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에서 일하는 밀레니얼들

2019년 한국의 기후위기대응지수는 OECD 34개 국가 중 33위였고 미세먼지는 18년째 세계 최악 수준이다. 그럼에도 믿고 말하고 행동하는 밀레니얼들에게 왜 이 일을 택했냐고 물었다.

이다솜 | 녹 색 연 합

녹색연합 상상공작소 팀장, 90년생

29년째 자연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보호 방안을 만든다. 환경 파괴 현장을 고발하고 대책을 세우며, 자연과 조화로운 삶의 방식을 확산시킨다. 나아가 환경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을 지원하고 그들과 연대한다.

왜 녹색연합을 지원했나?
졸업 후 자원활동가와 인턴을 했는데 그때 함께 일했던 활동가들도, 녹색연합이 지향하는 활동 방식도 좋았다. 현장과 시민을 연결하고자 하는 지향성과 수평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인상 깊었기에 계속 일하고 싶었다.

환경 단체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나?
분노 때문이다. 인간들 마음대로 자연을 망가뜨리고, 돈이 생명보다 우선시되는 것을 보면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활동가가 되고 싶었다. 이곳에서는 사업을 막거나 정책을 변화시키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니까.

지원 및 면접 과정에서 특이한 점은?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현장면접’을 봤다. 산에서 진행하는 면접이었는데 자연생태 현장에서의 활동을 중요시하는 단체라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면접과 논술, 프레젠테이션을 보는데 환경문제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생각해야 하는 주제들이 있다.

실제 어떤 업무를 하는가?
환경운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시민이나 기업에게 녹색연합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플랫폼을 만든다. 모금과 참여가 필요한 활동을 먼저 제안하거나 활동 현장에서 나오는 자료를 누구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콘텐츠로 가공하기도 한다. 환경단체는 일의 형태가 유동적이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와 필요한 활동, 그리고 듣는 사람에 맞게 유연하게 일하고 있다.

요즘 녹색연합의 주력 활동은 무엇인가?
기후위기 대응활동이다. 기후위기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기에 기후위기 비상체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엔 IPCC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온실가스 배출 추세대로라면 8년 후의 지구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할 것이다.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이런 기후위기를 더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일하는 환경에서 녹색연합만의 특이 사항이 있다면?
업무 공간에 화장지와 휴지통을 두지 않는다. 휴지와 쓰레기통을 멀리 두니,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만들지 않게 됐다.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이 있어서 총 3개의 층인 사무실에서 2층의 전기는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로 전량 사용한다. 그리고 작년에 에어컨을 28년 만에 처음 달았다. 재작년까지는 여름마다 자율근무제를 시행해서 재택근무나 외부 공간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입사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환경운동가가 되어야만 환경을 보호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사람을 만나며 생각이 바뀌었다. 녹색연합 회원 중에서도 ‘그저 돈만 낼 뿐’이라고 말하는 회원들도 있는데, 나는 모두 환경운동을 함께하는 동료라고 생각한다.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육식 줄이기, 윤리적 소비하기 등 직업으로서의 환경운동가가 아니라도, 모두가 삶에서 조금씩 실천하며 환경운동을 할 수 있다.

‘필환경’이라는 말이 생겼듯 이전에 비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달라진 것 같다. 변화를 실감하나?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실제로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학생 때부터 7년 정도 채식을 했는데, 전에는 유별나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지금은 훨씬 나아졌다.

환경은 이미 틀렸다고 체념하는 사람도 있다. 환경운동의 가능성을 믿는가?
단체 그 자체의 힘보다 시민의 힘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힘을 믿는다. 우리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끝끝내 소외될 생명이 여전히 존재하기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환경운동이 실질적인 변화를 이뤄내는가?
곰의 쓸개를 말린 것을 웅담이라고 하는데, 이 웅담을 얻기 위해 곰을 철창에서 10년 동안 길러 도축한다. 합법인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중국뿐이다. 녹색연합은 17년 동안 이 문제에 대응했고, 그 결과 2014년부터는 철창에서 태어나는 곰이 없어졌다. 열악한 농장에서 고통받는 곰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재작년에 사육곰 3마리를 구출하고 작년에 1마리를 추가로 구출했다. 사육곰 산업 3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더딘 것처럼 보이지만, 크고 작은 변화는 계속 생기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고 알게 되는 것이 많아질수록 스스로를 검열하게 된다. 힘든 적은 없었나?
소비를 안 하려고 하는 편이지만 뭔가를 사야 할 때 환경에 영향을 덜 주는 제품을 구입하려고 한다. 보통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물건보다 조금 더 비싸다 보니 나보다는 통장이 더 힘들어한다.

