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림-예리
어디에도 휘둘리지 않은 채 영향 바깥에서 명랑하게 씩 웃고 마는 하나뿐인 나, 예리.
오늘 인터뷰가 있다, 그럼 어때요?
인터뷰 좋아해요. 최근엔 코로나 때문에 서면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모처럼 이렇게 이야기 나누니까 좋아요. 인터뷰가 되게 많이 도움이 되거든요.
어떤 부분에서요?
인터뷰라는 게 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잖아요. 대화가 끝나고 집에 가면서 여러 생각을 해요. 저를 돌아보거나 정리하는 거죠. 이 일을 하려면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지켜내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도움이 많이 돼요.
그건 마찬가지네요. 인터뷰를 진행하는 인터뷰어도 끝나면 많은 생각을 해요. 상대의 말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반성하기도 해요.
그거 되게 좋네요. 아주 복합적인 것들을 주고받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인터뷰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꿈이 하나 있는데요. 언제라고 딱 말할 순 없지만, 언젠가 꼭 책을 쓰고 싶어요. 책 읽는 걸 좋아하거든요. 글 쓰는 것도,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뭘 쓰고 싶어요?
처음 책에 흥미를 갖도록 해준 게 소설이에요. 그러니 뭘 쓰게 된다면 시작은 소설이 아닐까 싶어요. 뻔한 걸 쓰고 싶진 않아요.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거.
그게 뭘까요?
호러나 추리물 어때요? 제가 은근 그런 장르물을 좋아해요.
예상 밖이긴 하네요. 명랑한 로맨스를 쓰고 싶다고 말할 줄 알았어요.
근데 갑자기 호러가 나왔으니. 흐흐.
이런 순간 반성해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예리’의 ‘이미지’만으로 당신을 판단하려고 했어요. ‘예리는 솔직하다’. 이 말은 어때요?
그건 맞는 말 같아요. 갈수록, 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더라고요.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일종의 가면이 필요할 때도 있어요. 근데 전 그게 싫었어요. 전에는 불편한 사람 앞에서는 그걸 다 티내곤 했어요. 애써 감추는 게 가식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지금은 좀 달라요.
어떻게요?
우선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말할까? 왜 저렇게 행동하지?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해요.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땐 그냥 인정이라도 해요. 무조건 밀어내는 것보단 낫더라고요.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나면서 그렇게 된 거 같아요.
그럼 비밀은 어때요? 당신은 비밀이 많은 사람인가요?
글쎄요. ‘케바케’인 것 같은데요. 굳이 알려져서 좋을 게 없는 것들이 있죠. 어쩌면 그게 저의 비밀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누구에겐 비밀인 게 누구에겐 아무것도 아닐 수 있어요. 비밀의 묘미죠.
맞아요. 처음 연예인이 되고 바깥으로 보여야 할 것과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게 벅찰 때가 있더라고요. 모든 말과 행동을 하기 전에 그 과정을 거쳐야 했으니까요. 어느 순간 말문이 막히더라고요. 차라리 그게 편할 때가 많았어요. 지금은 저도 능숙해졌는지 어디까지는 가도 되고, 어디서 멈춰야 할지 알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능숙’이라는 말이 적당하네요. 그 단계를 지나면 ‘자유’로워질지도 모르죠.
제 직업 자체가 늘 막연한 불안이 함께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자연스럽게 안으로 파고드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죠. 내가 나를 잘 알면 그래도 좀 안정적일 거란 믿음을 가지고 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균형이 중요하더라고요. 일하는 동안 현실적인 생각을 해야 할 때는 확실히 그렇게 하고요. 쉴 때는 온전히 쉬려고 해요.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스스로 ‘단짠단짠’을 주는 거죠. 아, 이거 말고 뭐 더 멋진 표현 없을까요?(웃음)
충분해요. 모두에게 ‘단짠단짠’은 필요하거든요.
옛날에는 제가 저 자신에게 만족하는 게 좀 싫었거든요? 그게 무슨 마음인지 아직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오글거리기도 하고. 근데 때론 당근이 필요하더라고요. 요즘엔 제가 저를 참 많이 좋아하고 있어요.
