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루어>남자 대탐구 – 그루밍

이 지구에서 남자와 평화롭게, 때론 뜨겁게 공존하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은 섹스, 연애, 우정, 재테크, 패션, 그루밍을 가리지 않는다. 남자에 대해 뭐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할까 싶은 것까지 세세하게 끌어 모은 <얼루어>의 남자 대탐구.

1. 아쿠아 디 파르마의 꼴레지오네바비에레 쉐이빙 레이져 &브러쉬 면도의 정확성을높이기 위해 손잡이 끝 부분을더 무겁게 하는 이탈리아장인의 세심한 배려가 담긴수제 면도기와 회색 오소리의목털로 만든 셰이빙 브러시.손잡이는 모두 방수 처리된 웬지우드를 사용했다. 42만원 &47만원(스탠드 포함). 2. 비오템의 아쿠아파워 디-센서티브 쉐이빙폼 알코올과 인공 향을 넣지 않고 피부를진정시키는 플랑크톤 추출물과 미네랄성분이 피부를 진정시켜 편안한 면도를가능하게 한다. 200ml 3만5천원대. 3. 필립스의 센소터치전기면도기 얼굴굴곡을 따라자연스럽게 휘는 3D입체 면도 방식을채택해 자극을 줄이고매끄러운 면도가가능하다. 20만원대.  4. 랩시리즈의일렉트릭 쉐이브솔루션 전기면도를할 때 밀착력을높여 더 깔끔하게깎이고, 사용 후씻어낼 필요가없어 간편하다.100ml 3만2천원대.5. 백스터 오브 캘리포니아의 수퍼클로즈 쉐이브 포뮬라 티트리오일이 수염을 부드럽게 하고피부를 진정시키며 감염으로부터보호한다. 240ml 2만4천원.

남자, 수염을 깎다

이게 다 나 혼자 연출한 장면들이다. 당신의 남자도 다음 중 어떤 한 장면을 찍고 있을 게다.

Scene#1 수염을 깎고 싶다
빠른 녀석은 이미 고우영 <삼국지>의 장비처럼 억세고 풍성한 숱을 자랑했지만, 같은 고3이었음에도 나는 코 밑에 솜털뿐이었다. 베네피트 개비 메이크업 파우치에서 립글로스를 꺼내버리고 샤넬 알뤼르 85번 같은 진짜 립스틱을 넣고 싶은 소녀처럼, 그때 나는 내 면도기를 갖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짧아도 너~무~짧은’ 생각이지만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거든. 어른은 면도를 한다는 명제를 뒤집으면 면도를 해야 어른이다. 듣자 하니 면도를 자꾸 하다 보면 점점 더 수염이 잘 자란다는데,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돌아온 심야에 아버지의 산요 면도기로 입술 주위를 문질렀지만 연약하기 그지없는 솜털이 깎일 턱이 없었다(옛날 전기면도기는 요즘 것만 못했다). 입시도 지나고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쯤, 공중목욕탕에서 구입한 일회용 도루코 면도기로 비로소 면도다운 면도에 성공했다는 증거 — 쾌남 스킨이 따갑게 느껴졌다는! — 를 처음 경험했을 때의 뿌듯함이 아직도 기억에 선연하다.

Scene#2 면도는 일상이다
매일같이 면도를 하면서 ‘면도=어른’이라는 등식을 잊었다. 수염이 더 억세게 나는지, 수염 재배 면적이 더 넓어졌는지 따위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냥 매일 면도할 뿐이었다. 당신이 ‘그날’, 팬티에서 패드를 떼어내면 돌돌돌 말아서 버리는 것에 무뎌진 것처럼. 면도가 일상이 되자 수염을 깎는다는 행위 자체보다는 그 도구에 관심이 더 많았다. ‘칼면도기’와 전기면도기도 가지가지 다 써봤고, 비누보다 좋다기에 면도용 폼도 젤도 브랜드별로 다 써봤다. 각각의 경험을 축적해 다음의 선택을 위한 밑간으로 삼기는커녕 끼니를 때우기 위해 당장 눈에 띈 식당에 들어서는 뜨내기 손님처럼 할인점에서 1+1 행사가 눈에 띄면 그냥 그걸 집었다. 뭐가 됐든 수염만 깎으면 되었다.

