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스텔바작을 만나다
바티칸의 교황부터 레이디 가가까지 폭넓은 고객 리스트를 가진 남자, 패션 디자이너이자 전방위 예술가인 카스텔바작이 경계 없는 사랑의 범위와 창의력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패션 디자이너 장-샤를르 드 카스텔바작의 2014년 봄/여름 컬렉션은 시로 가득했다. 손글씨 프린트의 투명한 오간자 소재나 굵은 고무 스티칭을 장식한 스커트 슈트, 금빛 카무플라주 드레스와 직접 그린 그림이 들어간 튜닉 드레스에는 영광과 기쁨 같은 감정이 풍부하게 들어 있었고, 무엇보다 그의 정체성에 무척 가까워 보였다.
“이번 컬렉션은 나만의 것을 찾는 데 집중했어요. 지난 몇 시즌간 수많은 디자이너가 내 옷을 카피했는데 그 정도가 너무 심해 어떤 사람들은 아예 오마주라고 생각하더군요. 나는 그게 오마주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도마주(Dommage: 유감)’일 뿐이죠.” 그는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요소가 무엇일까 고민했고, 그 해답을 그림에서 찾았다. 그는 언제 어디서든 수첩, 조약돌, 포장지, 냅킨 등 손 닿는 모든 곳에 스케치를 남기는데, 그가 직접 SNS 계정에 올리는 그 그림들은 팔로워들 사이에서는 이미 하루의 활력소로 사랑받은 지 오래다. 날개 달린 천사, 넥타이를 맨 자신의 초상화, 십자가, 비둘기, ‘사랑’이나 ‘가족’, ‘시’ 같은 단어들은 그렇게 그의 화폭을 벗어나 서른일곱 개의 런웨이 룩으로 옮겨졌다. “이번 컬렉션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을 거치지 않은 부분이 없어요. 백스테이지에서 옷에 직접 라이브로 그림을 그렸고, 심지어 피날레 드레스는 물감이 채 마르지도 않은 상태로 런웨이에 나갔죠. 메이크업과 헤어도 내가 그린 그대로고, 음악도 내가 만든 거예요(그가 직접 나지막한 목소리로 ‘We are Stylists. We are Journalists. We are Photographers. We are la Mode…’라고 읊조리는 컬렉션 음악은 10월 중순 아이튠스에서 출시된다). 디자이너 40년 차에 탐구할 새로운 영역이 있다는 건 정말 흥분되는 일이죠. 사람은 늘 새로운 걸 창조해야 해요.”
그가 커리어 40년 만에 처음 시도하는 일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 맞춰 편집 매장 N15과 팝업 스토어를 여는가 하면, 2014년을 겨냥한 리조트 컬렉션도 처음 선보였다. “카스텔바작의 DNA를 웨어러블하게 희석한 것이랄까요? 지금껏 내가 선보인 것 중 가장 배려 깊고 현명한 컬렉션이에요. 예전엔 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만 했는데 리조트 컬렉션을 통해 정말로 여자들을 위한 옷을 생각하게 됐죠. 이제야 진짜 디자이너가 된 느낌이에요.” 그는 자신의 삶에 깃든 ‘사랑’이 비로소 하나의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얘기한다. “음악, 사진, 미술, 패션, 사람에 대한 경계가 흐려졌어요. 모두 내가 사랑하는 것이지만 예전엔 따로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모든 걸 끌어안을 수 있게 됐고, 거기서 자연스럽게 창작물이 탄생하고 있어요.” 문득, 그의 컬렉션에 반복적으로 등장한, 모델의 몸을 감싸 안듯 프린트된 커다란 손 모티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포용과 창조는 함께 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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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박정하
- 기타
- 출처 / Jean-Charles de Castelbaj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