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와 우식 사이
거인이 되어 충무로를 흔든 최우식, 무대와 현장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유이가 드라마 <호구의 사랑>으로 만났다. 유이와 우식 사이, 그 안에 흘러내린 놀라운 ‘케미’의 순간들.
유이
<정글의 법칙>에 잠깐 출연한 걸 제외하면 꽤 오래 보이지 않았어요. 그게 벌써 1년 반이나 되었더라고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 몰랐어요. 간간이 애프터스쿨 활동도 했고 일본 활동 때문에 일본어 공부하고, 운동하고 여행도 하면서 저만의 시간을 가졌어요. 살이 많이 빠져서 드라마 때문에 급다이어트를 한 거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쉬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살이 빠진 것 같아요.
대본이 많이 들어왔을 테니 그저 쉬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주말 드라마를 많이 하다 보니 주말 드라마 대본이 많이 들어왔어요. 비슷한 캐릭터가 많이 들어오고 이미지가 한쪽으로 굳어지는 것 같아서 다른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쉬는 시간은 기다림의 시간이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운명적으로 <호구의 사랑>의 도도희를 만난 거군요.
시기가 잘 맞았어요. 행사를 멀리 다니면서 이동 시간에 웹툰을 보기 시작했는데 시간도 빨리 가더라고요. 그러다 소속사에서 <호구의 사랑>이라는 웹툰을 보라고 했어요. 재미있어서 한자리에서 다 읽어버렸어요.
드라마와 웹툰의 내용이 꽤 달라요.
웹툰의 주인공은 호구와 동생 호경이에요. 이게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전 호경이에게 관심이 있었어요. 웹툰에서의 호구의 첫사랑은 청순가련하고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캐릭터라 꿈도 안 꿨죠. 그런데 드라마 시나리오를 받아보니 호구의 첫사랑이 도도희라는 전혀 다른 캐릭터가 되었더라고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도도희의 어떤 점이 그렇게도 매력적이던가요?
부모님이 안 계셔서 한 번도 가르침을 받은 적이 없는 아이예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친구를 사귀는 방법도 모르고 오로지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인 아이죠. 그녀의 아픔을 알게 되면서 그녀를 이해하고 헤아리게 되었어요. 시청자들 역시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해요.
강호구 같은 남자는 어때요?
강호구는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예요. 어떻게 이런 남자가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착하고 예뻐요.
원래 강호구처럼 착한 남자를 좋아했나요?
안 그랬어요. 제가 어려서부터 활동하다 보니 보호받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게다가 제가 결정 장애가 있어서 뭐 먹을지, 어디 갈지 잘 정하지 못하는데 그런 걸 결정해주고 저를 리드해주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꼈죠.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내가 안아주고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강호구 같은 캐릭터를 만나니 그런 마음이 더 커졌죠.
최우식이 강호구로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분은요?
전 정말 좋았어요. 언젠가 우연히 예능 프로그램 <심장이 뛴다>에서 우식이를 봤어요. 치킨을 시켜놓고 출동을 하게 되었는데 그걸 못 먹어서 안타까워하는 모습, 소방차가 빨리 가야 하는데 차가 안 비켜줘서 우는 모습을 보면서 강호구와 무척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요. 우식이가 캐스팅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빨리 만나고 싶었어요. 빨리 친해지고 싶어서 무작정 말을 놓으라 했어요.
수영하는 장면이 이슈가 되었어요. 연기로서 수영을 한 건 새로운 경험이었겠죠?
열아홉 살 때 연습생을 시작했으니까 제대로 수영을 한 건 딱 10년 만이에요. 드라마 첫 촬영이 수영대회 장면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현장에 갔더니 제가 활동할 때 국가대표 선수였던 분들이 있더라고요. 정말 놀랐어요. 제가 우러러보던 분들이거든요. 이렇게 완벽하게 준비해준 감독님께도 감사했고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어설프게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를 악물고 열심히 했어요.
호구와 달콤한 사랑을 하면서 연애에 대한 감정이 더 커졌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시시콜콜 이야기하면서 웃고 떠드는 연애를 하고 싶어요. 결혼한 친구도 꽤 있고요. 아직 결혼 생각은 없지만 주위에서 알콩달콩 연애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어요.
유이는 연애도 화끈하게 할 것 같아요.
좋아하면 먼저 고백하는 편인데 오케이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오래 고민하는데, 막상 고백할 때 ‘나 너 좋아’라고 쿨하게 말해서인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더라고요. 저는 썸 타는 게 싫어요. 좋으면 사귀면 되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고백했을 때 시큰둥한 남자에게는 미련 없이 안녕 하는 스타일이에요. 친구로 남고 그런 건 없어요.
지금 끼고 있는 그 커플링은 정말 정아 씨랑 맞춘 건가요?
