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린과 함께한 봄날의 오후
데님 룩을 차려 입은 효린이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나타났다. 그들이 함께한 봄날의 일요일 오후.
당신이 효린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든, 그 인상은 제법 강렬할 것이다. 효린에게는 생기 넘치는 에너지가 있고, 그건 예쁘장한 다른 아이돌과 씨스타를 구별 짓는 요소였다. 그 가운데에서도 효린은 늘 밝고 적극적이었으며,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에서는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가 ‘씨스타 효린’의 무대에서 내려와 자신의 고양이와 함께 놀 때면, 무방비적인 한 소녀가 있을 뿐이다. “집에 레고와 흥녀가 있어요. 레고는 실버 뱅갈이고 흥녀는 코리아 쇼트 헤어인데요, 정말 예쁘고 귀여워요. 하지만 얘네들은 도무지 안기질 않아서 사진 촬영이 불가능할 거예요. 그래서 오늘은 리노와 심바와 함께 왔어요.” 리노는 효린이 가장 먼저 키운 고양이로 잿빛 털이 아주 매력적인 러시안 블루 품종이다. 뱅갈 품종인 심바는 이제 겨우 네 달쯤 된 아기 고양이로 효린 가족의 막내다. 대부분의 고양이처럼 이들은 사람의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더할 나위 없이 유쾌했다. 효린과 고양이들은 동물과 함께 투숙할 수 있는 서울의 유일한 호텔인 알로프트 강남을 마음껏 뛰어다녔다. “어릴 적부터 강아지를 키웠어요. 하지만 활동하면서 동물을 키우고 싶었을 때, 자연스럽게 고양이를 떠올렸어요. 고양이가 외로움을 덜 탄다고 해서요.” 그렇게 가족이 탄생했다.
효린과 네 마리 고양이라니. 이제 보니 대가족이에요.
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고양이 공부 진짜 많이 했어요. 책을 별로 안 읽는데, 아이들을 입양하면서 고양이 관련 서적도 많이 읽고, 인터넷에서도 정보를 많이 찾아봤어요.
처음에는 모르는 게 많죠?
강아지는 어릴 때부터 키워봐서 성향을 잘 알고 있는데 고양이는 처음이라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리고 고양이의 하루는 강아지와는 너무 다르고요. 가장 신기한 건 발을 많이 쓴다는 점이었어요. 강아지는 입으로 곧잘 밥을 먹지만 고양이는 사료나 간식 모두 앞발로 끌어다 먹어요.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을 흔히 ‘집사’라 부르는데, 당신은 집사형인가요? 엄마형인가요?
전 둘 다인 것 같아요. 리노, 레고, 흥녀 그리고 마지막으로 심바 순서로 집에 데리고 왔는데, 나이로 치면 레고가 제일 많아요.
유기묘 보호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이 화제가 많이 되었죠. 어떤 계기로 시작했어요?
봉사활동은 제가 리노를 키우기 전부터 시작했어요.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해서 마음만 앞세우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무언가를 키우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고양이를 키우게 된 게 아니라, 키울까, 내가 키워도 될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어요. 아이들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그래서 혼자 보호소를 찾아가게 됐어요. ‘유기동물에게 사랑을 주세요’라고 해서, 짧게는 ‘유사주’라고 부르는 곳이에요.
리노를 처음 입양한 후로 점점 가족이 늘었어요. 돌보는 건 어때요?
전 네 마리와 함께 사는 게 훨씬 더 좋아요. 손이 더 많이 가고,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애들에게 친구가 생기는 거잖아요. 혼자 있는 것보다 같이 뛰어놀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제가 없을 때도 지루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고양이들 성격이 다 다르죠?
다 달라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마치 아이가 있는 엄마들처럼 말해요. 자식을 자랑하는 기분이에요. “우리 애는 성격이 이런데!”라고 하죠. 동물 키우는 사람들은 다 그래요. 보라는 강아지를 키워요. 소유도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하는데 아직 고민 중이고, 다솜은 알레르기가 있어서 동물을 좋아하는데도 못 키워요.
나중에 연애할 때에도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고 싶어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면 동물을 좋아해줄 거라고 믿어요.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못 만날 것 같아요. 이왕이면 동물을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오늘 집 밖에서 함께 촬영했는데 긴장되지 않았어요?
한번쯤 아이들과 화보 촬영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걱정되는 게 많아서 어젯밤 잠이 안 왔어요. 잊어버릴 수 도 있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고, 사고가 날 수도 있는 거잖아요. 하지만 오늘 아이들의 컨디션은 괜찮은 것 같아요.
지금 네 마리에서 가족이 더 늘어날 수도 있나요?
