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반려묘의 일상은 어떠한가요? 전지적 냥이 시점으로 살아가는 충성스러운 ‘냥집사’들에게 물었다. 예측할 수 없는 하루하루지만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그들의 따뜻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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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면 마징가Z 귀로 변신하는 꽁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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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파리 사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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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냥이 모드.

이정훈♥꽁냥

집사와 냥이 소개 사진을 찍는 이정훈과 겁 많은 ‘냥아치’ 꽁냥(5세). 어릴 때 데리고 와 집 안에서만 지내서 사회성이 없고 겁이 많은 덕에 큰 소리가 나거나 새로운 사람을 보면 멀리 숨는다. 하지만 조금 친해지면 할퀴고 물고 뜯기 시작한다. 주인도 주인으로 보지 않는다. 집사 인생이란 가끔 간식이나 밥을 주는 기계의 삶이 아닐까?
꽁냥이와의 첫만남 꽁냥이는 지인 스튜디오 계단 아래에서 숨어 지내던 막내 길냥이였다. 첫인상은 아주 작고 귀여운 아기 블랙펜서 같았다. 다만 형제들 사이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집으로 데려와 지금까지 동거묘로 살고 있다.
꽁냥이의 매력 길냥이 같지 않은 잘생긴 얼굴. 시크하지만 가끔 부리는 애교가 사랑스럽다. 직업 특성상 집에 늦게 들어가는 일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문 앞에 나와 반겨주면 너무나 행복하다. 주인의 발을 너무 좋아하는 습관도 있다. 발로 만져주면 골골송(기분 좋으면 그르릉거리는)을 부른다. 발을 잡고 놔주지 않기도 하고 물어뜯기도 한다.
꽁냥의 뇌구조 오직 간식으로 가득 차 있다. ‘나’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를 자기 아래 하등 생물이라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내가 간식 봉지 소리만 내도 멀리서 달려온다. 요즘 살이 쪄서 간식을 줄여야 하는데 큰일이다. 고양이는 주인이 집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사냥을 다녀오는 줄 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빈손으로 들어가면 실망할까봐 일부러 간식을 사 들고 가거나 들어가자마자 간식을 줄 때가 많다. 결국 꽁냥이는 뚱냥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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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잡고 싶은 냥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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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생길 때 짓는 표정.

꽁냥이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심심하지는 않았는지,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매일 물었을 것이다. 가끔 고양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다만 꽁냥이는 모든 대답을 “밥줘” “놀아줘” “간식줘” “화장실 치워줘”로 통일했을 것 같다, 슬프게도.
인간이 아닐지 의심되는 순간 주인이 슬프면 고양이가 위로해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새벽, 고개를 푹 숙이고 힘들어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머리를 쳤다. 고개를 들어보니 꽁냥이가 앞에 앉아 손으로 머리를 툭툭 치고 있더라고. 그때 큰 위로를 받았다.
꽁냥이의 최고의 말썽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왔더니 검은 고양이인 꽁냥이의 몸이 회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알고 보니 먼지가 가득한 싱크대 아래로 들어가 신나게 뒹군 것. 그 뒤에는 그토록 싫어하는 강제 목욕을 시켰다.
집사로 살면서 가장 큰 변화 직업의 특성상 집을 비우는 일이 많다. 하지만 집사 생활을 한 이후에는 아무리 일이 늦게 끝나더라도 집에는 항상 들러서 꽁냥이를 챙긴다.
함께 꿈꾸는 미래 아프지 말고 항상 건강하게 내 곁에 있어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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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틸다와의 첫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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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와 함께 하는 생일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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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도 까까 주세요! ”

송지영♥틸다

집사와 냥이 소개 캣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로얄 그로서리’를 운영하는 송지영과 말괄량이 틸다(4세). 얌전한 새침데기 같지만, 하는 행동은 주위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틸다와의 첫만남 어릴 때, 언니의 담임선생님이 키우시던 고양이 를 탁묘한 적이 있다. 반려동물이라면 강아지밖에 몰랐던 내게 고양이의 행동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그후 언니와 함께 독립하면서 틸다의 입양을 결정했다. 틸다의 첫인상은 마치 아기 천사 같았다. 뽀얗고 보송보송했다.
틸다의 매력 ‘쩍벌’ 자세로 벌러덩 누울 때 가장 귀엽다.
틸다의 하루 일과 새벽 5시 반이 되면 틸다는 화장실에 간다. 볼일을 본 후엔 치워줄 때까지 바닥을 긁으며 집사를 부른다. 화장실을 치우면 밥을 먹는다. 밥을 먹고 깨끗이 그루밍을 한 뒤 다시 잠이 든다. 내가 일어날 쯤이 되면 틸다도 일어나 간식을 요구한다. ‘앉아’ ‘손’ ‘하이파이브’ ‘예쁜 짓’ 같은 재롱을 보여주고 간식을 얻어먹는다. 오전 업무를 시작할 때쯤, 틸다는 놀아달라며 방해를 한다. 오후에는 가장 편한 의자를 하나 골라 벌러덩 누워 코를 골며 낮잠을 잔다. 저녁이 되면 슬슬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밥상 앞으로 간다. 저녁 식사가 끝날 때쯤에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어야 한다.
틸다의 뇌구조 대체 언제쯤 까까(간식)를 줄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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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할 때는 프로페셔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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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냥.

