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약’이라 불리는 식욕 억제제는 미용 보조제가 아닌, 비만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새해를 맞아 다이어트 약 복용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올바른 다이어트 약 복용 가이드를 준비했다.

 

1225-066

지난봄, 회사에서 실시한 건강 검진 결과를 받아 들고 깜짝 놀랐다. 종양 표지 검사 중 간암 등의 간 질환이 발생했을 때 상승하는 물질인 ‘AFP 수치’가 10.2가 나온 것이다(참고로 정상 수치는 8미만(ng/mL)이다). 병원에서 걸려온 상담 전화에 울먹이며 물었다. “저 혹시 간암일 수도 있나요?” 차분한 목소리의 상담원은 “다른 수치를 보면 간 질환이 의심되지는 않으니 걱정 마세요. 근데 혹시 최근에 한약 드신 적 있으세요? 예를 들면 다이어트 한약이라든가”라고 말했다. 순간 아차 싶었다. 한 달 전 다이어트를 결심한 후 열심히 챙겨 먹었던 ‘다이어트 한약’이 간 수치를 높일 거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으니까. 다이어트를 무수히 반복하면서 식욕이 들끓을 때마다 종종 다이어트 약을 처방받아 먹었다. 두근거림 등의 부작용은 이따금씩 발생했지만 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다. 다이어트 한약도 마찬가지. 식욕 억제 효과가 강력하다는 지인의 추천으로 복용했는데 두통, 탈모, 신경과민 증상을 보이기도 했으나 스스로 위험하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모든 약엔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복용 방법을 지키는 것. 그래서 준비했다. 새해를 맞아 다이어트 약 복용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다이어트 약 제대로 알기!

 

다이어트 약이 뭐길래
새해가 되면 체중 감량을 결심하며 ‘다이어트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이들이 많아진다. “비만치료제는 대개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식욕, 포만 중추에 작용해 배고픔을 못 느끼게 함으로써 음식 섭취량을 줄이는 것을 원리로 합니다. 뇌의 신경 전달 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의 방출을 증가시키거나 재흡수를 저해시켜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하죠.” 365MC 병원·비만 클리닉 손보드리 원장의 설명이다. 문제는 다이어트 약을 비만치료의 보조 요법으로 사용하지 않고, 미용 목적으로 오남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주변에서는 비만치료제 오남용으로 면역 기능 저하, 불면증, 우울증 등의 각종 부작용을 겪고 있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마약성 식욕 억제제인 펜타민을 장기 복용했다가 나체로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정신 이상 증세를 일으켰던 한 여성의 이야기는 다이어트 약의 부작용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심각하게 우려를 표한 대표적인 비만치료제 오남용 국가로 분류된다. 다이어트 약은 과다, 장기 복용하면 부작용과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이다. “비만 치료를 시행할 때는 우선 환자가 체중을 감량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평가하고, 질환의 유무를 판단한 뒤 체중 감량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약물 치료는 비만 치료의 보조 요법으로, 건강상의 문제로 체중 감량이 필요한 경우에만 시행해야 해요. 정상 체중인 사람이 미용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며, 약물 치료 시작 후에는 부작용이 나타나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합니다.” WE클리닉 조애경 원장의 조언이다. 손보드리 원장 역시 다이어트 약물의 오남용에 대해 경고했다. “환자의 생활 습관 개선보다 약물 복용이 우선시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비만치료제를 처방할 때는 전문의가 주기적으로 환자의 식이행동을 추적 및 관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그렇다면 다이어트 약을 오남용했을 때 생기는 부작용은 무엇일까? “다이어트 약은 대부분 식욕 중추에 작용하는 중추 신경계 약물이라 부작용이 따르는 경우도 잦아요. 대부분의 식욕 억제제는 혈압과 심장박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고혈압, 심장질환, 부정맥, 뇌혈관 질환, 심부전, 심근 경색 등의 질환이 있는 경우 복용에 각별한 주의를 요합니다. 특히 강력한 식욕 억제 효과를 가진 약물일수록 의존도가 심하고, 내성이 빨리 생기기 때문에 처방과 복용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해요.” 조애경 원장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식욕 억제제가 초기에는 두드러진 효과가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식욕 억제 효과는 감소하고 의존성이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고 조언한다. 이 밖에도 흔히 나타나는 부작용으로는 갈증과 불면증, 신경과민, 식은땀, 떨림, 구토, 두통, 어지럼증, 감기 증상, 무력증, 변비, 설사, 면역력 저하, 탈모, 간 기능 저하 등이 있다.

 

비만치료제는 살을 완벽하게 빼주는 마법의 약이 아니에요. 따라서 비만치료제를 복용할 때는 단순히 약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저칼로리 고단백 식단의 식이요법, 꾸준한 운동요법, 행동 수정요법 등의 생활습관 개선을 반드시 병행해야 합니다.