Scene#3 면도가 성가시다
아침밥 한 숟갈을 입에 넣기보다 몇 분을 더 자고자 했던 시절. 당신이 출근길 신호대기 중에 거울을 들여다보며 아이라인을 그리는 것처럼 나도 자동차에 전기면도기를 두고 운전하며 수염을 깎았다. 면도는 삶의 세금이었다. 귀찮기만 했다. 눈썹 숱이 없는 우리들의 어머니가 ‘야매’로 문신을 새겼다는 얘기가 이해될 즈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마따나 수염을 길러봤다. 한편으로는 턱수염을 붓 삼아 여자친구의 등—어디 등뿐이겠냐마는, 그냥 등이라고만 하자—을 간질이고도 싶었다. 면도할 시간이 아까워서, 면도하기 성가셔서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는데 막상 수염을 다듬다 보니 매일 면도하는 것보다 더 열과 성을 들여야 했다. ‘면도를 안 하는 것’과 ‘수염을 기르는 것’은 여자친구 맨 얼굴과 아이돌 민낯의 차이였다. 그러니까 안드로메다만큼이나 거리가 멀었다. 태양계도 벗어나지 못한 채 지구로 돌아올 수밖에.

Scene#4 수염보다 피부다
수염을 깎는 시간의 합계보다 머리를 돌보는 시간의 총합이 더 많아졌다. 연말정산 요령만큼이나 면도 테크닉이 늘었다. 최신 기술의 은혜도 입었다. 약속에 늦을까 불안한 당신이 최소한의 예의는 보여주고 싶어 엘리베이터 거울을 보며 립스틱만 슬쩍 바르는 것처럼, 나는 전기면도기 덕분에 옷 고를 시간과 구두끈 묶을 시간을 얻었다. 평소의 패스트푸드 대신 간혹 성찬을 차려 먹을 때도 있다. 더운물로 턱과 목을 부드럽게 풀고 셰이빙 폼을 두툼하게 발라 5중날 면도기로 꼼꼼하게 긁어낸다. 번거로운 습식 면도의 과정은 비장한 결의를 다질 필요가 있을 때 일종의 의식이 되어준다. 감성적 가치도 주더라. 기분이 산뜻해진다. 당신이 생리가 끝난 날 하고도 다음다음 날쯤 느끼는 가뿐함과 비슷할게다. 수염을 다룰 줄 알게 되자 피부에 더 관심이 간다. 나는 자꾸 ‘14일의 기적’ 따위를 바라고(안 되면 140일이라도),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있으면 레이저 포인터보다 피부과 레이저를 떠올린다. 그렇대도 정작 하는 것이라곤 다시 면도일 뿐이지만.

피부를 대하는 남자들의 자세

여자들이 피부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남자들은 피부 관리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피부 관리를 왜 하지 않는지, 왜 하나로 끝내는지, 왜 여자보다 더 꼼꼼하게 관리하는지, 여자들이 모르는 남자들의 속사정.