틸다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주로 무언가를 해결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까까 줘” “사줘” “일 하지 말고 나랑 놀자” 같은
인간이 아닐지 의심되는 순간 의사 표현을 사람보다 정확히 할 때. 배고프면 자기가 좋아하는 사료 봉투 앞에 가서 봉투를 벅벅 긁거나 밥 그릇 앞에 앉아 ‘야옹’ 소리를 낸다. 간식을 먹고 싶으면 나를 간식 창고 앞으로 데려가기도 하고.
틸다의 최고의 말썽 금단의 구역에 들어가 시커먼 먼지를 뒤집어쓰고 나온 일. 하얀 발과 배가 시커매져서 마치 굴뚝에서 나온 고양이 같았다.
집사로 살면서 가장 큰 변화 삶이 틸다 중심으로 돌아간다. 틸다와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하던 일을 그만두었고 내 고양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단 마음으로 ‘로얄 그로서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함께 살면서 고양이도 외로움을 많이 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 틸다를 혼자 두고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지인들이 틸다를 돌보아주려 방문할 때마다 마치 혼자 두지 말라는 것처럼 가지 못하게 붙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때부터는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올해는 여름휴가도 반납했다. 당연히 장점도 많다. 틸다로 인해 웃음도 많아지고 가족 간의 대화가 많이 늘었다. 무뚝뚝한 자매 사이에 틸다는 사랑의 메신저다.
함께 꿈꾸는 미래 자유롭게 자연을 뛰노는 해외 고양이들을 보면 우리나라 집고양이의 삶은 너무 좁고 답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숲이나 마당이 있는 곳에서 틸다와 함께 산책을 하며 자유롭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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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방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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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첫만남.

신소현♥오이묘

집사와 냥이 소개 디자인 브랜드 오이뮤를 운영하는 신소현과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표현하고 궁금한 것은 꼭 만져본 뒤 제 눈으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대장 고양이, 오이묘(2세). 최근에 사무실을 이사하면서 길에서 돌보던 코점이와 오동이도 함께 살게 되었는데 고양이들을 리드하는 대장으로서의 면모가 보인다.
오이묘와의 첫만남 재작년 가을, 우연히 사무실 근처 풀숲에서 울고 있던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다. 손바닥만큼 작은 녀석은 털이 다 빠져 있었다. 바로 손을 내밀었더니 의심 없이 안겼다. 이른바 ‘냥줍’을 통해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오이묘의 매력 엄청난 장난기와 활기 넘치는 에너지. 지나가는 사람의 발목을 걸거나 숨바꼭질을 좋아한다. 마치 초등학생의 유치한 장난처럼 말이다. 그리고 외출하고 돌아온 뒤에는 꼭 발에 제 얼굴을 비빈다. 방으로 걸어 들어가면 발만 보고 얼굴을 들이밀며 따라오는데 가만히 앉아 5분간은 발을 내어주어야 발 비비기 의식이 끝난다. 고양이 전용 화장실 모래를 쓰지 않고 변기통 위에 올라가 용변을 보는 것은 오이묘의 가장 큰 자랑거리.
오이묘의 뇌구조 새로 이사한 사무실 탐색. 기존 사무실과 집보다 창문도 많고 평수도 넓어졌기 때문에 구경할 것이 많아졌다. 요즘은 낮잠도 안 자고 사무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영역을 만들고 있다.
오이묘의 하루 일과 새끼 고양이 때부터 함께 출퇴근해와서 내 모든 일과를 계속 참견한다. 야근 뒤에도 같이 돌아와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한다. 오이묘로 인해 이 험난한 세상을 늘 말랑말랑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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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중 딴청부리는 오이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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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냥.

