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쇼핑지도

문화를 사려면 가로수길로, 디자이너의 감성을 만나려면 한남동으로, 원스톱 SPA 쇼핑은 여의도 IFC몰에서 해야 제맛이다. 쇼핑도 입맛 따라 목적 따라 골라 가는 시대, 지금 가장 주목받는 쇼핑 지역 세 곳.

1, 2 어라운드 더 코너의매장 모습. 3 시몬느 핸드백박물관의 편집숍 0914에서구입할 수 있는 레베카밍코프의 숄더백. 4 가방에관한 재미있는 책과 각종소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시몬느핸드백 박물관 지하 1층의 소품매장. 5 어라운드 더 코너에서만날 수 있는 서리얼 벗 나이스.6 디젤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7 KM 플레이의 매장 모습.8 편집숍 아이디에서 구입할 수있는 폴스 부티크 지갑.

가로수길

가로수를 벗삼아 국내 신진 디자이너들의 부티크가 이웃하던 아늑한 가로수길의 풍경은 이제 전설이 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어떤 숍은 문을 닫고 또 어떤 숍은 문을 열고 있다. 가로수길 1세대라 할 수 있는 10 꼬르소 꼬모와 라움 등 편집숍 아울렛이 여전히 가로수길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TNGT와 마리메꼬 등을 필두로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가 이 거리를 채우기 시작했고, 포에버 21과 자라 등 명동이 지루해진 S PA 브랜드도 하나둘 가로수길로 넘어왔다. 이로써 30분 남짓이면 왕복할 수 있는 이 ‘호젓한’ 거리가 편집숍,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 SPA 브랜드 매장이 한데 어울린 가장 ‘뜨거운’ 패션거리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지금도 유행과 문화에 민감한 쇼핑 지역답게 끊임없이 진화 중이다. 특히 최근 문을 연 매장들을 살펴보면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이 몰리는 이곳의 쇼핑 특성에 맞게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와로브스키 매장에서는 다른 매장에서 볼 수 없는 ‘아뜰리에 스와로브스키 컬렉션’이나 오트 쿠튀르 라인인 ‘다니엘 스와로브스키 컬렉션’ 등을 선보이며, 디젤 역시 국내에 들여오지 않았던 ‘디젤 블랙 골드’ 라인을 비롯해 각종 협업 제품을 가로수길 매장에서 소개한다. SPA 브랜드인 자라에도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스튜디오 컬렉션’이 있을 정도다. 편집숍 역시 마찬가지다. 얼마 전 문을 연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은 쇼핑과 전시의 개념을 도입했다. 3~4층에는 박물관을, 1~2층에는 자체 브랜드 ‘0914’와 함께 레베카 밍코프, 키쉘, 카를로스 필치 등 해외 가방 브랜드를 모아 문화와 쇼핑을 자연스럽게 엮었다. 가장 최근 문을 연 ‘어라운드 더 코너’도 흥미롭다. 100년 가까이 된 프랑스의 보더 티셔츠 브랜드 오르치발과 종이로 만든 슈즈 시빅듀티,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서리얼 벗 나이스 등의 브랜드 구성이 돋보이며 여기에 음식과 전시, 공연의 개념까지 들여왔다. 가로수길을 택한 이유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수빈에게 물었더니 “지금 가장 액티브한 곳이잖아요.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함께 뒤섞이는 이 장소가 그 자체로 영감이 되었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디’와 ‘KM 플레이’도 최근 문을 연 편집숍이다. 밖에서 보면 패션숍인지 카페인지 알 수 없는 구조를 한 ‘아이디’는 ‘aIm Desinger’의 줄임말로 베이비 파우더나 스프링크로커스 등 스트리트 감성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와 펑키한 감성의 가방 브랜드 폴스 부티크, 토이 브랜드 봄곰 등 흥미로운 제품을 갖추고 있다. 지하 1층부터 4층 으로 구성된 ‘KM 플레이’는 다른 곳보다 저렴한 가격대가 눈길을 끄는데, 실력 있는 동대문 디자이너들을 가로수길로 끌어왔기 때문이다. 동대문 두타나 밀리오레의 가로수길 버전이라 할 만한 이곳은 숍인숍 개념으로 운영된다. 이처럼 가로수길은 해외 명품부터 동대문 디자이너에 이르는다채로운 브랜드와 음식, 전시, 공연이 뒤엉켜 문화를 사고파는 장이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플래그십 스토어와 SPA 브랜드, 콘셉트가 있는 편집숍의 삼파전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1 뱀피 프린트 소가죽 소재숄더백은 59만8천원, 류이케이(Ryui Kei). 2 스티브J&요니P의 매장. 3 먼데이에디션의 쇼룸. 4 국내외작가들의 그릇, 조명, 테이블등 소품을 전시 및 판매하는L 스토어. 5 한남동에자리한 더 센토르의 2012년가을/겨울 광고컷.

