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물론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독보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뉴트로 이야기. 당신도 스윽 훑고 가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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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세상을 뜨겁게 달군 뮤지션 중 하나는 단연 잔나비다. 5인조 밴드로 구성된 잔나비는 서정적인 음악이 주목을 받은 것 외에 뮤지션들의 스타일, 특히 리더이자 보컬인 최정훈의 아날로그식 생활 패턴이 알려지며 더 큰 관심을 모았다. 최정훈은 1992년생으로 1980~90년대 스타일은 교과서로만 배웠을 뿐인데 누구보다 더 복고풍을 즐긴다. 그의 취향이 바로 요즘 활발히 이야기되는 뉴트로(New-tro)다. 새롭다는 의미의 뉴(New)와 복고라는 뜻의 레트로(Retro)가 더해져 만들어진, 단순한 복고풍이 아니라 새 시대에 각광받는 바이브를 지닌 새로운 복고를 뜻하는 신조어 뉴트로. 고층 빌딩 뒤로 낮게 자리한 가맥집이 즐비한 을지로의 뒷골목도, 치토스, 갈아 만든 배 음료 등 1990년대 히트를 쳤던 식품들의 재출시도, 태극당과 같은 오래된 과자점의 인테리어 리뉴얼도 모두 뉴트로를 반영한 결과다. 패션에서는 어떤가. 색색의 염료로 염색한 홀치기 염색 기법의 타이다이 패턴, 다이애나비도 즐겼던 바이커 쇼츠, 1990년대 대표 아이템인 크롭트 톱과 카고 팬츠, 1980년대보다 위로 거슬러 올라가는 청청패션 등. 2019년 봄/여름 트렌드를 읊고 있는 게 아니냐고? 대답은 맞고 동시에 틀리다. 이번 시즌을 리드하는 트렌드 키워드인 것은 분명하나, 정확하게는 1980~90년대에 이미 유행했던 키워드가 2019년 감성으로 재탄생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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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대에게는 향수를 느끼게 하는 아이템이 1980~90년대를 경험한 적 없는 10~20대에게는 새로운 경향으로 인식되는 것. 뉴트로와 레트로가 다른 결정적 이유는 주 타깃이 10~20대라는 점이다. 10~20대를 타기팅했으나 30~40대가 자연스럽게 따라와준다면 그것이야말로 일석이조. 디지털 라이프의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조금의 불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 코드로 다가서는 것. 이것이 뉴트로가 니치 마켓으로 흥행한 요건이다. 또한 뉴트로는 불황을 이겨내는 똑똑한 방편이 되기도 한다. 한번 성공한 명확한 전례가 있으므로 위험 부담이 적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기성 세대에게는 그리움을 충족시켜주고 포스트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새로움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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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즌 패션계는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뉴트로를 활용했다. 폴로 랄프 로렌, 프라다, R13 등의 타이다이 패턴은 캐주얼, 포멀, 스트리트 감성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구찌와 이자벨 마랑이 소개한 청청의 두 가지 모습은 이번 시즌이 아니면 당분간 쉽게 시도할 수 없을지 모른다. 바이커 쇼츠의 활용법이 궁금하다면 펜디와 뮈글러를 참고하고, 파워 숄더 코트가 궁금하다면 막스 마라와 스텔라 매카트니를, 대담한 로고 플레이는 타미 진스, 베르사체, 겐조 등 셀 수 없이 많으니 컬렉션을 두루 살펴보길 바란다. 잔나비가 노래한 대로 뉴트로는 ‘읽기 쉬운 마음’. 보다 오리지널리티에 집중하고 싶을 때는 부모님의 사진첩을 뒤져보면 도움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