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며 ‘부족한 잠을 자기도 모자란 시간에 웬 운동?’ 이란 생각이 들었겠지만 그 효과를 알고 나면 오늘부터 알람 시간을 앞당기게 될지도 모른다. 하루를 시작하는 컨디션과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무엇보다 옷의 사이즈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아침 운동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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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군살이 늘고 맞는 옷은 점점 없어지는데 운동할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변명만 늘어놓는 내 자신이 미련하게 느껴졌다. 늘 스케줄러에 빼곡히 채워지는 저녁 약속을 도저히 거절할 자신이 없어 아침 운동을 해보자는 일생일대의 거창한 계획을 세웠다. 아침 운동에 있어 접근성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생각에 집에서 보통 걸음으로 50보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하는 요가 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마음이 바뀌기 전에 앞뒤 재지 않고 결제부터 했고, 원장님에게 당장 다음 날 7시에 시작하는 첫 수업을 듣겠다고 이야기해두었다. 요가 수업만 아니라면 특별할 것 없는 평일 아침 7시. 원래대로라면 그 시간에 나는 간신히 눈을 뜨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침대에 반쯤 걸터앉은 다음, 다시 눕는다(!) 그러고선 눈을 감고 10분 가까이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지각’이란 단어가 머릿속에 엄습할 때쯤에야 마침내 다리를 펴고 일어선다. (거의 인간이 직립 보행하기까지의 진화 과정을 보는 수준이다.) ‘이런 내가 아침 운동이라니. 나는 요가 학원에 기부를 하고 온 것인가? 아니야, 다 잘될 거야’ 하며 왔다 갔다 하는 정신줄을 간신히 붙잡으며 6시 전후로 맞춰놓은 알람을 10개 이상 끄고 나서야 간신히 일어났다.
에디터가 신청한 수업은 ‘플라잉 요가’. 5분 늦게 도착해 부랴부랴 수업을 듣고 난 후, 무심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웬걸. 비록 머리는 산발이었으나 아침에 평소보다 잠을 설쳤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투명한 안색을 거울 너머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 아마도 플라잉 요가가 거꾸로 서는 동작이 많아 그 효과를 톡톡히 본 듯. 기분 좋게 샤워를 마치고 미리 챙겨둔 옷을 입고 출근을 서둘렀다. 피곤함이 몰아칠 거란 생각은 오산. 오히려 상쾌하기만 하던 그 기분을 잊을 수 없다. 아침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는 뿌듯함과 함께 맑고 또렷한 정신으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날부터 이 마약 같은 아침 운동의 효과를 다시 느끼기 위해 (매일은 아니지만) 아침에 일어나 컨디션이 괜찮다고 생각되면, 7시 요가 수업에 참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누군가 진심이든 인사 치레든 ‘살 좀 빠진 것 같다’는 말을 건네오면 그때만큼은 ‘아침 운동 홍보 대사’가 된다. 다음날 스케줄에 대한 압박감, 그날 업무로 인한 피로 등 이런저런 이유로 운동을 미뤄왔던 이들이라면 아침 운동을 고려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하루의 시작을 운동과 함께할 때 찾아오는 변화는 생각보다 꽤 괜찮으니까.

Q & A 

아침 운동이 더 개운한 것은 과연 기분 탓일까? 린클리닉의 김세현 원장과 MH 클리닉 이소현 원장에게 들어본 아침 운동의 진실!

Q1 아침과 저녁 운동의 효과가 진짜 다른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침 운동은 체지방 감소를 돕고 저녁 운동은 근력 강화에 효과적입니다. 우리 몸은 자는 동안 몸에 있는 탄수화물을 모두 써버린 상태라 아침에 지방을 태울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거든요. 체중을 줄이고 군살을 없애고 싶다면 자리에서 눈을 뜨자마자 운동하러 가세요. 운동을 하면 심박수가 증가해 그 이후로 6시간 정도 신체 대사가 빨라집니다. 다시 말해 기초 대사량이 증가해 전과 똑같이 먹더라도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침 7시에 운동했다면 아마 점심 시간까지 그 효과가 지속되곤 합니다. 반면 저녁에는 관절과 근육이 풀린 상태라 근력 강화에 효과적입니다. 부신피질호르몬과 갑상선자극호르몬의 분비가 활발해지는 오후 7시 이후에 운동하면 근육을 만드는 효과를 배가할 수 있어요.