일을 하며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
활동을 통해 값진 피드백을 들을 때. 작년에는 오랜 활동 끝에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를 막았다. 난개발을 막아냈다는 사실보다 함께할 수 있었던 동료들과 그동안 믿고 후원해준 회원들이 함께했기에 보람 찼다.

환경보호를 위한 첫걸음으로 추천하는 것은?
하루 한 끼 채식하기. 한 끼일 뿐이지만 환경에 대한 생각이 변화하고 내 식탁에 올라오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되니까. 한 끼가 어렵다면 주말이나 요일을 정해서 시작하는 게 좋다.

고치려 노력하는 습관이 있다면?
택배를 덜 시키려 한다. 택배 하나를 받으면 박스부터 비닐포장, 뽁뽁이에 비닐 테이프까지 쓰레기가 넘친다. 특히 식품배송은 스티로폼과 아이스팩도 있어서 인터넷 주문을 가급적 자제한다. 조금 발품 팔면 다 구할 수 있으니까.

가장 최근 관심 있는 이슈는?
기후위기와 전염병에 대해, 그리고 야생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의 모습이 바뀌지 않았나. 안타깝게도 WHO와 유엔 IPCC는 기후위기가 감염병 확산을 증가시킬 거라고 말한다. 여기에 인간이 생태계를 교란시켜 야생동물과 더 자주 접촉하게 되었으니 앞으로도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계속 등장할 거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이 지나고 나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장 알리고 싶은 이슈는?
야생 조류가 유리벽에 충돌해 죽어간다. 관심을 갖고 조금만 참여하면 살릴 수 있는 생명들이다. 작년 649번 지방도에서 투명 방음벽 일부에 조류 충돌 저감 스티커를 붙였는데, 조류 사체가 10분의 1로 줄었다. 해마다 100마리 정도 부딪혀 죽는 방음벽이었으니, 해마다 90마리 이상을 살리게 됐다.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 직업을 권하는가?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선뜻 추천하기 어렵다. 하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이루며 사는, 가치지향적인 삶을 살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직업과 신념이 일치하는 삶’이라는 표현 그대로다.

홍나희 \ 정서영 \ 김현지 | WWF

파트너십팀 오피서, 88년생 \ 기후에너지팀 오피서, 86년생 \ 해양팀 오피서, 93년생

1961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세계적인 비영리 환경보전기관으로 세계 100여 개국에서 활동한다.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미래를 위한 의식 고취에 힘쓴다. 한국본부는 2014년 공식적으로 설립되었다. 

왜 WWF를 지원했나?
WWF는 지구 환경문제에 대해 정부와 기업, 다른 기관들과 함께 협력해가고자 한다. 기업은 자연자원의 가장 큰 소비원이기에 그 방향성에 크게 공감했다. 실제로 단순히 감정적으로 환경운동에 참여하기를 호소하는 게 아니라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현실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또한 역사와 규모가 있는 단체라는 점도 동기가 됐다. 1961년 설립되고 100여 개국에 지부가 있는 만큼 환경에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공부하고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많이 있을 테니까.

환경 단체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나?
가치관과 부합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우리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니 자연스럽게 지구 환경 전반과 생물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를 효율적이고 지혜롭게 다루기 위해 힘쓰는 단체에 관심이 생겼다.

일하는 환경에서 WWF만의 특이 사항이 있다면?
특정 규율은 없다. 자율적으로 텀블러나 스테인리스 빨대를 사용한다. 행사를 하더라도 환경적 영향이 큰 소고기보다 탄소 배출이 적은 재료 위주의 식단을 제공한다. 환경문제는 서로에 대한 배려로 좌우되기에 사무실 내에서도 특정 방식을 강요하기보다는 서로 배려하는 문화를 가질 수 있도록 개개인이 노력하고 있다.

