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들이 연말을 위한 여행지와 호텔을 추천했다. 각자가 선택한 공간에 개인적인 추억이 물씬 묻어난다. 여행과 호텔에 관한 그들의 이야기.

 

꿈의 숙소-1

리비아 퍼스
캄보디아의 송사(SONG SAA)
크메르어로 ‘연인’이라는 뜻의 송사는 그 이름만큼이나 드문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것은 바로 자연을 향한 순수한 사랑이다. 멜리타 헌터와 남편인 로리 헌터가 이 무인도를 발견했을 때, 그들은 곧 사랑에 빠졌고 이 섬을 아름답게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두 사람은 송사 재단을 설립하여 캄보디아 최초의 해양보호구역을 만들고 지역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진정한 의미에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송사는 다른 호텔과는 차별화되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곳이다. 이곳의 모든 물건이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직접 생산하거나 재활용해서 만들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직원들도 가족같이 친절해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한번은 아주 특별한 불교 의식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그때 호텔 직원들이 내 손목에 채워준 붉은 실이 그대로 있다. 그 실을 볼 때마다 이곳에서의 추억을 회상하게 되는데 늘 감사한 마음이 앞선다. 송사의 프라이빗 빌라는 혼자만의 시간을 완벽히 보장하는데,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바다를 바라보며 계속 수영만 하다 보면 이곳이 파라다이스라고 확신할 수밖에 없다. 송사에서의 식사는 흠잡을 데 없이 훌륭했다. 어느 날은 바닷가에서, 어느 날은 나무 아래, 어느 날은 수없이 많은 향초를 켜두고, 심지어는 수영장 한가운데서 식사를 한 적도 있다. 스파 역시 잊을 수가 없다. 바닷가 사찰 아래에서 스파를 받았는데 물소리와 새소리만이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이탈리아어 중에 ‘말 디 아프리카(Mal d’Africa)’라는 말이 있다. 아프리카를 떠나고 나면 그곳이 너무나 그리워서 병에 걸린다는 뜻이다. 호텔 직원들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송사를 떠나온 이후 남편과 나는 말 디 송사에 걸렸다. 다시 송사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린다.

 


IL SAN PIETRO ROOM KEY HOLDER - POSITANO
에디 레드메인

이탈리아 포지타노의 레 시레누세(LE SIRENUSE)
지포니 영화제 참석차 아말피 해안에서 1~2주 정도 머물러야 했을 때 많은 사람에게 추천받은 곳이다. 안토니오 세르살레가 아내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원래 가족의 여름 별장이었지만 그의 할아버지가 1951년 호텔로 바꾸었다고 한다. 레 시레누세 곳곳에서 안토니오의 호텔에 대한 열정과 고객에 대한 배려가 묻어난다. 절벽 꼭대기에 위치한 레스토랑은 아름다운 경치는 물론이고 담백하고 깔끔한 음식 맛을 자랑한다. 모든 객실의 침대맡에는 존 스타인벡이 1953년 레 시레누세에 머물렀을 때 포지타노에 대해 쓴 에세이가 놓여 있다. 스타인벡은 이 책에서 포지타노를 ‘머물 때는 현실 같지 않지만 떠나고 나면 비로소 현실로 다가오는 꿈의 장소’라고 극찬했다. 사방이 평화로운 이 호텔에는 두오모가 한눈에 들어오는 창문이 있는데 이 창문으로 밖을 보면 두오모가 마치 액자 속 그림처럼 보인다. 호텔에서 나와 선착장으로 가면 아름다운 보트를 탈 수 있다. 배의 닻을 내리고 지중해의 코발트빛 바다로 뛰어들었던 그 순간은 아직도 기억날 정도로 더없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꿈의 숙소-3

