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마른 대지의 컬러가 올 봄/여름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꽉 찬 모양으로, 그러나 전혀 다른 파장의 50개 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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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빛이 도는 엷은 갈색을 뜻하는 베이지 컬러는 패션계가 유독 사랑하는 컬러 중 하나다. 오랫동안 버버리 광고 모델로 활약했던 전설의 패션 아이콘, 케이트 모스의 트렌치코트부터 20대에 빌리어네어를 달성한 ‘요즘 애들’의 롤모델, 카일리 제너의 보디컨셔스 룩도 대개 베이지 컬러다. 아이보리와 카키, 캐멀 등을 이웃으로 두었으며, 어딘가 얌전하면서도 거칠고 지적이면서도 관능적인 양극의 분위기를 잘 전달하는 컬러. 그런 베이지 컬러가 이번 시즌 아예 주인공을 자처하고 나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 룩으로 치장하고 패션 피플을 유혹하고 있는 것. 가장 먼저 새롭게 부임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카르도 티시의 첫 번째 컬렉션으로 화제를 모았던 버버리는 약 30피스가 넘는 베이지 풀 룩을 준비했다. 트렌치코트의 명가답게 싱글·더블 트렌치코트를 시작으로 재킷과 원피스, 니트 톱, 스커트 등 다양한 베이지 컬러 아이템이 캣워크를 장식했다. 여러 가지 소재를 패치워크하는 것은 기본, 메탈 트리밍, 스카프 이어 붙이기, 같은 톤의 깃털 장식 등 많은 디테일을 추가해 하나의 컬렉션 안에서 다채로움을 느끼게 한 것은 물론이다. 그 다채로움이 독이 되어 일관성이 없다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룩 전반에 공존하는 우아한 헤리티지와 펑키한 스트리트 무드에서 크로스오버에 능한 티시의 저력이 느껴졌다(베이지 컬러는 이러한 컬렉션을 완성하는 치트키였던 것!). 아름다운 캐멀 코트로 대표되는 막스마라 컬렉션 역시 베이지 컬러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은은한 광택이 도는 가죽 텍스처 코트 룩을 비롯해 기품 있는 사파리 룩, 도트 장식의 트렌치코트 룩 등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캐멀로 시작해 베이지, 옐로, 카키, 그레이, 화이트, 블랙으로 이어지는 막스마라의 컬러 팔레트는 생명력 넘치는 토양의 기운을 한껏 껴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그 밖에 알렉사 청이 선보인 케이프 룩, 끌로에의 이브닝 룩, 로에베의 셔츠 룩, 디올의 발레리나 룩 등 역시 베이지 컬러의 매력을 부족함 없이 보여주었다. 그럼 지금부터 베이지 컬러로 완성한 50개 룩을 하나하나 자세하고 빈틈없이 살펴보자. 당신의 마음을 빼앗을 룩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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