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리 제너의 시대
카다시안과 제너 패밀리의 막내 카일리 제너는 전 세계 소녀들의 워너비다. 소셜미디어의 슈퍼 아이돌, 인터넷 검색창을 마비시킨 카일리 코스메틱의 주인공! 카일리 제너의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캘리포니아 주의 칼라바사스에 위치한 카일리 제너의 집에서 그녀와 마주 앉아 신나게 대화를 나누는 동, 안카일리 제너의 인스타그램 계정(@kyliejenner) 팔로워 수는 4천여 명이 늘어 있었다.“ 팔로워가 하루 평균 10만 명씩 늘어요.” 2007년부터 지금까지 방영 중인 리얼리티 TV쇼 <4차원 가족 카다시안 따라잡기(Keeping Up with the Kardashians)> 의 스타 카일리 제너가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휴대폰 케이스에 그려진 도톰하고 섹시한 입술은 놀랍도록 그녀와 닮아 있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 수는 지난 6월 1일 기준으로 이제 막 6340만 명을 가뿐히 넘겼다. 이복언니이자 소셜미디어의 여왕 킴 카다시안을 뛰어넘을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저도 알아요.” 카일리가 몸을 뒤로 젖히며 싱긋 미소 짓는다. 평소에도 언니들과 이런 이야기를 자주 나누지 않을까? 자매끼리는 으레 그렇듯 라이벌 의식이 있을지도 모른다. 전 세계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보유수를 파악하면 21위권 이내에 카일리의 자매들 이름이 있고, 이들의 커리어와 재산 증식의 일등 공신은 바로 소셜미디어이니까 말이다. “아니요, 우린 그런 걸로 농담을 하거나 질투를 하진 않아요.” 답변은 예상과 달랐다.
카일리의 이복 자매인 킴과 코트니, 클로에가 20대가 되어서야 소셜미디어를 다루는 기술을 마스터했다면, 1997년생인 카일리와 두 살 터울인 켄달은 소셜미디어와 함께 성장한 세대다. 막내인 카일리가 여섯 살일 때 페이스북 서비스가 시작됐고, 여덟 살 때 트위터가, 열세 살 때 인스타그램이 세상에 등장했다. 플랫폼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그녀의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더하면 9313만 명에 이른다! 재주 많은 이 십대 소녀는 이제 패션과 뷰티 트렌드를 선도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언니들을 능가하리라는 전망은 결코 과장이 아니라 현실이 된 것이다. 카일리의 스타일은 또래 소녀뿐 아니라, 유명 스타일리스트는 물론 다양한 대중매체에 영향을 끼친다. 언니 켄달과 함께 톱숍을 통해 론칭한 ‘켄달&카일리’ 라인은 여전히 초대박 행진을 이어가는 중! 최근 인터넷 검색창을 채운 화제의 주인공은 킴 카다시안도 켄달 제너도 아닌 그녀, 카일리 제너의 코스메틱 브랜드다. 지난 1월, 여덟 가지 종류의 펜슬 라이너와 리퀴드 매트 립스틱을 세트로 선보인 카일리 코스메틱(@KylieCosmetics)의 립키트 바이 카일리는 출시한 지 불과 몇 분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2월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으며, 우리가 만나기 며칠 전 선보인 신상품 역시 순식간에 완판되었다. 모두가 놀란 일이다. “저도 깜짝 놀랐어요.” 사업 얘기를 시작하자 그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이렇게까지 엄청난 반응을 얻을 줄은 몰랐어요. 사람들이 사고 싶어도 더 이상 물건이 없어서 못 산다는 건 놀라운 일이잖아요. 누구나 언제든 쉽게 우리 제품을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만드는 속도보다 팔리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네요.” 이를 두고 ‘카일리 효과’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의 사진, 동영상, 뷰티&패션 스타일 노하우를 담은 그녀의 ‘Kylie Jenner Official’ 앱은 출시하자마자 아이튠즈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대중이 카일리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단지 리얼리티 T V쇼에 출연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은 일상을 시시콜콜 드러내는 다른 셀러브리티와는 달리 친구와 남자친구와 함께 보내는 일상에 대한 약간의 힌트만 남길 뿐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삶이라는 게 그런 것 같아요. 사람들은 저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잘 몰라요. 저는 그들에게 제가 보여주고 싶은 일부만 보여주니까요.” 그녀가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천천히 무대 뒤로 물러날 거예요. 쇼는 결국 끝나기 마련이잖아요. 