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향기
씨스타의 보라는 건강미가 돋보이는 모습이 잘 어울린다. 적어도 무대 위에서, 운동장 위에서 보아온 그녀는 맑고 밝은 모습 그대로 섹시하게 빛났다. 그 친숙한 모습 대신, <얼루어>는 보랏빛 메이크업으로 우아함을 담은 스물네 살의 보라를 만났다.
“무대 위에 설 때나 방송을 할 때 외에는 메이크업을 되도록 하지 않는 편이에요. 피부도 좀 쉬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방송이 없는 날 학교를 가면 제 얼굴이 제일 수수해요.”
시계가 약속 시간인 오후 1시를 알림과 동시에 스튜디오의 문이 열렸다 . “안녕하세요?” 낯선 곳에 혼자 남겨진 아이처럼 불안한 모습을 한 보라가 들어왔다. 무대에서 내려온 그녀는 익숙한 드레스 대신 만화 캐릭터인 바트 심슨이 그려진 셔츠를 입고 있었다. 벌써 스물네 살인데도 그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건, 이내 스튜디오의 분위기에 적응한 그녀의 환한 웃음 덕분이었다. 보라색으로 아이 메이크업을 하고, 입술을 물들이고, 염색을 하는 동안에도 그녀의 입가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어색하게 포즈를 취하는 자신이 쑥스러워 웃고, 하필 이 중요한 날에 입술 옆에 작은 뾰루지가 나려고 한다며 멋쩍어하며 웃었다. 그 맑고 밝은 웃음 대신 세 가지 서로 다른 스타일의 보라를 카메라에 담았더니, 촬영이 끝날 때마다 모니터에 비춰지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또 웃었다.
화장품 모델까지 했는데 정작 뷰티 화보에서는 많이 못 본 것 같아요.
데뷔하자마다 딱 한 번 했었어요. 그때는 씨스타라는 그룹이 알려지기도 전이라서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거예요.
오랜만에 뷰티 화보 찍으니까 어때요?
걱정 많이 했어요. 패션 화보를 찍을 때보다 클로즈업을 많이 하니까 피부도 그대로 보일 거고, 메이크업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로 보일 텐데 ‘내가 소화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컸어요.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새로운 모습에 도전하는 걸 즐기는 편이라 재미있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늘은 보라색으로 메이크업을 했는데, 평소에 무대에 오르지 않을 때에는 주로 메이크업을 어떻게 해요?
무대 위에 설 때나 방송을 할 때 외에는 메이크업을 되도록 하지 않는 편이에요. 피부도 좀 쉬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방송이 없는 날 학교를 가면 제 얼굴이 제일 수수해요. 오히려 데뷔 전, 대학교 1학년 때 화장이 더 진했던 것 같아요.
씨스타로 데뷔하기 전, 방송에 나왔던 그때요?
그때는 방송국에서 촬영용 메이크업을 해준 거였어요. 평소에는 그것보다 연하게 하고 다녔어요. 하하.
웃는 게 참 시원시원해요. 그런 이야기 많이 듣죠?
네. 원래 웃음이 많아요. 그래서인지 웃는 모습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또 무대에 서면 신나서 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해요. 재미있어요, 무대에 서는 게.
오늘도 엄청 웃었어요.
모르겠어요. 딱히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웃음이 나와요. 그리고 이렇게 예쁜 척해야 하는 상황이 어색해요. 그러니까 또 웃고. 원래 입 모양도 살짝 웃는 상이에요.
씨스타는 다른 아이돌에 비해 휴식기가 짧은 편이에요. 게다가 씨스타가 활동을 쉴 때 씨스타 19로 활동을 하잖아요. 피곤하지 않아요?
바쁜 게 힘들 때도 있어요. 그럴 땐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연예인은 바쁜 게 좋은 거잖아요.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것도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발표했던 곡마다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했어요. 이제 인기를 좀 실감해요?
