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비스트로 8
유구한 역사를 가진 레스토랑과 스타 셰프가 대표하던 프랑스의 외식 업계가 이제 캐주얼한 분위기의 비스트로노미(Bistronomy)를 앞세운다. 새로운 미식 트렌드를 이끄는 파리의 비스트로 여덟 곳.
LA TETE DANS LES OLIVES | 라 테트 당 레 올리브
카리스마와 지식을 두루 갖춘 세드릭 카사노바가 운영하는 곳으로 생 루이 병원 맞은편에 있다. 프랑스의 정식 코스를 뜻하는 타블도트(Table D’hote)를 맛보기 위해서 미리미리 예약하는 부지런함은 필수다. 세드릭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생산되는 60여 종류의 올리브 오일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 훌륭한 재료에 마법을 부려 기가 막힌 요리를 선보인다. 이곳에서 꼭 맛봐야 할 메뉴는 올리브로 만든 애피타이저, 가지로 만든 퓨레, 마리네이드한 당근과 리코타로 속을 채운 버섯, 방울토마토와 민트, 아몬드가 들어간 시칠리아의 전통 파스타 요리인 파스타 알라 노르마다. 이곳에서 판매하고 있는 시칠리아산 화이트 와인이나 레드 와인을 곁들일 수도 있다.
주소 2 rue Sainte-Marthe, 10th 문의 www.latetedanslesolives.com
JONES | 존스
호주 출신의 젊은 셰프인 제임스 헨리의 레스토랑 본즈가 지난여름 가게를 확장한 후 존스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캐주얼한 바의 분위기, 철골을 그대로 드러낸 실내 디자인, 그리고 공간을 가득 채운 클래식한 록 사운드는 그대로지만 메뉴는 크게 달라졌다. 본즈가 매일 색다른 테이스팅 메뉴를 선보였다면 존스는 엄선된 스낵류와 와인을 선보인다. 간단하게 바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파리의 미식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유기농 와인 위주로 판매하며 이탈리아부터 스페인, 미국, 호주 등 전 세계의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제철 재료에 글로벌한 감각을 녹인 메뉴는 한입에 쏙 넣기 좋은 타파스 사이즈로 제공되어 와인에 곁들이기 적당하다.
주소 43 rue Godefroy Cavaignac, 11th 문의 www.jonescaferestaurant.com
TEN BELLES | 탕벨
여전히 파리의 커피는 맛이 없다. 그런 파리의 커피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준 곳이 바로 이곳, 탕벨이다. 파리의 스타 바리스타인 토마 르우가 파리의 인기 브런치 카페 르발(Le Bal)의 창업자들과 손잡고 만든 곳으로, 로스팅과 블렌딩 전문회사인 벨비유 브륄러리의 원두를 이용한 필터 커피, 에스프레소, 그리고 스톡홀름의 드롭 커피와 클래식한 초코칩 쿠키로 단숨에 핫 플레이스로 등극했다. 단골 손님들은 블렌딩 커피, 만다린과 아몬드에 요거트를 얹은 계절 케이크를 특히 좋아하니 메뉴를 선택할 때 참고할 것. 스콘, 머핀, 매일 아침 굽는 번, 주말에 제공되는 소시지롤 등 메뉴가 다양한 건 물론이고 탕벨의 로고가 새겨진 머그잔, 보온병 등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면, 커피만큼 훌륭한 맛을 자랑하는 핫초코를 시도해보자.
주소 10 rue de la Grange aux Belles, 10th 문의 www.tenbelles.com
CLOWN BAR | 클라운 바
파리 겨울서커스 원형극장 옆에 위치한 100년 된 부속 건물을 새롭게 단장한 후 문을 연 곳으로, 유리 천장과 익살스러운 광대 모습이 그려진 벽면 타일 등 인테리어가 화려한 편이다. 클라운 바의 최대 매력은 바로 스태프다. 사튀른(Saturne)의 셰프 스펜 샤르티에와 소믈리에 이언 리모네가 공동으로 운영하며 비방 타블(Vivant Table) 출신의 소타 아츠미가 셰프를 맡고 있다. 조개가 함께 나오는 농어 요리, 베이컨을 얹은 가리비 요리 등 맛을 보면 절로 미소를 짓게 하는 요리가 가득하다. 파리 11구의 키덜트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며 식사를 하는 모습이나 매장에 울려 퍼지는 재즈 음악 등이 힙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서비스는 정중하다. 벨 에포크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인테리어와는 상반되게 테이블마다 배치된 식기가 들어 있는 서랍은 꽤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이곳의 오가닉 와인 리스트도 놓치지 말 것.
