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을 만드는 사람들 <2>
‘아이돌’은 이제 명실상부하게 대중문화를 이끄는 거대한 축이 되었다. 한국을 벗어나 세계에서 사랑받으며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다. 자신의 재능으로 아이돌을 아이돌답게 만드는 여섯 사람을 만났다.
이영학 사진가
이영학은 사진가로 동방신기 <Something>, 소녀시대 <Mr.Mr>, 엑소 <중독>, <Love Me Right>, 레드벨벳 <행복>, 샤이니 <Everybody> 등의 앨범을 찍었고 최근에는 소년공화국과 작업했다.
아이돌 작업의 특징은?
멤버들이 다 같이 모이는 게 힘들다 보니 스케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촬영 시간이 무척 촉박한 편이다. 멤버들도 많고, 요즘은 각자 개인 활동도 많이 하기 때문에 촬영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한번은 엑소 촬영 때 멤버 레이가 중국에서 오지 못했다. 그래서 레이만 따로 촬영하기 위해 상하이에 간 적이 있다.
앨범 촬영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촬영하기 전에는
항상 음악을 들려주고 어떤 느낌이 좋겠냐고 의견을 묻는 경우가 많다. 음악을 먼저 듣다 보니 사전 유출에 민감하다. 예를 들어 다비치 앨범 재킷을 찍을 때에는 데모 음악 중간중간 ‘이영학 포토그래퍼님에게 드립니다’라는 말이 나왔다.(웃음) SM과 작업을 많이 한 편인데, 아트 디렉터가 의견을 많이 수렴해주는 편이다.
함께한 아이돌 멤버 중 사진 작업을 잘 이해하는 멤버는?
엑소의 카이는 찍을 때마다 놀란다. 포즈도 점점 모델처럼 능숙해진다. 카이는 포즈도 좋고, 눈빛도 다르다. 화보를 잘 이해하고 촬영하는 모델 같은 느낌이랄까.
팬들에게 ‘조공’을 받아본 적은?
아직 선물을 받은 적은 없는데, 스튜디오가 있는 쪽으로 절을 하겠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웃음)
아이돌 앨범 작업만의 재미는?
작업한 앨범이 나오면 앨범에 실린 곡의 순위가 몇 위인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순위가 높으면 내 일처럼 뿌듯해진다.
스스로 가장 만족한 작업은?
보통은 시간이 촉박하기에 우선 많이 찍어놔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샤이니의 <Everybody>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넉넉했고, 촬영용으로 해외에서 톰 브라운의 컬렉션 의상이 전달되기도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 촬영을 계기로 다른 SM 소속 아티스트와 많은 작업을 하게 되었다.
다른 작가가 촬영한 아이돌 앨범 중에 감탄한 작업은?
가끔 아트디렉터인 민희진 실장이 직접 촬영할 때가 있다. 그녀가 촬영한 에프엑스의 <Red Light> 앨범은 깜짝 놀랄 정도였다.
당신의 분야에서 지금 아이돌의 트렌드를 읽는다면?
예전에는 뭔가 좀 과한 콘셉트를 잡았다면, 요즘은 패션 화보처럼 자연스럽거나, 영화 같은 분위기를 더 선호한다. 또 날것 같은 사진도 많아졌다.
앞으로 더 많은 작업을 함께 하고 싶은 멤버는?
엑소의 카이, 레드벨벳의 슬기, 샤이니의 태민.
김민지 캐스팅 디렉터
SM엔터테인먼트 신입개발팀에서 캐스팅 디렉터로 2004년부터 일하며 많은 신인을 캐스팅했다. 지금은 스타하우스에서 캐스팅과 기획을 맡고 있다.
캐스팅 디렉터가 하는 일은?
SM은 이미 내가 입사했을 당시에도 캐스팅을 시스템화한 상태여서 이미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 당시 SM의 방식은 대단한 것이었다. 재능있는 신인 발굴과 트레이닝에 엄청난 투자를 하며 캐스팅을 위해 미주 10개 도시를 돌기도 했다. 자본력과 함께 신인 발굴에 투자하려는 마인드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캐스팅 업무의 특징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부서다. 누가 어떤 멤버를 캐스팅했는지 업계 사람들끼리는 알고 있지만 드러내서 ‘내가 누구를 캐스팅했다’고 말하진 않는다. 캐스팅 과정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사실 어디를 가든 사람들만 본다. 예를 들어 데뷔한 그룹의 콘서트를 할 때에는 무대를 보는 게 아니라 관객들의 표정만 보는 것이다. 관객 중에서도 원하는 얼굴이 있을 수 있으니까. 전국의 학교 앞에 서 있기도 하고, 무작정 캐스팅을 위해 중국에서 몇 달씩 머물기도 했다. 중국어라곤 “영수증 주세요”라는 말밖에 모르고 가서 캐스팅을 했다.
캐스팅 과정을 통과한 신인들은 어떻게 관리되나?
신인개발팀에서 발굴한 새 얼굴들은 매니지먼트 부서에서 연습생 신분으로 트레이닝을 받게 된다. 노래, 춤, 외국어, 연기부터 멤버별 맞춤 수업을 받는다. 외국인 멤버라면 한국어 스피치 수업을 따로 받는 식이다.
아이돌에게 ‘센터’는 정말 중요한가?
