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값을 톡톡이 해내는 게임들

유료결제를 망설이지 않는 어른이 되었으니 조이스틱을 놓을 일은 없다. 모바일부터 콘솔까지, 제 값을 톡톡이 해내는 게임들.

<전염병 주식회사>

PC, 스마트폰 | 게임팩 1만6천원 앱 9백원

2012년 제작돼 누적 다운로드가 5천만 건을 넘을 정도로 여전히 인기가 많은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질병을 퍼트려 모든 인간을 멸종시키는 스토리로 코로나19가 발발함에 따라 전염병에 대한 이해를 돕는 효과도 있다. 난이도에 따라 설정이 달라지는데 실제 질병이 전염되는 환경을 현실적으로 반영했다. 쉬운 난이도에서는 아무도 손을 씻지 않고 의료 연구진 역시 태만한 데 비해 어려운 난이도에서는 사람들이 강박적으로 손을 씻으며, 환자들을 격리하며 의사들은 집에도 가지 않은 채 치료하는 식이다. 국가의 기술력과 문화 배경, 기후 등 전염병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꽤나 복잡하게 얽히기에 신중하게 전략을 세워야 한다.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며 다시 주목받은 만큼 WHO와 협력해 전염병 확산을 막는 모드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닌텐도 스위치 | 게임팩 7만4천8백원 

2년 전 닌텐도 스위치 독점으로 출시돼 당시에도 혁신적인 게임으로 평가받으며, 지금까지 1600만 장 넘게 판매된 명작이다. 용사가 악의 세력을 봉인하고 공주를 구하는 판타지 월드라니, 1980년대부터 이어져오는 시리즈 게임인 만큼 세계관은 고전적이다. 그저 광활한 초원에 말 한 마리와 함께 떨어질 뿐, 몇 시간이 지나도 어떤 식으로 플레이를 하라는 지령이 전혀 없다. 그러나 그 어떤 가이드도 없기에 누릴 수 있는 자유는 늘어났다. 시작하자마자 최종 보스를 깨도, 마지막까지 깨지 않아도 전혀 문제없는 유일한 게임이 아닐까. 날씨는 설정의 섬세함을 보여주는데, 특히 비 오는 날은 금속으로 된 무기를 들지 말 것. 번쩍이는 낙뢰를 맞고 싶지 않다면!

<모여봐요 동물의 숲>

닌텐도 스위치 | 게임팩 6만4천8백원 

거리는 어느 때보다 한산한 시기이지만 ‘동숲’은 오픈하자마자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정판 에디션이 빠른 속도로 완판되었을 뿐만 아니라 게임 발매와 동시에 닌텐도 스위치가 없는 사람조차도 콘텐츠의 세세한 부분을 알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시기와 겹친 한때의 유행으로 여기기엔 그동안 스위치용 버전을 기다려온 팬층이 있는, 매력이 확실한 게임이다. 나의 집이나 옷을 커스텀하는 것은 물론 섬의 지형까지도 바꾸는 등 이전의 시리즈보다 자유도가 확연하게 높다. 덕분에 동숲 패션위크나 점술집, 횟집처럼 콘셉트 자체가 다양한 섬을 구경할 수 있게 됐다. 기존의 주민을 내쫓고 원하는 NPC를 우리 동네 주민으로 만들기 위해 나름의 치밀한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고. 사실, 무엇보다 귀엽지 않나. 세상 그 어떤 것도 귀여운 걸 이길 수는 없으니 이미 끝난 게임이다. 문제는 중국의 생산공장이 문을 닫으며 스위치가 현재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는 것. 4월부터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이미 웃돈을 주고 거래되는 ‘스위치 프리미엄’ 현상이 진정될지는 의문이다.

<스플래툰2>

닌텐도 스위치 | 게임팩 6만4천8백원 

컨트롤은 자신 없지만 덜컥 콘솔게임이 탐나 스위치를 구매했다면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캐주얼 게임이다. 기본적인 게임의 룰은 땅따 먹기와 비슷하다. 제한된 시간 동안 한정된 공간을 두 개의 팀이 각기 다른 색으로 페인트칠하며 돌아다닌다. 상대가 지나간 곳을 내가 새롭게 덮어버릴 수도 있고 우리 팀 색깔에서는 훨씬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종료시점에 색깔 영역이 더 넓은 팀이 승리한다. 컨트롤이 까다롭지 않은 데 비해 경쾌한 리듬감과 청량한 타격감을 즐길 수 있어 중독성이 꽤 높다. 음악에 맞춰 페인트를 폭발시키듯 터뜨리고 페인트길을 찰박거리며 유영하다 보면 경기의 승패를 떠나 그 순간만큼은 스트레스가 풀린다. 폭력성과 선정성이 높지 않더라도 유쾌하게 액션의 쾌감을 즐길 수 있는 모범적 사례.

<마인크래프트>

닌텐도 스위치, XBO, PS4, PC, 스마트폰 | 게임팩 3만원, 앱 8천9백원

2009년 별안간 나타난 게임 시장을 뒤흔들어놓은 인디게임은 5년 뒤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되어 현재는 콘솔로든, 모바일로든 단연 메이저 게임으로 자리 잡게 됐다. 샌드박스 게임으로 일컬어지는 장르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모래사장에서 뭔가를 자유롭게 만들며 즐기는 게임이다. 다만 ‘마크’의 밤에는 몬스터가 출몰한다. 그렇기에 어두워지기 전까지 주변으로부터 여러 자원을 얻고 가공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집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나무와 부싯돌을 합치면 횃불이 되는 등, 창의적인 재료 합성 공식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정육면체 픽셀그래픽은 너무 투박한 나머지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설계하기엔 최적의 구조이기도 하다. 어릴 적 레고로 풀지 못한 한을 풀어내는 듯한, 재능낭비에 가까운 건축물을 보고 있자면 게임을 새로운 예술 장르로 여기는 관점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RUSTY LAKE HOTEL>

PC, 스마트폰 | 게임팩, 앱 2천5백원 

안개 낀 호수를 품고 있는 호텔에 동물인간들이 모여든다.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밝혀지는 미스터리와, 단서를 얻기 위해 퀴즈를 풀어내야 하는 구성은 방탈출과도 비슷하다.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의 드라마로부터 영감을 받아 잔혹동화를 연상시키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독특한 스토리로 견고한 팬층을 형성한 시리즈 게임이다. 단편 게임으로도 훌륭하지만 이전 출시된 ‘큐브 이스케이프’ 시리즈를 모두 거쳐오면 마치 연작소설을 읽어가는 듯한, 묘한 연결고리를 찾는 즐거움이 더해진다.

<저스트 댄스 2020>

닌텐도 스위치, XBO, PS4, 스마트폰 | 게임팩 5만5천원

인간 관계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함께 저스트 댄스를 한 사이와 그렇지 않은 사이. 누군가와 저스트 댄스를 아예 안 할 수는 있어도 한 번만 할 수는 없다. 오른손에 컨트롤러를 쥐고 음악에 맞춰 화면에 떠오르는 모션을 그대로 따라 춰보자. DDR의 온몸버전이라고나 할까. 박치든 몸치든 일등을 노릴 수 있는 마법의 춤판이 벌어진다. 혹시나 컨트롤러가 부족하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핸드폰에 앱을 다운하고 간단하게 연동시킬 수 있으니 최대 6명까지도 함께할 수 있다.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어두는 것은 필수. 우울할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는 긴급처방약이 될 것이다. 초보자에게는 ‘워터 미’를 추천한다. 흥 넘치는 팬더와 함께 춤을!

    에디터
    정지원 
    포토그래퍼
    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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