Q2 아침에 운동하면 몸이 가뿐하고 기분이 상쾌하다고 이야기하는데, 과학적으로 근거 있는 말인가요?
운동을 하면 심박수가 증가하고 신체 대사가 빨라집니다. 기상하면 뇌는 깨어나도 몸은 약 3~4시간이 지난 뒤에야 완전히 활성화되는데 운동을 하면 신체 능력을 빨리 되찾을 수 있겠죠. 소화 능력 역시 배가 될 테니 몸이 가벼울 수밖에 없을 거고요. 심박수를 올리는 운동을 하면 아드레날린 분비가 촉진돼 상쾌하고 개운한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혈액 순환을 촉진해 뇌에 피가 원활하게 공급되면 사고력과 집중력이 높아지죠. 오전에 중요한 회의나 시험이 있을 경우 아침에 일어나 빨리 걷거나 가볍게 조깅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훨씬 도움이 되겠죠.

Q3 아침에 하면 좋은 운동이 특별히 있나요?
아침에는 근육과 관절이 뻣뻣한 상태라 강도 높은 운동은 몸에 무리를 줍니다. 요가나 스트레칭 같은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추천해요. 수영이나 아쿠아로빅 같은 수중 운동은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단시간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니 바쁜 아침 시간에 좋고요. 아침 공복 상태에선 근육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충분치 않아 근력 운동은 적합하지 않아요. 오히려 근육 손실의 위험이 있으니 오후나 저녁에 하길 권장합니다. 과도하게 긴 운동 시간도 좋지 않습니다. 60분 이상의 운동은 저혈당이 오면서 인슐린 수치가 올라가 근육의 손실이 올 수 있습니다.

Q4 과연 스트레스를 받으며 잠자는 시간을 포기하면서까지 아침 운동을 하는 게 맞는 걸까요?
우리 신체는 잠을 자는 동안 낮에 활동하면서 손상된 부분을 회복합니다. 깨어 있는 시간이 부족할수록 아데노신과 같은 화학 물질의 양이 증가하는데 이는 두뇌와 근육을 연결하는 신경전달 물질의 이동을 방해합니다. 즉 잠이 부족하면 머리와 몸을 모두 느려지게 만드는 결과를 낳죠. 이런 상태가 길어지면 건망증이 생기고 논리적 사고가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면역력이 떨어지고 근육이 떨리는 증상이 발생합니다. 다시 말해, 아무리 아침 운동이 좋다 한들 무리하게 수면 시간을 줄이면서 운동을 하면 몸이 상할 수 있어요. 차라리 운동 시간을 30분 내외로 줄이고 강도를 조금 올리는 방법을 택해보세요. 건강을 위한다면 잠과 운동에 대한 스트레스부터 줄이는 것이 먼저입니다.

Q5 아침 운동은 누구에게 권해주고 싶나요? ‘의도치 않게’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도 있을까요?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에게는 아침 운동이 좋습니다. 밤사이 염증으로 굳어진 관절을 운동으로 풀어줄 수 있으니까요. 스트레칭이나 조깅 같은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 도움이 되지만 관절에 무리가 가는 달리기나 조깅은 피해야 합니다. 요통이 있는 사람도 아침에 가벼운 유산소 운동으로 굳어 있는 허리를 풀어주고 통증을 완화한 뒤 하루를 시작하면 좋고요. 고혈압 환자는 아침에 혈압이 상승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피해야 합니다.