실제 어떤 업무를 하는가?
정서영 기후·에너지팀은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목표로 한다. 특히 기업들이 과학 기반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도록 설득하는 데 집중한다.
홍나희 기업파트너십팀은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솔루션을 제안한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자연보전 활동이 옳은 가치인 것을 넘어, 기업에게 실질적인 이윤을 가져다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결국 소비자로부터 오는 것이기에 소비자 캠페인과 인식제고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김현지 해양팀은 어린 물고기를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혼획으로 인한 멸종위기종 해양포유류의 현실을 대중에게 알리고 국내외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위해 정부 및 국제기구와 협업하고 있다.

요즘 WWF의 주력 활동은 무엇인가?
플라스틱 저감활동과 지속가능한 패션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들이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가장 강한 분야인 동시에 비즈니스 과정이 바뀐다면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해양 쪽으로는 한국의 토종고래이자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에 취약종으로 등록된 ‘상괭이’의 혼획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환경운동의 가능성을 믿는가?
WWF 보고서의 문구가 생각난다. ‘현 세대는 인류의 역사상 처음으로 자연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인류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목격했다. 또한, 현 세대는 동시에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다.’ 환경운동은 바로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장기전이지만 책임감과 희망을 갖는다면 분명 해결의 열쇠를 찾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또한 환경운동은 가능성의 여부를 떠나,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으로서 행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환경운동가라는 직업이 힘든 적은 없었나?
확실히 스스로를 검열하는 경우도 늘었고 주변의 시선도 느껴진다. 하지만 힘들다기보다는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떤 과정을 통해 생산되는지 잘 모르지 않나. 들어가는 에너지, 배출하는 탄소의 양, 환경적 영향 등 소비되는 자연자원에 대해 공부할수록 더욱 친환경 저탄소 제품 소비를 늘리고자 한다.

일을 하며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
다른 누군가와 함께 활동할 때 보람을 느낀다. 기업 임직원과 함께 유해 식물을 제거하는 봉사활동을 가거나,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교육을 진행할 때가 그랬다. 그리고 한국의 상괭이에 관한 보전 안건이 WCC(세계자연보전총회) 안건으로 상정되었을 때도 뿌듯했다. 어떤 인식이 확산되었다는 걸 실감하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환경보호를 위한 첫걸음으로 추천하는 것은?
소비 패턴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환경운동을 시작할 수 있다. 내가 쓰는 물건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어떤 과정을 거쳤을지 생각해본다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게 환경운동의 출발점이다.

고치려 노력하는 습관이 있다면?
소비와 폐기물을 줄이려 한다. 필요한 물건은 가급적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이나 수산물의 경우 지속가능한 인증제도인 ASC, MSC를 획득한 것인지 확인한다.

가장 최근 관심 있는 이슈는?
미세플라스틱 이슈다. 우리가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 양을 합치면 일주일에 신용카드 하나 정도가 된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본다면 시급하고 중요한 이슈다. 그리고 밀레니얼과 Z세대의 소비패턴도 흥미롭다.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보여주기 위해 얼마큼의 지불용의가 있는지, 이러한 ‘가치소비’가 패션 산업에서도 지속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직업을 권하는가?
Why not? 관심만 있다면 충분히 멋진 일이다.

김지은 | 환 경 재 단

커뮤니케이션 팀장, 87년생

사람들의 소비나 문화에 대한 욕구를 환경적인 부분으로 전환하고자, 문화적인 접근으로 환경운동을 시도한다. 재단 창립과 동시에 ‘서울환경 영화제’를 만들어 18년째 주요사업으로 진행하며 그 외에도 친환경 페스티벌, 문화교육 등 환경운동을 문화의 한 부분으로 풀어가고 있다. 