그 확신이 이렇게 보여요. 되게 선명히.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죠, 요즘.(웃음)
지금 스물둘이죠? 스물과는 또 달라요?
지나고 나서 생각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모두 다 그렇듯이 참 힘든 해였죠. 제 목 뒤에 ‘Stability’라고 새긴 타투가 있어요. 안정감이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 마음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냥 그러고 있을 순 없으니까 시작한 게 유튜브예요. 직접 만날 수 없는 팬들을 위한 선물이기도 했지만 제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요. 한결 나아지더라고요. 안타깝고 힘들었지만, 덕분에 많은 걸 다시 생각한 해였어요.
이제 어른이 된 것 같아요? 좀 막연한가요?
열아홉에서 스물이 될 무렵 진짜 많이 받은 질문이 ‘스무 살 되면 뭐 하고 싶냐’는 거였거든요. 백 번도 넘게 들은 거 같아요. 그 답으로 만든 첫 자작곡 제목이 ‘스물에게’예요. 도대체 스물이 뭐길래? 열아홉의 마지막 날과 스물의 마지막 날이 뭐가 그렇게 다를까요? 전 잘 모르겠어요. 행복도 그렇잖아요. 진짜 행복이 뭔지 정답을 찾으려 한다거나 규정하려 들면 너무 어려운 거죠. 의미도 없고요. 언젠가 메모장에 ‘따뜻한 어른이 되고 싶다’는 문장을 적어두긴 했어요. 그때 진짜 어른이 되어 있겠죠.
2년 전 딱 이맘때 베를린에서 배우 김태리를 인터뷰했는데 비슷한 말을 했어요. ‘어떤 해도 자신의 인생에서 특별한 해로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라고요.
와, 저 지금 소름 돋았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가 김태리 씨거든요. 지금 그 말 인터뷰에 꼭 써주세요. 너무 좋아해요. 으아. 언젠가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웃음)
또 누굴 좋아해요?
켄달 제너요! 요즘 빠져 있어요.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좋아하는 데 이유가 필요할까요? 특유의 무드와 분위기가 좋더라고요. 스타일도 좋고. 과하지 않으면서도 쿨하고 멋있잖아요.
패션에도 꽂혀 있나 봐요?
부쩍 관심이 생겼어요. 한번 꽂히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라서 열심히 파는 중이에요.(웃음)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옷이 있잖아요. 다 직접 보고, 만지고, 입어보고 싶어요.
‘패션’과 ‘스타일’은 달라요. 당대의 잘나가는 옷을 걸치는 건 오히려 쉽죠. 하지만 ‘나만의 스타일’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진짜 공감해요. 저도 저만의 스타일을 갖고 싶어서 요즘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어요. 잘될 때도 있는데, 안 될 땐 진짜 안 되더라고요.(웃음)
스타일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머릿속에서 대못같은 실핀을 쉼 없이 뽑아내고 있네요. 거리낌 없는 그 태도가 되게 웃기고 좋아요. 이게 진짜 예리죠?
하하하. 마지막 촬영에 커다란 리본을 고정하느라 실핀을 많이 써서 그래요.(웃음) 그럼요. 이게 진짜 저죠. 솔직해요, 저. 근데 MBTI 해보셨어요? 혹시 INFP 아니에요?
맞아요. 어떻게 알았는지.
오 마이 갓. 저도 INFP거든요. 어쩐지 저랑 딱 맞더라고요. 저는요, 그거 진짜 과학이라고 봐요.(웃음)
스튜디오 호리 존 중앙이 마치 자기 집인 양 이렇게 앉아서 공간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큰 소리로 잘 웃는 당신은 어딘가 좀 다른 것 같아요.
뭐가 어떻게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담담하네요.
되게 기분 좋은 게 뭔지 아세요? 저 그렇게 되려고 엄청 많이 노력해요. 더는 제 감정에 휘둘리고 싶지 않아요.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진짜 그거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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