지금 목표는 스무 살까지 제가 만든 카일리 코스메틱의 라인 전체를 세상에 선보이는 거예요. 그 외에는 지금보다 저를 더 유명해지게 할 만한 다른 어떤 행동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소셜미디어를 버리진 않을 거예요. 제가 전개하는 ‘#IAmMoreThan’ 캠페인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거든요.” 카일리는 지난해 9월 ‘#IAmMoreThan’ 캠페인을 시작했다. 집단 괴롭힘 피해자가 용기 있게 세상에 목소리를 내도록 격려하,고 이러한 친구들을 도울 것을 호소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집단 괴롭힘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고, 또 영감을 얻었죠.” 혐오자들(그녀는 그들을 이렇게 부른다!)은 그녀의 크고 작은 스캔들부터 반영구 필러 시술을 받았다고 고백한 입술에 대한 험담까지, 모든 것을 꼬치꼬치 걸고 넘어졌다. “지금까지 그런 사람들과 또 그런 이야기를 상대해왔어요.” 한숨을 쉬며 그녀가 말한다. 디자이너에게 주문 제작한 트랙슈트를 입고, 270만 달러짜리 저택에서 사는 자신만만한 사업가가 순간 여느 열여덟 살의 또래 소녀처럼 보였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제 쉽게 극복할 수 있어요. 악플은 1분만 지나면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지워버릴 수 있게 됐죠. 일방적이고 부정적인 이야기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아요.“ 그녀가 그러한 문제성 댓글에 썼던 ‘헤이터레이드(Haterade, ‘Hate’와 ‘Getorade’를 합성한 신조어로 혐오 행위를 이온음료를 마시는 듯 반복하는 행동에 빗댄 표현이다)를 홀짝이는 짓은 그만두세요’를 언급하자, 그녀가 웃었다.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어요.” 그녀가 어깨를 으쓱한다. “그들 마음이 슬프고 불안해서 그런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강해졌어요. 불쾌한 여론은 분명 존재하지만요. 어찌됐든 중요한 건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거죠. 그리고 절 사랑해주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짓궂게 수군거리는 사람도 그만큼 많아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지금보다 더 강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편이 옳죠.”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로 스스로를 규정해온 카일리의 믿음은 확고하다. “맞아요. 전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실험적인 스타일을 시도하고 변화를 주려 노력하거든요. 이번 주에 우아한 페미닌 스타일을 입었으면, 다음 주에는 블루 헤어에 펑키한 룩으로 연출하는 식이죠. 제 스타일은 곧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곤 해요.” 언니인 킴 카다시안처럼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잠시 숨을 고른 그녀가 대답했다. “음, 물론 그렇게 생각해요. 대중 앞에서 두드러진 페미니스트적인 행동을 하진 않지만요. 전 남자는 물론 다른 누구에게든 의존하지 않아요. 스스로 사업을 일궈서 돈을 벌어요. 홀로 일어서려는 주체적인 여자에게 긍정적인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요?” 카일리는 부모님에게 오직 사업적 재능만을 물려받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5년 동안 엄마에게서 단 1달러도 받지 않았어요. 돈을 벌기 시작한 이래로 모든 걸 제 돈으로 샀어요. 차, 집, 옷을 비롯한 모든 걸요. 부모님은 이런 절 자랑스러워하세요. 무엇이든 제 힘으로 해나가고 싶다고 말씀드리곤 해요. 그 말의 뜻과 실천 방법도 잘 알아요. 또 진정으로정열을 쏟을 수 있는 일도 찾았죠.” 카일리는 성전환수술을 받은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브루스 제너, 현재 케이틀린 제너로 개명한 그녀와 여전히 각별한 사이다. “전 지금도 그녀를 아빠라고 불러요. 지난 봄, 아빠는 맥(MAC) 협업 캠페인에 캐스팅되자마자, 그 기쁜 소식을 제게 전화로 알려주셨어요. 우린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자축 파티를 열었죠.”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서로의 생활을 간섭하지는 않지만, 스타일과 메이크업에 대해서는 조언을 해줘요. 아빠는 제가 만든 립 제품을 사랑해주시고, 함께 일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과 친구들에게 선물해주시곤 하죠. 제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저를 진심으로 대견스러워하세요.”