아무것도 안 하는 남자
채널을 돌리다 <겟잇뷰티 옴므>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아내가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 중에 몇 번 들은 ‘겟잇뷰티’, 그것의 남자편인가 보다 하고 채널을 넘기려는 순간, 옆에 있던 아내가 말했다. “오빠도 이거 보고 관리 좀 해!”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 열심히 봤다. 하지만 즐길 수는 없었다. 당최 무엇을 관리하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방송에서는 피부에서 나오는 기름의 양을 체크해 피부타입을 정의하고 그에 맞는 화장품을 골라 바르라 했다. 욕실에서는 세안할 때의 순서와 세안 후 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설명했다. 얼굴에서 나는 기름의 양이 왜 중요한걸까? 여자들은 얼굴에 광을 내려고 물광이니 어쩌니 하면서 화장을 잘도하면서 왜 절로 생기는 광을 확인하고 없애라고 하는 걸까? 아내는 그 광이랑 이 광이랑은 다르다고 했지만 내 눈에는 똑같아 보였다. 설명을 해달라고 하니 돌아오는 대답은 ‘어쨌든 다르다’였다. 30년 넘게 비누 하나로 온몸을 씻는 내게는, 솔직하게 말해 화장품에 열광하는 사회 현상이 화장품 회사의 상술로밖에 안 보인다. 화장품 없이도 지금껏 불편한 게 없었다고 말하면 아내는 지금까지 화장품 잘 썼으면 지금보다 더 나아졌을 거라고, 피부도 더 탱탱하고 뽀얗고 주름도 덜 졌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다. 여태 문제가 없었고, 앞으로도 문제가 없다면 나에게 지금 아내의 화장대를 차지하고 있는 값비싼 화장품은 사치품일 뿐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 피부를 관리한다는게 귀찮아서 안 한다는 건 나한테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 아직 필요를 느끼지 못하니까 괜히 엄한 곳에 돈을 쓰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화장품에 돈을 안 쓴다. – 백명열(현대자동차 IT기획팀)

기본만 하는 남자
집에서 할 수 있는 걸 귀찮음을 핑계로 굳이 웃돈을 얹어가며 하는 게 피부관리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구입과 동시에 눈에 띄는 변신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옷과는 다르게 피부관리는 값비싼 트리트먼트라고 해도 꾸준하게 해야 효과를 볼 수 있기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지배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이성에 눈을 뜨면서 스스로를 관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20살 때부터 15년째 피부를 위해 하는 거라고는 스킨과 로션, 딱 두 개뿐이다. 사실 피부과를 몇 번 다녀보기도 했다. 하지만 피부 관리실, 헤어숍, 스파 같은 곳에서 지갑이 열릴 때마다 이 돈으로 살 수 있는 옷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반드시 필요하다고 추천하는 시술과 제품이 너무 많은 것도 싫었다. 그 돈을 모으면 차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워들은 건 있어서 화장품을 많이 바르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러다 보니 내 피부에 맞는 똑똑한 제품 하나로 피부관리를 끝내는 게 훨씬 속이 편하더라. 이러니 같은 돈을 두고 저울질을 하면 늘 무게가 기우는 쪽은 피부가 아니라 옷이 될 수밖에 없다. – 변종섭(패션 디자이너)

관리 하는 남자
화장품에 격한 애정을 쏟아부은 건 중학교 졸업 후, 캐나다 유학시절이다. 물이 바뀌니 피부에도 이상이 왔고 덕분에 제2차 성징도 다 지난 17살에 여드름과 첫인사를 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피부관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클렌징이 무엇인지, 토너는 왜 화장솜으로 사용해야 하는지 알게 됐고, 대학생이 되면서 베이스 메이크업을 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사용하는 파운데이션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여름에는 피지 컨트롤과 워터프루프, 그리고 오일-프리 타입의 파운데이션을 사용한다면 쌀쌀한 계절에는 촉촉한 파운데이션을 즐겨 쓴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피부를 관리하는 이유는 하나다. 신경을 쓰는 만큼 달라지는 게 몸으로 느껴지니까. 꾸준한 운동으로 근육을 만드는 것처럼 꾸준한 피부관리는 피부를 탄력 있게 한다는 걸 아니까. 문제는 이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미디어에서는 남자 화장품 시장의 성장을 들먹이고 TV에 나오는 연예인을 예로 들면서 남자들도 꾸며야 하는 시대가 온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피부로 다가오는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면접대비 화장품 추천을 부탁하는 친구나 나를 꾸짖기에 바쁘셨던 아버지가 요즘 수면 팩과 아이크림에 맛들이시는 걸 보면서 일단 겪어보면 변할 텐데 몰라서 안 하는 게, 그게 안타깝다. – 이승준(뷰티 블로거)

