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 게 아니라 이건 부기라고. 얼굴에, 다리에 써 붙이고 싶었던 적이 있었나? 자고 일어나면 얼굴 뚱뚱이가 되어 있거나, 저녁만 되면 코끼리 다리로 변한다고? 바로 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알아둬야 할 부기 상식과 부기와 이별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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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즈는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

당해본 사람만 아는 부기 스트레스

세상엔 갖지 못해 부러운 것이 널리고 널렸지만, 그중 하나를 꼽자면 ‘잘 붓지 않는 체질’이다. 에디터의 부기는 우울함을 부르는 수준이다. 거의 매일 아침 얼굴이 부어 있고, 배란기, 생리 전, 감기 기운이 있을 때, 피곤할 때 등 살아온 날 중 수없이 많을 날을 부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지냈으니까. 그러던 차 다이어트와 얼굴 대칭 교정 전문가인 김담희한의원의 김담희 원장을 만났다. 그녀의 환자 대부분은 외모를 가꾸고자 하는 20~30대 직장인 여성과 승무원이나 모델이 많은데, 하나같이 그를 만나면 “부기 때문에 힘들다”라고 말한다고. 원장 본인은 부기가 거의 없는 터라 부기가 이렇게 흔한 질환인지 개원하고 알았다고 한다. 극소수의 붓지 않는 체질 빼고 대부분의 여성이 겪는 부기 스트레스. 왜 생기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걸까?

부기, 넌 어디서 왔니?

부기 고민녀라면 일단 본인이 왜 붓는지 알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부기는 신체의 혈액과 림프 순환이 잘 안 되는 것이 원인. 다시 말해 온몸을 부지런히 돌아야 하는 체내 수분이 세포와 세포 사이에 머무르며 생긴 현상이다. 이 순환을 방해하는 대표적 요인은 고염식과 한 자세를 오래 취하는 것 그리고 수면 부족이다. 고염식과 수면 부족은 보통 얼굴의 부기로 이어지는데, 보통 아침에 일어나서 부기가 가장 심하다. 반면 자세가 문제인 사람은 하체 위주로 붓게 된다.

어떻게 빼야 하나?

얼굴 부기 얼굴 부기는 취침 3~4 시간 전에는 식사를 피하고, 싱겁게 먹는 것이 좋다. 이미 짜게 먹은 후라면 나트륨 배출을 유도하는 칼륨이 많이 든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바나나, 토마토, 감자, 고구마, 키위가 대표적인 식품이니 어쩔 수 없이 고염식을 했다면, 이 음식들을 디저트로 곁들여보자. 이뇨 작용을 촉진해 부종을 완화하는 방법도 있다. 호박, 옥수수수염, 율무가 이뇨 작용을 돕는 식품들이다. 이 밖에 식이섬유가 다량 함유된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도 노폐물 배출에 효과적이니 기억해둘 것. 해바라기피부과 한수민 원장과 온누리약국이 협업해 만든 ‘아이스펌킨 호박앰플’은 이뇨 작용을 돕는 호박에 히알루론산, 비타민 C, 어성초 추출물, 칼라만시 등을 함유해 자칫 이뇨 작용으로 푸석해질 수 있는 피부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마시는 앰플이다. 김담희한의원의 ‘달쏙티’도 차처럼 마시는 부기 완화 보조제로, 원래 원장의 처방으로만 판매하다가 찾는 사람이 많아져 곧 상품화할 예정이라고. 무언가 더 챙겨 먹기 번거롭다면 이런 부기 완화 제품을 구비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 빨리 부기를 빼고 싶다면 림프 마사지를 병행해보자. 특히 아침에만 살짝 붓는 얼굴이라면 귀 뒤와 턱이 끝나는 지점부터 쇄골까지 아래 부위를 주무르는 것만으로도 드라마틱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리 부기 앉아 있든 서 있든 한 자세로 오래 있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오래 서 있으면 혈액과 림프액이 하체로 쏠려 부기뿐 아니라 셀룰라이트와 하지 정맥류의 원인이 된다. 꽉 끼는 옷도 혈액 순환을 방해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신발도 하체 부종에 큰 영양을 미친다. “요즘 여성들이 아주 높은 하이힐이나 굽이 전혀 없는 플랫 슈즈를 많이 신는 것 같아요. 두 종류 모두 혈액 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에 다리가 잘 붓는다면 피하는 것이 좋아요. 오히려 3~4cm 굽의 쿠션이 느껴지는 구두가 도움이 됩니다.” 린클리닉 김수경 원장의 조언이다. 또, 평소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따뜻한 차, 찬물 대신 미지근한 물을 마시는 것도 하체 순환을 위한 좋은 방법이다. 여기에 일주일에 두 번은 반신욕이나 족욕을 하고 짬이 날 때마다 스트레칭과 모관 운동, 발목 돌리기까지 곁들이면, 3kg 체중 감량 이상의 슬리밍 효과를 볼지도 모른다.