오이묘와 가장 행복했던 기억 처음 발견했을 때 피부병을 전신에 앓고 있었다. 이걸 치료하는 데만 6개월이 넘게 걸렸다. 덕분에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도 피부병이 옮아 모두 몸을 벅벅 긁으며 살았다. 피부병이 완치된 지금, 비단같이 부드러운 오이묘의 등을 쓰다듬으면 길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생명이 이렇게 늠름한 고양이로 성장한 것에 대해 감사함과 뿌듯함을 느낀다.
오이묘의 최고의 말썽 강아지와 함께 사는 어머니를 싫어하는 것. 내가 여행 갔을 때 오이묘 돌보러 방문하신 어머니에게 하악질과 냥냥 펀치를 날렸다.
오이묘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이건 뭐야? 저건 뭐야? 호기심 많은 다섯 살 아이처럼 이것저것 물었을 것이다. 내 경우네는 오늘은 창밖에서 무얼 봤는지, 새로 산 간식은 맛이 어떤지, 어떤 종류의 장난감이 제일 재미있는지, 아픈 덴 없는지, 우리와 함께 살아서 행복한지에 대해 물었을 것 같다.
인간이 아닐지 의심되는 순간 출근하자고 말하면 이동 장으로 걸어 들어갈 때. 출근하기 싫을 땐 소파에 길게 누워서 꿈쩍하지 않는다. 꽤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집사로 살면서 가장 큰 변화 여행을 자유롭게 갈 수 없다는 점. 아무리 고양이가 혼자서도 잘 있는다지만 가끔 밤늦게 귀가하면 ‘냐아아아아’ 하고 소리치며 달려 나온다. 발을 비벼대며 반가워하는 오이묘를 생각하면 오랜 기간 집을 떠나는 것이 편치 않다.
함께 꿈꾸는 미래 허락된 시간까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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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고 힘들 땐 내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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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모찌 발바닥.

박선아♥모찌

집사와 냥이 소개 <20킬로그램의 삶> <어떤 이름에게>의 저자이자 아트디렉터 박선아와 착한 고양이 모찌(4살 추정). 어릴 때는 통제가 불가능한 녀석이었는데 지금은 내가 아는 어떤 고양이보다 착하다.
모찌와의 첫만남 4년 전 여름, 당시 주변 사람들이 모두 고양이와 살고 있었다. 부러운 마음에 몇 달간 고양이 입양 카페만 구경했다. 그냥 보기만 하려고 했는데 그만 모찌를 발견하게 되었다. 어미가 버리고 간 것을 누군가 구조했고 계속되는 파양에 데려갈 곳이 없다는 말에, 임시 보호 중인 집으로 찾아갔다. 성묘 세 마리가 살고 있는 집에서 미치광이처럼 뛰어다니는 모찌는 보통 녀석이 아니다 싶었다. 나는 놀란 채 그 모습을 30분 정도 지켜봤다. 그후 우리는 함께 살게 되었다.
모찌의 매력 항상 짓고 있는 억울한 표정. 베란다 창가에 서서 창밖을 구경하는 습관도 있다. 그때만큼은 야무진 표정을 짓는다.
모찌의 뇌구조 부엌 찬장. 새벽 다섯 시쯤 쾅쾅 소리를 내며 찬장 문을 열고 그 속에 들어가면 내가 그 문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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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기대어 잠이 든 모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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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 시절.

인간이 아닐지 의심되는 순간 누군가 환생한 게 아닐까, 라는 추측을 해본 적이 있다. 반대로 내가 사실 고양이가 아닐까, 라고 상상해본 적도 있고.
모찌에게 고마웠던 기억 부모님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날, 전화를 끊고 혼자 방바닥에 주저앉아 소리 없이 울었다. 그러자 모찌가 내 옆으로 와 자기 몸을 내 몸에 살짝 붙이고 앉았다. 그 온기가 너무 따뜻해서 소리 내 엉엉 울었다. 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등을 돌리고 그렇게 앉아 있어주었다.
집사로 살면서 가장 큰 변화 사랑이라는 단어를 새로 배웠다.
함께 꿈꾸는 미래 모찌와 산책이란 걸 해보고 싶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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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대 밑에서 쥐돌이 장난감을 주시하는 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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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책을 읽을 때 옆으로 와 잠든다.