왜 환경재단을 지원했나?
전에는 온라인 마케팅 회사에 다녔다. 환경에 관심이 생긴 이후로 관련 단체를 찾아보고 있었는데 그중 환경재단이 다른 곳과는 달리 문화사업을 많이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문화 쪽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이런 식으로도 환경운동을 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누군가에게 아주 가볍게라도 인식을 전환시키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환경 단체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나?
환경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고리타분한 남의 문제라고 여겼던 거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6개월 정도 배낭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처음 몰디브에 갔을 때 그곳에서 봤던 산호초를 다시 보고 싶어서 3개월 후에 다시 찾았다. 그런데 산호초가 다 죽어 있더라. 고작 3개월 만에 그 많던 산호초가 전부.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수온이 높아져 그렇게 됐다는 말을 듣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 돌아온 후 계속 생각하게 되더라.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어떤 문제인지. 그렇게 현실을 알게 됐다.

요즘 환경재단의 주력 활동은 무엇인가?
재단 자체 사업 중에서는 ‘서울환경영화제’와 ‘그린보트’가 가장 크다. 특히 ‘서울환경영화제’는 세계 3대 환경영화제이자 국내 유일의 환경 영화제다. 영화라는 대중적인 콘텐츠를 통해 공존의 가치를 전달하려 한다. ‘피스&그린보트’는 일본의 피스 보트(Peace Boat)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한일 양국 참가자가 한 배를 타고 아시아 곳곳을 여행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하는 장이 마련된다. 평화와 환경이 따로 떨어진 가치라 생각하지 않는다. 전쟁의 상흔, 혹은 핵전쟁에 관한 부분이 환경문제와도 결부되어 있기에 여러 가지 관점에서 환경문제를 다루고 있다.

숲을 복원하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고.
해외 에코빌리지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던 ‘맹그로브 캠페인’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식목 캠페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마존에 밀림이 있다면 아시아에는 방글라데시의 순다르반 지역이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2013년 유조선 침몰로 그 일대 생태계가 다 망가졌다.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으로 탄소배출량을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데 맹그로브는 다른 나무보다 4~5배 정도 많은 탄소를 흡수한다. 실제로 많은 과학자들이 탄소를 흡수하는 방법 중 하나로 맹그로브 숲을 복원하는 걸 추천하고 있다.

입사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입사할 때만 해도 비건식이라든지 채식, 기후위기 문제들이 소수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점점 동물권이 성장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는 동료가 많아졌다.

환경에 대한 관심도 달라졌다. 변화를 실감하나?
기후위기의 경우 사람들은 과학적 근거보다 피부에 와 닿는 변화에 반응한다. 미세먼지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서야 문제의 원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지 않았나. 재작년 중국이 전 세계 쓰레기 수입금지를 발표하며 일어났던 쓰레기 대란이나 최근의 호주 산불 문제도 마찬가지다. 원래 산불이 잘 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만약 지하수가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번지지는 않았을 거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너무나 나약한 존재이고 이런 일이 언제나 닥칠 수 있는 문제라고 이제야 조금씩 심각성을 느끼는 것 같다.

환경운동의 가능성을 믿는가?
환경운동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업으로서의 문제도 아니고 모두가 기본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하는 때다. 이건 생존에 관한 문제이니까. 누구든 자신의 삶에서 바꿔나갈 수 있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
많은 것을 접할수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라는 생각에 무기력함이 들 때는 있지만 직업 자체를 후회한 적은 없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사과나무를 한 그루라도 심겠다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있다.

일을 하며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다.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고 채식을 시작했다거나 환경보호 활동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뿌듯하다.

환경보호를 위한 첫걸음으로 추천하는 것은?
지금 만들어진 것 안에서의 자원 순환을 시도하기. 이를테면 순환경제인 셈인데 거창한 게 아니라 전기 잘 끄고 LED전구로 교체해서 전기사용량을 줄이는 것도 포함된다. 나아가 가정용 태양광 발전기 등을 통해 에너지 자립을 하는 것도 추천한다. 그리고 내가 소비하는 게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한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이 생산되고 버려지고 있다.