저는 사람들이 돈을 주고 동물을 사는 대신 입양을 했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아는 사람들에게 입양하거나, 유기묘를 입양했어요. 만약 더 키우게 되어도 입양을 선택할 것 같아요. 한두 마리는 차이가 있지만, 세 마리, 네 마리, 다섯 마리는 다 거기서 거기예요. 고양이들은 막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동물은 아니잖아요. 이곳저곳 숨고 잘 자고, 아이들 나름대로 의미 있게 조용히 하루를 보내는 편이에요. 물론 사료는 10kg짜리로 사야 하니 돈이 더 많이 들기는 하지만요.
10kg 사료가 얼마 만에 사라져요?
두 달 안에는 다 먹는 것 같아요. 저희 애들은 밥 잘 먹어요. 간식을 주면 달려드는 게 정상인데, 자주 주면 안 먹겠다고 외면하는 경우도 있고, 그럴 때는 버릇 없어질까 봐 많이 안 줘요. 간식이 사치인 애들도 많은데 말이죠. 그래서 애들 주는 간식에서 반을 덜어 보육원 아이들에게 갖다 줘요. 정말 맛있게 먹거든요.
동물을 키우다 보면 사람이랑 똑같네, 감탄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개가 눈치를 볼 때 정말 신기하다고 느껴요. 사람도 일할 때 눈치를 보는데, 개도 똑같더라고요. 그런데 고양이는 안 그래요. 자기네들이 왕이라 생각해요.
일을 마치고 오면 고양이들이 반겨주나요?
확실히 고양이들이 위로가 돼요. 혼자 있는 것 같지 않고요. 다 같이 침대 위에서 모여 잘 때가 가장 좋아요. 자려고 딱 누우면 레오가 첫 번째로 올라와요. 자리를 잡으려고 한참 고민하다가 제 몸에 딱 붙어 앉아요. 하도 옆에서 자 버릇해서, 저도 손을 뻗었을 때 레오가 닿아야 잠이 와요. 익숙해져서 그런지 애들이 없으면 잠을 못 자게 되었어요.
활동이 바쁠 때에는 잘 지내는지 걱정되겠어요.
3~4일 정도 집을 비웠다 돌아오면 아는 척도 안 해요. 마중도 안 나와요. 보통 비밀번호 입력하는 소리만 들어도 네 마리 모두 거실에 집합하는데, 그럴 때는 자다가도 반쯤 뜬 눈으로 마중을 나와요. 오래 집을 비우면 아는 척도 안 하는데, 그럴 때 제일 미안해요.
강아지와 고양이를 모두 키워본 셈인데, 고양이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죠?
고양이는 도도한 면도 있지만, 그 안에 애교도 분명 존재해요. 무조건 차가운 동물만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또 길고양이는 무조건 위험하다고 단정 짓지 않으면 좋겠어요. 배가 고프고, 갈 곳이 없다 보니 지저분해 보일 뿐이거든요.
고양이를 기르면서 당신도 변화했나요?
그럼요. 많은 게 달라졌어요. 저도 처음에는 품종이 있는 아이를 키웠지만, 애정이 커지다 보니 그런 게 의미가 없어졌어요. 모든 고양이는 다 귀여워요. 길에서 고양이를 보면 데려다 키우기도 하고요. 하지만 기르고 있는 고양이들과 잘 지내야 하니까 고민이 되긴 해요.
바쁠 때 고양이들이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하나요?
동물 키우는 사람들 중 집에 CCTV를 설치하는 분들이 꽤 많아요. 주변에서도 달라며 권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영상을 지켜보고 있자면 집에 더 가고 싶게 되겠죠? 그래서 일부러 설치하지 않았어요. 일하면서 자꾸 집에 가고 싶은 생각만 들면 힘드니까, ‘애들끼리 잘 놀겠지’ 하고 위안을 삼아요. 제가 어디 나갔다 와서 애들한테 나쁜 일이 생긴 적은 한 번도 없기도 하고요. 음악을 틀어줘서 그런가요? 찬송가도 틀어줘요.
고양이는 함께 외출할 일이 많지 않죠?
고양이는 이동하는 걸 싫어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요. 웬만하면 병원도 잘 안 데리고 가요. 가게 되면 네 마리를 한꺼번에 데리고 나와서 진료를 받아요. 한 마리씩 데려가면 네 번을 왔다 갔다 해야 하잖아요. 애들이 케이지에서 울 땐 제 마음이 다 불안해요. 운전할 때도 자꾸 쳐다보게 되고. 가는 동안 제 정신이 아니에요. 오늘도 빨리 가서 풀어놔야겠어요.
오늘은 당신보다 고양이들이 더 주목을 받았네요? 그 대신 당신의 가장 예쁜 미소를 봤고요.
제 고양이를 예뻐해주는 건 저를 좋아해주는 것보다 좋아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자꾸 고양이들이 눈에 밟히 잖아요? 그럼 곧 키우게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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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처 에디터 / 허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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