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운동가들 <1>

환경을 지키는 일이 곧 그들의 일이자 사명이 된 사람들이 있다. 세계적 환경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지금 왜, 무엇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까? 지구에서 가장 멋진 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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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멸종 북극해를 탐사 중인 그린피스. 2 파괴적인 남획을 막는 참치 캠페인. 4 에스페란자 호를 타고 북극 탐사 중인 아리아나 덴셤. 5 빙하가 녹은 틈을 타 무분별한 남획이 벌어지고 있는 북극해.

| 그린피스(Greenpeace) |
전 세계적인 환경 단체로 55개국에서 4천만 명의 사람과 함께한다. 기업에서 후원금을 받지 않고 독립적인 개인 기부로 운영된다. 정치적인 압력 없이 자유롭게 일한다. 탐사로 얻은 연구 결과를 중시해 그에 따라 캠페인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 해양 보호, 숲 보호,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 평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아시아에는 타이완, 홍콩, 서울에 사무국을 두고 있다.

【 아리아나 덴셤 Ariana Densham | 그린피스 해양 운동가 】
아리아나 덴셤은 그린피스의 해양 팀장이다. 북극해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다. 현재는 파괴적인 참치 조업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린피스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대학에서 법을 전공했고 국제법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변호사가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빨리 깨달았기 때문에 영국에 있는 NGO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스무 살 무렵 에베레스트 산에 오른 적이 있었다. 빙하를 보고 싶었는데 도통 보이지가 않았다.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그게 녹았다는 것이다. 그때 기후 변화의 영향을 처음으로 실감하면서 환경 이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린피스에서도 9개월 자원봉사를 했는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아 정식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게 7년 전이다. 만약 환경 단체에 관심이 있다면 지역 환경 단체를 찾아 자원봉사를 시작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은?
처음 조사관으로 참여한 건 북극 캠페인이었다. 그린피스는 탐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직접 배를 타고 떠나는데, 에스페란자라는 배를 타고 북극에 갔다. 북극곰 보호, 북극에서 일어나는 불법적인 어업 실태와 환경 파괴를 조사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이다. 북극의 바다는 빙하였기 때문에 관련 법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빙하가 녹으면서 관련 법이 없다는 빈틈을 활용해 파괴적인 어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린피스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이런 문제를 조사해 문서화하고, 이슈화해서 정책을 바꾸는 것이다. 지금은 해양 이슈 중에서도 참치 캠페인에 주력한다. 한국도 세계 참치 시장에서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현재 한국에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잡은 참치를 판매하는 건 단 한 브랜드(생협의 ‘착한 참치’)뿐이다. 우리는 회사들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더 책임감 있는 회사로 변하기를 바란다. 또 파괴적인 어업은 참치뿐만 아니라 선원들의 인권문제와도 관계가 있다.

활동에 가장 어려운 점은?
그린피스는 국제 단체이기 때문에 한 곳에서 성공을 거둔다고 해서 또 다른 곳에서도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또 변화를 만드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다. 01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도 많기 때문에 끝없이 노력해야 한다. 간디의 말을 빌리고 싶다. “ 사람들은 처음엔 당신을 무시하고, 그 다음엔 당신을 비웃으며, 당신을 공격한다. 그 후에 변한다.” 캠페인을 진행하는 우리 모두는 그런 과정을 거친다. 이 일은 똑같은 날이 없고, 절대로 지루하지 않다!

당신과 그린피스 활동이 가져온 변화는?
영국의 참치 회사는 과거에는 집어장치 FAD를 사용하는 파괴적인 조업을 통해 참치를 잡고, 가공해서 팔았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참치뿐만 아니라 바다거북, 상어와 같은 멸종위기 해양 동물은 물론 치어까지 잡아 올린다. 이 상황을 알리기 위해 영국 내 지속 가능한 참치 지수를 발표하고, 영국의 스타셰프와 함께 방송을 하기도 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만8 명이 넘는 영국인이 이런 참치를 파는 테스코, 월마트 계열인 아스다와 같은 대형 유통 체인에 거세게 항의하고, 환불을 요구하자 테스코는 더 이상 파괴적인 어업을 통해 획득한 참치는 어떤 것도 팔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참치 회사들도 정책을 바꿨다. 이것은 10년간 일어난 가장 큰 변화다. 그린피스 활동 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80년대 상업적 고래 포경에 반대한 고래 보호 캠페인이다. 최근 강조하고 있는 것은 패션 회사의 정책을 바꾸는 캠페인으로 자라, 에이치앤엠 등 대형 패션 회사가 독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캠페인이다.