‘우리가 인기가 많구나’라고 온몸이 찌릿할 정도로 크게 다가온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아직 그만큼 인기가 많지 않은가 봐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따라 부르는 팬들의 목소리가 전보다 커진 것 같을 때 인기가 조금 많아진 걸 느끼기는 해요. 다른 그룹 팬들이 따라 불러줄 때도 있는 데 그럴 때 신기하기도 하고 그래요.
많은 사람에게 두루두루 적당하게 인기를 얻는 것과 소수 마니아층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 어떤게 더 매력적이에요?
씨스타는 마니아층보다는 두루두루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는 그룹 같아요. 가끔 멤버들끼리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흔히 이야기하는 골수팬이 많고 적고는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이제 데뷔한 지 3년 됐는데, 지금 받고 있는 사랑도 감사할 따름이에요.
씨스타의 보라는 걸그룹이지만 건강하고, 능동적인 여성의 이미지가 강해요. 연약한 이미지는 전혀 아니죠. 이렇게 비춰지는 것에 대해 불만은 없어요?
저뿐만 아니라 씨스타 멤버 전부가 귀엽고, 사랑스러운 척을 못해요. 어색해서 손발이 오그라들어요. 그래서 ‘가식걸’이라는 노래를 할 때 무대 위에서 이런저런 ‘척’을 많이 하느라 힘들었어요. 그 곡도 인기를 많이 받았는데, 저희의 가식이 통했나 봐요.
그럼 씨스타의 곡 중 본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은 어떤 거예요?
‘러빙 유’를 노래할 때의 이미지가 저랑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춤이나 노래를 표현하기도 쉬웠어요. 씨스타의 보라를 알리는 데에는 ‘마 보이’가 한몫했던 것 같고요.
어릴 때에는 누구의 팬이었어요?
H.O.T요. 특히 강타의 팬이었어요. 목소리가 정말 좋았어요. 아쉽게도 가수가 되고서 한 번도 같이 방송한 적이 없어요.
노래 부르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면 만날 수 있잖아요.
제가 어떻게 그 프로그램에 나갈 수 있겠어요. 효린이라면 몰라도.
지난달, 효린이 콤플렉스라고 했던 앞이마를 화보에서 공개해서 이슈가 됐어요. 콤플렉스가 있어요?
어릴 때에는 피부가 까만 게 콤플렉스였는데, 지금은 이게 장점이 됐네요. 워낙 긍정적인 편이라 그런지, 특별히 예쁘다고 생각하는 곳도 없지만 어디를 고치고 싶다는 생각도 잘 안 해요. 생긴 대로 살자는 주의예요. 그래도 하나를 꼽으면 허리가 짧은 게 콤플렉스예요. 허리가 좀 길었으면 좋겠어요. 배꼽이 너무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왠지 다리가 길다는 얘기를 돌려 하는 것 같은데요?
다리가 길어서 상대적으로 허리가 짧아 보이는 것도 있는데, 실제로 허리가 좀 짧기도 해요.
다리 예쁜 걸로 워낙 유명하잖아요. 사람들이 다리 관리 비법 같은거 많이 물어보죠?
다리가 예쁘다는 이야기는 가수가 되고 나서 처음 들었어요. 그 전에는 제가 발목이 얇은 편인지도 몰랐어요. 이야기해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이것도 조금 신기해요. 초등학교 때 무용을 한 게 도움이 많이 된것 같아요. 요즘에는 특별히 관리를 하지 않았는데, 무용하면서 생긴 근육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비법을 하나 꼽으면 역시 운동인것 같아요.
활동을 그렇게 많이 하면서 운동할 시간이 있어요?
스케줄이 비는 시간이나 아예 늦게 시작할 때, 그 시간을 이용하는 거죠.
그럴 때 쉬고 싶지 않아요?
너무 바쁠 땐 못해요. 그래서 최근에 못했던 거고요. 여유가 있을 때 마냥 쉬는 것보다 오히려 운동을 조금이라도 하는 게 건강에 더 좋은 걸 아니까 되도록 하려고 해요. 몸매 관리보다는 건강을 위해서예요. 무대 위에서 더 활짝 웃으려면 일단 건강해야 하잖아요.
다이어트도 해요?
