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곳의 호텔 객실에서 바라본 서울

호텔 방에서 서울을 내려다봤다. 풍경을 품으면 품을수록 도시의 표정이 다채로워졌다.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와 서울 식물원

서울에 남은 마지막 개발지, 마곡의 풍경은 모든 게 빽빽한 ‘서울’과는 좀 다르다. 인공지능 배달 로봇 ‘코봇’이 맨 먼저 인사를 건네는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는 나무와 숲의 쭉쭉 뻗은 직선을 다만 간결하게 품었다. 있어야 할 건 있고, 없어도 될 건 없는 합리적인 호텔의 진가는 닫혀 있던 커튼을 젖혔을 때 드러난다. 룸 타입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객실의 통유리 창밖으로 서울 식물원의 푸른 숲이 박력 있게 들이친다. 계절과 태양의 기울기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색감이 물드니 하루하루가 처음과 같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엑스와 봉은사

1999년에 개관한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요즘 호텔의 통일된 ‘모던함’과는 분명한 거리를 둔다. 몇 번의 리모델링을 거쳤다지만 여전히 세기말과 2000년대 사이, 어디쯤 멈춰 있다는 인상에 어떤 유대감을 느꼈을 테다. 650여 개에 이르는 대부분의 객실을 비즈니스 고객에 맞게끔 정비했지만, 각 층 코너에 위치한 클럽 코너 스위트는 내내 호화롭도록 뒀다. 이 방의 자랑인 탁 트인 180도 반원 통창 밖으로는 신라의 고찰 봉은사가 내려다보인다. 도심의 거대한 사찰은 언제나 늘 염원 가득한 이들을 품느라 바쁘다.

J 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과 흥인지문

지하 6층, 지상 11층. 호텔은 땅 밑으로 깊고 땅 위에서는 비교적 얕은 대신 길쭉한 모양새다. 위압적인 높이와 크기로 풍경을 압도하는 대신 흥인지문과 조화를 이룬다. 평화 시장과 두산타워, 청계천과 주변 상가를 모두 품은 왁자한 동네에서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은 고요한 요새인 양 자리 잡았다. 약간 휜 복도를 따라 들어간 방의 창밖으로는 보물 1호 흥인지문의 파사드가 펼쳐진다. 높이에 따라 달리 보이는 앵글에는 그 옛날 서울과 첨단의 도시가 따로 또 함께 담긴다.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과 환구단

환구단은 1897년 10월 고종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황제에 등극한 장소다. 고종황제는 이때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명명했다. 1914년 일제는 환구단을 허물고 그 자리에 호텔을 지었다. 지금의 환구단은 엄밀히 말하면 환구단의 일부인 ‘황궁우’다.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과 환구단이 오늘날까지 함께하게 된 사연이다. 시작이야 어땠는지 몰라도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둘은 소공동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서울의 근현대사를 함께 목격한 셈이다. 창문 밖 환구단의 소리 없는 경치는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서울의 일부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과 남산

서울의 가장 중심에 있으면서도 도심에서 멀리 떠나온 것 같은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외관은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1969년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다. 문자 그대로 ‘프라이빗’한 객실에 들어서면 ‘릴랙세이션 풀’이라고 불리는 길쭉한 창을 통해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의 풍경이 병풍처럼 이어지는데, 바깥으로 보이는 건 온화한 남산의 능선과 그 끝에 삐죽 솟아난 서울 타워뿐이다. 제아무리 길쭉한 마천루가 기세등등 덤벼댄다지만 서울이 서울임을 알리는 지표는 여기서부터다.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호텔 앤 레지던스 서울 용산과 한강

한강철교를 지나 용산역에 다다를 때면 빌딩 하나가 이목을 끈다. 한글 ‘ㄹ’을 옆으로 누인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용이 꿈틀대는 모습 같기도 하다. ‘서울드래곤시티’는 40층 규모의 빌딩 3개 동에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노보텔 스위트 앰배서더, 노보텔 앰배서더,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등 저마다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호텔 4개가 함께한다. 그중 모든 객실이 스위트룸인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서울 용산 객실에서 내려다보는 원효대교, 63빌딩, 한강철교, 한강대교를 물들인 노을을 보고 있자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서울이 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르 메르디앙 서울과 강남의 밤

데이비드 콜린스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르 메르디앙 서울의 실내 인테리어는 그렇고 그런 호텔과 확연히 다른 선택을 한다. 부드러운 라벤더와 블루, 그린 색감을 과감하게 사용했지만 과하게 통통 튄다는 느낌보단 오히려 안정적이다. 서울의 밤은 언제나 불야성이다. 르 메르디앙 서울에서 내려다본 강남의 밤은 솔직하고 현실적이다. 어둠이 풍경을 미화시킬 수도 있을 텐데, 강남의 밤은 그마저 통하지 않는다. 그러니 차라리 숨김없이 좋다고 해야 할까. 아마 진짜 서울의 야경은 여기 어디쯤일지도 모른다.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에디터
    최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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