임주하♥카후&카라

집사와 냥이 소개 고양이 그림책의 저자이자 에디터로 활동 중인 임주하와 ‘천생 고양이’인 카후(9세). 까칠하고 도도해서 아무리 불러도 절대 오지 않는다. 흔히 ‘고양이라면 이럴 거야’ 하는 모든 점을 지녔다. 카라(8세)는 좋게 말하면 뒤끝이 없고 나쁘게 말하면 기억력이 없다. 한마디로 ‘행복한 바보’ 같다. 무슨 일이든 오래 기억하는 법이 없고 화를 내다가도 금방 청순한 표정으로 살랑살랑 돌아다닌다.
카후&카라와의 첫만남 8년 전, 부천의 어느 골목길에 버려진 생후 2개월의 카후를 발견하고 지인이 임시 보호를 시작했고 키워줄 사람을 수소문했다. 그때 나는 갓 직장인이 된 터라 한 생명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후를 맡아 키운 지 2년 후, 먼 친척으로부터 카라를 데려왔다. 처음에는 ‘공기 같은 여자’라 부를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하지만 사랑을 듬뿍 줬더니 이제는 카후보다 더 존재감을 과시하며 ‘우다다다’ 뛰기도 하고 밥을 달라고 ‘야옹야옹’ 우렁차게 울어대기도 한다.
카후&카라의 매력 카후는 눈이 귀엽다. 평소 크고 동그란 눈망울로 밥이나 간식을 달라고 애원할 때 그 눈빛은 마치 ‘장화 신은 고양이’다. 다만 카후는 늘 배가 고프다. 덩치가 큰 편이라 나이가 들수록 관절에 무리가 갈까봐 3년째 다이어트를 시키고 있다. 반대로 카라는 크지 않은 눈매가 매력적이다. 고양이치고 너무 작은 눈과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탓인지 휴대폰이나 카메라로 카라를 찍을 때면 꼭 사람 얼굴로 인식이 된다.
카후&카라와의 소중한 일상 평소 카후는 침대 구석이나 소파, 카라는 책장 위나 박스 안에서 주로 잠을 잔다. 유일하게 내 품에서 잠을 청하는 것은 추운 겨울 밤. 고양이는 더위도 많이 타고 추위도 많이 탄다. 그러니 여름에는 내 몸에 닿는 것도 싫어하는데 겨울에는 자꾸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와 내 몸을 베개 삼아 잠을 청한다. 함께 온기를 느끼며 눈을 뜨고, 밤에 함께 잠들 수 있는 일상이 내게는 너무 소중하다. 그래서 사계절 중에서 겨울을 특히 더 좋아하게 됐다.
카후&카라의 뇌구조 카후는 늘 먹는 걸 갈구한다. 새벽 5시부터 내 곁에 와서 통통한 앞발을 공손히 모으고 앉는다. 물론 밥 달라고 할 때만 예의 범절을 차린다. 밥을 주고 나면 카후에게 나는 지나가는 벌레만도 못한 존재가 된다. 카후의 간절하고도 수정 같은 눈망울을 조금이라도 보려고 일부러 조금씩 늦게 주기도 한다. 한편 카라는 그게 무엇이든 늘 새로운 걸 좋아한다. 택배가 오면 상자 위에 올라가 앉는다. 새로 가구를 들여놓으면 첫날은 꼭 그 위에 자리 잡는다. 특히 새 옷이나 새 책을 가져오면 꼭 방석 대용으로 쓰인다. 하지만 그 관심은 하루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다음 날이면 또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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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냥이들은 집사를 핥아줄 때도 쓴다는데, 그루밍에만 특화된 카후의 혓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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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성애자, 카라. 아무리 작은 박스라도 꼭 들어가고야 만다.

카후&카라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정말 인간이 하는 모든 말이 ‘청경채’로 들리는지 묻고 싶다. 애묘인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떠도는 말이 있다. 인간이 고양이에게 말을 건답시고 고양이 소리를 비슷하게 흉내 내며 ‘야옹야옹’이라고 말하면 고양이 입장에서는 “그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고. 그걸 보고 인터넷에서 인간의 말들이 모두 ‘청경채’라는 엉뚱한 단어로 고양이에게 들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나도 자주 카후나 카라에게 혼잣말하듯 말을 걸었는데 두 고양이에게는 죄다 청경채로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아닐지 의심되는 순간 카후는 기분이 상할 때면 깊은 한숨을 쉰다. 그리고 카라는 잠이 올 때면 꼭 앉아서 꾸벅꾸벅 졸곤 한다. 가끔 이도 간다.
카후&카라에게 고마웠던 기억 혼자 살다 보면 아플 때가 제일 난감하다. 챙겨주는 사람도 없고 병원에 갈 힘조차 없어 그저 누워 있는 그런 순간 말이다. 평소에는 꼭 일정 거리를 두고 나를 지켜보는 카후와 카라가 내가 정말 아픈 순간에는 곁으로 온다. 조용히 살갗을 핥아줄 때도 있다. 덕분에 큰 위로가 된다.
카라의 최고의 말썽 카라는 유난히 끈이나 실 등을 물어뜯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보통 끈 종류는 눈에 띄지 않게 다 치워둔다. 그럼에도 카라가 무언가를 질겅질겅 씹고 싶을 때는 내가 자는 사이, 내 머리카락을 노린다. 아침에 일어나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함께 꿈꾸는 미래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빨리 나이 드는 것, 생명의 속도가 다르다는 건 무척 슬픈 일이지만, 그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잘 보살펴주고 싶다. 그 후에 내가 또 다른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면 그 고양이들의 이름 역시 카후와 카라라고 지어줄 거다. 엄밀히 말하자면 카후 2세, 카라 2세가 되겠지만. 늘 기억하고 그리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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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린 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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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손목쿠션. 자꾸만 꼬리로 스페이스 바를 친다.

