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비즈니스 메일

일의 언어는 일상의 언어와 다르다. 간단하되 필수적인 메일 지식.

첫 출근 날 나를 당혹시켰던 것은 낯선 환경도 복잡한 업무도 아닌, 처음으로 써 보는 업무 메일이었다. 너무나 기본적인 나머지 물어보기에도 애매해 받은 메일함을 훑으며 눈치껏 써 내려가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이모지를 남발하지 않는 정도의 개념은 있었지만 ‘잘 쓴 메일’에 대한 개념은 부족했다. 누군가의 당혹감을 덜기 위해 첫 비즈니스 메일 쓰기에 있어 꼭 알아야 할 사항들을 모았다.

제목

거칠게 말하자면 제목은 전부다. 제목은 인사치레나 장식이 아니라 내용의 모든 것을 포괄하는 헤드라인이다. ‘안녕하세요’ ‘문의드립니다’가 전부인 메일을 우선적으로 열어볼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하루에도 수십, 수백 통의 메일이 드나드는 메일함이라면 해류에 쓸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도 할 말이 없다. 재기발랄한 카피를 쓰라는 것이 아니라 누가, 누구에게, 어떤 건으로 연락을 취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으면 충분하다. 제목 앞에 중괄호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회의], [공지] 등과 같이 사안을 강조할 수 있고, 타사에 보낼 경우 [업체명], [매체명]을 표기해 가독성을 높일 수 있다.

참조

낯설어도 필수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 참조다. 책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에서 박소연은 참조에 대해 명확히 정리한다. “ ‘수신인’은 ‘당신에게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라는 의미이고, ‘참조’는 ‘알면 괜찮은 내용이다’라는 의미입니다. 부서 대 부서로 업무 요청을 할 때 직속 상사를 꼭 참조에 넣어야 합니다. 하지만 참조와 보고는 같지 않음을 명심하세요.” 상사를 참조에 넣었더라도 중요한 내용이라면 다시 정리해서 보고해야 한다. 또한 참조가 너무 길어질 경우, 수신자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을 경우 숨은 참조라는 기능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

본문

학창시절 반에 한두 명쯤 있던 필기왕들을 떠올려보자. 줄줄 쓴 서술형보다 챕터를 나눠 핵심 개념을 정리하고, 가장 중요한 내용에는 형광펜을 칠하거나 밑줄을 쳐놓는다. 메일도 다르지 않다. 잘 쓴 메일은 한눈에 봐도 깔끔하다. 항목별로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는가 하면 무엇보다 수신자가 가장 알아야 할 정보, 취해야 할 행동이 정확하게 전달된다.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하고 싶은 마음에 문장을 잔뜩 쏟아낸다면 돌아오는 것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묻는 문의 메일일 것이다. 분명히 써놓은 내용임에도 문의가 반복된다면 짜증을 내기보다 잘 읽히지 않도록 쓴 사람의 잘못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더블체크

메일은 기록으로 남아서일까. 잘못 쓴 게 무엇이든 실수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아찔하다. 오류가 있다면 발견하는 대로 정정메일을 보내면 되지만 실수가 잦다면 더블체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슬로워크 CEO 조성도는 이메일 발송 전 체크해야 할 사항으로 다음 7가지를 꼽는다.
1 받는사람, 참조를 제대로 썼는가.
2 제목이 내용을 잘 드러내는가.
3 파일을 첨부했는가.
4 오타와 비문, 틀린 맞춤법은 없는가.
5 수신자가 해야 하는 행동과 마감 시한 등을 명확히 제시했는가.
6 애매한 표현은 없는가.
7 이메일을 보내기에 적당한 시각인가. 이 중 자신이 자주 실수하는 항목이 있다면 더욱 유념해 확인해야 한다. 언제나 ‘수신자는 한가하지 않다’는 전제를 생각할 것.

회신

신입사원이 숱하게 하는 실수 중 하나는 회신을 빼먹는 것이다. 공지메일에는 회신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수신자가 구체적일 경우에는 꼭 자신이 확인했음을 알려야 한다. 회신의 기능은 확인을 확인시키는 것이기 때문. 이는 곧 자신이 읽었더라도 회신하지 않은 메일은 공식적으로는 읽지 않은 것과 같다는 뜻이다. 상사로부터 별개의 메신저 또는 구두로 지시를 받은 사항을 메일로 다시 수신하게 될 때도 회신은 필수다. 상대의 문의에 대해 자료와 시간이 필요해 바로 답변을 보내기 어려울 경우에도 일단 확인했다는 회신을 잊지 말자. 제대로 된 답을 바로 보내기 위해 시간을 소요한다면, 그것이 반나절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상대방에게는 연락두절일 뿐이다.

이런 요소들을 알고 의식적으로 신경 쓰기 시작하자 나의 발신 메일함의 모습은 조금 바뀌었다. 제목부터 깔끔하게 정리되었는가 하면 무엇보다 상대로부터 오는 문의메일이 현저하게 줄은 게 가장 큰 변화다. 여전히 실수를 할 때도 있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업무메일 매뉴얼의 틀이 잡히자 빈 화면을 바라보며 흘려보냈던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되었다. 비즈니스 화술 서적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의 저자 박소연은 일의 언어가 일상의 언어와 다르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달변과 달필일지라도 업무상의 언어까지 잘 다루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다면 배우고 쓰고 익히면 그만이다. ‘일잘러’의 길은 생각보다 험난하지 않다.

    에디터
    정지원
    포토그래퍼
    HYUN KYUNG JUN
    참고도서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박소연, 더퀘스트. <일잘러를 위한 이메일 가이드101> 조성도,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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