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룩을 입은 이요원
조성아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성아는 1984년에 창간한 우리나라 최초의 패션 월간지인 <멋>을 통해 1991년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입문했다. 당시 패션 광고를 활발하게 찍던 사진가 김용호와의 작업을 통해 패션 광고 메이크업을 주도한 조성아는 이1990년대에 라이선스 패션 매거진이 국내에 속속 선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활동 무대를 라이선스 패션지로 옮겨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1991년에는 주택을 개조한 하우스 뷰티 살롱‘조 성아 더폼’을 오픈했는데, 그녀의 살롱은 단순히 뷰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숍의 개념이 아니라, 서울의 내로라하는 패션 피플, 셀럽, 문화를 주도하던 아티스트들이 모여들던 ‘청담 피플’들의 메카, 집합지였다. 가수 박지윤의 <성인식> 앨범이 발매된 2000년, 조성아는 박지윤을 통해 지금의 꿀광, 물광 메이크업의 시초가 된 ‘글로시 메이크업’을 선보여 또 한번 상식을 깨는 스타일을 창조해냈다. 또한 ‘변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엄정화의 첫 앨범 <Sorrowful Secret>부터 <D.I.S.C.O>까지 메이크업 콘셉트 디렉터를 담당하며 그녀를 다양하고 파격적인 뷰티 아이콘으로 만든 이미지 메이커이기도 하다. 2006년, 조성아는 자신이 만든 화장품으로 대중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채널로 홈쇼핑을 선택했다. 이것은 당시 뷰티, 패션업계에서는 수긍하기 어려울 정도로 의외의 선택이었고 주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대중의 눈높이에서 최적의 소통 채널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선택한 홈쇼핑에서 조성아라는 이름을 걸고 화장품을 선보인 지 7년이 지난 지금, 순수 독립 브랜드인 ‘조성아22’는 이제 홈쇼핑 이미용 부문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조성아는 최초의 패션 메이크업 스타일 리더, 최초의 하우스 뷰티 살롱 문화 창시자에서, 홈쇼핑 채널에 진출한 최초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최초’라는 타이틀을 계속 만들어나가고 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아름다움에 대한 그녀의 철학을 알리기 위해서 말이다.
당신이 이번 촬영의 뮤즈로 선택한 ‘이요원’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겉은 무심한 듯 보이시한 면을 가지고 있으면서 내적으로는 여성스럽고 섬세한, 열정적인 배우죠.
이요원과의 작업에서 ‘펑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영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2012)에서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연기한 여자 주인공인 ‘스노우 화이트’ 즉 ‘백설 공주’를 보고 영감을 얻었어요. 그 영화에서의 백설 공주는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이지요. 소년 같으면서도 여성스러운, 반전의 매력을 가진 인물이거든요. 수동적이고 전형적인 공주상이 아니라, 스스로 나서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 자신의 나라를 만드는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사는 반전 있는 캐릭터예요. 자존감 강하고, 모험심 있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서 다양한 감성을 내재한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생각했고, 저는 이요원을 떠올렸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맨 처음 했던 작업은 무엇인가요?
1990년도에 첫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서 압구정동 맥도날드 앞 창가에 앉아 있다가 길거리에서 한 여성을 캐스팅했어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제 명함을 내밀면서 제 포트폴리오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제의한 거죠. 그 작업을 통해 구현하고 싶었던 메이크업을 마음껏 펼쳐냈고, 그렇게 만든 포트폴리오를 모델이 되어준 그녀에게 선물했어요. 그런데 그녀가 결혼할 때 제게 신부 화장을 의뢰해 프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제 첫 번째 고객이 되었죠.