김다희♥폴

집사와 냥이 소개 일러스트레이터 김다희와 때로는 시크하고 때로는 발랄한 아기고양이 폴(4세).
폴과의 첫만남 성인이 된 후 늘 고양이를 기르고 싶었다. 비실비실 힘없이 자고 있는 펫숍의 고양이들 사이에서 단 한 마리, 폴만 자기를 봐달라는 듯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그날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폴의 매력 애정이 가득한 고양이지만 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CCTV처럼 항상 시야 안에 있지만 만지려고 하면 도망간다. 어쩌다 기분이 좋을 때는 골골대며 먼저 다가올 때도 있다. 컵에 든 물을 마시는 걸 좋아한다.
폴의 특기 날파리 잡기.
폴의 뇌구조 엄마의 귀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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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딱지, 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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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잘 좀 찍어봐!”

폴이 말을 할 수 있었다면 둘 다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서 서로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냐고 자주 묻고 답할 것 같다.
인간이 아닐지 의심되는 순간 비 오는 날,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가만히 빗소리를 감상할 때.
폴과의 가장 행복했던 기억 침대 위에서 간식을 먹으며 영화를 보던 한겨울 날, 함께 꼼지락거리며 전기 장판을 공유했을 때.
집사로 살면서 가장 큰 변화 주기적으로 느끼던 공허함과 외로움이 없어졌다. 폴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니까.
함께 꿈꾸는 미래 그냥 이대로, 폴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함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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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이 못마땅한 장수. 곧 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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늠름한 라르장 10세 시절.

이마루♥라르장&장수

집사와 냥이 소개 매거진 <엘르> 피처 에디터 이마루. 함께 사는 어르신 라르장(12세)은 늘 어른스럽고 착한 성격 덕에 초보 집사에게 최고의 고양이가 되어주었다. 장수(7세)는 그저 표정과 행동이 너무 웃긴 고양이다.
라르장&장수와의 첫만남 2007년, 주민들이 길고양이들을 지하에 가둬 죽였던 한강맨션 사건 이후 길고양이의 삶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다. 그래서 동물구조협회에서 라르장을 입양했다. 장수는 6년 전 생후 2개월 된 고양이를 동네에서 ‘냥줍’했다. 지금 생각하면 ‘냥납치’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라르장&장수와의 소중한 일상 덥든 춥든 항상 내 옆에서 잠이 든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남자친구는 가끔 “라르장은 정말 너만 바라보네”라고 이야기한다. 그럴 때 찡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라르장&장수의 습관 장수는 혀를 낼름거리거나 쭙쭙댄다. 날아다니는 걸 보면 이상한 소리(채터링)도 낸다. 이게 다 내가 너무 어릴 때 주워와서 그런 것 같다. 라르장은 집에서 신는 슬리퍼를 끝없이 물어와서 소파 위나 침대 위에 올려둔다. 제발 멈춰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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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스크림이 탐나는 장수.

라르장&장수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원망의 말을 가장 많이 들었을 것이다. 라르장은 내가 외출을 하거나 출장을 갈 때면 낌새를 알아채고 마중도 나오지 않는다. 가지 말고 함께 있어달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지 않았을까.
집사로 살면서 가장 큰 변화 다른 생명체에 대한 전반적인 공감 능력이 훨씬 확대되었다.
함께 꿈꾸는 미래 남자친구와 넷이 가족사진을 찍고 싶다. 천안 본가에 있는 강아지들과 함께 가족사진을 남긴 적이 있는데 매우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고양이는 제멋대로니까 포즈를 취해주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