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형제여!
이토록 멋진 남자들과 함께라니, 12월은 가장 아름다운 달임이 틀림없다. 영화 <형>에서 형제가 된 조정석과 도경수는 <얼루어> 표지를 장식한 첫 남자배우가 되었다. 오, 형제여!
형, 조정석
조정석의 2016년 운세를 봤다면, 아마도 ‘대길’이었을 것이다. <헤드윅>의 ‘뽀드윅’으로 무대에서의 갈증을 풀었고, <질투의 화신>에서는 모두가 이화신을 뜨겁게 원하게 만들었다. <질투의 화신> 종영을 앞두고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는 조정석의 눈은 약간 충혈되어 있었지만 그는 특유의 유쾌함과 진지함으로 촬영을 마친 뒤 인터뷰 테이블에 앉았다.“ 아직도 사람들이 말하는 조정석식 코미디가 어떤 건지는 모르겠다”는 조정석. 그것은 아마도 ‘인간미’가 아닐까.
오늘 제작보고회였는데, 이런 날 주연 배우의 기분은 어떤가요?
ㅡ 제작보고회는 떨리지 않아요. 우리 영화 색깔을 보여드리자는 생각으로 해요. 언론시사회 때가 제일 긴장이 많이 되죠. 어떻게 보실까, 재미있게 봐주실까, 좋게 써주실까. 배우라면 누구나 같은 마음일 거예요.
2015년 12월 말에 촬영이 끝난 영화가 드디어 개봉합니다. 1년 동안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ㅡ<질투의 화신>으로 큰 사랑을 받은 것, 하지만 계속 거의 생방송처럼 촬영하고 있으니까, 체감은 못해요. 요즘은 저를 부를 때 “조정석!”이 아니라 “이 기자님!”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이 기자님! 괜찮으세요? 아프지 마세요!”
이화신의 인기가 대단해요. <특종 : 량첸살인기>에 이어 <질투의 화신>에서 다시 한 번 기자 역할을 맡았는데, 이쯤 되면 언론인협회에서 명예언론인상이라도 수여해야 할 것 같은데요?
ㅡ 언론인분들이 리얼하다고 얘기해주시면 기분 되게 좋아요. 제 나름대로 분석하고 연구하고 만든 것들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요.
저도 보태자면 리얼합니다. 준비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ㅡ 우선 조간, 석간 1면은 빠짐없이 검토를 했고, 발음 연습도 많이 했죠. 연습만이 살 길이죠. 감독님 소개로 SBS 김현우 앵커를 만나서 그분들만의 생리, 자존심이나 시간대에 따른 방송의 차이 등에 대해 들었죠.
<질투의 화신>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축은 삼각관계였죠 . 어떻게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ㅡ 일단 전쟁이에요. 내 입장만 생각해야죠. 이게 이화신 밑에 깔려 있는 전제 조건인 것 같아요. 만약 나 때문에 누가 상처를 받았다면 그때 가서 미안하다고 할지언정, 우선 하고 싶은 대로 저질러요. 이게 제일 중요한데, 미안하다고 안 하는 나쁜 놈은 아니에요.
그러면 <형>의 두식은 어떤 사람인가요?
ㅡ 저는 가장 매력 있는 이야기는 성장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사랑에 대해 얘기하자면, 대학생 때 만난 사람, 그 이후에 만난 사람, 현재에 만난 사람 모두 다르거든요. 그 전의 경험들이 있으니까요. 작품 안에서도 그 인물이 정말 말도 안 되고 자기밖에 모르는 못된 인물이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때 정말 매력 있는데 화신이도 그렇고, 두식이도 그래요. <오, 나의 귀신님> 선우도요. 그런 성장을 보면서 관객들이 카타르시스와 매력을 느낀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한가요?
ㅡ 시나리오를 <오, 나의 귀신님> 촬영할 때 차 안에서 처음으로 읽었어요. 울었어요. 옆에 스태프도 있는데 눈물을 훔치는 게 약간 창피하기도 해서 창가 쪽으로 앉아서 읽었어요. 너무 재미있는 코미디인데 그 와중에 이런 감동을 주는구나, 하는 시나리오의 힘이 좋았어요.
