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이랑
이랑은 노래를 만든다. <욘욘슨>이라는 앨범을 냈고 영화를 만들었고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재주 많은 이랑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촬영에 입을 옷은 직접 준비하라고 했다. 이랑은 ‘은근히 멋내기 좋아하는 여자’이니까 꼭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전화하니 계속 제주도더라. 거긴 무슨 일로 갔었나?
장편 시나리오를 쓰러 갔다. 앨범 내고 일이 많아서 잠깐 도망간 거라 볼 수 있다. ‘여류작가’ 흉내 좀 내고 왔다.
그래서 진도는 좀 나갔나?
이야기는 다 끝냈고, 이제부터는 고치는 작업이다. 2009년부터 쓴 거니까 꽤 오래되었다. 이달 안에는 어떻게든 끝내려고 한다.
앨범을 내기 위해서 음악을 만든 건 아닌 걸로 안다. 어쩌다가 앨범을 내게 된 건가?
시간이 남아돌던 시절, 기타 치고 노래 만들고 하는 게 소일거리였다. 만든 걸 기록하기 위해서 녹음했다. 친한 친구들에게 메일로 보내고, 미니홈피에도 올리고 그랬는데 박다함이라는 공연 기획하는 친구가 우연히 내 홈피에서 노래를 들은 거다. 소모임레코드에 소개해줘서 미팅을 했는데 앨범을 내자고 했다.
언제부터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나?
얼마 안 되었다. 음악을 잘 듣지도 않고 잘 모른다. 기타를 배우긴 했는데 아는 노래가 없으니 그냥 내가 만들어서 치는 거다.
다 이랑의 것처럼 느껴지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일 거다.
나오는 대로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붙이니까 일기같은 노래가 만들어졌다. 물론 내 이야기와 보고 들은 것이 다 들어간다. 좋아하는 책에서 나온 문장도 있고, 영화 대사도 들어간다.
‘내 이름은 욘욘슨’이라는 가사는 어디서 나온 건가?
커트 보네커트의 소설 <제5도살장>에 그 문장이 나온다. 소설에는 끝나지 않는 소설이라고 나왔는데 노래를 만들고 보니 미국의 구전 노래더라. 물론 리듬은 다르다. 앨범까지 냈는데 저작권 없는 노래라 천만다행이었다. ‘하하하’라는 노래의 가사도 다른 소설에 나오는문장이다. 책에서는 노래라고 나왔는데 그 멜로디를 모르니까 내가 만들게 되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들으면 당신과 친구하고 싶어진다. ‘나 예쁘니? 어디가? 진짜? 그럼 나랑 사귈래?’ 그 부분이 특히 좋다.
우리 엄마는 그 노래를 제일 싫어한다. 남자 한 명, 두 명, 세 명 만나는 그런 가사 나오니까 부끄럽다고 어디 가서 그 노래 부르지 말라고 한다.
‘음악을 좀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드나? 어려운 코드도 좀 잡아보고.
안으로 들어가는 어려운 코드는 잡고 싶은데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든다. 원래 하던 대로 하고 싶다. ‘이제 책임감을 가지고 새로운 노래 만들어볼까’ 하면서 만든 적은 한 번도 없다.
‘당신에게는 영화가 있으니까?
영화에 대한 욕심은 크다. 좋은 시나리오를 쓰고,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시나리오를 잘 쓰고 싶어서 많이 보고, 쓰고, 베껴서 써보기도 하고 그런다.
‘오랫동안 그림을 그린 걸로 알고 있는데 어쩌다 영화를 전공하게 되었나?
미대 입시에 떨어져서 망연자실하던 중에 영화 <박하사탕>을 봤다. 너무 감동받아서 이창동 감독님이 교수로 있는 한예종에 들어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입학해서 감독님 사인도 받고 사진도 같이 찍었다.
‘공연하면서 뮤지션들과도 교류가 좀 있었나?
‘알프레드 비치샌들’이라는 일본 뮤지션과 친해졌다. 음악이 무척 특이하고, 가사도 확 꽂힌다. 국내 뮤지션 중에서는 김일두, 김대중, 김목인이랑 가깝게 지낸다.
‘노래에서 그렇게 ‘멋 내는 걸 좋아한다더니’ 역시 스타일이 좋다.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게 뭔지도 알고.
어릴 때 옷을 정말 좋아했는데 그때는 완전 화려하게 하고 다녔다. 세상에 희귀한 옷은 다 입어봤다. 시간이 지나니 옷 욕심도 줄고 자연스러운 걸 찾게 되더라.
‘노래하고 영화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는 이랑이 결국 보여주고 싶은 건 뭔가?
재미있는 것, 좋은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게 즐겁다. 시나리오는 좀 더 풍자적이 면이 강하다. 내가 실제로 생각하고 말하는 건 음악보다 글에 가깝고. 장르로 따진다면 블랙 코미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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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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