 

약보다 생활습관 개선
만약 건강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체중이 불어났거나, 자력으로 다이어트가 힘든 경우라면? 보조 치료 요법으로 다이어트 약의 도움을 받아볼 수 있다. 에디터 역시 식욕 억제제를 복용해 경도 비만에서 정상 체중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비만치료제는 말 그대로 비만을 치료하는 ‘보조제’에 불과하다. 아무리 효과가 뛰어난 식욕 억제제라 하더라도 생활습관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단기간의 효과밖에 기대할 수 없다. “비만치료제는 살을 완벽하게 빼주는 마법의 약이 아니에요. 따라서 비만치료제를 복용할 때는 단순히 약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저칼로리 고단백 식단의 식이요법, 운동요법, 행동수정요법 등의 생활습관 개선을 반드시 병행해야 합니다.” 손보드리 원장의 조언이다.
조애경 원장은 비만치료제의 높은 의존도에 대해 경고한다. “체중을 손쉽게 감량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위험한 발상이에요. 다이어트 약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하면 큰 노력 없이 살을 빼는 데 익숙해져서 식욕 억제제에 대한 의존도가 자연스레 높아져요. 문제는 약물 의존도가 높아지면, 어느 순간 더 이상 체중 감량 효과가 없는데도 약을 끊을 수 없는 단계가 온다는 거죠. 이럴 경우 심하면 우울증으로 자살까지 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다이어트에는 왕도가 없다. 적게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각종 영양소를 고르게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체중 감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새해를 맞아 건강상의 이유로 체중 감량을 결심했다면? 우선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정석적인 다이어트에 도전해보길!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불어난 식욕을 억제할 수 없다면, 그때 식욕 억제제 복용을 고민해보자. 단, 약을 복용하기 전 반드시 현재 몸 상태를 체크하고,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알맞은 약을 처방받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처방에 따른 용법과 용량, 횟수, 방법 등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요 비만치료제 
비만치료제는 크게 FDA 승인을 받은 식욕 억제제와 지방 흡수 억제제로 나눌 수 있다.

FDA 허가 식욕 억제제  식욕 억제 효과로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이는 약물.

▶ 단기 허용 (12주 정도 복용을 권장하는 약)
1 펜터민 12주 단기 사용을 권한다. 식욕 억제 효과가 뛰어나며,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하는 식욕 억제제다. 불면, 구강건조, 무력, 변비, 두통 등의 부작용이 있다.
2 펜디메트라진 즉각적인 식욕 억제 효과가 나타나는 장점이 있으나 불면, 초조 등의 부작용이 흔하다. 일정기간 경과 후 약물 내성이 생길 수 있다. 장기 복용 후 갑자기 중단하면 피로감, 우울증을 초래한다.

▶ 장기 허용 (2년 정도 장기 복용이 가능한 약)
1 로카세린(벨빅)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환자에게 사용이 가능하고 부작용이 적으나, 상대적으로 체중 감량 효과가 적다. 두통이나 오심,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2 부프로피온-날트렉손(콘트라브) 탄수화물 및 음식에 대한 식탐, 중독 환자, 금연 후 비만 치료에 효과적이다. 다른 항정신성 약물 처방이 불가능한 경우에 시도한다. 부작용으로는 변비, 두통, 구토, 어지러움증 등이 있다.

 

FDA 허가 지방 흡수 억제제 섭취한 지방이 흡수되는 것을  억제하는 약물.
1 올리스타트(제니칼) 위와 췌장의 리파아제의 작용을 억제해 섭취한 지방이 흡수되는 것을 막고 배출시킨다. 식욕 중추에 관련 없이 위장관에만 작용하여 내성이나 의존성이 없으나, 지방변, 변실금, 지용성 비타민 흡수장애, 간손상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기타 약물
▶ 의약품 허가 외 사용
‘허가받지 않은 용도지만 최선의 치료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라는 의미’의 비만 관련 약물.
1 토피라메이트 간질 치료제이지만, 식욕 억제 효과가 뛰어나 폭식증의 식욕 억제 용도로 처방하기도 한다. 다른 비만 약물과 병합 가능하다. 손발 저림, 집중력 저하, 녹내장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2 에페드린 아드레날린 작용성 화합물로 말초 열 생성 작용을 일으킨다. 카페인과 복용 시 열 생성 효과가 높아지고 식욕 억제 효과가 증진된다.

 

* 시부트라민 과거에 흔히 처방되던 식욕 억제제. 심장 마비 등의 심각한 심혈관계 부작용을 초래해 사용이 금지되었다.

 

비만치료제 복용 시 주의 사

1 비만 치료제는 자신의 비만 타입에 맞게 전문가와 상담하여 처방받고, 보조적인 치료 요법으로만 사용한다. 단기간만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2 비만 치료를 방해하거나 다이어트를 하기 힘든 기저 질환이 있을 때에는 기저 질환을 먼저 치료하고 비만 치료를 진행한다.
3 복용 전 의사와의 충분한 상담과 검사, 혈액검사 등을 통해 식욕 억제제를 복용할 수 없는 금기에 해당되는 경우(심혈관계 질환
환자,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 갑상선항진증, 심한 녹내장 환자 등)가 아닌지 체크한다.
4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에 따른 용법, 용량, 횟수, 방법 등을 준수한다.
5 본인이 처방받은 약을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지 않는다.
6 약물 병용 금기나 투여 기간이 잘 지켜져야 하므로, 가급적 한 병원에서만 약을 처방받으며 자신의 상태를 전문의에게 꾸준히 모니터링 받는다.
7 두근거림, 불면증 등의 불편감이 심화될 수 있으므로 카페인이 함유된 식품을 최대한 자제한다.
8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요법, 생활 습관의 교정을 장기적으로 유지
한다(식욕 억제제만 복용하고 운동을 하지 않을 경우 근육이 감소하고 지방 비율이 증가해 건강이 더 나빠질 수 있다).
9 탈수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으므로 규칙적인 식사,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하며 영양 균형에 신경 쓴다.
10 수면 시간을 충분히 유지한다. 약을 복용하며 불면증이 생겼다면 전문의와 상의해 약 용량과 복용 시간을 조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