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슈퍼스타

12월과 1월의 서점가는 바쁘다. 마음을 다잡으려 책을 사기도 하고, 한 해 동안의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책을 선물하는 일도 많아진다. 그리고 이 시기가 되면 서점계 ‘슈퍼스타’의 신작이 쏟아진다. 슈퍼스타, 다른 말로는 인기 작가다.

작가와 팬의 관계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이 작가들은 꾸준히 창작물을 내며 독자의 신뢰와 충성을 얻었다.

12월과 1월의 서점가는 바쁘다. 마음을 다잡으려 책을 사기도 하고, 한 해 동안의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책을 선물하는 일도 많아진다. 그리고 이 시기가 되면 서점계 ‘슈퍼스타’의 신작이 쏟아진다. 슈퍼스타, 다른 말로는 인기 작가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라톤을 할 때도 ‘정력적이다’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작가이지만 활동만큼은 정말 ‘정력적’으로 해왔다. 오래 활동하고 다작했지만 대부분의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 자체가 시대의 상징과도 같은 부분이 있다. 그 때문에 무라카미 하루키는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작가다. 어떤 사람은 그가 대중성 때문에 과소 평가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그가 과대 평가되었으며, 이미 그의 소설이 먹히는 시기는 지났다고 말한다. 그러나 상충되는 시각이 딱 마주칠 때가 있는데, 하루키의 에세이만은 모두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가 꾸준히 이런저런 매체에 발표한 수필은 <세라복을 입은 연필>과 같은 매력적인 제목으로 출간되곤 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소개되지 않은, 1979년부터 2010년까지 미발표 원고를 묶어서 출간한 것이 <잡문집>이다. 하루키는 책의 서문에 ‘설날의 복주머니’ 같은 책이었으면 한다고 적었다. 온갖 것이 들어 있어서 마음에 드는 것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있는 복주머니. 그렇게 엮인 이 책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루의 딸 결혼식에 쓴 간단한 축사부터 논란이 되었던 예루살렘상 수상 소감, <언더그라운드>의 시작이 된 일명 ‘옴진리교 사린가스’ 사건을 보는 시각, 레이먼드 카버와 스콧 피츠제럴드, ‘노르웨이 숲’이 ‘노르웨이의 숲’인지 ‘노르웨이산 가구’인지를 둘러싼 논쟁 등 온갖 이야기가 담겨 있다. 복불복인 복주머니가 아니라, 크리스마스 양말처럼 사랑스러운 책이 될 것이다. 지난달 다른 일본 작가들과 함께 여행과 음식을 주제로 한 단편작품집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을 펴낸 에쿠니 가오리도 음식 에세이 <부드러운 양상추>를 출간했다. 배경이며 소재는 모두 유럽의 것인데 정서만은 지극히 일본의 것이라 영 어색했던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에 비해, 이 책은 인간의 보편적이고 원초적인 본능인 ‘식탐’을 에쿠니 가오리식으로 부드럽고 예쁘게 차려낸다. 대구 같은 여자가 되고 싶지만 대구 같은 체형의 여자는 되고 싶지 않은 그녀는 음식을 통해 사람을 만나며 추억을 떠올리는데, 일본과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우리 추억과도 잦은 교차점을 만든다. <초원의 집> 시리즈를 보며 이국적인 음식의 맛을 상상하는 일은 그 시절 우리들도 마찬가지. 어린 시절 입맛을 지배한 ‘꼬들꼬들’을 읽을 땐, 내 인생의 ‘오도독’을 생각했다. 맛있는 부위라고 하면 다 넘어가는 건 일본의 아이들이나 한국의 아이들이나 다 똑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새 작품 <웃음>은 ‘예약 주문’까지 거쳐 드디어 서점에도 입성했다. 프랑스의 유재석이라고 할 수 있는 유명 코미디언이 분장실에서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유일한 단서는 그가 죽기 전 폭소했다는 것뿐. 경찰은 돌연사로 결론짓지만 여기자와 과학전문 남기자는 죽음 뒤의 의문을 추적한다. 도대체 그는 왜 웃다가 죽었는가! 인간은 왜 웃는가! 가벼운 콩트 같았던 사건은 하지만 점점 거대한 비밀에 다가선다. 코미디언의 비밀과 웃음 산업 속 음모, 그리고 역사에 감춰 있던 비밀 조직까지 등장한다. 작가가 깔아놓은 거대한 이야기는 2편에서 계속! 의문은 계속된다. 명실상부 이 시대 최대의 흥행 작가로인 신경숙의 작품을 빠뜨릴 수는 없는 일. <모르는 여인들>과 <아름다운 그늘>이 그것이다. 행간마다 슬픔이 느껴지는 위험한 책 <모르는 여인들>은 작가가 8년 만에 낸 단편집이다. <엄마를 부탁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쓰는 틈틈이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을 묶었다. 작가는 지난 8년 동안 가장 침울하고 혼란스러울 때마다 묵묵히 책상 앞에서 이 글을 썼다. 이 작품들을 쓰지 않으면 다른 시간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고. <아름다운 그늘>은 이달 새로 출간되었으나, 새 책은 아니다. 다시 읽어보니 과거의 감상이 떠오른다. 일찍 예술혼을 불사르고 범작만을 내는 작가들과 달리, 그녀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리 달라진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1995년, ‘이렇게 일찍 산문집을 갖게 될 줄 몰랐습니다. 겨우 서른셋에요’라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던 신경숙의 첫 산문집인 이 책이 2011년을 건너와 새 작품집과 나란히 놓여 있다. 슈퍼스타의 책은 이렇게 타임머신을 탄다.

New Books

1. <이스탄불을 듣는다> 오르한 웰리 카늑 이스탄불에는 오르한 파묵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국민 시인이라고 할 수 있는 오르한 웰리 카늑의 시집이 우리나라 최초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이 세계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고 노래한다. 시인의 세계가 그렇다. 문학과지성사
2. <사랑의 미래> 이광호 시평론가 이광호가 시의 한 구절을 읊고, 사랑의 본질에 대해 써 내려갔다. 시와 단상이 들숨과 날숨처럼 교차하며 직조되는 동안 지나간 사랑과 다가올 사랑을 생각했고,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얼굴들을 떠올렸다. 문학과지성사
3. <소울푸드> 성석제, 이충걸, 김어준, 김창완 등이 ‘내 영혼을 위한 음식’을 이야기한다. ‘먹고사니즘’으로 하찮게 치부되는 음식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 먹는다는 건, 엄청나게 숭고한 일임이 분명하다. 청어람미디어
4. <열일곱, 364일> 제시카 워먼 추리, 호러, 판타지 등 장르를 버무려 로맨스 소설의 존재 이유를 새롭게 만들겠다는 ‘블랙 로맨스 클럽’의 첫 책. 요트에서 물에 빠져 죽은 리즈 벨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7명이 잠들었지만 깨어났을 때 요트에는 6명뿐. 황금가지
5. <까칠한 도시 황홀한 디저트> 데이비드 리보비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레스토랑 셰 파니스에서 빵과 디저트를 만들어온 셰프가 파리로 떠나서 겪은 ‘사서 고생한 이야기’다. 일명 아메리칸 제빵왕의 고군분투 파리 정착기. 엄청나게 웃기고 믿을 수 없게 배가 고파진다. 달

    에디터
    피처 에디터 / 허윤선
    포토그래퍼
    박재영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