남자는 머리발

단지 ‘숱을 치기 위해’ 미용실에 들르는 남자들은 알아야 한다. 헤어 스타일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변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남자친구의 헤어 스타일을 골라주는 여자들도 알아야 한다. 잘나가는 남자 연예인의 헤어 스타일이 아무에게나 어울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1. 투 블록 커트(이종혁 스타일)
◆ 굵고 뻣뻣한 타입의 모발은 피해야 한다. 옆머리를 짧게 자를거라면 염색을 아예 안 하거나 자주해야 한다. 위와 옆의 색이 다르면 촌스러워 보인다. – 헤어 디자이너 예원상(블레스 바버샵)
◆ 드라마에서 캐릭터 설정을 위해 잡은 헤어 스타일이기에 일상생활에서 따라 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윗머리가 무거워 보이면 답답해 보일 수 있으니 숱이 너무 많거나 모발이 굵으면 피한다. – 헤어 디자이너 건형(순수)

2. 스핀스왈로 펌(이기광 스타일)
◆ 헤어 스타일로 시선을 끌어당겨 얼굴의 단점을 감출 수는 있지만 매일 손질하려면 고생 좀 할 거다. 헤어 컬러가 과도하게 밝아지면 창백해 보일 수도 있다. – 헤어 디자이너 건형
◆ 층이 많고 웨이브 컬이 있는 모양은 평소 집에서 스타일링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제품을 바르지 않거나 잘못 바르면 머리만 커 보이고 모질이 부스스해질 수 있다. 잘못 시도했다간 가발을 쓴 것처럼 얼굴과 머리가 따로 놀 수도 있다. – 헤어 디자이너 현진

3. 리젠트 커트(공유 스타일)
◆가르마를 타서 앞머리를 살짝 올려 옆으로 넘기는 스타일로 펌 시술이 필요한 스타일링이다. 너무 어두운 컬러 말고 밝은 갈색으로 염색을 하면 나이가 들어 보일 위험이 줄어든다. 앞머리를 위로 올려 손질할 때 옆으로 살짝 넘겨야 부드러워 보인다. 샴푸 후 말리기 전에 가르마 방향을 손으로 잡으면서 말리고 마지막에 빗(혹은 롤)으로 모양 그대로 빗어 깔끔하게 정리한다. – 헤어 디자이너 현진(정샘물 인스피레이션)

4. 댄디 커트(김수현 스타일)
◆ 남자 연예인 10명 중 9명이 이 머리를 하고 있을 정도로 무난하지만 개성 없어 보이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얼굴에 살이 많은 편이라면 얼굴 크기만 더 부각될 수 있으니 피해야 한다. – 헤어 디자이너 예원상
◆ 모질이나 뒷머리 모양까지 신경써야 한다. 쉬워 보이지만 광대가 더 튀어나와 보이고, 얼굴이 더 각져 보일 수도 있다. 얼굴이 작은미소년 이미지가 나는 남자한테만 잘 어울린다. – 헤어 디자이너 정재명(포레스타)

5. 댄디 커트+볼륨 펌(송중기 스타일)
◆ 집에서도 손질하기 쉬우며 자칫 너무 평범해질 수 있으니 스타일링 제품으로 윗부분에 볼륨을 주면서 뭉치는 듯한 질감 표현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 헤어 디자이너 현진
◆ 광대가 나온 남자라면 피해야 한다. 왁스로 손질하는 것에 익숙하다면 관리하기 쉽다. 학생들이나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고 싶은 남자가 따라 하면 좋을 듯하다. – 헤어 디자이너 건형

    기타
    글 | 유정석(<에스콰이어> 부편집장), 이승준(뷰티 블로거), 황민영. Illustration | Cho Kum Sun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