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에디

휴 잭맨과 태런 에거턴이라니. 안 어울릴 것 같은 이들이 어깨동무를 한 순간,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한 패가 되었다. 이름도 야릇한 영화 <독수리 에디>의 주인공을 맡은 두 사람. 대체 어떤 영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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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런 에거턴, 스키 점프하다
우리에게 태런 에거턴은 곧 ‘에그시’다. 매튜 본 감독의<킹 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는 신나는 오락 영화이고, 이 영화로 그는 스타가 되었다. <독수리 에디>는 ‘독수리 에디’라는 별명으로 불린 영국의 첫 올림픽 스키 점프 선수 에디 에드워즈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그는 1988년 캘거리 동계 올림픽 70미터와 90미터 종목에 출전해 다른 선수들과 상당한 차이로 ‘꼴찌’를 기록해 유명해졌다. 하지만 할 수 있다는 불굴의 도전 자세로 큰 인기를 끌었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어떤가, 제법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나? 태런의 말을 들어봤다.

당신이 이 영화에 끌린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킹스맨> 촬영이 끝난 후 매튜 본 감독이 “다음에 어떤 작품을 하고 싶어?”라고 물었어요. 그때 내 대답은 “180도 다른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어요”였죠. 이 영화는 새로운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어요.

당신은 <킹스맨>에서 스파이 훈련을 받죠. 이번에는 운동 선수 역할인데 특훈이 있나요?
에디 역을 위해 특별히 훈련을 받지 않고 몸도 만들지 않기로 사전에 협의했어요. 가능하면 평범하게 보이고 싶었거든요. 영웅과는 거리가 멀도록 보이는 게 중요했어요. 가급적 실제의 에디와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좋게 말하자면 ‘평범하게’요.

실존 인물과 비슷한 외양을 가지도록 노력한 건가요?
에디는 콧수염이 있었고 턱은 살짝 삐뚤어진 모습이었어요. 그래서 턱이 약간 돌출되어 보이도록 얼굴 표정에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고, 안경을 쓰니까 행동도 좀 달라지더라고요. 외모를 통해 캐릭터를 만들었죠.

영화 속 당신은 어떤 캐릭터인가요?
이 영화를 보면 제작진이 에디라는 캐릭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질 거예요. 당시 미디어에서는 그를 약간 우스꽝스럽게 조명했지만 실제의 그는 바보가 아니었어요. 영화 속 에디는 다른 스키 점프 선수들보다 과체중이고, 점프에 성공한 후에도 다른 선수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기뻐하죠.

스포츠 선수인 실존 인물을 그린 영화는 대개 엄청나게 감동적이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는 상당히 유쾌한 영화라고 하던데요?
우리는 이 영화가 전기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에디의 주변 인물들은 대부분 허구이거나 많은 변화를 주었기 때문이죠. 에디는 영웅이라기보다 응원하고 싶어지는 사람이에요.

덱스터 플레처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어요?
악몽 그 자체였죠!(웃음). 플레처 감독은 정말 훌륭했고 또 우리를 자주 웃게 했어요. 이 영화의 감독으로 최고였어요. 솔직하고 순수한 그의 모습은 에디 그 자체예요. 이 영화를 그보다 잘 만들 수 있는 감독은 없을 거예요. 에디와 브론슨 피어리(휴 잭맨 분)의 관계에서 전혀 억지스럽지 않은 유머와 감동이 느껴지는 건 다 플레처 감독 덕분이에요.

감독이 배우 출신이잖아요. 다른 감독과 달랐나요?
100%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로서는 이 작품으로 완전한 연기 변신을 해야 했기 때문에 배우가 직면하는 도전을 이해해주는 그와 일하는 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배우의 감정을 잘 알아주었어요.

영화에서 에디와 브론슨의 우정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휴 잭맨과의 호흡은 어땠어요? 이따 휴 잭맨에게도 물어볼 거예요.
결과물을 볼수록 놀라웠죠. 휴는 굉장히 열린 성격을 가졌어요. 스포츠 버디무비의 성격을 띤 영화다 보니 영화가 제대로 만들어지려면 에디와 브론슨의 관계가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게 필수였어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우리 둘이 친해져야만 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서로 많이 웃었어요. 그는 친해지기 쉬운 사람이에요.

문화 전반을 관통하는 1980년대 무드가 인상적인데, 1980년대로 돌아간 소감은 어땠어요?
1980년대는 특유의 쿨한 촌스러움이 있는 것 같아요. 화려하고 촌스럽지만 멋졌어요. 이 영화에 잘 어울리는 시대적 배경이에요. 의상 덕분에 영화가 컬러풀해졌어요.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는 복고풍 음악이 더욱 멋진 분위기를 더해주었고요. 80년대는 60년대나 70년대처럼 낭만적으로 묘사되는 시대가 아니지만 사람들은 80년대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에디는 올림픽에서 꼴찌를 했어요. 그럼에도 이렇게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네요!
그게 바로 이 영화가 훌륭한 이유인 것 같아요. 자기도 모르게 에디를 응원하게 되고, 그가 점점 대단하게 느껴져요. 실제로 에디는 꼴찌를 하죠. 하지만 에디가 아찔하게 높은 점프대를 내려가는 모습을 보는 순간 소름이 돋을 거예요.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도전인지 실감되니까요.

