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의미 있는 음식이란 무엇일까?

우린 먹는 것에 대해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곤 한다. 먹는 것이야말로 건강과 직결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식은 약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강박관념이 몸에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 진정으로 의미 있는 음식이란 무엇일까?

여기 두 가지 진실이 있다. 첫째, 사람들은 의약품을 맹신한다. 항우울제, 항생제, 다이어트 약 등을 포함해서 말이다(미국에서는 1999년부터 2014년까지 항우울제 복용이 64%나 급증했고, 현재 54% 이상의 여성이 다이어트 약을 규칙적으로 복용 중이다). 둘째, 음식에 대한 불신이다. 음식이 우리 몸을 병들게 하거나 살찌우게 한다는 인식이 은연중에 깔려 있다. 이러한 성향이 결합되어 하나의 철학으로 거듭났다. 바로 음식을 약으로 다루게 된 것!

올해 초 영국 리즈 대학과 요크 대학에서 실시한 ‘Lettuce be Happy’라는 연구를 주목하자. 과학자들은 과일과 야채를 먹는 양과 횟수를 기준으로 웰빙 점수를 측정했는데, 하루에 한 끼 채식을 하는 것만으로도 한 달에 7~8일 산책하는 것만큼 정신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 연구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영양 정신의학(Nutritional Psychiatry)’의 일부로, 식품과 정신건강 사이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핵심은 음식이 정신건강에도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 것. 터프츠 대학의 연구원들은 빈곤 지역에 과일과 채소를 처방하는 것만으로도 수백만 건의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1천억 달러 이상의 건강관리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음식을 약으로 여기는 건 특정 음식을 비하하거나 신성화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음식에 관한 애증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으니 말이다. 한때 저지방 식단에 열광했던 모두가 지금은 케토 다이어트, 팔레오 다이어트 등의 고지방 다이어트를 찬양하는 것을 생각해보라. 우리는 저지방에서 고지방 식단으로, 그리고 이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항산화 식단의 단계로 넘어가려 애쓰고 있다. 당신이 어느 쪽을 선호하든 음식에 의학적 견해를 입힌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음식은 그 무엇보다도 생명 유지와 즐거움의 원천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행복한 식사

먹는 것은 행복, 에너지, 피부 등에 관여한다. 그중에서도 음식이 우리의 기분을 바꿔준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많은 연구가 식이요법과 우울증 사이의 연관성을 증명해왔는데, 특히 생선, 야채, 과일 등의 건강한 식단은 우울증 발생률을 낮춰준다.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연구 결과인데, 신선한 자연 식품에는 비타민과 항염 작용을 하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또한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95%는 우리 몸의 위장에서 분비되기 때문에 섭취하는 음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덕분에 신경세포들이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이다.

엄격한 식단의 함정

먹을 것만이 건강과 직결된 요소는 아니다. 평균보다 더 오래 사는 사람들이 있는 곳, 이를테면 그리스의 이카리아,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일본 오키나와를 떠올려보자. 이곳 사람들은 신선한 음식과 올리브 오일 같은 좋은 지방을 먹는다. 하지만 이들이 장수하는 데 기여한다고 알려진 행동 중 음식과 관련된 것은 콩을 많이 먹는 것과 80%의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만 먹는 것 두 가지뿐이다. 이 밖에 다른 요인으로는 매일 운동하고, 사회 공동체에 속해 활발하게 교류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특히 사회 활동은 웰빙에 특히 중요한 요소로, 갤럽 여론 조사에 따르면 행복지수가 높은 사람들은 대부분 하루에 6~7시간씩 사회적 교류로 시간을 보냈다. 이는 양배추 한 접시를 처방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캐나다 매니토바 대학 보건복지학부의 딜런 매케이(Dylan MacKay) 부교수는 몸매 유지를 위한 엄격한 식단은 건강에 해로운 식습관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종종 특정 음식을 제한할 때 욕구는 훨씬 더 강렬해진다. 애써 유지해왔던 루틴이 한꺼번에 무너질 위험도 크다. “음식은 단순한 연료가 아니에요. 게다가 질병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소비하는 것도 아니죠. 물론, 음식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약이 되는 건 아니에요. 이런 방식으로 음식을 바라보는 건 식사 자체를 스트레스 대상으로 바꿔버리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건강음식 집착증(Orthorexia Nervosa)’을 보이고 있으며, 심리학자들은 음식의 건강성에 극도로 강박을 보이는 이러한 증상을 식이장애 진단으로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 중이다.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강박

“우린 환상을 갖고 있어요. 올바르게 먹고 체중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질병을 막을 수 있다고 말이에요.” 안티 다이어트 플랜을 창시한 뉴욕의 심리학자 알렉시스 코너슨(Alexis Conason)의 말이다.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스스로 몸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죠.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건강의 많은 부분은 우리의 통제 밖에 있어요. 그래서 더 두려운 겁니다. 이러한 불안이 음식물 섭취 패턴을 어지럽히는 것이고요.” 그녀가 제안하는 해결책은 몸에 대한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알았던 신체의 감각을 다시 떠올려보세요. 우리 몸에는 타고난 지혜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거죠.”

매케이 교수는 음식을 약이나 처방전으로 여기는 마음가짐을 버리라고 말한다. “음식을 약이라 부를 때, 사람들은 빠른 치료법이나 엄청난 효과를 기대하니까요.” 뚜렷하고도 확고한 메시지다. 만병통치약이나 마법과도 같은 식단은 없다. 아마도 특정한 환자에 대해선 의학적 처방과 더불어 개별적으로 좀 더 엄격한 식단이 병행될 수도 있을 터. 어떤 누군가에게는 간헐적 단식이 맞을 수도 있고(시간대에 맞춰 식사를 하는 것은 뇌 건강, 장수, 체중 조절을 포함한 많은 이점을 줄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올리브 오일과 견과류가 가득한 지중해식 식단을 적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일단, 마음에 드는 건강한 음식을 적정량 섭취하되, 식사하는 동안 다른 계획은 모두 버려라. 본질적으로 먹는다는 건 스스로를 지치게 만드는 것이 아닌, 즐거움을 얻기 위한 소비니 말이다.

    에디터
    김민지
    포토그래퍼
    HYUN KYUNG JUN
    미셸 스테이시(Michelle Stac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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