삐쩍 마른 타입도 아니지만, 원래 살이 급격하게 찌는 스타일도 아니에요. 그래서 평소보다 체중이 늘었다 싶으면 먹는 걸 조절하죠. 그리고 1일 1식을 아주 예전부터 했어요.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도 모른 상태에서 했는데 요즘 이슈가 되더라고요. 그런데 제 단점은 그 1식을 너무 많이 먹는다는 거예요.
“어떨 땐 피부가 까만 게 도움이 돼요. 잘 씻어도 꼬질꼬질해 보일 때가 있는 반면, 뾰루지가 나거나 피부가 거칠어져도 티가 안 나요. 딱히 특별하게 관리를 받거나 하지는 않는데 평소에 수분 크림을 정말 많이 발라요.”
그렇게만 해도 살이 빠져요?
살을 뺄 때에는 하루 한 끼를 저녁 5시쯤 먹어요. 점심을 먹고 참으면 야식 시간을 넘기기가 힘들더라고요. 저녁이 되기 전에 먹어야 야식의 유혹을 이기기가 쉬워요. 이렇게 하면 살이 금방 빠지더라고요. 과식을 해서 늘어난 체중은 음식 조절만으로도 잘 빠지는 것 같아요.
피부 관리는 따로 하는 게 있어요?
어떨 땐 피부가 까만 게 도움이 돼요. 잘 씻어도 꼬질꼬질해 보일 때가 있는 반면, 뾰루지가 나거나 피부가 거칠어져도 티가 안 나요. 그래서 딱히 특별하게 관리를 받거나 하지는 않는데 평소에 수분 크림을 정말 많이 발라요. 베네피트와 키엘의 수분 제품을 좋아해요. 클렌징을 할 때 최대한 살이 늘어나지 않도록 조심조심 문질러요. 그리고 요즘 김연아 선수가 발라서 이슈가 됐던 디올의 립밤, 저도 써요.
외출할 때 꼭 챙기는 화장품은요?
비비크림이요. 리즈 케이 제품을 쓰는데 피부 톤 때문에 비비크림만 발라도 피부가 좋아 보인대요.
이번 서울패션위크 때 스티브 J & 요니 P 컬렉션에 갔었죠?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요?
관심을 두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에요. 위는 조금 넉넉하게 입고, 아래는 핫팬츠를 즐겨 입는데 조금은 성숙해 보이는 스타일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트렌치코트 같은 거요. 입을 때마다 다른 느낌이 나는 스키니 진도 요즘 부쩍 즐겨 입어요.
자동차, 철분제, 비타민, 치킨, 커피, 화장품, 게임, 초콜릿 등 인기의 척도가 되는 광고는 다 찍은 것 같아요. 그런데 광고는 다 다른 분야인데 보이는 이미지는 조금 비슷해요.
이미지가 굳어질까봐 불안해한 한 적은 없는데, 다르게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분위기를 잡고, 정말 멋있는 이미지를 연출해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아이돌이다 보니 밝고 기운찬 이미지를 원하는 것 같아요. 그게 씨스타가 갖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고요.
변신을 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무대에 서고 싶어요?
운동화를 신고 할 수 있는 파워풀한 댄스를 해보고 싶고, 무대에 가만히 서서 노래만 부르는 발라드도 해보고 싶어요. 늘 하이힐을 신고 무대에 서는 게 은근히 힘들거든요.
이제 겨우 스물네 살인데 가수로서는 데뷔 3년 만에 많은 걸 이뤘어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은 어떤 게 있어요?
꼭 하고 싶은 건 엄마가 되는 거예요. 많이 바쁘게 지내다 보니, 가끔은 결혼을 빨리 해서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혼을 하고 싶은 이상형은?
이상형은 늘 배우 송중기라고 말했는데, 결혼은 아이와 잘 놀아주는 남자와 하고 싶어요. 무엇을 하더라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요. 놀러 갈 때도, 설거지를 할 때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런 사람 만날 수 있겠죠?
- 포토그래퍼
- 이승엽
- 스탭
- 헤어/ 손혜진, 메이크업 / 이미영, 스타일리스트 / 차주연, 어시스턴트 | 강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