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의 노래
긱스의 루이가 첫 솔로 정규 앨범을 들고 찾아온다. 루이가 아닌 황문섭이 들려주는 노래는 어떨지 궁금해졌다. 미리 한 곡을 들어봤더니 기대가 더 커졌다.
앨범 제목으로 본명인 <황문섭>을 택했다. 남다른 각오로 해석하면 될까?
각오라고 부를 만큼의 거창한 마음가짐은 아니었다. ‘황문섭’이라는 사람이 ‘루이’가 될 수 있었던 이유와 과정을 담다보니, 별다른 멋진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다.
긱스의 루이가 만든 앨범과 솔로 황문섭의 앨범, 어떤 차별점을 두었나?
긱스와 솔로를 구별 지어 작업하지는 않는다. 평소 편지를 쓴다는 생각으로 곡을 짓는다. 내게 앨범을 만드는 과정은 하드웨어에 저장된 곡들을 골라 적절하게 배치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피곤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곡을 만들어야 좋은 앨범이 만들어진다. 맞다. 이건 음악에 대한 내 욕심이다. 솔로 EP <靈感(영감)>이 그동안 쌓아둔 곡의 해소였다면, 이번에는 앨범 제목처럼 ‘나’에 대한 주제로 관통한다는 점이 다르다.
어반자카파의 권순일이 피처링한 곡 ‘그림자’를 선공개했다. 배우 이현우, 마마무의 휘인 등 허를 찌르는 협업 시도가 신선하다.
피처링 작업은 영화와 비슷하다. 공통적으로 시나리오에 필요한 캐릭터를 섭외한다. 배우의 연기는 노래의 가창이 되고, 촬영과 편집은 곡의 프로듀싱이 된다. 영화의 미장센은 편곡의 역할을 한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미션을 훌륭하게 해내준 동료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긱스의 멤버 릴보이의 작업 스타일도 궁금하다. 두 사람은 어떻게 합을 이루나?
릴보이는 순식간에 좋은 곡을 만들어내는 아주 놀라운 재주가 있다. 이를테면 ‘Wash Away’를 들려주면 그걸 듣고 ‘비가 오네’를 만든다. ‘Officially Missing You’를 듣고서 ‘답답해’의 멜로디를 짠다. 작업을 반복해도 지치지 않고 신나게 랩을 한다. 천군만마가 따로 없다. 이런 팀원을 만난 건 나의 복이다.
래퍼 캐스퍼와의 ‘럽스타그램’은 이미 유명하다. 캐스퍼와 릴보이는 앨범을 미리 들어봤을 텐데, 그들의 반응은 어땠나?
평소 너무 자주 들려줘서 좀 귀찮았을 거다. 앨범을 통째로 외우는 캐스퍼는 한번 더 노래를 틀면 차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했기 때문에, 드라이브 중에는 자중해야 했다. 릴보이는 잘될 것 같다고 해줬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 <힙합의 민족>을 촬영하느라 바빠서 제대로 들어보지 않고 답한 건 아닐까 무섭다. 하하.
당신의 노래에는 언제나 ‘루이 스타일의 노래’라는 반응이 붙는다. 그건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루이 스타일의 노래’라고 해서 뻔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이게 황문섭의 음악이구나, 생각해주면 기쁠 것 같다.
좋은 앨범의 정의를 고민해본 적 있나?
기분이 좋아지거나, 편안해지거나, 신나거나, 때론 같이 침울하게 빠져들면서 듣는 사람의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건 좋은 앨범이지 않을까? 소수의 혹은 다수의 반응에 따라 폄하하거나,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그건 감상과 창작을 방해하는 하나의 벽이 되고 만다.
그 어느 때보다 래퍼가 친근해졌다. 여러 TV쇼의 영향일지 모른다. 변하지 않는 래퍼의 사회적 역할과 자질은 무엇일까?
랩은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다른 장르보다 긴 가사에 집어넣을 단어도 많다. 음악가로서 자아를 표출하거나 사회적 발언이 가능하다. 그로 인해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으니까, 그만큼 개인의 가치가 중요하다. 곡에서 다룬 말의 책임감, 그 무게를 잊지 말아야 할 테고.
음악 외에 황문섭이 욕심 내는 것은?
잘 먹고, 잘 살고,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 열심히 일한 대가를 받고 싶고, 효도하고 싶고, 행복하고 싶다. 전공인 그림도 잘 그리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타인과 그리고 나 자신과 싸우지 않으면서 생활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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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박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