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양이, 개, 기니피그, 그리고 토끼 커플
한 지붕 아래에서 동고동락한 새, 고양이, 개, 기니피그, 그리고 토끼 커플이 모였다. 밸런타인데이 기념 촬영이었다.
The Parrot & The Dog | 썬고 × 이티
썬고와 이티는 앵무새 네 마리, 강아지 네 마리가 함께 사는 대가족의 일원이다. 노랑과 자홍빛 깃털이 매력적인 선코뉴어종인 썬고는 태어난 지 갓 세 달 된 아기 앵무새. 주인 엄마의 어깨와 머리 위에 앉아 있는 것을 제일 좋아하지만, 촬영하는 동안에는 촬영용 포도나무 횟대를 떠나지 않고 포즈를 뽐냈다. 이티는 앵무새들의 가장 친한 친구다. 심장과 발가락의 선천적인 기형 때문에 분양이 되지 않아 동물병원에 있던 이티를 집으로 데려온 것이 2년 전의 일. 사랑을 듬뿍 받은 결과, 힘든 수술을 견뎌내고 지금처럼 잘생기고 듬직하게 성장했다. 물론 건강하다!
The Dogs | 만두 × 뽀
인형 세트 같은 비숑 프리제 두 마리. 목에 스카프를 두른 쪽이 만두, 스카프를 헤어밴드처럼 맨 쪽이 뽀다. 사진에서 한층 의젓해 보이는 것은 만두지만 사실 만두는 엄마 뽀가 지난해에 낳은 여섯 마리 중 한 마리다. 작은 몸으로 아이를 여섯이나 낳느라 중간에 기절하기도 했었다는 뽀는, 지금은 출산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발랄하고 아기 같다. 성격과 표정은 다르지만 오른쪽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 모습은 꼭 닮은 귀여운 모녀다.
The Guinea Pigs | 꼬미 × 꾸꾸
크기도 생김새도, 햄스터와 토끼 사이 어디쯤에 있는 것 같은 기니피그는 여럿이서 사이 좋게 무리 지어 지내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온순한 기니피그의 성격에 누구나 반하고 말 거다. 만화 속 캐릭터처럼 반짝이고 긴 검고 흰 털을 자랑하는 꼬미는 사틴실키종으로 태어난 지 반년이 된 아기 기니피그. 친근한 짧은 털의 아메리카 기니피그 꾸꾸는 두 살이 넘은 어른인 만큼 자기 이름을 알아들을 정도로 똑똑하다. 꾸꾸는 처음에는 꼬미의 긴 털을 신기하게 여겨 물어뜯기도 했다고. 보다시피 지금은 옆에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친한 사이다.
The Rabbits | 까꿍 × 잼잼
멋진 수사자의 갈기처럼 얼굴을 동그랗게 둘러싼 털이 매력적인 까꿍이는 라이언헤드 품종, 그리고 아래로 내려온 귀와 회색빛 탄탄한 몸매가 자랑인 잼잼은 홀랜드 롭이어다. 3년 전에 만난 잼잼과 까꿍이는 토끼 열 마리가 함께 사는 대가족 중에서도 소문난 단짝이다. 원래 주인이 군에 입대하는 바람에 영양실조 직전까지 갔던 잼잼, 태어날 때부터 같이 살던 토끼가 세상을 떠난 후 한 달 동안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할 정도로 충격에 빠졌던 까꿍에게 서로의 존재가 위로가 되어줬기 때문이다. 덩치는 훨씬 크지만 올해로 다섯 살이 되는 까꿍에 비하면 이제 두 살인 잼잼은 아직도 아기나 다름없다. 본디 온순한 홀랜드 롭이어의 성격을 타고난 잼잼이 지금도 까꿍이밖에 모르는 이유다.
The Cats | 장수 × 라르장
뚱뚱한 노란색 고양이 라르장은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동물구조협회 소속 활동가의 집에서 2007년에 데려왔다. 역시 뚱뚱한 장수는 혼자 동네 골목에서 떨고 있던 것을 2013년 구조했다. 구조 당시 2개월밖에 되지 않던 작은 아기 고양이가 오래 살기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은 장수라고 지었다. 이제 곧 10살, 사람 나이로 환갑을 향해가는 느긋한 성격의 라르장은 활달한 장수를 귀찮아 하지만, 함께 지낸 지 2년이 되어가는 지금은 서로 핥아주고 껴안고 잘 정도로 친해졌다. 얼마 전 라르장은 식탁 위에 피워둔 캔들에 콧수염이 타는 수모를 겪었다. 표정이 못마땅한 것은 그 때문이다.
The Dog & The Cat | 쟝고 × 짜장
짜장과 쟝고는 함께 산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코와 입 부근에 묻은 검은색 점이 짜장이 묻은 것처럼 보이는 고양이 짜장은 이제 막 한 살을 넘긴 웰시코기 쟝고보다 연상이다. 고양이와 강아지가 잘 지낼 수 있을까? 처음에는 쟝고를 경계하던 짜장이도 ‘하악질’조차 겁내지 않고 다가서는 쟝고의 천진함에 마음을 열었다. 쟝고 주변에는 얼씬도 하지 않던 처음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이제는 쟝고의 전용 도그 하우스에서 잠을 청할 정도. 이렇게 귀염둥이인 쟝고지만 오빠인 짜장이에게 부러운 것이 딱 하나 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침대에서 잘 수 있다는 거다.
- 에디터
- 이마루
- 포토그래퍼
- 정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