그래도 쇼핑을 하고 싶어질 때가 있지 않나?
이젠 옷을 거의 안 사는데 사고 싶어질 땐 중고거래 마켓을 이용한다. 망원동에 ‘마켓인유’라고 대학생들이 만든 마켓이 있다. 한번 들러보면 꽤 놀랄지도 모른다. 거의 새 옷이나 다름없는데 힙한 옷이 꽤 많아서.(웃음)

가장 최근 관심 있는 이슈는?
4월 15일에 선거가 있다 보니 기후위기, 환경문제에 대한 정책으로 어떤 게 나오나 살펴보고 있다. 시민과 단체의 역할이 중요한 부분이다. 작년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 금지 정책도 그렇게 이루어질 수 있었으니까. 정부의 강력한 정책이 없으면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누가 어떤 정책을 가지고 나오는지 잘 살피고, 투표를 통해 권리를 행사하고, 나중에 이행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람이 더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가장 알리고 싶은 이슈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방류 문제. 만약 이대로 둔다면 오수가 올림픽 이후 그대로 바다에 방류될 것 같다. 일본 입장에서는 그게 가장 저렴하고 단기간에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그렇게 되면 5대 연안이 다 피폭 지역이 되는 거다. 그 오염수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사람에게 어떤 피해로 돌아오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원전 오수 방류를 막고 공론화하는 데 7월 까지 총력을 다하려 한다.

이 직업을 권하는가?
직업으로 삼지 않더라도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스피커가 된다면 활동가와 다름없다. 그래서 환경운동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꼭 직업의 영역으로 들어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고 본질적으로는 본인의 일 안에서 어떻게 환경문제를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더 확장성 있다.

현지원 | GREENPEACE

오션 프로젝트 리드, 92년생

1971년 설립된 독립적 국제 환경단체로 환경보호와 평화를 위해 비폭력 직접행동의 방식으로 캠페인을 진행한다. 현재 50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1997년부터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나가고 있다. 

왜 그린피스를 지원했나?
거창한 포부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내가 정신적으로 편안한 일을 하고 싶었다. 나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나의 아웃풋에 스스로가 공감하고 설득되는 일 말이다.

환경 단체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나?
원래도 환경에 관심이 있긴 했지만 동식물을 좋아하는 정도였다. 큰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조금씩 관심이 커졌다. 사소한 일이지만 당시 류준열 배우를 좋아했는데 마침 그린피스 후원을 시작한 게 아닌가. 왠지 그래서 더 호감이 생겼던 것 같기도 하고.(웃음)

일하는 환경에서 그린피스만의 특이 사항이 있다면?
일회용품이 거의 없다. 물티슈, 플라스틱 컵, 종이컵, 키친타월 등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권하고, 해외 사무소와의 회의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경우 역시, 되도록이면 온라인 화상 회의로 대체한다. 프린트 종이는 재생 종이, 만약 캠페인 때문에 티셔츠 등 물품을 제작해야 할 경우에는 친환경 제작이 가능한 제품을 우선시한다.

실제 어떤 업무를 하는가?
해양 캠페이너로서 서울사무소에서 진행하는 해양 캠페인 전반을 기획하고 이끈다. 글로벌 기구이다 보니 캠페인 또한 글로벌, 로컬로 나뉜다. 서울 사무소의 존재 이유가 한국 사람들에게 환경문제를 알리기 위한 것이니 주로 국내를 타깃으로 진행하는 편이다.

남극도 다녀왔다던데.
캠페인의 일환으로 2018년 2월쯤에 다녀왔다. 남극에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는 안건을 앞둔 회의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는데 우리가 직접 가서 남극이 어떤 식으로 위협을 받고 있는지 담아오고자 했다. 그린피스뿐만 아니라 현장을 빠르게 전달할 여러 매체의 기자들,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갖는 셀러브리티도 참여했다.

남극은 어땠나?
한 달 내내 배에 있었다. 얼음이 녹아내리는 건 수시로 봤는데 그때는 조금 헷갈렸다. 2월의 남극은 한여름이니 이렇게 녹아내리는 게 정상인 건지 잘 모르겠더라. 그런데 올해는 수치로 확실히 발표가 되었다. 남극 기온이 최초로 20℃가 넘었고 지구온난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리고 남극의 물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남극은 이제 더 이상 청정 지역이 아니다.