Q6 이왕 할 거라면 실내 또는 실외, 어느 곳을 추천하시나요?
자외선과 합성된 비타민 D는 칼슘을 제공하고, 암세포의 성장을 저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루 중 자외선에 노출되는 일이 거의 없는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다면 헬스장이 아닌 바깥으로 나가보는 게 좋겠죠? 게다가 아침에 햇볕을 쬐면 뇌에서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돼 몸의 전원 버튼이 올라갑니다. 아침은 신진대사와 에너지 소비가 가장 느린 시간이므로 이때 운동을 진행하면 신체 리듬이 보다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Q7 아침 운동 전후로 무엇을 먹고 마시면 도움이 될까요?
체지방 감소가 목적이라면 공복이 가장 좋습니다. 운동을 하며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게 없으니 지방을 끌어와야 하거든요. 운동 후에는 혈액 내 혈당을 높이는, ‘GI’ 지수가 낮은 음식을 섭취하는 게 다이어트에 효과적이에요. GI가 높을수록 소화 과정에서 음식물이 당분으로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애써 운동한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어요. 감자보다 칼로리는 높지만 GI 수치가 낮은 고구마를 추천하는 이유죠. 피로를 풀어주는 블루베리나 바나나를 넣은 셰이크도 좋습니다. 체중 감량이 아닌 건강이 목적이고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사과나 배, 통밀, 견과류 등을 적당히 드시고 운동하세요.

아침운동 지지자들의 열띤 홍보 멘트 

지난 8년 간 새벽에는 수영을, 오전에는 폴댄스 수업에 꾸준히 참가했어요. 아침 운동이 습관이 되니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 없이 규칙적인 삶을 살게 된 것 같아요. 마른 몸에서 이젠 누가 봐도 건강한 몸으로 변했고 거북목과 나쁜 자세도 많이 교정됐어요. 폴댄스의 경우 전신 근육을 사용하기에 아직 몸이 풀리지 않은 오전에는 수업 시간보다 먼저 가서 충분히 스트레칭하는 시간을 가져요. 근 손실을 줄이기 위해 운동 전, 닭가슴살을 활용한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간단히 하는 것도 잊지 않죠.” – 남정아(법학과 강사) 

이른 아침부터 허드슨 강변, 센트럴 파크를 뛰는 뉴요커의 모습에 반해 아침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죠. 오전에 한강에서 걷고 뛰는 유산소 운동을 한 지 10년 됐어요. 아침에 운동하면 잠에서 쉽게 깰 수 있어 하루 시작이 남다르고 에너지가 넘쳐요. 또, 그날 먹는 음식의 칼로리를 생각하지 않고 한층 여유 있게 저녁 약속을 즐기게 되죠. 제가 아침 운동 전후로 챙겨 먹는 건 고구마보다 칼로리가 낮으면서 수분이 많아 소화가 잘되는 단호박이에요. 그릴에 구워 그릭 요거트, 치즈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운동 후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브런치가 되죠.” – 김희원(보헴 대표)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집 근처 헬스장으로 가 공복 상태에서 유산소 운동을 한 지 4년 정도 됐어요. 아침에 운동으로 땀을 빼고 나면 몸이 더 가뿐하고 하루를 활기차게 보낼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 같아요. 아침 운동을 위해 평소보다 1시간 정도 일찍 잠자리에 드는 ‘좋은 습관’도 생겼죠. 운동 전에는 무염 버터를 넣은 방탄 커피를 한 잔 마시는데 쉽게 지치지 않는 훌륭한 에너지원이 돼요.”  – 이예리(패션 마케터) 

3년간 아침 수영을 했어요. 물속에서도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완전 방수 기능의 워크맨을 착용하고 유영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 정신 수양에 도움이 돼요. 독소와 부기가 함께 빠져 안색이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지는 효과를 제대로 봤죠. 배가 부르면 몸이 나른해지고 무거워져 아침엔 공복 상태로 수영을 갔다가 끝나면 삶은 달걀과 같은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 속을 든든히 채웠답니다.” – 최자영(스타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