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공연들
올해는 유난히 재공연한 연극, 뮤지컬의 흥행이 돋보였다.
뮤지컬 <위키드>, <킹키부츠>, <그날들> 등은 이미 지난 시즌에 작품성과 대중성을 검증받아 관객의 부름에 다시 무대에 오른 작품들이다. 공연시장 침체에 따라 제작사들이 안정적인 흥행작을 연달아 무대에 올리게 된 속사정도 있지만 덕분에 다시 보고 싶은 양질의 공연을 만날 수 있으니 관객으로서는 반갑기도 하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또 한번 재공연하는 작품들이 흥행 여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브로드웨이에서 승승장구하는 디즈니의 뮤지컬도 유독 한국 시장에서 고전한 쓰라린 역사가 있다. 하지만 <아이다>는 예외로 한국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유일한 디즈니 뮤지컬로 꼽힌다. <아이다>는 디즈니가 자사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지 않은 첫 성인 뮤지컬로 팝의 거장 엘튼 존과 유명 뮤지컬 작사가 팀 라이스가 작곡과 작사를 맡았고, 2000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후 ‘토니어워즈’ 작곡상, 무대디자인상 등 네 개 부문에서 수상을 했다. 한국에서는 2005년 처음 소개되어 세 번째 시즌에 이르는 동안 옥주현, 차지연 등 대표적 뮤지컬 디바들을 성장시켰다. 윤공주, 장은아, 아이비가 새롭게 합류한 가운데 이들이 보여줄 새로운 아이다의 모습이 기대를 모은다. 뮤지컬 <아이다>의 무대는 11월 3일부터 샤롯데씨어터에서 펼쳐진다.
류정한, 엄기준, 신성록, 카이, 조정은, 린아, 빅스 레오 등 ‘역대 최강 초호화 캐스팅의 완결판’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몬테크리스토>가 3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2010년 국내 초연 이후 매번 흥행에 성공하며, 지난 몇 년간 국내 뮤지컬 시장을 휩쓴 ‘유럽 뮤지컬’ 흥행의 신호탄이 된 작품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동명소설을 2시간 30분의 탄탄한 드라마로 압축했고, 여기에 한국 관객이 사랑하는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을 하고 그의 콤비 잭 머피가 대본과 가사를 썼다. 그들이 만들어낸 애절하고 웅장한 뮤지컬 넘버들은 관객들에게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으로 손꼽힌다. 예술성과 대중성까지 모두 검증된 <몬테크리스토>는 11월 19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 오른다.
대규모 뮤지컬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벌써 세 번째 관객을 찾는 <구텐버그>는 단 두 명의 배우가 한 대의 피아노와 함께 무대를 채우는 소극장 뮤지컬이다. 버드와 더그라는 두 주인공이 뮤지컬 속의 뮤지컬 구텐버그의 리딩 공연을 여는 독특한 구성에 2인 20역을 소화하는 배우들의 재기발랄한 연기, 관객들의 무한한 상상력이 덧대어져 완성되는 유일무이한 뮤지컬이다. 밴드 ‘몽니’의 보컬 김신의를 포함, 믿고 보는 캐스팅으로 무장한 <구텐버그>는 11월 13일부터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2008년 ‘연극열전2’의 작품으로 국내에 첫선을 보인 연극 <블랙버드>가 8년 만에 돌아온다. 열두 살 소녀와 중년 남자의 금지된 섹스, 그리고 15년 만의 만남이라는 소재는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조재현이 50대의 레이를, 채수빈과 옥자연이 20대가 된 열두 살 소녀 우나를 맡아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를 선보인다. <우나(Una)>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어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숨이 멎을 정도로 대담하고 파격적인 이 공연은 단 한 달만 열린다. 10월 13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11월 13일까지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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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운(공연 전문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