또 다른 부기도 있다

시술과 수술 간단한 피부과 레이저 시술이든 지방 흡입 수술이든 인위적으로 몸에 손상을 준 경우엔 염증이 발생하고 자연스레 붓게 된다. 이때 호박즙을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이렇게 조직 손상으로 인한 염증이나 통증을 동반한 부기를 빼는 데는 큰 효과를 볼 수 없다. 피부과 시술을 받은 후라면 재생 레이저가 부기 완화 효과를 줄 수 있고, 수술받은 경우라면 수술 직후 3일 정도는 냉찜질로 혈관 수축을, 후엔 혈액 순환 촉진을 위해 온찜질을 해주는 것이 좋다. 이런 홈케어로도 회복이 더디다면 병원에서 전문적인 부기 케어를 받아볼 수도 있다. 유유클리닉 권유경 원장은 수술 후 부기 완화엔 우주인의 순환을 목적으로 개발돼 상품화된 ‘바쿠메드’라는 장비가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음압을 이용해 강제적으로 혈액과 림프 순환을 돕는 장비로 실제로 수술 후 빠른 일상 회복을 원하는 환자들에게 사용한다고 한다.

만성 전신 부종 “신체 여러 곳이 동시에 붓는 것은 보통 심부전증이나 간경변증, 폐성심, 영양결핍, 갑상선 기능 저하증, 신증후군과 같은 질병의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간혹 별다른 이유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전신 부종도 있어요. 검사상으론 이상이 없지만, 실제로는 장내세균 불균형이나 장 누수 증후군, 글루텐 불내성에 의한 것일 수도 있죠. 그냥 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신에 힘이 없고, 우울증, 소화장애가 나타나기 때문에 빨리 원인을 찾아내 치료하는 것이 좋아요.” 린 클리닉 김수경 원장의 설명이다. 그의 말처럼 부기는 외모의 문제만이 아니다. 최근 에디터의 지인도 손과 발을 중심으로 부종이 지속돼 검사해봤더니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라고 진단받았다 한다. 이렇듯 부기가 질병을 알아보는 지표가 되기도 하는 것. 질병 치료가 핵심이겠지만, 질병에 의한 부기 역시 염분과 수분을 적게 섭취하고 순환을 돕는 간단한 운동을 하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약물에 의한 부기 몸을 붓게 하는 대표적인 약물은 스테로이드다. 염증을 잡아주는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얼굴이 둥글어지고, 배가 나오는 쿠싱 증후군을 일으킨다. 이 부기는 다른 부기와 기전이 다른데, 체액이 몰리는 것이 아니라 지방세포가 얼굴과 복부에 축적되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약을 중단하면 서서히 빠진다. 이 밖에 부기를 유발하는 약물로는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같은 진통소염제나 항히스타민제, 혈압약으로 사용하는 칼슘채널 억제제, 당뇨약 등이 있지만, 스테로이드처럼 부종이 심하게 나타나진 않고, 약 복용을 중단하면 빠르게 돌아온다. 이유 없이 붓는다고 생각했다면 약 때문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