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도화지 삼아 매주 다른 그림을 그리는 뷰티 크리에이터 헤이즐, 하늘, 김습습, 소봉. 수십만 구독자를 거느렸음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는 그녀들이 <얼루어> 창간 16주년을 맞아 카메라 앞에 섰다.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꽤나 열정적인, 그래서 더 궁금한 4인의 ‘넥스트’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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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키한 슬립은 자라(Zara), 스트라이프 팬츠는 에리카 카발리니(Erika Cavallini).

{ 헤이즐 }

“뷰티, 패션, 디즈니를 한데 묶어 새로운 콘텐츠에 도전하고 싶어요.”

화려한 외모에 친근한 성격으로 촬영 내내 반전 매력을 선사하던 헤이즐. 뷰티는 물론 패션 콘텐츠에도 도전하며 새로운 계획을 늘어놓는 그녀의 눈이 연신 반짝인다. 이제는 문득 찾아오는 두려움도 열정으로 이겨낼 만큼 단단하고 성숙해진 모습이다.

학창시절에 1등을 놓치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뷰티 유튜버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솔직히 공부는 입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생이 되자마자 꿈이었던 모델 일을 시작했어요. 훨씬 재미있고 행복하더라고요. 촬영 때마다 직접 메이크업을 했는데 제가 미술을 전공해서 그런지 얼굴에 그림을 그리는 것도 낯설지 않았죠. 그렇게 모델 일과 전공을 함께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유튜버가 됐어요.

연예인뿐만 아니라 디즈니 캐릭터를 실사화하는 커버 메이크업으로 유명해요. 커버 메이크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요?
눈썹과 눈매가 닮아야 싱크로율이 높아져요. 사람을 볼 때 눈을 가장 먼저 보기 때문에 그 주변이 비슷하면 어느 정도 닮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거든요. 특유의 표정과 근육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해요. 얼굴을 움직일 때마다 생기는 근육의 그림자에 맞춰서 컨투어링하는 거예요.

지금까지 올린 영상 중 가장 맘에 드는 영상은 뭐예요?
몇 달 전, 뉴욕 패션위크에 참석했을 때 만든 영상이 있어요. 영화 <쇼퍼홀릭>,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영감을 얻어서 잘나가는 뷰티 유튜버가 패션위크를 즐기고, 명품 매장을 싹쓸이하면서 쇼핑하는 모습들을 담았죠. 조회수가 높고 반응도 좋았는데 이 영상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아요. 회사 담당자, 촬영해주는 편집자, 저 이렇게 딱 셋이서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찍은 거거든요. 참가할 쇼가 하루이틀 전에 정해져서 우왕좌왕했고 시간도 너무 촉박했어요. 힘들게 만든 만큼 기억에 남고 만족도도 높았죠.

올여름에 하면 좋을 메이크업 룩을 추천해주세요.
네온 포인트 메이크업이요. 지금 네온 컬러가 트렌드잖아요. 쨍한 아이라이너, 글리터를 사용하거나 네온 컬러의 립, 블러셔를 바르는 거예요. 전부 그렇게 하면 부담스러우니까 한두 군데만 포인트를 주는 거죠. 곧 페스티벌도 많고 바캉스도 가니까 딱 좋을 것 같아요.

패션 아이템을 판매하는 ‘헤이즐 클로젯’을 운영할 만큼 패션 감각도 뛰어나요. 좋아하는 스타일은요?
키치한 스타일을 좋아해요. 비비드한 색감과 유니크한 디테일이 있으면서도 편한 옷을 찾죠. 스커트보단 팬츠가 낫고, 힐보단 운동화를 선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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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숄더 미니 드레스는 자라.

외국에 갈 때마다 명품 패션 쇼핑을 즐기는 것 같아요. 패션 아이템을 구입할 때 신중하게 보는 부분이 있다면요?
보통 명품 쇼핑을 할 땐 일상생활에서 입을 옷이나 어디에 매치해도 잘 어울리는 가방을 사잖아요. 근데 저는 반대예요. 거금을 들이는 거니까 더 튀고 화려한 걸 골라야 만족감이 생긴다고 해야 하나? 못 보던 색상이라든지 독특한 디자인에 손이 가요. 그런 옷들을 평소에도 잘 입거든요. 다른 사람들 시선은 신경 안 쓰고 그냥 제가 좋아하는 거, 입고 싶은 걸 사는 편이에요.

뷰티와 패션 중 하나만 택하라면?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 사실 요즘 흥미를 느끼는 건 패션이에요. 뷰티는 오랫동안 해왔던 거라서 익숙하지만 패션은 아직 도전하고 있는 단계라서 더 조심스럽고 긴장되거든요. 그렇다고 메이크업을 놓을 순 없죠. 뷰티와 패션 콘텐츠를 반반씩 가져가는 게 목표예요.

영상 댓글을 보다 보면 ‘헤이즐스럽다’는 말이 자주 눈에 띄어요. ‘헤이즐스럽다’는 건 어떤 뜻일까요?
두 가지 모습의 헤이즐이 있어요. 패셔너블한 명품 하울을 올리는 헤이즐과 디즈니, 해리포터 굿즈를 모으는 ‘덕후’스러운 헤이즐이요. 너무 상반된 분위기지만 이 둘이 합쳐졌을 때 딱 ‘헤이즐스럽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아요.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처럼 생겼는데 알고 보니 디즈니 인형을 좋아하고 해리포터에 목매는 친근한 옆집 언니 같은 느낌이요. 그게 가장 저다운 모습이거든요.

앞으로 찍고 싶은 영상이나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전공인 공간 연출을 살려서 대학교 때처럼 작업하는 영상을 찍고 싶어요. ‘헤이즐, 10년 만에 붓을 들다!’라는 콘셉트로 그림을 그리거나 설치 미술을 하는 것도 좋고요. 꾸준히 작업해서 결과물이 쌓이면 작게 전시도 열고 싶어요. 팬 분들이랑 만나고 작업을 소개하면서 소통하는 거죠. 제 버킷 리스트 중 하나라서 언젠간 꼭 하고 싶어요.

뷰티 크리에이터로서의 ‘넥스트 헤이즐’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 모습을 위해 꾸준히 쌓아오고 있는 계획이나 다짐이 궁금해요. 예전에는 제 브랜드를 론칭하는 게 최종 목표였어요. 뷰티, 패션 뭐든지요. 근데 최근 들어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오랫동안 할 수 있을지, 이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겁나고 무섭더라고요. 한창 우울해하다가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못 보던 콘텐츠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항상 똑같은 영상만 찍다 보면 저도 질리고 구독자 분들도 지치잖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색다른 시도를 많이 할 예정이에요. 해외 팬 분들과 소통하기 위해 언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제 능력이 되는 한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