소피아 코폴라
이탈리아의 팔라초 마르게리타(PALAZZO MARGHERITA)
영화를 만드는 것과 호텔을 운영하는 데는 공통점이 있다. 아버지는 디테일을 잡아내는 영화감독의 센스를 발휘해 호텔마다 다른 분위기와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이탈리아의 남부, 베르날다에 자리한 팔라초 마르게리타는 1892년에 지어진 별장으로 증조부가 살았던 곳이다. 증조부가 이곳을 떠나 뉴욕에 온 것이 100여 년 전인데, 그래서인지 지금도 이곳에 있으면 다른 시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큰 나무 문을 열고 팔라초 마르게리타에 들어오면 마치 작은 에덴동산에 온 듯한 기분이다. 나는 주로 정원의 안쪽 뜰에 앉아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거나 가끔은 책 한 권을 들고 수영장으로 간다. 그러면 친절한 호텔 직원들이 자두, 살구 등 각종 과일과 얼음을 가져다준다. 뜨거운 여름날에는 신선한 참치에 각종 채소를 넣어 만든 샐러드와 파스타를 맛봐야 한다. 어머니가 근처 마을에서 사 온 아름다운 핸드메이드 접시에 담겨 나온다. 그러고 나서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영화 스튜디오의 이름을 딴 시나시타 바(Cinacitt Bar)에 자리를 잡고 앉아 아이스 커피를 마시며 바에서 흘러나오는 옛날 노래를 듣는다. 아니면 노베첸토(Novecento, 젤라테리아)에 들러 젤라토를 하나 사서 마을을 돌아다니는 것도 좋다.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객실은 4번 스위트룸이다. 이 방은 온통 핑크와 회색으로 꾸며져 있는데 객실 발코니에서는 안뜰이 보이고 욕실에는 발이 달린 이동식 욕조가 있다. 이처럼 팔라초의 모든 객실은 각각의 개성이 있다. 건축가 자크 그랑주가 조부모가 살았던 이곳을 호텔로 리모델링했을 때 아름다운 벽화, 섬세한 타일 장식, 천장의 프레스코화 등 원래 건물에 갖추고 있던 디테일을 대부분 그대로 살려두었다. 영화 스크린이 있는 응접실에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선정한 이탈리아 영화 컬렉션이 갖춰져 있다. 오래된 이탈리아 집을 개조해 만든 팔라초에서 오래된 이탈리아 영화를 보는 건 확실히 로맨틱한 일이다. 마치 다른 시대의 삶에 살짝 발을 디딘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말이다.

 

꿈의 숙소-4

케이트 모스
몰디브의 아밀라 푸시(AMILLA FUSHI))
나는 몰디브를 사랑한다. 아름다움, 평화로움, 대자연, 그리고 완벽한 프라이버시까지 갖춘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는 바다다. 이곳처럼 아름다운 바다는 세계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 식상하긴 하지만 아밀라 푸시를 표현할 때 천국 같다는 표현보다 더 적절한 말은 찾기 힘들다. 어떤 사람들은 몰디브에서 딱히 할 일이 없다고 하지만 아밀라 푸시에서 지내는 동안은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다. 이 아름다운 바다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바다거북과 상어와 함께 스노클링을 즐기고, 낚시를 하고, 석양이 지는 바다를 바라보고 온갖 종류의 해양 스포츠를 즐기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난다. 이곳에서는 생선요리가 특히 맛있다. 거의 매일 호텔 내 레스토랑 워크(Wok)에서 스시, 매콤한 맛의 참치회, 산호초에 서식하는 생선으로 만든 튀김 요리를 먹었다. 호주 출신 셰프 루크 망간이 운영하는 레스토랑도 갈 만하다. 아밀라 푸시는 혁신적 사업가 톰 맥러플린이 만든 곳으로 그의 훌륭한 감각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곳곳에서 느껴진다. 화이트톤의 인테리어는 모던하고 세련됐으며, 항상 미소를 짓고 있는 버틀러의 서비스는 너무나 만족스러워서 몰디브에서 돌아와야 할 때가 되면 그를 내 집으로 데려오고 싶을 정도다. 아니, 사실 그보다 아밀라 푸시에 평생 머무르며 화이트비치에서 피나콜라다를 마시고, 끝없이 이어진 에메랄드빛을 바라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꿈의 숙소-5

케이트 윈슬렛
스코틀랜드의 에일리언 쇼나(EILEAN SHONA)
대자연과 아늑함, 이 두 가지 사치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 에일리언 쇼나는 스코틀랜드 서쪽 해안에 위치한 아름다운 섬이다. 바네사 브랜슨과 로버트 덴버록스가 20여 년째 소유하고 있으며 1920년대에는 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가 이 섬에 머무르며 <피터팬>을 각색하기도 했다.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오고 싶어 하지만 쉽게 찾아올 수 없는 마법 같은 곳이다. 쇼나 섬에는 도로가 없기 때문에 여기에 들어오려면 차가 아닌 작은 보트를 이용해야 한다. 섬 안에는 사람들이 걸어 다니며 자연스럽게 난 길이 있지만 섬을 돌아다니면서 나만의 길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바네사와 로버트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쌓은 지혜가 쇼나 하우스에 다 녹아 있는데 이곳은 마치 한 발은 현재에, 나머지 한 발은 신비로운 과거에 두고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현대미술 작품이 고전미술과 조화를 이루고있고, 찬장에는 모로코에서 공수해온 접시가 수납되어 있으며, 바닥에는 마찬가지로 모로코에서 가져온 러그가 깔려 있다. 이곳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언덕에서 호수로 흘러 들어가는 개울 물소리, 골짜기를 지나가는 바람소리만이 들린다. 실내 구석에는 난롯불이 조용히 타고 있고 새하얗게 새로 단장한 주방에는 방금 구워 먹은 생선 냄새가 아직 남아 있다. 최상의 평화로움을 찾고 싶다면 더 멀리 갈 것도 없다. 휴대폰마저 터지지 않는 이곳이야말로 당신이 그렇게 찾아 헤맨 장소일 것이기 때문이다. 에일리언 쇼나는 지상낙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