 내에서 외로움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며, Z세대가 가장 외로움이 높고 그 뒤는 밀레니얼 세대가 차지했다.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은 하루에 15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것과 유사하게 사망률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심적인 연결을 돕는 움직임도 증가하고 있다. 먼저 커들 파티(Cuddle Party)를 포함해 가벼운 포옹이나 꼭 끌어안기 등 따뜻한 스킨십을 공유해 위안과 유대감을 강조하는 이벤트나 서비스도 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에게 소외감과 고립감을 더 느끼게 만들었던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다. 더욱이 소수자들을 위한 모임도 활발해졌다. 섹슈얼리티 강사인 달리시아 샤는 페이스북을 통해 유색인종을 위한 모임을 알리고 있다. “제 일은 그들이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탐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에요. 백인의 시선 밖에서 말이에요. 미국에서 우린 인종주의자, 성차별주의자, 성전환혐오자, 동성애혐오자 등을 접하면서 많은 부분에서 긴장감을 안고 있죠. 상호 협의되는 따뜻한 포옹과 마사지 등은 이러한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투 운동은 엄청난 힘을 발휘하면서 ‘접촉’에 관한 것을 재규정했고 그 경계선이 훨씬 중요해졌다. “안전한 포옹의 핵심은 상호동의와 정확한 경계선이에요”라고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서 ‘커들 업 투 미(Cuddle up to Me)’를 운영 중인 커들리스트 사만다 헤스가 말한다. 헤스에 따르면 플라토닉 포옹 전문매장인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대개 여성들, 환자를 돌보는 데 지친 간병인, 연인과 헤어져 위안이 필요한 사람들이라 한다.
우리 모두는 다양한 욕구를 갖고 있다. “접촉은 잠이나 음식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어요. 누군가에게는 잠이 더 필요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잠이 덜 필요할 수도 있죠. 아무것도 필요치 않은 사람도 있고요.” 애리조나 대학의 커뮤니케이션 교수 코리 플로이드가 말한다.
하지만 접촉은 항상 동의를 얻어야 하며, 어느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 것이라야 한다. 사실 접촉은 어느 한 사람만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야 한다. 영국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 신경과학부 교수 프랜시스 맥글론은 ‘접촉은 한쪽만이 아닌 모두에게 보상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접촉이 주는 선물은 뇌의 오피오이드 방출을 통해 서로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 코튼 코디나(Cotton Codinha)
여자와 분노
분노는 #미투 운동과 ‘푸른 물결(Blue Wave)’에 기름을 부었다. 그건 HBO 드라마 <몸을 긋는 소녀(Sharp Objects)>에서 느껴지는 자신과 맞닿은 현실에 대한 분노이자, 답답한 공간 속에서 적어도 꽃병이나 뭔가 다른 무생물적인 것을 던지고 싶은 충동이기도 하다.
분노는 자존심과 엮인다. 어린 시절부터 우린 ‘분노와 여성스러움은 섞이지 않는다’라고 배워왔다. <분노는 그녀가 된다: 여성의 분노가 가진 힘(Rage Becomes Her: The Power of Women’s Anger)>의 작가 소라야 슈말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린 교육을 통해 삼투압처럼 서서히 분노는 추한 것이라 인식해왔죠. 신화 속 메두사의 머리는 뱀으로 덮여 있고, 디즈니 영화에서 화난 여성들은 나이가 많고 못생기고, 민족적인 고정관념을 갖고 있어요.” 여기서 또 한 가지, 한 연구에선 10대 소녀들은 화가 났을 때 점심을 거르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슈말리는 말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을 거예요. ‘난 지금 화가 났기 때문에 진짜 못생겨졌을 텐데… 끼니를 굶어야 예뻐질 수 있을 거야.’ 14살짜리 소녀라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거예요. 분노 역시 하나의 감정일 뿐이고 얼마든지 정당하고 건강한 것인데도 말이에요.”
더욱이 우리가 신체를 보는 방식 역시, 화를 경험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콜로라도 대학의 심리학 부교수 엘리자베스 대니얼스는 ‘신체 이미지는 우리 사회에서 소녀들이 평가받는 방법으로 여겨진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비현실적인 이상과 끊임없이 자기자신을 비교하면서 고통스러워하죠. 남들 눈에 비치는 내 몸이 어떤지를 걱정할 때, 우린 내부에서 실마리를 얻지 못해요.” 그건 현재에 집중하는 걸 어렵게 할뿐 아니라 더 높은 곳을 목표로 삼게 만들어 우울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대니얼스는 여성들이 미모의 기준에 대해 분노를 표출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 추측한다.
“분노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이는 무척 안타까운 일이죠”라고 위스콘신 대학 그린베이 캠퍼스의 심리학 교수 라이언 C. 마틴은 말한다. “여성들은 자기 몸에 반감을 품는 경향이 있어요. 종종 적응적 사고와 섭식장애까지 동원하면서요. 하지만 결코 다다르지 못한 문화적 틀에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더 건강하죠. 둘 중 어느 기준이 더 합리적일지 생각해보세요!”
