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봄/여름을 지배할 트렌드 <1>
1970년대의 로맨틱한 낙천주의, 생지 데님의 귀환부터 가죽과 스웨이드를 이용한 섹시한 미니멀리즘, 한층 부드러워진 밀리터리 룩과 편안해서 더 멋스러운 홈웨어까지. 2015년 봄/여름 시즌을 지배할 트렌드를 엿본다.
1 Vintage Queen
이번 시즌의 영감을 얻기 위해 디자이너들은 유럽의 빈티지 마켓을 들른 듯하다. 마치 옷장에서 잊혀진 보물을 꺼낸 듯, 나프탈렌 냄새마저 낭만적으로 만들어버릴 근사한 빈티지 룩은 수많은 브랜드의 런웨이에 등장했는데, 다양한 소재와 패턴의 믹스매치, 떠돌이 집시처럼 아무렇게나 걸친 자유분방한 레이어링이 돋보였다. 드리스 반 노튼의 은은한 타이 프린트 파자마나 샤넬의 복고풍 트위드 룩, 조각 천을 이어 붙인 프라다의 코트와 알록달록한 코바늘 뜨기 니트 베스트와 비키니 톱, 생 로랑의 반짝이는 루렉스 니트 톱과 스웨이드 블루종의 조합을 눈여겨보자.
2 Smooth Operator
부드러운 스웨이드는 복고풍 무드를 타고 이번 시즌 가장 강렬한 트렌드 중 하나로 떠올랐는데, 클로에, 알베르타 페레티, 질 스튜어트 등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주로 선보이는 브랜드에서 서머 드레스의 대체 옵션으로 얇은 스웨이드 소재의 시프트 드레스를 제안했다. 그러고는 발목과 종아리를 X자로 휘감는 스웨이드 소재의 스트랩 샌들을 매치해 1970년대 풍의 낭만을 더했다. 구찌와 제이슨 우의 런웨이는 데콜테와 슬릿이 깊이 파인 드레스로 후끈 달아올랐다. 스웨이드 소재가 걸을 때마다 몸에 착 감기며 속살을 드러내 야릇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3 Second Skin
가죽을 가공하는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서 이제 여름에도 부담 없이 입을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제2의 피부를 입듯, 얇고 부드러운 데다 적당히 힘도 있어서 편안함과 근사한 실루엣을 동시에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디자이너들의 유용한 여름 소재로 거듭난 가죽은 이번 시즌 런웨이 곳곳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구조적인 재단으로 세련미를 드러냈고, 네이비 블루, 블랙, 레드 등 강렬한 컬러로 컬렉션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캘빈 클라인, J.W. 앤더슨, 디올, 프라다와 니나 리치의 컬렉션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4 Soft Utility
밀리터리 룩이 부드러워졌다. 단추가 달린 실용적인 포켓과 투박한 벨트 같은 기존의 밀리터리 룩에서 보았던 디테일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지만 새틴, 시폰, 니트 등 여성스러운 느낌의 소재와 실루엣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랄프 로렌이 있었다. 그는 타프타 소재의 사파리 셔츠 드레스, 가죽 벨트를 한 홀터넥 시폰 드레스 등 밀리터리풍 의상을 드라마틱한 이브닝 룩으로 승화시키며 더없이 낭만적인 컬렉션을 선보였다. 또 마크 제이콥스의 밀리터리 걸들은 더벅머리에 포켓이 달린 카키색의 새틴 미니 드레스를 입어 쿨한 매력을 드러냈고, 도심 속 데이 룩과 밀리터리 룩의 여성스럽고 세련된 결합을 보여준 구찌와 빅토리아 베컴, 제이슨 우의 컬렉션도 인상적이었다.
5 Evening Flower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의 밤은 온통 꽃밭이었다. 1970년의 복고 무드가 트렌드를 강타하며 꽃무늬는 이미 수많은 런웨이를 장식했는데, 이브닝 웨어가 줄지어 등장하는 컬렉션의 끝으로 갈수록 화려함이 배가되었다. 튤 소재에 새빨간 카네이션을 수놓은 돌체앤가바나와 정교한 패치워크 기법으로 꽃을 형상화한 에밀리오 푸치, 비대칭 실루엣에 섬세한 꽃무늬 자수로 쿠튀르적인 완성도를 보여준 마르니나 온몸을 뒤덮은 플라워 프린트로 드라마틱한 룩을 선보인 세린느와 알투자라 등 런웨이의 피날레를 장식한 모델들은 저마다 화려한 꽃이 되었다.
6 Good Gingham
따사로운 봄날에 가장 어울리는 패턴이 있다면 그건 단연 깅엄 체크가 아닐까. 정갈한 줄무늬가 서로 교차하며 안정적인 바둑판 무늬를 그려내는 깅엄 체크는 이번 시즌 데이 드레스와 편안한 스커트의 단골 패턴으로 거듭났다. 보테가 베네타와 알투자라는 가든 파티는 물론 도심 속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스커트 앙상블을 제안했고, 마이클 코어스의 낙낙한 깅엄 체크 스커트는 여유로움이 흘러넘쳤다. 또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의 랩 드레스나 캐롤리나 헤레라의 쇼츠 앙상블은 마치 젊은 시절 브리지트 바르도를 보는 듯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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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박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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