요즘 그린피스의 주력 활동은 무엇인가?
공해의 보호구역을 만드는 것. 특정 국가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공공의 해역은 관리가 엉망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해양에서는 불법 어업을 해도 적용할 수 있는 규제가 없고, 담당하는 기구가 있더라도 책임감을 갖고 관리하지 않는다. 해양생물을 보전하고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해양의 30% 이상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야 한다.

입사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전에 다녔던 회사는 아주 보수적이었다. 민낯도 안 되고 청바지도 못 입었으니까. 그런데 여기는 하와이언 셔츠도 입을 수 있다.(웃음) 무엇보다 수평적인 문화이다 보니 상사에게도 편하게 의견을 낼 수 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자기 의견을 잘 전달하고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 처음에는 그렇게 목소리를 내는 게 어려웠는데 지금은 자연스러워졌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언론에서 환경을 다루는 보도의 양이나 깊이를 볼 때 실감한다. 이미 언론에서 다룬다는 건 사람들의 관심과 인식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굉장히 고무적인 변화라고 본다. 그러나 계기가 된 이슈들이 비극적인 일들이라는 점은 안타깝다.

환경운동의 가능성을 믿는가?
믿는다. 최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대표 래리 핑크는 매년 전 세계 기업들의 CEO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높은 위협을 가하는 곳에는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석탄 등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사업에서 발을 빼겠다는 거다. 물론 에너지 회사에 한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이 편지가 나가고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세계 기업들에서 앞다투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을 발표했다. 문제의 심각성이 자본의 흐름까지도 바꾸고 있다. 물론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과감하게 탄소 배출을 줄여야겠지만, 인류는 지금까지 많은 것들을 해왔고 환경운동 또한 가능하다고 믿는다.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
없다. 누구나 태어나서 누구나 죽는다. 살아가는 동안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게 되는데 조금 더 큰 것을 위해서,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댓글로 욕을 먹어도 후회하지 않는다.

대체 어떤 욕을 하길래?
터무니없는 말이 많다. 정부나 기관,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해당 단체를 비호하는 캠페인을 벌인다는 식이다. 어떤 설명을 해도 이미 정해놓은 프레임을 씌워버리니 반박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
시민 단위에서 반응이 올 때. 유럽은 멸종저항 운동처럼 기후위기에 있어서는 더 앞서가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그런 변화가 국내에 소개되기도 하지 않나. 그만큼 관심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또 그레타 툰베리의 영향으로 학생들이 직접 거리에 나가 기후변화에 대해 외치는 모습을 볼 때 희망을 갖게 된다.

환경보호를 위한 첫걸음으로 추천하는 것은?
뭐든 궁금해하고, 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많은 환경 캠페인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다기보다는, 이전에 몰랐던 문제를 알리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나면 태도와 생각의 변화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이를 닦다가 ‘치약 속 미세한 알갱이들은 어디로 갈까’,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질까’ 등의 의문을 갖고 찾아보다 보면 바다로 흘러 들어가 물고기의 먹이가 된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물건이나 서비스 중 내 눈앞에 당장 보이지 않지만 이게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어떻게 처리될까 이런 걸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한 인식이 발전할 수 있다.

가장 알리고 싶은 이슈는?
바다가 지구 표면의 71%, 공해가 바다의 62%다. 결국 공해가 지구의 절반이나 다름없는데 그중 1%만 보호받고 있다. 땅에는 보호된 구역이 많은데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니다. 보호구역을 만들어놓으면 생태계가 번성하는 게 과학적으로 증명되기도 했고 보호구역 내에서 번성한 생물들이 해양 전반을 풍요롭게 만든다.

이 직업을 권하는가?
자원봉사와 비슷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일하는 만큼의 보수를 받는 직업이다. 또한 환경뿐 아니라 인권, 성차별 등 의식 전반에 있어 앞서가는 사람들이 많다. 나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더라도 회사가, 이 단체가 나를 보호해줄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래서 환경운동을 경험해보고 싶고 관심이 있다면 직업으로서도 추천하고 싶다.

    에디터
    정지원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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