환경을 위한 개인적인 습관이 있다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때는 이 생선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꼭 묻고, 멸종위기 동물을 먹지 않는다. 환경에 안 좋은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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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멸종위기에 처한 산양. 2 동사 직전의 산양을 구조한 활동가 임태영. 3 구조한 산양을 보호하고 있다. 4 산양의 흔적을 찾아 늘 산에 오른다. 5,6 산양의 흔적을 찾는 자연생태팀.

| 녹색연합 |
녹색연합은 1991년 창립한 시민단체다. 생명존중, 생태순환형 사회의 건설, 비폭력 평화 실현, 녹색 자치 실현의 철학을 가지고 활동한다. 백두대간과 DMZ, 연안해양에 이르는 핵심 생태축을 보전하는 활동을 펼친다.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숲과 강과 갯벌을 보전하고 이미 훼손된 곳을 자연스럽게 되돌리는 것이 야생동물과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라 믿는다.

【 임태영 | 녹색연합 생태활동가 】
임태영은 울진 · 삼척 지역 멸종 위기종인 토종 산양을 보호하는 생태활동가다. 늘 등산화를 신고 산양의 흔적을 찾아 다니며 산을 누빈다.

녹색연합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생태계의 많은 생명은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끼치면서 살고 있다. 사람도 여기에서 벗어나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생태계는 파괴되고 있고 많은 동식물이 멸종위기에 처해 사라지고 있다. 인류 역시 이러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에 지원했다.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은?
야생동물 보호 활동을 맡고 있는데, 지금은 주로 산양 보호 활동을 하고 있다. 산양은 천연기념물 217호이며,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된 법적 보호종이다. 예전에는 전국적으로 수만 마리의 개체가 살고 있었으나, 현재는 DMZ, 설악산, 울진 · 삼척 등지에 약 800마리의 개체만 남아 있다. 무인센서카메라 모니터링, 산양 구조 활동, 산양 보호 캠페인 등을 통해 산양이 멸종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산양과 그 서식지를 보호하는 일을 한다. 겨울철에는 기후와 먹이 부족 등으로 위험에 처하기 때문에 구조 활동에 나선다. 울진 지역에는 산양 치료 시설이 없기 때문에 탈진한 산양을 구조해도 차로 4시간 이상 떨어진 지역으로 이동해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산양의 무의미한 죽음을 막을 수 있도록 더 신속하게 구조, 치료할 수 있는 산양 구조 · 치료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활동에 가장 어려운 점은?
산양은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주로 높은 산지의 험한 바위 지대, 절벽 근처에서 생활한다. 등산로나 편한 길을 따라 조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발자국, 똥 등 산양의 흔적을 따라 몇 시간씩 산을 오르는 것이 마냥 쉽지는 않다. 특히 한겨울 눈 덮인 산을 네 발로 기어올라갈 땐 정말 힘들다. 하지만 카메라에 찍힌 산양의 건강한 모습이나, 운 좋게 직접 마주친 산양의 모습이 피로회복제다.

당신과 녹색연합의 활동이 가져온 변화는?
2010년부터 울진 · 삼척 지역에서 산양과 그 서식지를 모니터링하고 보호 활동을 진행해왔는데, 조사 활동을 통해 자료를 만들고 관계 기관과 지역 주민들이 산양 보호 활동에 함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2013년 한국산양보호협회 울진지회가 설립되어 현재까지 지역에서 정기적인 조사와 탈진 산양 구조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울진 산양 구조 · 치료 센터 건설을 위한 연구용역까지 진행되었고, 올해도 정기적으로 문화재청, 울진군의 담당 공무원들과 만나 산양 구조 · 치료 센터 건설 비용의 예산 반영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환경 보호 활동은 당신의 삶을 어떻게 바꿨나?
다른 생명들을 바라보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전에는 바쁜 일상 속에서 곁에 있지만 알지 못한 채 무심히 지나쳐갔던 나무, 꽃, 동물, 벌레 등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생태적 감수성이 좀 더 풍부해졌다.

환경을 위한 개인적인 습관이 있다면?
일회용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종이컵 대신 머그잔과 텀블러를 사용하고 휴지 대신 손수건을 사용한다. 처음에는 챙기는 게 귀찮았지만 지금은 더 편하다.

    에디터
    허윤선
    포토그래퍼
    Courtesy of Greenpeace, Green Korea Un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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