한남동

북적이는 이태원의 이국적인 거리 뒤편으로 국내 디자이너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이 골목이 생겨났다. 골목으로 바로 이어지는 길이 없어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도 헤매기 쉽지만, 일단 한번 찾으면 ‘아 여기구나!’ 하고 단번에 알 수 있다. 예쁜 간판을 단 두어 평 남짓 되는 숍들이 옹기종기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길의 진가를 가장 먼저 알아본 디자이너는 ‘더 센토르’의 예란지다. “처음 보자마자 조용하고 아늑해서 마음에 들었죠. 이국적인 문화와 한국의 정서가 묘하게 섞여 있는 점도 좋았고요. 작업실을 겸하기엔 상업적인 거리보다는 이런 곳이 적합하거든요.” 벌써 5년째 그녀의 숍은 이 골목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스티브J&요니P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합류하면서 이 길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오롯이 우리만의 감성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원했어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이태원 거리는 영감의 원천이 되거든요. 그걸 확장시킬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바로 이곳이었죠.” 그들이 왔을 때만 해도 패션숍은 ‘더 센토르’와 남성복 디자이너 브랜드 ‘세컨드 무브’를 비롯해 몇 개 되지 않았지만, 이 두 디자이너를 필두로 신진 디자이너들이 곳곳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금속 공예를 전공한 세 명의 디자이너가 모여 만든 주얼리 브랜드 ‘디 트라이앵글’과 영국에서 공부한 가방 디자이너 김희영의 ‘류이 케이’도 작년 말 이곳에 첫 번째 매장을 열었다. 감성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이 모이자 자연스레 갤러리를 겸한 카페나 숍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L 스토어’에서는 의자나 테이블, 그릇 등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구입할 수 있다. 현재는 전선으로 사람을 위트있게 표현하는 작가 폴리의 조형물과 조명 작가 김대의 ‘Lighting&Craftman’ 작품을 전시 중이다. 올해 5월, 주얼리 브랜드 먼데이 에디션도 이 거리에 합류했는데, 원하는 색상이나 장식을 직접 주문할 수도 있어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사실 이곳의 숍들은 대부분 디자이너의 작업실이자 쇼룸, 매장의 역할을 하고 있어 디자이너와 직접 만나 소통도 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그들과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원하는 디자인의 옷이나 액세서리를 직접 맞출 수도 있다. 한창 공사 중인 몇몇 곳에 또 어떤 감성을 가진 디자이너가 합류할지 궁금해지는 이 보물 같은 거리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1 여의도 IFC몰의 내부 전경. 2 IFC몰에위치한 마시모 두띠의 매장. 3 IFC몰안에 2층 규모로 자리한 에잇 세컨즈의매장 모습. 4 에잇 세컨즈의 2012년가을/겨울 시즌 광고컷.

여의도 IFC몰

명동 찍고 이태원, 이태원 찍고 강남. 쳇바퀴처럼 뻔하던 쇼핑 즐겨 찾기 목록에 추가할 생소한 이름이 생겼다. 63빌딩을 제외하곤 여간 해서 ‘놀러’ 갈 일 없었던 여의도에 거대한 쇼핑몰이 생긴 것이다. “여의도는 5호선과 9호선이 만나는 환승역이자 하루 12만여 대 차량이 통과하는 교차로예요. 유동 인구만 해도 24만 명에 이르죠. 바쁜 직장인들을 사로잡기 위해 동선을 최대한 단순하게 설계해 한곳에서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게 만들었어요 .”IFC몰 홍보담당 이가영 과장의 말이다. IFC몰은 영업면적이 3만9천여 제곱미터에 달해 덩치부터가 다른 백화점이나 쇼핑몰을 압도한다. 이 거대한 공간에 패션&뷰티 브랜드와 푸드코트 , CGV 영화관, 영풍문고 등이 모두 모여 있다. 한 공간 안에서 원하는 것만 쏙쏙 골라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대형 쇼핑몰답게 찾아가기도 편한데 여의도 지하철역에서 무빙 워크로 쇼핑몰 안까지 바로 연결된다. 게다가 ‘쉽고 빠르게’ 쇼핑해야 하는 직장인들을 배려해 SPA 브랜드가 총출동했다. 자라, H&M, 유니클로, 갭을 비롯해 자라를 보유한 인디텍스 그룹의 마시모 두띠, 버쉬카, 스트라디바리우스, 풀앤베어를 만날 수 있고 국내 SPA 브랜드 에잇 세컨즈와 랩 등도 경쟁한다. 가격과 디자인 면에서 각각 다른 특징을 가진 SPA 브랜드의 집결지인지라 마치 거대한 SPA 편집숍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를 언제 다 쇼핑하냐고? 사실 이곳을 하루에 다 둘러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취향에 따라 골라 가면 되는데 곳곳의 지도 검색대에서 원하는 매장의 위치 파악이 가능하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조가 아니라서 길 잃을 걱정도 없으니 안심할것. 갑작스런 미팅을 위해 옷이 필요하거나, 급히 선물을 사야 할 때도 유용하다. 지치면 앉아 쉬는 카페가 바로 아래층에 있고 내키면 영화까지 볼 수 있으니 쇼핑부터 휴식까지 ‘풀 코스’로 즐기기 제격이겠다.

    에디터
    김주현
    기타
    Photography | Lee Hoon Zoo, Jung Min Woo, Courtesy of Around the Corner, Rebecca Minkoff, Surreal But Nice, Diesel, Ryui Kei, The Centaur, 8 Seco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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