당신 자신의 아름다움을 위해 노력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천성이 굉장히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이에요. 그런 삶의 태도는 남과 비교하지 않고 항상 저를 인정하는 것에서 비롯되죠. 제 못난 부분, 경쟁력 없고 잘 못하는 것을 잘하려고 힘을 주지 않아요. 그보다는 제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집중하고,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그 부분을 갈고 닦아 더 아름답게 하려고 하죠.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감을 지키려고 노력해본 적은 없어요. 물음표가 저의 근성이고 천성이라, 늘 호기심과 반전의 시각으로 보는 게 생활 그 자체죠. 궁금함이 호기심으로, 호기심이 영감으로 재생산돼요. 제가 보는 모든 것이 재창조되어 또 다른 영감과 아이디어로 가지치기를 하는 거예요. 그리고 감이란 경험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지금의 제게는 엄청나게 많고 다양한 경험이 축적되어 있어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거죠.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갖춰야 할 첫 번째 자질, 두 번째 자질, 세 번째 자질은 무엇인가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메이크업을 할 대상과의 ‘교감’이에요. 저도 젊은 시절에는 저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설득이 아닌 일방적인 작업을 하던 때가 있었죠. 그러나 이제는 많이 변했어요. 상대에 대한 장단점을 공유하고, 교감하면서 작업하죠. 상대를 이해하는 기준이 중요한데, 그 사람의 상태를 이해하고 나서 해법을 제공하고, 그 해법의 결과가 결국은 서로 교감할 수 있고, 서로 만족할 수 있어야 최고의 메이크업이 되더군요.
상식을 깨는 스타일을 창조한 것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요즘에는 ‘광’ 메이크업이 대중화되었지만, 13년 전에는 이런 효과를 낼 수 있는 마땅한 제품이 없었어요. 그래서 립글로스를 가지고 빛이 나는 피부 표현을 했죠. 그리고 입술 안쪽에서 번져 나온 듯한 입술 표현이요. 일명 ‘블로섬 립’ 말이에요. 이것 말고도 원포인트 메이크업, 사이버 메이크업, 입체 메이크업 등을 유행시켰죠.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내놓은 이유와 고집스럽게 지켜가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메이크업은 심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가볍지만 즐겁게,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하죠. 화장이 스스로 즐기는 자발적인 놀이가 된다면, 비로소 자신만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죠. 이렇게 대한민국의 여성, 나아가 전 세계 여성들이 각자의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아름다움에 대한 제 철학이자 고집이에요. 많은 화장품 브랜드들은 개인의 단점을 보완하는 노하우만을 소리 높여 말하죠. 저는 ‘조성아22’로 화장을 단점을 커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개개인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하나의 ‘놀이’로서 즐기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어요.
최근 당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브랜드가 있나요?
제게 영감을 주는 건 화장품보다는 다른 영역의 예술가들의 작품이에요. 최근 저의 시선을 끄는 것들은, 액세서리 브랜드 야즈부키, 아트 디렉터인 안나 칼린의 체스 스툴, 미술가인 제프 쿤스와 데미안 허스트 등이에요. 그 외에 딘앤델카루 등 미식 관련 브랜드나 레스토랑, 디저트 그리고 팬시류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죠.
역사를 바꿔놓은 화장품을 단 하나를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블레미시 밤, 즉 비비크림이죠! 1999년에 살롱에서 스킨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스킨케어 마지막 단계에서 독일 슈라멕의 블레미시 밤을 사용했었어요. 그 당시의 블레미시 밤은 스킨케어용이었기 때문에 메이크업용으로 쓰기에는 색감이 많이 부족했죠. 그래서 언젠가 컬러가 개선된 색조 메이크업용 블레미시 밤이 나오면 획기적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스킨케어 효과도 있는 동시에 잡티를 가리는 커버력도 뛰어나, 기초 케어와 색조가 결합된 컨버전스 제품의 시초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제는 다양한 비비크림이 나왔고 메이크업 트렌드의 큰 축이 되었죠.
메이크업 브러시를 놓는 날,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나요?
살아 있는 동안 브러시를 놓게 되는 날은 없을 거예요. 메이크업은 제 인생이니까요.
- 에디터
- 강미선
- 포토그래퍼
- Park Kyung Il
- 모델
- 이요원
- 스타일리스트
- 김우리, 이예지(비주얼컴퍼니)
- 헤어
- 이혜영(아베다)
- 메이크업
- 조성아
- 매니큐어
- 박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