네. 맞아요. 한창 나이에 왜 둘이 이러고 있나 하면서도 같이 있으면 정말 재미있어요. 얼마 전에도 같이 사우나 가서 때 밀고 마사지도 받았어요.
연기는 이제 좀 편안해졌나요?
조금은 자신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제 느낌대로만 했다면 이제는 공부를 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혼자 우는 게 아니라 저를 보고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함께 울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선후배들, 동료들, 스태프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연기하는 게 정말 좋아요. 작품에 들어가기 전의 설렘, 끝났을 때의 기분을 더 즐기게 되었어요.
최근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트위터를 했는데 핸드폰을 바꾸면서 비밀번호를 잊어버렸어요. 워낙 자주 있는 일이라 팬들이 다 알아요. 얼마 전 정아 언니, 주연 언니랑 부산에 놀러 갔을 때, 주연 언니한테 배워서 시작했어요. 요즘 좀 열심히 했더니 팬들이 놀라더라고요. 조금 자제해야 할 것 같아요. 하하.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있나요?
아침에 러닝머신을 해요. 시간이 없을 때는 1분 간격으로 속도를 4, 6, 8, 10, 12로 올려서 달리는 걸 4세트씩 해요. 그러면 30분 정도 걸려요. 평소에는 속도를 6, 7로 맞춰두고 한 시간 정도 빨리 걸어요.
어떤 운동이든 꾸준히 하는 게 가장 힘든데, 정말 대단한데요?
원래 과격한 운동을 좋아해요. 그래서 크로스핏, 복싱, 암벽등반을 했는데 워낙 덤벙거리는 편이라 많이 다쳐서 소속사에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부상 위험이 적은 러닝머신을 더 열심히 하게 되었죠. 한 시간을 빨리 걸으며 땀 흘리고 나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어요.
왠지 또 정아 씨랑 같이 갈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어머, 저도 그 생각 했는데!
최우식
화보 촬영을 하면서 둘의 시너지가 기대 이상이라 생각했어요.
사진 잘 나왔나요? 저 혼자만의 촬영이면 상관없는데 누나와 함께 찍는 화보라 잘 나와야 해요. 유이 누나에게 민폐를 끼치면 안 되니까요.
해가 바뀌었지만 2014년 ‘올해의 배우상’ 이야기를 빠트릴 수가 없네요. 꽤 많은 변화가 있었죠?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그전에는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하고 고민이 됐거든요. 그런 고민들을 조금 덜어낼 수 있었어요.
한쪽으로 소비된 당신의 캐릭터가 확장되었다는 게 가장 반가워요.
이제까지 밝은 역할을 많이 했고 대중들도 거기에 익숙해졌어요. <거인> 이후로 좀 더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저 또한 기뻐요. 화보 촬영 때에도 예전에는 주로 ‘프레피 룩’을 입고 장난스럽게 연기하는 촬영이 대부분이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폼도 잡고 슈트도 입었잖아요.
지금은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죠. 그래서 다음 작품을 선정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호구의 사랑>을 한다고 했을 때 <거인>으로 겨우 이미지 변신을 했는데, 왜 굳이 이전의 장르로 돌아가냐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생각해보니 여태까지 거의 20여 개 작품을 했더라고요. 외모나 연기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배우로서의 개성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제가 가지고 있는 무기가 뭔지 생각해보니 이제까지 맡아왔던 캐릭터가 아닌가 싶더라고요. 제게 어울리는 옷을 입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호구의 사랑>에 대한 첫 느낌은 어땠나요?
처음엔 좀 부담스러웠어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은 웹툰이니만큼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죠.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고 인정받을 수 있을지, 16 부작을 잘 이끌 수 있을지 부담이 되었어요. 그렇지만 감독님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확신이 생겼어요. 믿을 수 있는 감독님, 연출자, 작가님, 배우들이 있어 든든해요.
표민수 감독님은 당신이 어떤 호구가 되어주길 바랐나요?
감독님께서 저를 완벽하게 파악하시고 하신 말씀이 있어요. “드라마 주연이 처음이고 부담감과 스트레스도 많겠지만, 그냥 난 네가 이 작품을 하면서 즐거웠으면 좋겠어.” 감독님은 제가 호구 역할을 잘해낼 거란 확신을 했고 저를 의심하지 않았어요.
강호구를 연기하는 데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면요?
<거인>의 영재를 연기할 때도 제 자신을 계속 누르고 있었는데, 호구는 영재와는 또 다르게 절제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영재는 저의 밝은 면을 적나라하게 억눌렀지만, 호구는 살릴 때는 살리고, 누를 땐 눌러줘야 하는 캐릭터라 쉽지만은 않았어요. 그럼에도 제 몸에 워낙 ‘찌질함’이 배어 있어 호구를 연기하기 위해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었죠. 하하.
유이를 첫 주연 드라마의 상대 배우로 맞이한 소감은요?