주소 114 rue Amelot, 11th 문의 www.clown-bar-paris.fr
LA BUVETTE DE CAMILLE | 라 뷔베트 드 카미유
라 뷔베트 드 카미유는 매력적이고 독특한 파리의 맛을 소개한다. 소믈리에 출신 셰프답게 엄선한 내추럴 와인 리스트가 가장 눈에 띈다. 가짓수는 적지만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스낵도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가볍게 훈제한 브르타뉴 소시지, 오브락 햄, 훈제 소금을 곁들인 보르디에 버터 등이 이 곳의 시그니처 메뉴다. 좌석이 많지 않아 지인들과 서서 와인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거나 혼자서 가벼운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나와 분위기에 취해보는 것도 좋다. 레스토랑이 밀집된 마레지구에 위치해 있으므로 저녁 식사 전 가볍게 와인 한잔을 즐겨보길.
주소 67 rue Saint-Maur, 11th 문의 + 33 9 83 56 94 11
LE SERVAN | 르 세르방
르 세르방은 촉망받는 셰프인 타티아나 레바 덕분에 2014년 4월 오픈 당시부터 유명세를 탔다. 전에 카페로 운영된 이곳은 벽면 가득 크게 난 창과 천장의 프레스코화가 신선하면서도 친근한 분위기를 낸다. 다른 비스트로와의 차별점은 손님이 원하는 메뉴를 단품으로 제공한다는 것과 전 세계 음식에 대한 셰프의 노하우를 메뉴에 녹여냈다는 점이다. 탄두리 버터와 함께 요리한 아스파라거스나 태국의 바질을 얹은 조개는 이국적인 향기를 내는 대표적인 요리. 메인 디시는 늘 제철 재료를 활용해 요리하는데 겉보기에는 심플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일본식 된장과 소 어깨살, 땅콩, 셀러리, 청경채와 참치의 조합 등 구성이 예사롭지 않다. 점심시간 즈음 실내에 햇빛이 드는 순간이 유독 아름다우니 그 시간에 방문해 런치 메뉴를 맛보기를 권한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내추럴 와인을 즐긴 후 프랑스산 슈크림의 일종인 초콜릿 프로피테롤로 마무리하자.
주소 32 rue Saint-Maur, 11th 문의 www.leservan.com
WEST COUNTRY GIRL | 웨스트 컨트리 걸
웨스트 컨트리 걸은 복잡한 기술이나 레시피에 의존하지 않고 간단하지만 꽤 훌륭한 요리를 선보인다. 그게 파리의 맛집이 몰린 11구에서도 이곳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유다. 인기 메뉴는 베르뇌이쉬르 앵드르(Verneuil-sur-Indre) 지역의 반가염 버터를 넣고 브르타뉴 캥페르(Quimper)의 메밀 가루를 손으로 반죽해 끝부분만 바삭하게 구워내는 크레페다. 햄, 치즈에 서니 사이드 업으로 마무리한 크레페 역시 꾸준한 인기 메뉴. 크레페를 먹은 후엔 캐러멜과 사과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은 디저트를 맛봐야 한다. 궁극의 달콤함이 혀끝에 감돈다. 거기에 캥페르 농장에서 공수한 오가닉 사이더를 곁들이는 게 정석이다.
주소 6 passage Saint-Ambroise, 11th 문의 www.westcountrygirl.com
CLAMATO | 클라마토
최근 파리에서는 해산물이 대세다. 비스트로노미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셉팀(Septime)의 오 너가 좀 더 편안한 분위기의 해산물 비스트로인 클라마토를 열었다. 예약을 받지 않으므로 식사 시간보다 조금 일찍 오거나 아예 늦게 와야 테이블이나 바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노르망디 생굴, 에섹스 지역에서 양식한 제철 굴 등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매실즙, 차이브와 함께 제공되는 참치회와 양파와 함께 나오는 마리네이드한 정어리, 여러 채소가 곁들여 나오는 아귀 요리도 시도해볼 만하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재생 목재로 꾸며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주소 80 rue de Charonne, 11th 문의 www.septime-charonn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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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그래퍼
- Alice Gao
- 글
- 소피 데닝(Sophie De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