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소녀들 <1>
확고한 개성과 타고난 끼, 검증된 능력은 이미 갖췄다. 넥스트‘ 잇걸’의 자리에 바짝 다가선, 우리가 앞으로 보고 듣고 기억하게 될 흥미로운 소녀들.
KO HYO JOO
사뿐사뿐, 폴짝폴짝, 빙그르르. 고효주는 롱보드 위에서 춤을 추듯 주행한다. ‘롱보드 여신’ 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그녀는 구찌, 스티브제이 앤 요니 피 등 패션계를 매료시키며 롱보드의 매력을 전파하는 중이다.
롱보드가 몸집만 하다. 어떻게 이렇게 큰 보드를 타게 되었나?
롱보드를 타기 전 회사를 다니며 어플리케이션 디자인 작업을 했었다. 회사생활 3년 차쯤 됐을까?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하게 느껴져서 활동적인 취미를 찾다가 롱보드를 발견했다. 그 이후로 회사를 휴직하고 롱보드를 타기 시작했다. 사실 운동과 담을 쌓고 살았던 터라 이렇게 롱보드에 빠지게 될 줄 몰랐다. 어느새 보드를 탄 지 2년이 지났다.
보드 타는 영상을 보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다. 어떤 장르인가?
‘댄싱’이라는 장르다. 롱보드 위에서 발을 바꿔가며 가볍게 타기 때문에 초보자가 시도하기에 좋다. 나처럼 겁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욱 추천해주고 싶다. 다른 기술에 비해 부상의 위험이 적은 장르다.
구찌 ‘24Hour Ace’ 프로젝트의 주인공 중 한 명으로 선택됐다. 어떻게 진행되었나?
프로젝트의 미션은 전문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 내가 직접 찍거나 친구의 도움으로 구찌의 에이스 신발을 촬영하는 것이었다. 밀라노에서 연락이 왔을 때 외국에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서 촬영 일정을 확인해보니 장마 시즌이라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 딱 하루뿐이었다. 날씨 때문에 조금은 절망적이었지만 평소 타던 한강 주변과 실내에서 촬영을 마쳤다.
결과물은 만족스럽나?
평소에 롱 보드 타는 영상을 직접 촬영하고 편집했기 때문에 긴박한 일정이었지만 무사히 소화할 수 있었다. 약 40~50초 내외로 영상을 편집해서 보냈는데 구찌에서 최종 선택한 영상은 라이딩 장면 위주였다.
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와 함께 작업한 영상도 흥미로웠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이른 아침 가로수길에서 함께 보드를 타며 원테이크로 촬영했다. 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 스태프들도 지나가는 행인으로 참여했다. 스트라이프 티셔츠 룩이나 데님 크롭트 톱 등 촬영하는 내내 데님 룩을 다양하게 입어볼 수 있었던 것도 추억이다.
보드를 타며 여러 도시를 여행하고 있다. 꿈같은 이야기인데 어느 도시가 가장 기억에 남나?
베를린과 바르셀로나다. 베를린에 가면 친한 롱보더들을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롱보드 스팟인 템펠호프가 있다. 공항을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라 활주로에서 보드를 타는 것처럼 시원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평지가 매우 넓어 주행하는 것도 수월하다. 흔히 ‘스케이트보더들의 도시’로 불리는 바르셀로나의 막바는 스케이트보더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는 곳이다. 보더들과 함께 타는 것도 즐겁지만 그들이 어떻게 타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보드를 탈 때 어떤 스타일을 고집하는가?
데님 룩을 주로 활용한다. 보드는 조금만 타도 땀이 흐르기 때문에 여름에는 데님 쇼츠를 입고 부상을 방지할 수 있는 니삭스를 신는다. 나이키나 아디다스의 스케이트보드화나 바닥이 평평한 테니스화를 신는다.
앞으로 특별한 계획이 있나?
10박 12일 정도 LA로 여행을 떠난다.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보더들의 성지인 베니스 비치. 그곳에서 보드를 타며 새로운 사람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싶다. 여행을 마치면 회사로 복귀할 예정이라 원 없이 지내다 올 거다.
HARI NEF
하리 네프는 IMG 모델스 에이전시의 첫 번째 글로벌 트랜스젠더 모델이다. 이러한 성 정체성은 그녀를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래서일까? 하리 네프는 데뷔 초에 모델 활동 여부에 대해 불확실하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현재 패션계의 러브콜을 잇달아 받으며 모델로서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제품 위주의 광고 캠페인에 집중하던 만수르 가브리엘이 인물 중심의 광고 캠페인을 선보이며 선택한 모델이 바로 하리 네프. 중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의 모습은 매 시즌 감각적인 비주얼을 선보이는 만수르 가브리엘이 그녀를 선택한 이유를 알게 해준다. 이뿐인가. 2016 가을/겨울 구찌 남성 컬렉션 백스테이지에서 쇼의 생생한 장면을 스냅챗을 통해 직접 생중계하기도 했다.
JULIA CUMMING
선플라워 빈은 2013년에 결성된 브루클린 출신의 3인조 록 밴드이다. 여기서 줄리아 커밍은 그라임스를 닮은 얼굴, 늘씬한 보디라인, 반항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시선을 확 사로잡는 홍일점. 록 밴드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에디 슬리먼이 그녀를 눈여겨보았다. 그 결과 그녀는 2014 가을/겨울 컬렉션을 시작으로 네 시즌 연속 생 로랑의 익스클루시브 모델로 런웨이에 등장했다. 그리고 생 로랑의 2015년 봄/여름과 2015년 가을/겨울 광고 캠페인을 연이어 촬영하며 배드걸의 매력을 각인시켰다. 퇴폐미를 아슬아슬하게 드러내는 줄리아 커밍은 신곡 <Come On> 뮤직비디오에서 쇼트 커트의 파격적인 헤어 스타일과 80년대 풍의 펑키한 모습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ANAIS GALLAGHER
윌로우 스미스나 릴리 로즈 뎁처럼 스타 2세들의 활약이 눈부신 요즘, 스타 2세 한 명이 더 추가됐다. 바로 오아시스의 멤버 노엘 갤러거의 딸 아나이스 갤러거. 그녀는 유명인사 아빠를 둔 덕분에 어릴 시절부터 주목을 받고 자랐다. 12세가 되기도 전에 셀렉트 모델 매니지먼트와 계약했지만, 아나이스 갤러거가 잇걸의 조짐을 보인 건 90년대 쿨걸의 아우라를 보여준 리복의 2016년 가을/겨울 광고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모델처럼 늘씬한 몸매는 아니어도 아빠를 닮은 개성 있는 외모와 자유분방함은 패션계에 눈도장을 찍기에 충분했다. 특히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보이는 사진은 올해 열여섯 살이라는 사실이 믿기 힘들 만큼 다소 수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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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이혜미
- 포토그래퍼
- Cha Hye Kyung, Gettyimages/Imazins, Indigitals, Courtesy of Mansurgavriel, Reebok, Za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