동생, 도경수
누구에게도 말한 적은 없지만, 어릴 적부터 가수와 함께 배우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고 도경수는 조용히 말했다. 말수가 적고 진지한, 지구 최고의 아이돌 엑소의 멤버인 슈퍼스타는 칭찬을 하면 어쩔 줄 모른다. 그러면서 미소만 짓는 이 남자의 소년시절에는 두 개의 달이 떠 있었던 것. 그에게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더 좋아하는 일이냐는 질문은 그래서 어리석을 수밖에 없다. 도경수는 그 둘 모두를 아주 잘하고 있으니까. 무대와 촬영장을 오가며 데뷔 후 가장 바쁜 1년을 보낸 도경수는 올해 <순정>에 이어 <형>을 세상에 내놓았다.
오늘 제작보고회였는데, 공식적으로 작품을 첫선 보이는 자리죠. 이런 날 주연 배우의 기분은 어떤가요?
ㅡ 항상 제작보고회에서 긴장을 많이 해요. 인터뷰할 때도 긴장을 너무 해서 식은땀을 흘리고는 했는데, 경험이 좀 쌓이기도 했고 정석이 형과 함께여서인지 오늘은 웃으면서 할 수 있었어요.
제작보고회에서는 항상 질의응답 시간이 있는데, 속으로 내게는 질문이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ㅡ 네.(웃음) <괜찮아, 사랑이야> 드라마 제작보고회를 했을 때는 진짜 얼음이었어요. 뭐 물어보면 아무 대답도 못했을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이런 인터뷰는 좋습니다. 편합니다.
영화 <형>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지점은 무엇이었어요?
ㅡ 첫 번째 이유는 시나리오였어요. 읽으면서 두영이라는 캐릭터를 내가 한다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어요. 저는 눈물이 진짜 없어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그래서 더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아, 역시 티슈를 준비해야 하는 영화군요.
ㅡ 슬픈 영화를 보고 울긴 하지만 글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린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두 번째 이유는 정석이 형이었어요. 정석이 형이 한다는 말을 듣고 이 작품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항상 형의 필모그래피를 보면서 언젠가는 선배님이랑 연기를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실제로 촬영을 해보니 기대만큼이었나요?
ㅡ 엄청났어요. 많이 배우면서 제 연기도 한 계단 올라간 거 같아요. 형이 조언도 많이 해주었지만 저는 현장 그 자체가 학교라고 생각하거든요. 정석이 형 연기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됐어요.
당신과 두영과의 공통점을 찾았어요?
ㅡ 두영이 가지고 있는 남자다움이 닮은 것 같아요. 자존심 강하고 그런 면은 저와 비슷해요. 하지만 두영이는 내면이 진짜 여리고 순수하거든요. 저보다 두영이가 훨씬 여린 친구였던 것 같아요.
국가대표 유도 선수로 살아보는 건 어땠어요?
ㅡ 쉽지가 않았던 게, 국가대표잖아요? 유도하는 모습이 어색해 보이지 않기 위해 시간 날 때마다 연습을 했어요. 이론과 경기 규칙을 공부하는 것도 제게는 신세계였어요. 사실 저는 땀내면서 운동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스포츠를 그다지 즐기지 않았어요. 그래서 유도선수 역이 정말 힘들었지만, 하면서는 매번 땀을 쫙 흘리니까 스트레스가 엄청 풀리더라고요. 지금 제 숙소 옷장에도 촬영 때 입은 유도복이 걸려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만든 몸이 영화에 안 나오다니….
ㅡ 저도 아직 보진 못했는데 딱 가슴라인, 그리고 등까지만 나오는 것 같아요. 복근 운동도 무척 열심히 했었거든요. 그런데 복근은 안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쉽지 않아요! 시간이 부족해서 완벽하지도 않았고요. 기회가 있다면 나중에, 더 완벽한 모습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인터뷰는 <얼루어> 12월호 책에서 확인하세요!
- 에디터
- 허윤선
- 포토그래퍼
- 목정욱
- 패션 에디터
- 남지현
- 스타일리스트
- 김영미(도경수), 정혜진(조정석)
- 헤어
- 강성희(보보리스), 이미영(엔클로에)
- 메이크업
- 김수이(보보리스), 정화영(엔클로에)
- 로케이션
-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