방송과 달리 회사에서 정확하게 ‘네가 센터’라고 정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연습을 하거나 사진을 찍다 보면 자연스럽게 센터가 정해진다. 확실히 가운데 섰을 때 전체적으로 그림이 잡히고, 무대에서 안무를 할 때에도 힘이 생기는 멤버가 분명 있다. 그 멤버가 센터가 된다.
성공한 아이돌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노래를 잘하는 친구들은 어떻게든 뜨고, 어떻게든 된다. 또 정말 이 일이 좋아서 하는 멤버는 이기기 어렵다. 결국은 어느 순간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이 일을 하며 아이돌이 팬들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을 많이 보았다. 자신의 영향력에 대해 책임과 사명감을 남다르게 느끼는 멤버가 오래 사랑받는다.
당신의 분야에서 지금 아이돌의 트렌드를 읽는다면?
미디어 환경이 달라졌다. 더 이상 반드시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야 하는 시대가 아니다. 넷플릭스의 한국 서비스가 시작된 것을 굉장히 의미 있게 지켜보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 같은 방송도 흥미롭다. 아이돌의 활동도 이런 미디어에 맞춤형 기획이 필요하고, 그렇게 전개되고 있다. 아이돌은 이미 국가대표 같은 존재가 되었다.
김성은 보컬 트레이너
2005년부터 후배들을 위해 보컬 트레이너 역할을 했고, 2010년부터 전문적인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했다. 베이비복스 리브, 안진경, 달샤벳, 라니아, 트와이스, B1A4 등과 작업했고 안테나뮤직과 JYP 뮤지션을 맡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은?
트와이스와 샘킴, JYP 연습생들. 샘킴 앨범은 디렉터로 들어가면서 트레이닝과 디렉팅을 같이 하고 있다. 보컬 트레이너는 주로 개인이 아닌 회사의 의뢰를 받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에는 안테나 뮤직, JYP와 자주 일한다.
보컬 트레이너라는 직업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알려졌다. 방송에서 보여지지 않는 모습은?
<위대한 탄생>, <케이팝스타>, <식스틴> 등에 출연했는데 메인 출연자로 나선 건 <프로듀스101>이 처음이다. 방송에서는 가르치는 건 안 나오고 독설만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독이면서 끌어가는 게 대부분이다. 댄스는 울면서도 할 수 있지만 보컬은 울면 그날은 끝이다. 목소리가 바뀌어버리니까. 여자아이들은 한 명이 울음보가 터지면 같이 운다. 그래서 <프로듀스101>에서는 안 울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보컬 트레이너의 역할은 무엇인가?
보컬리스트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작업을 한다고 생각한다. 책 보면서 호흡, 발성 연구를 정말 많이 해왔다. 흔히 말하는 ‘공기 반, 소리 반’도 왜 그런지 원리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의학 책을 많이 본다. 이미 좋은 보컬이라도 편하게 노래할 수 있도록 호흡과 발성을 잡아주면 더 좋아진다. 보컬 트레이너 이상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 분위기에 따라서 다르지만, 타이틀 곡 선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아이돌 작업의 특징은?
접근법이 다르다. 예를 들어 안테나 뮤직의 유희열은 “진아는 테크닉 바꾸지 말고 비브라토 간격을 바꿔줘, 샘킴은 음역대와 음양을 늘려줘”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돌과 작업할 땐 “노래 잘하게 만들어줘, 곡을 살려줘, 이번에 콘셉트를 잘 표현해줘”라고 말한다. 쓰는 용어가 아예 다르다.
아이돌에게 ‘보컬 파트’는 정말 중요한가?
서브 파트 중에서도 쉽게 말하면 좀 더 끼를 부릴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멤버들은 그걸 기가 막히게 잘 안다. 그러나 실제로는 멤버들에게는 선택권이 없고, 회사가 정한다. 작곡가가 다 불러보게 한 후 의견을 주는 경우도 있다.
<프로듀스101> 흥행에 성공했다. 101명의 멤버 중 보컬로 봤을 때 매력적으로 다가온 연습생은?
청춘뮤직 연습생 강시라. 보컬은 전체적인 그림도 중요하지만 순간 보컬로서 그 부분을 확 살리는 포인트가 있는데, 강시라는 가능성이 있었다. 더 돋보이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다. 또 스타제국 연습생 한혜리와 같은 독특한 목소리는 흔하지 않아서 매력적이다.
<프로듀스101>을 통해 아이돌 데뷔 과정을 엿본 것 같다. 실제로도 그런가?
그렇다. 연습생이든, 데뷔를 앞둔 팀이 그렇게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한다. 트와이스의 쇼케이스를 준비할 때에도 하루에 7~9시간을 연습했다. 새벽 1시에 연습이 끝나면 그 다음 스케줄은 아침 9시다.
함께한 멤버 중 가장 매력적인 보컬을 가진 멤버는?
선미는 지금까지 보여진 게 다가 아니고, 무궁무진한 재능을 가졌다. 요즘은 다들 뛰어나서 각 팀의 메인 보컬은 모두 기대가 된다. 트와이스의 지효는 어린 나이에 낼 수 없는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
당신의 분야에서 지금 아이돌의 트렌드를 읽는다면?
테크닉이 더욱 섬세하고 복잡해졌다. 철부지 애들이 연습생으로 들어와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노래뿐만 아니라 춤, 마인드까지 프로페셔널한 아티스트가 된다. 어린 아이에서 아티스트가 되는 스토리를 보면서, 그 과정에서 또 나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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