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피플들의 취미 생활 <2>

우리는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 일을 하지만 때로 일상에 지쳐 삶의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고 살 때가 많다. 여기,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진 15명의 프로페셔널이 삶을 더 풍요롭고 스타일리시하게 만드는 자신의 취미 생활에 대해 얘기한다.

바다에 뛰어든 김태은의 애견 ‘구름이’

Surfing 김태은 | 사진가
서핑에 담긴 철학 예전에 “서핑은 인생의 결정을 내릴 때와 같다. 어떤 파도를 선택해서 앞으로 나아가느냐, 혹은 앞으로 고꾸라지느냐는 바로 본인이 파도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 철학이 정말 멋지지 않아요? 서핑을 시작하게 된 계기 기르는 강아지가 그레이트 피레니즈로, 초대형견인데 수영을 참 좋아해요. 원래 애견 수영장에 데리고 다녔는데 그 덩치 큰 애가 풀 안에서 아등바등 노는 게 안됐더라고요. 어느날 바닷가에 데려갔더니 무척 좋아하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며 저도 함께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에 서핑에 입문하게 됐어요. 서핑이 좋은 이유 원래 운동을 싫어하는 편이에요. 거기다 갑상선이 안 좋아서 격한 운동은 하기 힘들죠. 그런데 서핑에는 스포츠를 넘어선 문화가 있더라고요. 하루 종일 파도를 기다리고, 먹고, 잠자다가 파도가 오면 타는 느긋한 일상과 바다와 자연속에서 치유받는 느낌이 정말 특별해요. 서핑이 일에 미치는 영향 서핑을 하다 보니 젊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되요.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서핑이 저를 젊게 유지시키기도 하죠. 사진가는 감각이 살아 있어야 하니까 일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새로운 계획에 대해 올봄부터는 다이빙을 배워볼 생각이에요. 서핑보다는 정적인 운동이라서 육체적으로 덜 힘들고, 또 최근엔 수중 사진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거든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Cooking 남보라 | 모델
요리를 즐기게 된 계기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어요. 뭘 만들지 정하고, 재료를 준비하고, 원하는 걸 만들어내는 행위가 마치 조각이나 건축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어떨 땐 접시 위에 그림을 그린다고 느껴질 때도 있어요. 샐러드 연구 모델 일을 하다 보니 다이어트라는 숙제가 늘 따르더라고요. 뭘 먹든 칼로리도 신경쓰이고, 식사 때를 놓치는 일도 다반사인데 이때 간편하게 부담 없이 먹을 것을 찾다보니 샐러드를 자주 만들며 요리를 연구해보기 시작했어요. 취미를 활용한 새로운 계획 한때는 친한 친구 몇 명과 재미로 시작했던 샐러드 도시락 일이 소규모 사업으로 발전했던 적도 있어요. 지금은 하고 있지 않은데 앞으로 좀 더 즐겁게 음식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서 진지하게 고민 중이죠. 더 자세한 건 아직 비밀이에요. 음식과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 제 주변에는 음식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모여도 늘 음식 얘기만 하게 되죠. 맛에 대한 토론도 하고, 재료가 어디서 나고,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 또 플레이팅은 어떤 게 좋은지 얘기해요. 요리는 저와 제 주변 사람들에겐 하나의 문화예요. 요리 하는 모델 요리를 하기 전에는 모델로서 그저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집중했는데, 요리를 시작한 이후로는 몸과 마음의 건강까지 고루 돌보는 사람이 되었어요. 모델이 자신의 내면과 외면을 모두 돌보고 가꾼다는 건 아주 긍정적인 일인 것 같아요.