‘나는 여배우야’ 하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을 줄 알았는데, 편하게 대해줘서 놀랐어요. 예전부터 알아왔던 사람처럼 말도 잘 통하고, 함께 연기를 할 수 있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드라마를 보면서 당신이 정말 즐기고 있는 게 느껴졌어요.
예전에는 맡은 역할의 비중이 작다 보니 짧은 시간 안에 다 표출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칼을 갈고 연기했어요. 주연을 맡게 되고 분량이 많아지면서 매번 그렇게 연기하면 작품이 죽어버리니, 무엇보다 힘을 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요. 계속 하나씩 배워가고 있어요. 요즘은 정말 연기하는 게 가장 재미있고, 즐거워요.
거의 실시간으로 촬영을 하고 있다면서요?
오늘이 유일하게 쉬는 날인데 이렇게 화보를 찍고 있어요. 찾아주는 분들이 많다는 건 행복한 일이에요. 아무런 생각 없이 쉬고 싶을 때도 있지만 지금 이때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까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아시다시피 저희 일이 비정규직이니 찾아주실 때 열심히 해야죠. 하하.
당신에게 배우가 되지 못할 거라던 친형의 반응이 궁금하네요.
형은 저한테 관심을 갖기보다 함께 연기하는 여자 배우에게 관심이 있어요. “언제 만나게 해줄 거냐”고 묻곤 하죠. 그럼 전 “꿈 깨”라고 말하고요. 형은 <거인> 시사회를 위해 일부러 한국에 와주었고, 시사회가 끝난 뒤에 처음으로 “잘했다, 고맙다”고 말해줬어요.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늘 골반이 큰 여자라고 답했는데, 정말 그거면 되는 거예요?
하하. 물론 골반이 큰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말이 잘 통하는 여자가 좋아요. 대화를 하다 잘 안 맞는 부분이 있으면 마음이 가지 않아요. 외모로는 입술을 봐요. 입술이 어떻게 생겨야 한다는 게 아니라 웃을 때, 말할 때 예쁜 입술이 좋아요. 제 올해 목표가 연애하는 거였는데, 지금은 유이 누나와 연기로 연애하는 걸로 만족하고 있어요.
인터뷰가 끝났으니 이제 좀 쉴 수 있겠네요.
집에 가는 차 안에서부터 대본을 봐야 해요. 내일 찍을 장면이 너무 많은데 아직 완벽하게 못 외웠거든요.
여자친구가 생기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건 뭔가요?
등산을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등산을 하면 상대방에게 어떻게 보일까에 대해 덜 신경 쓰게 되잖아요. 등산하고 내려와서는 같이 막걸리도 마셔야죠. 머리 쓰면서 하는 연애는 자신 없어요.
특별한 한 해를 보낸 탓에 올해에 대한 기대가 더 클 것 같아요.
<거인> 이후로 욕심이 생겼어요. 큰 목표를 보고 가는 건 좋지만 욕심이 생기니까 더 많은 걸 바라게 되더라고요. 그게 좀 해로운 것 같아요. 제가 원래 야망이 있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좀 더 뒤로 물러나서 여유를 갖고 싶어요. 시간 나면 여행도 가고 그러다 좋은 작품을 만나면 다시 돌아와서 일하고. 하다가 잘 안 되면 다음번에 잘하면 되는 거니까요.
또래 배우들과 비교해볼 때 최우식만이 보여줄 수 있는 건 뭘까요?
카메라 앞이나 밖에서도 부담 없는 모습인 것 같아요. 배우가 되면 생각과 행동이 부담스럽고 과해질 수 있잖아요. 배우로서든, 최우식으로서든 부담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자신이 있어요.
오디션을 위해 한국에 오지 않았다면 지금도 밴쿠버에 있을까요?
당시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가 기회를 만들어줘서 배우가 되었어요. 그때의 저는 게을렀고, 꿈도 없었고, 하고 싶은 게 있어도 그걸 이루기 위한 방법을 몰랐어요. 젊은 패기만 믿고 한국에 왔는데 감사하게도 잘 풀렸어요. 밴쿠버에 있을 때 스시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지금까지 꾸준히 했다면 매니저 정도는 되어 있지 않을까요?
그곳에 가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나요?
14년 지기 친구들 13명이 있어요. 모임 이름이 있긴 한데 창피해서 차마 공개는 못하겠네요. 그 친구들과 캠핑을 떠나고 싶어요. 누구보다 저를 잘 아는 친구들이라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 에디터
- 조소영
- 포토그래퍼
- 안주영
- 스타일리스트
- 남주희
- 헤어
- 유미(유이, 제니하우스올리브점), 순이(우식, 순수도산본점)
- 메이크업
- 최희선(유이, 제니하우스올리브점), 강미(우식, 순수도산본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