– 엘리자베스 시젤(Elizabeth Siegel)
여자와 우울증
낯선 곳으로의 이동, 실업, 이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는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장 큰 정신적 충격을 주는 네 가지다. 나는 작년 9개월간 이 중 세 가지를 겪었다.
정신적 외상을 겪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예스다. 그렇다면 우울증은? 난 이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감정적 잡동사니들이 뒹구는 외딴 시골의 오두막집을 떠올린다. 극도로 불안하면서도 끔찍하지만, 자꾸 헤어나려고 애쓰는 중독적인 공간이다. 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날까를 걱정하면서도 젠가 게임을 하듯 조심스럽게 헤쳐나가지만… 결국엔 무너져버린다.
이혼을 하고 난 13kg이나 살이 쪘다. 한때 사랑했던 누군가와 헤어지면서 내 몸과도 헤어졌다. 한동안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고 거울도 피하면서 내 몸을 전혀 돌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몇 개월 후 만난 테라피스트는 내게 상황성 우울증(Situational Depression)이라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내 몸을 다시 느끼는 것이 중요했고, 운동, 목욕, 광선요법 등 다양한 실험이 시작됐다.
확실히 운동은 우울증 증상을 감소시켜준다. 지난 2년간은 주로 근력운동이 다였지만, 나는 새롭게 인터벌 스프린트를 시작하면서 결실을 맛볼 수 있었다. 스포츠브라의 자국이 어깨에 새겨지고 숨이 턱에 차오를 때까지 뛰고 또 뛰면서, 나는 살아 있음을 느꼈다.
거품 목욕을 통해 평화를 찾는다고 말하면 정신학계의 일각에선 눈살을 찌푸릴지도 모르지만, 최근의 새로운 연구는 ‘이러한 의식을 통해 우울증을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 내친김에 거품이 이는 욕조 안에 근심걱정을 덜어주는 성분이 함유되었다는 조 말론 런던의 ‘앰버 앤 라벤더 배스 오일’도 한두 방울 떨어뜨렸다. 욕조에 푹 몸을 담근 후 지난 몇 개월간 나를 괴롭히던 불면증에서 벗어나 8시간을 푹 잠들 수 있었다.
광선요법은? 어떤 도움을 주었을까? ‘빛은 계절적 정서장애를 완화해준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불면증과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광치료기 베이룩스 해피라이트(Verilux HappyLight)를 시도해봤다. 1만 룩스의 이 광치료 램프 앞에 앉아 30분간 명상에 잠겼다. 어느 날 아침 5살짜리 딸이 물었다. “이 UFO로 뭐 하는 거야?” 나는 딸과 함께하기 시작했고 그건 우리의 리추얼이 되었다. 서로 대화하면서 궁극적으로 빛을 쬐는 시간이다.
– 테레사 오루크(Theresa O’Rourke)
그렇다면 약은 어떨까?
“왜 항우울제가 듣지 않는 걸까?”
“항우울제는 확실히 효과가 있다니까!”
두 상반되는 말 중 어느 것이 진실일까? 알다시피 여성들은 남성보다 항우울제를 사용할 가능성이 두 배나 높다. 그리고 둘 다 맞는 말이다. 항우울제의 효능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항우울제 끊기
사라는 2년간 자낙스(Xanax)를 복용했고 우울증에 거의 효과가 없었다. 그녀의 치료사는 약을 중단한 후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해 식단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그저 위약효과일 수도 있겠지만, 새로 바뀐 식단은 나를 훨씬 더 기분 좋게 만들었거든요.” 새로운 연구들은 우울증과 장의 깊은 연관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복용량 바꾸기
2가지 서로 다른 약과 5가지 서로 다른 복용량. 인디애나폴리스의 부동산 에이전트 조슬린이 택했던 방법이다. 그녀는 식욕, 성욕을 저해하지 않고서 자신의 불안을 치료하고 싶었다. 완전히 치료 전의 상태로 돌아간 건 아니었지만 나름 효과가 있었다.
항우울제를 중단했다가 다시 복용하기
매러디스는 6개월간 모든 항우울제를 중단했고 명상과 요가를 통해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증상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뉴욕에서 활동 중인 작가는 이를 두고서 ‘실패한 실험’이라 부른다. “너무 우울해졌고 새로운 약을 복용했다가 알레르기 반응까지 일으켰어요.” 결국 그녀는 원래의 항우울제로 다시 돌아갔다. “새로운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고 맨처음 항우울제의 효능이 나에겐 가장 효과적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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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김민지
- 포토그래퍼
- SEBASTIAN KIM
- 글
- 에이미 켈러 로드(Amy Keller Lau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