Mountain Trekking 조선희 | 사진가
두 번째로 시작한 등산 8년 전쯤부터 등산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살이 많이 쪄서 한동안 그만뒀었어요. 그때는 산을 내려온 후에 뭘 많이 먹었거든요. 살을 빼고 다시 산에 오르기 시작한 건 몇 년 안돼요. 물론, 요즘은 산 아래에서보다 위에서 음식을 먹는 편이지요. 등산의 진정한 묘미 등산은 처음 30분이 힘들어서 그렇지 그 이후에는 심장이 빨리 뛰면서 몸이 뜨거워지는 것과 동시에 시원한 느낌이 들어요. 작년에 안나푸르나에 갔을 때도 그랬어요. 일주일 내내 걸었는데, 처음 이틀은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어느날 보니 내려오고 있더라고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 실감났죠. 가장 이상적인 등반 파트너 산에 오르면서 알게 된 사람들은 직종과 연령대가 다양해요. 동종업계 사람들이 아니라서 더 편한 게 있죠. 산이 좋고 사람이 좋아서 하는 등산인데, 서로에 대한 예의와 배려를 갖출 수 있는 조금 덜 친한 사람이 오히려 더 좋은 동반자인 것 같아요. 등산이 주는 선물 등산은 제게 안식을 줘요. 험한 산일수록 걷는 데에만 집중하게 되잖아요. 생각도 단순해지고, 뭐든 덜어내고, 뱉어내고 오는 것 같아서 삶이 좀 더 편해진 느낌이에요.

Ballet 정지영 | 모델
발레를 시작하게 된 계기 일곱 살 때였나? 부모님의 권유로 발레를 시작하게 됐어요. 제 적성에 잘 맞아서 지금까지도 취미로 꾸준히 이어오고 있죠. 발레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발레의 가장 큰 매력은 육체적 테크닉과 아름다운 음악의 절묘한 조합에 있다고 생각해요. 제 몸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자각해가며 음악에 맞추는 거죠.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행위인 것 같아요. 익숙한 취미 촬영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은 꼭 연습실에 가요. 무용을 전공하지는 않지만 관련 과목을 듣는 식으로 해서 학교에서도 꾸준히 하고 있고, 또 발레 학원에도 계속 다니고 있어요. 그만두면 제 삶이 무척 심심해질 것 같아요. 그만큼 발레는 제 일상이에요. 취미와 일의 연관성 발레를 알기 때문에 모델 일을 할 때 포즈 잡기가 좀 더 쉬운 것 같아요. 춤의 부드러운 동작들을 하나하나 끊어서 표현한다고 상상하거든요. 춤을 춘다고 생각하면 자신감도 더 생기고요. 발레로만 느낄 수 있는 것 넓은 공간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혼자 춤출 때가 좋아요. 세상과 분리된 채 오로지 제게만 집중할 수 있고, 잠시 다른 생각들을 내려놓을 수가 있거든요.

Cycling 권영호 | 사진가
작은 변화가 낳은 취미 사이클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가왔어요. 어느 날 헬스 클럽에 운동하러 가면서 차를 몰고 가는 제 자신이 우습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그날 이후로 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져 살고 있지요.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사이클 자전거는 시간과 장소를 정해놓고 타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늘 할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에 저처럼 근무 시간이 불규칙한 프리랜서들에게 매우 적합해요. 저는 거의 매일 자전거를 타고, 해외 출장을 가서도 탈 정도로 제 생활의 일부로 만들었죠. 사이클이 주는 선물 자전거는 자신과의 대화를 유도하는 스포츠인 것 같아요. 자전거를 탈 때 참 많은 생각을 합니다. 촬영에 대한 것이나 개인적인 삶에 대한 생각도 해요. 삶에서 생기는 어마어마한 양의 스트레스를 자전거를 타며 조금씩 덜어내고 마음을 위로해나가는 거죠. 나만의 취미생활을 찾아야 하는 이유 자기 자신과 싸움을 하듯 미래, 혹은 건강을 위해 억지로 하는 취미 생활은 오래 이어갈 수 없어요. 사람마다 딱 맞는 스포츠, 취미 생활이 따로 있죠. 저는 그게 바로 사이클이에요. 자전거를 타면서 인생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고, 친구도 많이 만났고,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도 새삼 배웠어요. 그런 긍정적이고 열린사고가 제 본업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고요. 열린 마음으로 많은 취미를 접해보고 그중에서 나와 딱 맞는 것을 찾는 게 중요해요.

    에디터
    박정하
    기타
    Photography | An Hyeong Jun/ Courtesy of XTM , Park Ji Hyuk, Zo Sun Hi, Kwon Young Ho, Kim Tae Eun, Jang Woo Cheol, Lee Jae An, Song Mee Kyung, Ryu Hyun Jung, Jung Ji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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