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의 신도시 <1>
종현이 소품집 <이야기 Op.1>과 음악이 이어지는 소설 <산하엽>을 발간했다. 샤이니가 아닌 종현이 찾은 신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을지로 뒷골목, 엘리베이터가 없는 낡은 건물 5층이 오늘의 촬영지였다. 요즘 힙스터들의 성지라 불리는 클럽 신도시다. 적당히 솔기가 터진 가죽 소파와 어디서 찾았는지 궁금한 옛 복사기 간판, 오래된 나무 서랍장,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담긴 담금술까지. 요지경의 공간에서 종현은 자신의 기타를 꺼내 들었다. 종현은 카메라 뷰파인더에 스스럼 없이 녹아들었다. 모두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그를 샤이니의 종현으로만 알고 있다는 것은 섭섭한 일이다. 그는 아이유와 예림, 손담비 등 가수에게 곡을 주고, 자이언티와 아이언, 휘성과 협업하며 음원 차트 순위를 줄 세운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했으니까. 쉼없이 노래를 지어온 그가 이번 가을에는 소품집 [이야기 Op.1]과 함께 소설책 [산하엽]을 냈다. 이슬이나 비에 젖으면 꽃잎이 투명해지는 작고 하얀 꽃, 산하엽. 그는 인생을 꽃과 시간으로 표현해달라는 라디오 청취자의 사연에 산하엽으로 답했다. “우리 인생에는 보이지만 피할 수 없는 것이 있어요.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항상 함께하는 것도 있죠. 이 꽃잎이 그래요. 누구나 삶을 살면서 감정에 촉촉이 젖어가고, 서서히 물들고, 다시 말라가고. 그런 것이 아닐까요? 세상은 언제나 요동치고 있으니 가장 크게 변하는 건 제 마음뿐인가 봐요. 그 변화를 이해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행복의 기본이 아닐까요?” 종현이라는 이름으로, 그는 자신의 신도시를 찾기 위한 길을 걷고 있다.
첫 소품집 [이야기 Op. 1]을 발매했어요. 왜 2집이 아닌, 소품집을 택했죠?
샤이니와 지난 1월에 발표한 솔로 미니앨범[Base], 뮤지션과의 협업이나 곡을 주는 것과는 또 다른 영역이라 소품집의 형태로 남기고 싶었어요.
앨범 자랑 좀 해줘요. 직접 만든 사람에게서 듣는 설명은 또 다르니까요.
DJ를 맡고 있는 [푸른 밤 종현입니다]의 프로젝트 코너 ‘푸른 밤 작사, 그 남자 작곡’에 선보인 자작곡을 새롭게 편곡한 9곡을 담았어요. 청취자들에게 받은 사연을 바탕으로 작업했죠. 오로지 제가 하고 싶은 방향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제 손으로 완성한 앨범이에요. 작사, 작곡은 물론 세션 연주를 맞춰보며 밤을 새웠죠. 이제껏 해보고 싶었던 것을 이 앨범에 풀었어요. 그만큼 더 애착이 가요. 제겐 특별한 일이었으니까요. 마치 사람들에게 ‘나는 내 음악을 잘하고 있어요’라고 들려주는 생존 신고처럼요. 이것이, 아니 이것도 내 음악이라는 자부심이기도 하고요. 내가 걸어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하나 뚫은 기분이에요.
방송 활동을 하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이 많아요.
제가 정신적인 위안을 얻기 위해 만든 앨범인 만큼, 그 취지에 맞게 따로 활동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대신 앨범 발매에 맞춰 서울 시내 곳곳에서 버스킹을 했어요. 첫 번째 솔로 앨범인[Base]는 걱정이 많았거든요. 잘못하면 다음 앨범이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컸어요. 감사하게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다시 나올 수 있었죠. 그래서 이번에는 예전보다 마음을 좀 비웠어요.
첫 솔로 콘서트를 치른 기분은 어땠나요?
12회 차 중에 3회를 끝냈어요. 비교적 작은 무대다 보니, 관객들의 응집력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재미있었어요. 태민이(샤이니) , 정인 누나, 시인 하상욱 씨처럼 매번 다른 게스트를 초대해서 무대를 꾸몄기 때문에 그간 경험해보지 않은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고요.
<디 아지트: 더 스토리 바이 종현>이라는 콘서트 제목 역시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예전부터 ‘음악은 이야기다’라는 말을 해왔어요. 가수는 이야기꾼이라 생각했거든요. 누군가 공감하고, 교감하고,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잖아요. 어떤 이야기를 노래하든 듣는 이가 화자의 이야기에 감정의 동요를 얻는다면 그건 좋은 음악이라는 답도 얻었죠. 샤이니에는 샤이니만의 뚜렷한 색이 있고, 협업은 그 가수에 맞는 색깔을 존중해서 함께 곡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소품집 [이야기 Op. 1]은 오로지 저만의 개인적인 이야기인 거예요. 온전히 나만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욕심에 콘서트의 공연곡 세트리스트까지 제가 결정했어요. 크레딧에 제가 작곡가, 작사가로 올라간 곡으로만 구성했죠. 이야기꾼으로서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은, 타인을 위로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사람과 그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려는 사람의 만남은 하나의 사건이다. ” 콘서트에서 했던 이 말이 인상 깊어요. 당신이 원하는 청자와의 관계인가요?
그 말은 라디오의 오프닝처럼 시작했던 말이에요. 누군가의 말을 인용한 거죠. 정확히 말하면 말하는 자와 듣는 자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쌍방의 이야기가 오가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서로가 소통하는 거죠. 원하는 노래를 신청받아서 들려주거나, 관객의 사연을 받아서 노래로 풀어주고요. 이를테면 혼자 오신 분,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분을 찾아서 즉석으로 반주 없이 노래하기도 해요. 완곡이 아닌 곡까지 치면 20여 곡을 부르지만, 공연마다 노래가 다르고, 흐름도 달라요.
공연의 중간 점검을 해본다면요?
이번에는 모든 걸 충족시키기보다는 아쉬움을 남기려고 노력했어요. 저 뿐 아니라, 관객들에게도요. 완벽하지 못해서 아쉽다는 게 아니라 공연이 끝나는 게 아쉽다, 그래서 더 보고 싶은 좋은 아쉬움이요. 다음이 궁금한 공연을 만들고 싶던 목적은 이룬 것 같아요. 일단 전 그래요.
그 소통은 마치 ‘천지창조’ 그림처럼 손끝이 닿은 일러스트의 앨범 재킷과도 일맥상통하는군요.
맞아요. 그 재킷 그림은 ‘너와 나’를 표현하는 수화예요. ‘유앤아이’라는 수록곡에 어울리기도 하고요. 항상 노래를 만들 때마다 듣는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궁금했어요. 이번 공연으로 답이 채워진 거죠.
이제까지 다섯 명이 하던 무대를 혼자 채웠잖아요. 12회는 짧지 않은 횟수죠. 체력은 괜찮아요?
3일 동안 네 번의 무대를 가졌는데, 그렇게 힘들지 않던데요? 많은 사람이 걱정해주었지만, 아직까지는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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