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인싸가 되고 싶은 아싸 에디터의 눈물 겨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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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핀의 귀환! 런웨이에서는 물론 셀럽들의 스타일, 길거리에서도 점점 많이 보이기 시작하는 헤어핀 스타일링, 아직도 유행인지 잘 모르겠다고? 인스타그램 트렌드에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미국 뷰티 브랜드 ‘글로시에’가 정정했다. ‘네! 유행 맞아요!’

 

글로시에

‘글로시에’는 스킨케어, 메이크업 제품을 파는 브랜드. 하지만 최근에 생긴 ‘글로시-웨어’ 라인에는 로고가 박힌 모자, 슬리퍼, 후드티 등 패션 아이템이 가득!  여기에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품목은 단연 헤어핀이다. 왜냐고? 이건 ‘그냥’ 헤어핀이 아니기 때문!

 

James Cochrane

James Cochrane

미용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핀 컬핀’에 플라스틱을 덧댄 모양으로 만들어진 이것의 정체는 바로 머리 세팅용 헤어핀. 패션 백스테이지 사진에서 아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아이템이다.

James Cochrane

James Cochrane

이렇게나 많이 쓰이는 이유는 아주 명확하다. 아무리 오래 꽂고 있어도 핀 자국이 아예 남지 않는 장점 때문. 헤어 세팅을 마친 모델들이 메이크업 받을 때 머리 모양이 망가지지 않도록 고정하는 용도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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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lossier 홈페이지

세팅용이지만 모델들이 주로 사용하는 아이템인 만큼, 일반인들에게도 수요가 꾸준히 있었던 편. (모델이 예쁘니까 핀 마저 예뻐보이는 마법) 따라서 이번에 글로시에가 상품으로 내놓으면서 ‘갖고 싶지만 어디서 파는 지 몰라서’ 가지지 못했던 일반인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한 것.

 

아쉽게도 딱 한정 수량/기간에 특정 금액 이상 구매한 고객들에게만 제공한 제품이라 더이상 구할 수는 없었지만, 궁금해졌다. 진짜 저 헤어핀을 하면 백스테이지 모델처럼 예뻐보일까? 진짜 자국이 남지 않을까? 패션 아이템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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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봤다. 헤어 고정용 핀!! 온 인터넷을 뒤진 결과 미용 전문 도구를 파는 사이트 중, 단 두 군데에 찾는 제품이 있었다. 가격은 각 사이트에서 4개에 4천원, 4개에 9천9백원으로 상이했지만 혹시나 재질이 다를까 싶어 모두 주문해봤다. 실제로 받아보니 아무런 차이 없이 광택있는 플라스틱 재질에 색감까지 동일한 제품이었다.

구매하고 싶다면 그냥 가격이 저렴한 인터넷 쇼핑몰을 선택해 구매하면 좋을 듯.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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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핀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시착해봤다. 집는 힘이 약해서 너무 무리하게 많은 양의 모발을 집으면 그 자리에 고정되지 않고 머리와 함께 떨어졌다. 옆머리를 넘긴 자리를 따라 살포시 집어주자 흡사 백스테이지 모델같은 느낌이 났다(머리만). 백스테이지에서 봤던 헤어핀과 실제 구매해본 핀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광이 아니라 유광이라는 것. 하늘색, 핑크색의 색감은 예뻤지만 노란색은 쨍한 형광색 느낌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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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을 꽂은 채로 미팅에 참석했다. 팀원들이 한 번씩 다 물어봤다. ‘이거 예쁘다’ ‘어디서 샀어?’ ‘나도 하나만 주면 안돼?’ 평소 백스테이지 컷을 많이 보는 직업이기 때문일까, 새롭다는 반응보다는 ‘나 예전부터 이거 갖고 싶었는데 실제로 보니 나도 갖고 싶다, 예쁘다’라는 평이 지배적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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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용기내어 밖에 나가봤다. 멀리는 말고, 회사 근처로. ‘특이한 핀을 꽂은 상태’가 신경쓰였기 때문일까?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다른 매체의 선배가 말을 걸어왔다. ‘이거 뭐야? 귀엽다. 나도 하나만 줘’ 역시 백스테이지 컷에서 수없이 봐왔던 헤어핀이라 다들 눈독들이고 있었나보다.

 

인스타 스토리에 올려봤다. DM이 쏟아졌다. ‘이거 어디서 샀어? 나도 살래’라는 내용의 메세지가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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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을 꽂았다는 걸 깜박 잊고 집으로 퇴근했다. 집에 오면서 ‘이상하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날 쳐다보지?’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게 핀 때문인지 그냥 쳐다본 건데 기분 탓인지는 알 길이 없다. 사람들은 나에게 그리 큰 관심도 없거니와, 모르는 사람에게 다짜고짜 말을 걸 만큼 헤어핀에 그리 큰 관심이 없다는 게 팩트다.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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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적인 면에서

하루 종일 꼽고 있었는데 정말 자국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눈을 찌르는 잔머리가 고민이라면 고정용으로 사용해도 좋을 듯. 다만 계속 ‘누르고’있기 때문에 꽂고 있던 쪽의 헤어 볼륨이 조금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앞서 말했듯 집는 힘이 그리 강하지 않아 핀 하나만으로 머리 모양이 바뀌어진다고 기대하면 곤란하다. 세팅이 다 된 머리에 꽂아야 한다.

 

심미적인 면에서

헤어핀을 꽂고 거울을 보거나 셀카를 찍으면 매우 만족스럽다. 내가 백스테이지 모델이 된 거 같고.. 색감도 예쁘다.  이상해보이지도 않고 패셔너블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밖에 나와 거울을 보면 미용실에서 머리를 받다가 막 나온 느낌이 든다.  헤어롤을 앞머리에 말고 다니는 사람을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마주 친 느낌과 흡사하다.

 

그래서 사요? 말아요?

백스테이지 모델이 이 헤어핀을 꽂고 있었던 게 예쁘다고 생각했다면, 나도 한번쯤 해보고 싶었다면, 사도 괜찮다. 자국이 남지 않는다는 큰 장점과 함께 썩 나쁘지 않은 비주얼을 자랑하니까. 남들의 눈은 걱정마시라. 어차피 남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별로 없다. 내가 좋으면 하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