당신이 관객이라면 왜 에디의 이야기가 보고 싶을 것 같아요?
요즘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요?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시니컬한 시대니까요. 비록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지만, 이 세상에 그저 올림픽에 나가는 게 꿈인 평범한 영국 남자의 이야기가 들어갈 작은 공간쯤은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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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잭맨, 코치가 되다
<독수리 에디>에서 휴 잭맨은 브론슨 피어리 역을 맡았다. 처음에는 내켜하지 않지만 결국은 어설픈 스키 점프 선수 에디를 도와주는 가상의 미국인 코치 캐릭터다. 1989년생인 에디 역의 태런 에거턴과 달리 1968년생인 휴 잭맨은 1988년 동계 올림픽 당시 에디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평소 스포츠 마니아라서 스포츠 영화라는 점에도 큰 매력을 느꼈다는 휴 잭맨의 말을 들어봤다.

에디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소감은?
물론 그를 기억하고 있었죠. 에디는 영국인이지만 호주에서도 전설적인 존재예요. 그는 호주인이 좋아하는 도전 정신을 가진 사람이죠. 호주 사람들은 안전하거나 지루한 게임에서 이기는 사람보다는 지더라도 어려운 도전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쉽게 포기하는 사람을 싫어하죠. 그래서 각본을 읽고 감동을 느꼈어요. 영화< 빌리 엘리어트>나 <쿨 러닝>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둘 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죠.

1988년 당시 에디가 호주에서 그렇게 화제였나요?
큰 화제였죠. 솔직히 호주에서는 동계 올림픽이 별로 인기가 없어요. 호주가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경우는 쇼트트랙에서 딴 단 한 번으로 알고 있어요. 그것도 스토리가 있어요. 다섯 명의 선수가 트랙을 돌다가 선두에 있던 네 명의 선수가 부딪혀서 줄줄이 넘어졌어요. 브래브버리 선수는 너무 뒤처져 있어서 부딪히지 않았죠. 결국 그 덕분에 금메달을 땄죠. 에디 이야기도 이 이야기와 비슷해요. 호주인들은 웃음을 좋아하고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좋아하죠.

에디가 올림픽에서 더 이상 보기 힘든 아마추어 정신을 상징한다고 생각해요?
에디는 올림픽이 열리기 2년 전에야 처음 스키 점프를 해봤고, 올림픽에 나가겠다는 꿈을 키우고 실제로 올림픽에 나가요. 자신의 목표와 꿈을 이룬 사람이죠. 하지만 요즘 올림픽에서 이런 모습은 보기 어려워요. 언젠가부터 올림픽은 화려한 광고로 마케팅 효과를 늘리는 것을 가장 중요시하게 되었죠. 에디 에드워즈 같은 선수는 필요하지 않게 된 거죠. 하지만 에디는 자니 카슨 쇼에 출연해서 모두를 웃게 했어요. 자니 카슨은 웃다가 눈물까지 흘렸어요!

태런 에거턴이 에디의 매력적인 성격을 제대로 표현한 것 같아요?
태런의 연기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함께 연기한 연기자로서 흠뻑 빠졌어요. 그가 무척 자랑스러워요. 배우가 실제 인물을 연기하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태런은 에디를 똑같이 모방하지 않고 대표적인 특징만 따왔어요. 낙천주의와 유머, 긍정적인 성격, 절대 포기하지 않는 모습. 그리고 나머지는 자신의 캐릭터로 채웠어요. 연약한 내면도 표현했죠.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무척 흥미롭고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당신이 연기한 브론슨은 에디와 정반대되는 캐릭터인 것 같더군요.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이 여러모로 정반대라는 사실은 매우 중요해요. 결국 서로가 서로를, 자신을 구원하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죠. 브론슨 피어리는 재능이 엄청난 스키 점프 선수였어요. 처음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고, 엄청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겸손과 절제라고는 찾아볼 수 없어서 결국 그 뛰어난 능력 때문에 몰락하고 말죠. 그 다음부터는 사생활도 엉망이고 술독에 빠져 지내죠.

브론슨은 어떻게 에디의 코치가 되나요?
대표팀에서 쫓겨난 지 20년 후에 에디를 만나는 것으로 그려져요. 과거의 일로 엄청난 고통과 후회를 느끼지만, 여전히 스키 점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훈련장에서 제설차를 모는 일을 해요. 자신이 아는 것이라고는 스키 점프밖에 없으니까요. 친구를 만들고 싶어 하지도 않고 에디의 코치가 되고 싶어 하지도 않았어요. “날 그냥 내버려둬!”라고 외치는 캐릭터예요. 하지만 스키 점프에 대한 에디의 열정과 끈기에 마음이 돌아서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과 닮은 모습을 발견해요.

두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간다는 것이죠. 우린 둘 다 아웃사이더예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휘둘리지 않고 계속 앞으로 전진하죠. 비슷하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하고 있다는 것을 브론슨은 깨달아요. 에디와의 우정 덕분에 스스로의 삶에서도 변화를 추구하게 되죠.

스키 점프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어요?
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기는 했지만 분명 무사하지 못할 것 같았어요! 우리는 점프하기 전의 모습까지만 직접 찍었어요. 점프대에 올라가본 적 없죠? 정말,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요. 그래서 시도해볼 생각을 접었는데 그러길 잘한 것 같아요. 그거 아세요? 40미터 점프를 오래 한 사람이라도 70미터와 90미터 도전은 생각조차 못한다고 해요. 그래서 대부분 공포에 대해 잘 모르는 6~7세 정도의 어린 나이에 시작해요. 그걸 에디는 해낸 것이죠.

    에디터
    허윤선
    포토그래퍼
    Courtesy of 20th Century Fox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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