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좋은 집 <1>

SNS를 둘러보다가 취향이 좋은 사람들의 집을 발견했다.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그곳, 탐나는 방의 문을 열었다.

#북촌의 모던 한옥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는 한국 전통을 모던하게 해석하는 작업을 펼친다. 그는 1917년도에 지어진 한옥에 산다. 북촌 한옥 마을에 위치한 그의 집, 청송재와 능소헌은 세월의 힘과 현대적인 감각이 만난 우리의 멋이 살아 있다.

청송재와 능소헌 “옛 건축물을 가치 있게 여기던 전 주인들 덕분에 이 멋진 집이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죠. 저 역시 같은 마음으로 깨진 기와를 교체하고 썩은 나무만 갈아내면서 살살 어루만지며 살고 있어요.”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는 다이닝룸을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라 소개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식사 시간은 그 자체로 힐링이지만, 공간이 아름답다면 더 특별한 시간이 되리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의미가 깊은 가구만 들였다. 어머니의 애장품인 샤갈의 작품을 중심으로 가족 여행에서 구입한 핀란드 로즈우드 탁자와 의자를 배치했다. 거실에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존 디킨슨의 탁자를 놓았다. 다리가 세 개 달린 귀여운 모습과는 달리 샌프란시스코의 앤티크 마켓에서 1억원 가까이 되는 오리지널을 보고 낙담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그의 가구를 새롭게 제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고민 없이 지갑을 열었다. 영화 감상실의 꿈은 한옥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야 드디어 풀었다. 일하다가 주말 저녁에는 아이스크림 한 통을 들고 좋아하는 영화를 튼다. 그는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빛이 드는 별장
뉴욕에 사는 프랭크 뮤이젠은 제이크루의 남성복 디렉터다. 그는 매주 주말, 휴식하기 위해 찾은 별장 사진을 올린다. 숲이 내다보이는 거실의 중심은 커다란 테이블이 차지했고, 그 위는 작은 화병과 촛대로 장식했다. 그 옆 책장에는 책을 가득 꽂 아 언제든 소파에 앉아 책을 읽을 준비를 해둔다. 햇빛을 받으며 책을 읽기에는 이만한 장소가 없어 보인다.

#제주도의 그림 같은 집
한국의 대표적인 빈티지 가구 컬렉터, aA 디자인뮤지엄의 김명한 대표가 제주로 향했다. 그가 완성한 ‘aA 인 제주’는 게스트하우스이자, 카페인 동시에 갤러리다. 이곳에 aA의 이름으로 수집한 가구를 펼쳐놓았다.

aA 인 제주 “한동리 해안가에 위치한 ‘aA 인 제주’는 단정한 북유럽 창고를 떠올리며 지었어요. 제주도 방언으로 게으름뱅이를 뜻하는 ‘간새다리’와 영어로 빈둥거린다는 뜻의 ‘아이들(Idle)’, 우리말로 바다를 뜻하는 ‘아라네’라는 이름을 방마다 붙였죠. 젊은 사람들이 와서 빈둥거리는 여유를 가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어요.” 김명한 대표는 새마을 운동 시절에 지은 제주의 민가를 최소한으로 고쳤다. 제주에 공간을 짓기로 했을 때, 있는 그대로 살자고 생각한 터였다. 간새다리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슬레이트 지붕과 외관을 그대로 남기고, 출입문과 창문 틀은 나무로 새로 달았다. 옛 것과 새것의 대비가 묘하게 잘 어울린다. 헤이의 러그와 프랑스에 온 빈티지 옷장, 50년대 램프로 채운 공간은 북유럽의 부티크 호텔처럼 고풍스럽다. 마당에는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련초와 소철을 심었고, 낮은 현무암 담장을 쌓았다. 그림 같은 집은 담담하고 여유로운 제주의 파란 하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포스터로 꾸민 아트월
방배동의 리빙 편집숍 달앤스타일을 운영하는 스타일리스트 박지현의 공간. 인테리어를 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빛의 조화다. 달앤스타일의 야외 테라스는 온실로 만들어 내리쬐는 햇살의 빛을 모조리 흡수했고, 조명은 LED 램프로 누수 없는 절전을 택했다. 벽면마다 컬러와 분위기를 매치한 일러스트 포스터를 붙여 공간에 포인트를 주었다.

#색이 빛나는 아지트
일러스트레이터 김혜은은 비스듬한 천장에 반해 이곳을 보금자리로 택했다. 동화책에 나올 법한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집은 빨간 머리 앤의 다락방처럼 비밀스럽고 귀엽다.

김혜은의 다락방 “따뜻함이 흐르는 집이 되길 바라며 공간을 색으로 나눠 구분했어요. 작업실은 차분한 남색과 강렬한 붉은색으로, 주방은 올리브그린색으로 칠했죠. 특히 붉은색은 소장하고 있는 아트북과 그림책을 돋보이게 하는 완벽한 선택이었어요.” 일러스트레이터 김혜은은 이케아에서 구입한 선반에 아트 디렉터 요시에 와타나베의 그림책 <브로치>와 미카 리드버그의 아트북, 며칠 전 작업한 그림을 올려두었다. 여행지를 찾을 때마다 그 여행을 기억하며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는 물건을 구입하는데. 지난여름 여행한 호이안의 추억이 담긴 블랭킷을 침대에 덮어 장식했다. 침대 옆 협탁에는 전자파 차단에 좋은 선인장과 메르땜의 피규어 소이 캔들, 그리스에서 공수한 향초를 두었다. 최대한 숙면에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면서 말이다. 거실은 오래된 오디오, 브라운사의 ‘아뜰리에 I’이 차지했다. 세월의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여전히 멋진 소리를 들려준다. 존경하는 디자이너 디터 람스가 들려준, 정직한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는 철학을 이 오디오를 보며 느낀다.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집이다.

#변신한 원룸
15년 된 원룸 아파트를 계약한 아파트 광고기획자 부부는 어떻게 꾸며야 할지 고민하다가 판을 뒤엎는 전체 수리를 결정했다. 핀터레스트에서 원하는 공간의 이미지를 수집해 인테리어 업체 봄하우징에 의뢰했다. 가벽을 세워 공간을 분리했고, 심심한 벽에는 선반을 달았다. 집 수리에 투자한 대신 가구는 소파에만 힘을 줬다. 2년만 살고 이사하려고 했지만, 집에 들인 공이 많아 좀 더 살아야겠다고 다짐 중이다.

    에디터
    박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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