카일리는 모든 트윗과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직접 작성해 올릴뿐더러 많은 미팅에 참석하고, 회계 업무를 보고 있을 때조차 소셜미디어를 일일이 체크한다. “제가 일주일 동안 소셜미디어를 떠나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결과가 어떨지 상상이 되세요? 소셜미디어는 제게 정말로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예요. 그리고 재정 상황이 어떤지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요. 돈의 흐름을 세세하게 확인하죠. 우리 가족 모두 그래요” . 믿기 어려운 얘기다. 우리는 TV쇼에서 그녀들의 집에 마련된 약 300평의 초호화 드레스 룸을 익히 보았지 않은가! “맞아요, 구두가 너무 많아서 다 셀 수도 없을 정도예요. 그래서 구두와 운동화를 위한 전용 방도 있어요. 하지만 저렴한 아이템도 많이 사요. 아무한테도 이야기하지지 않지만요.” 그녀가 웃는다. 많은 사람이 소셜미디어에 기반을 둔 그녀의 성공을 진심으로 부러워할는지 모른다. 하지만 카일리처럼 일상에 가해질 험난한 제약을 견뎌낼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카일리는 경영학 학위를 따려고 계획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학위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강의실에 앉아 있는 제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아요. 그건 제가 얻을 이득에 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큰 민폐가 될 게 분명해요”. 그녀는 자신이 자라온 모습을 온세상에 공개한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이 있을까? “전혀요, 왜냐하면 전 여전히 그 쇼를 즐기고 있어요. 게다가 가족과 함께 일한다는 건 정말 최고로 멋진 일이잖아요. 더구나 지금 제 진짜 모습이 TV쇼에 비치는 모습과 반드시 똑같을 필요는 없죠. 평범하게 살기 어려운 이유는 다른 데 있어요.” 이를테면 어떤 것일까? “제 친구들은 파티에 가지만, 전 가지 않는 것처럼요. 못 가는 게 아니라 안 가는 거예요. 그냥 파티에 가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아요. 파티에 가서 벌어질 그외의 일을 걱정하느라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요. 파티는 즐기려고 가는 건데 말이죠. 그러니 더 이상 파티에 갈 이유가 없어지는 거예요. 그래도 바니스 뉴욕 백화점에 가는 건 좋아해요”. 돌연 생기를 띤 얼굴로 그녀가 말한다. “이런 공개된 삶을 장기간 지속하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걸 깨닫죠. 대신 전 제 친구들이 경험하지 못할 멋진 삶을 누려요. 그러니 축복받은 삶이죠.”
과연 그 누가 카일리처럼 화려한 인생 이력을 가질 수 있을까? 또 그녀처럼 긍정적으로 삶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녀가 지난 수년간 굴곡진 드라마 속에서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가족의 힘이라 힘주어 말한다. “제겐 가족이 있어요.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우리 가족에게 서로가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로요.” 이 말을 마지막으로 카일리는 휴대폰 화면 뒤로 얼굴을 감췄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무슨 상관이냐는 듯한, 그런 표정으로.
- 포토그래퍼
- Alexei Hay
- 글
- 셀리아 월든(Celia Walden)
- 헤어
- 젠 아킨(Jen Atkin)
- 메이크업
- 패티 듀브로프(Pati Dubroff)
- 매니큐어
- 톰 바칙(Tom Bach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