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각형 속 패션 판타지
뉴스 피드는 늘 차고 넘치지만 직접 보고 싶은 인스타그램은 손에 꼽을 정도다. 패션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며 시각적인 즐거움과 흥미를 일으키는 인스타그래머를 선별했다.
Gregory Masouras | @greg_gr
유리 구두를 신은 신데렐라는 돌체앤가바나 광고 캠페인에 등장하고, 구두를 벗은 신데렐라는 모스키노의 윈덱스 스프레이 아이폰 케이스를 들고 청소하는 시늉을 한다. 마녀 우르술라는 인어공주의 목소리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 마크 제이콥스 런웨이 위 베스 디토의 자리까지 넘본다. 이게 다 무슨 이야기냐고? 그레고리 마솔라스 인스타그램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장면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Animationinreality 태그를 달고 패션 광고나 런웨이, 잡지 커버 속에서 모델인 척 활동하고 있다. 마치 패션 월드에 빠진 동화 속 세상처럼. “캐릭터가 진짜 모델이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의 말을 증명하듯 모델로 변신한 캐릭터들은 깜빡 속을 만큼 절묘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가 살고 있는 아테네를 배경으로 한 캐릭터 이미지도 인스타그램에 올라온다. 이건 팔로워들에게 아테네의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Giulia Scalese | @thecollecteur
줄리아 스케일스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 접속하면 알록달록한 색감, 선명하게 대비되는 컬러 매치, 키치한 무드의 제품, 일정한 사진 톤으로 촬영한 게시물에 눈이 띈다.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작업물은 포토그래퍼 줄리아 스케일스의 손을 거친 것들로 패션 아이템의 의인화가 특징이다. 지갑과 보타이는 턱시도 룩 차림의 남성으로, 모자와 가방, 장갑은 중절모를 쓴 남성으로 다시 태어난다. 또 그녀의 인스타그램은 펜디, 마크 제이콥스, 미우미우처럼 하이패션 브랜드의 액세서리를 활용한 게시물이라 패션 아이템을 소개하는 콘텐츠처럼 알차기까지 하다. 게다가 제품을 보는 안목도 탁월해서 사고 싶은 것들이 한가득이니 쇼핑을 위한 인스타그램 계정으로도 훌륭한 듯.
Chris Rellas | @copylab
크리스 렐라스는 10대 시절에 샤넬 귀고리를 착용한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게시물(이자 프로필 이미지)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그 후 약 2년 동안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텔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1> 그림 속 여인이 된 지지 하디드나 돌체앤가바나의 플라워 왕관을 쓴 <Frida on White Beach>의 프리다 칼로, 나체로 샤넬 가방을 메고 있는 윌리엄 부게로의 <The Wave>처럼 명화 속에 패션 아이템이나 인물을 진짜처럼 합성한 작품을 선보였다. 진지한 명화와 패션 코드의 조합은 완벽하고 재기발랄했다. 특히 그가 최고의 작품으로 꼽은 프라다 코트를 입고 있는 김정일의 모습은 진짜인 듯 절묘하게 들어맞아 감탄이 나올 정도다.
Beatriz and Maria Valdovin | @artlexachung
스타를 향한 팬심을 표현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지만 이렇게 창의적인 발상이 또 있을까? 스페인의 베아트리즈와 마리아 발도빈 자매는 알렉사 청만을 위한 인스타그램을 만들고, 단순한 사진이 아닌 시간과 공을 들여 명화와 합성한 사진을 올린다. 사진 속 알렉사 청과 닮은 명화를 찾아서 알렉사 청 사진과 대치하는 게 이들의 게시물 공식이다. 방법은 간단해도 싱크로율 100%에 근접해 볼수록 놀랍다. 또 어떤 것은 알렉사 청이 명화 속 장면을 따라 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 결과, 알렉사 청이 이들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잉하고 ‘좋아요’로 마음을 표현하고, 리그램까지 하고 있다. 이만하면 알렉사 청의 팬으로서 인스타그램 프로젝트는 성공적이다.
Maria Sheila Miani | @legolize_fashion
마리아 실러 미아니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레고 패션 세상을 설립 중이다. 3년 전 학교 과제 때문에 시작한 프로젝트가 패션계에 신선한 자극을 준 것. 패션 잡지 커버에 등장한 모델을 노란 얼굴의 레고로 탈바꿈시키는 게 그녀의 작업 방식이다. 얼굴뿐만 아니라 모델의 헤어, 의상까지 그녀의 손을 거치면 이 세상 가장 패셔너블한 레고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미니멀하면서도 양식화된 버전의 잡지 커버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녀의 의도는 작업에 명확하게 담겨 있다. 이런 그녀의 재능을 패션계가 놓칠 리 없다. 구찌는 아티스트와 진행하는 #guccigram 프로젝트로 그녀를 선정, 그 결과 레고 모델들이 출동한 광고 캠페인이 탄생했다. 이만하면 브랜드 광고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을 절반은 이룬 셈이다.
Angelica Hicks | @angelicahicks
안젤리카 힉스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는 일러스트가 계속 올라오는데, 예쁘고 멋있기만 한 그저 그런 그림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녀가 그린 일러스트는 앙증맞고 귀여운 데다 쉽게 생각해낼 수 없는 말장난을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티 알렉산더 왕의 로고를 넣은 티 컵, KFC의 마스코트가 된 칼 라거펠트와 그 옆에 자리한 KF더블C(샤넬 로고), ‘카푸치노’를 담은 푸치 패턴의 커피잔 등이 그러한 예이다. 그래서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하나씩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다 보면 수수께끼를 푸는 것처럼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패션의 언어유희를 깨달은 것처럼.
Kalen Hollomon | @kalen_hollomon
지난 9월 파리 편집숍 콜레트에서 개인 전시를 연 캐런 홀로몬은 실사와 패션을 접목하는 콜라주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이 패션계의 환영을 받는 건 유별난 창의성과 독특한 유머가 패션 요소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인부들이 거대한 구찌 백을 운반하는 장면이나 장을 보고 있는 여인의 어깨에 매달려 있는 릭 오웬스 모델의 퍼포먼스, 세린느의 가방을 들고 웃고 있는 여인, 구찌의 2016 봄/여름 광고 캠페인에서 공작새 대신 건장한 남자를 안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모습 등이 그러하다. 그는 사진뿐만 아니라 콜라주 작업의 영상도 선보이는데, 이 모든 게시물을 보다 보면 “어떻게 이렇게 찍었지?”라는 의문이 든다. 방법은 생각보다 수고 롭다. 적재적기의 타이밍을 찾기 위해 그는 늘 가위로 오려놓은 이미지를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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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이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