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이 이뤄낸 경이로운 풍경

재활용은 잘 버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폐지와 고철, 폐타이어, 폐차까지 우리가 쓰레기라고 생각했던 이 모든 것은 곧 재활용이라는 노력으로 새 생명을 부여받게 된다.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한 이 영속적인 가치와 희망, 그 뜻깊은 순간을 패션 브랜드가 함께했다. 옷을 만들다 남은 자투리 천을 엮기도 하고, 무용지물이 된 지난 컬렉션을 다시 해체해 새로운 옷을 짓기도 했다. 어쩌면 쓰레기통으로 직행했을 옷감이 모여, 그리고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마음이 켜켜이 쌓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이 탄생했다‘. 재활용’이라는 교집합이 이뤄낸 그 경이로운 풍경을 담았다.

버려지고 낭비되는 폐자원에 ‘순환’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옷을 만드는 업사이클 브랜드, 리블랭크(Reblank)에서 제작한 옷이다. 톱은 두 장의 티셔츠를 절개해 펼친 후 재배치함으로써 생기는 아방가르드한 실루엣에 주목했고, 스커트는 네 장의 셔츠를 패치워크 방법으로 이어 독특한 커팅 라인과 불규칙한 끝 단을 연출했다. 목걸이는 벗겨지고 낡은 단추를 이어서, 신발은 자투리 천을 이어서 완성했다. 이 모든 의상은 리사이클링 과정에서 제2의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구상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3년이 지나 소각 위기에 처한 구호(Kuho)의 2008년 컬렉션 의상이 발상의 전환으로 이렇게 멋진 작품으로 탄생했다. 'Recall Kuho’. 구호의 지난 12년을 기억한다는 의미를 담아 옷과 옷을 이어 붙이고 솜을 넣어 부풀리는 방식으로 완성된 100% 수작업의 쿠튀르 의상이다.

친환경 섬유와 염료로 옷을 짓는 이새(Isae)는 지난 시즌 컬렉션 의상을 만들기 위해 피팅했던 광목 천을 재활용해 새로운 옷을 만들었다. 피팅할 때 생긴 절개선과 펜 선, 프릴 등을 그대로 살려서 완성한 광목 재킷과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월등한 식물인 케나프 (Kenaf)에서 채취한 마섬유와 병충해에 강하고 많은 물이 필요하지 않아 친환경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쐐기풀 섬유를 이용해 만든 팬츠로, 버려지는 광목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Your Best Way to Nature’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일상에서 다양한 자연을 즐기는 방법을 지향하고 있는 코오롱스포츠(Kolon Sport)는 아웃도어 소재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디자인으로 리사이클 캠페인에 동참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장 콜로나는 어떻게 하면 도시와 자연을 접목할 수 있을까 고심하던 중 봄/여름 시즌의 방풍 재킷을 만들고 남은 초경량 소재에 아웃도어 의상에서 자주 쓰이는 스트링 장식을 활용, 코오롱스포츠만의 기능성을 표현했다. 이 4m 길이의 롱 드레스는 스트링으로 어떻게 주름을 잡느냐에 따라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세련미와 실용미도 함께 담았다. 나무굽의스트랩슈즈는아쉬(Ash).

컬렉션 스타일링을 위해 장갑을 즐겨 쓰는 디자이너 루비나(Rubina)는 그 많은 장갑을 어떻게 재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왔다. 그 고민이 영속성을 일궜다. 솜과 와이어를 넣어 이어 붙인 장갑으로 연출한 볼레로와 지난 컬렉션의 드레스를 매치한 작품은 새로운 도전을 향해 비상하는 한 마리의 독수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에디터
    박선영
    포토그래퍼
    김제원
    모델
    지현정
    스탭
    헤어 / 김귀애, (메이크업)박혜령 , 어시스턴트 / 정이나, 어시스턴트 / 박수희, 디지털 리터칭 성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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