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갤러리 여행 <2>

겨울이 가장 빨리 찾아오는 강원도. 누군가는 이 추위를 피해 따뜻한 나라로 여행 갈 준비를 하지만, 용감하게 추위를 직면하는 편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 강원도의 겨울은 추위 말고도 당신의 하루를 근사하게 만들 꽤 괜찮은 갤러리도 많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겨울은 춥다. 레저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겨울에 강원도를 찾지 않는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 지금이야말로 강원도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적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강원도로 향했다. 따뜻한 계절에는 더할 나위 없이 화려했을 산기슭은 무채색으로 변했고, 저녁 5시쯤 되자 해는 서둘러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쓸쓸해 보이는 강원도의 겨울을 위로해주는 곳이 있었다. 아름다운 예술이 반갑게 맞아주고, 아늑한 잠자리까지 갖춘 갤러리들. 인간이 인간에게 전하는 최고의 아름다움과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최고의 안온함을 느낄 수 있는 완벽한 하루를 선사하고 있었다. 그래서 강원도는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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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광부들의 샤워실이었던 공간에 전시돼 있는 조형물과 작품. 2 탄광이었던 공간임을 환기시켜주는 벽화. 3 탄가루로 검게 그을린 조차장이었던 레일바이뮤지엄. 4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작가들의 레지던시 룸.

삼탄 아트 마인
삼탄 아트 마인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촬영 장소로 인증샷만 찍고 가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고 그런 관광지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곳은 한때 우리나라 대표 탄광이었다. ‘삼탄’이라는 이름은 삼척탄좌의 줄임말로, 1964년부터 2001년까지 38년간 광부들의 일터였다. 그냥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리기엔 탄광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이 깊이 배어 있는 곳이다. 그래서 설립자이자 수집가인 김민석은 2001년 폐광된 이곳을 예술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영국 소더비에서 아프리카 미술 구매 담당을 맡았던 김민석은 35년간 세계 135개국을 여행하며 진귀한 미술품 10만 점 이상을 수집했고, 그 작품들은 모두 이곳에서 보관 또는 전시 중이다. 광부들이 온몸에 잔뜩 묻은 탄가루를 씻어내기 위해 머물렀을 샤워장에 예술품이 전시돼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작품을 보다가도 공간에 묻어 있는 흔적을 떠올리게 된다. 비너스 조각상, 진시황과 호위무사 전시물 등 작품의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4층부터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광부들이 작업했던 공간을 그대로 보존한 레일바이뮤지엄이 있다. 지하 600m 수직 갱도로 들어가는 승강기, 업무 상황판 등이 그때 그 모습대로 남아 있다. 탄가루로 뒤덮여 있어 온통 까맣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광부들의 삶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건물 4층에는 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시가 마련돼 있는데 일반인도 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예약하면 레지던시 호텔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객실에는 예술품들 이곳곳에 진열돼 있다.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 하나의 체험이 될 만큼 특별하다. 주소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한백산로 1445-44 문의 033-591-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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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려궁 박물관의 외관. 2 전통 방식으로 꾸민 한옥 객실 내부에 비치된 전시품. 3 고려궁의 대표가 소장하고 있는 영사기를 비롯한 기록물.

전통 한옥 호텔 고려궁
평창 구석구석은 2년 뒤에 열릴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로 한창인데 고려궁은 지난여름에 손님 초대 준비를 마쳤다. 입구부터 남다른 웅장함이 느껴지는 이곳은 호텔이지만 사설 박물관이기도 하다. 영화필름, 카메라 영사기, 도자기, 서예 등이 전시돼 있는데 모두 대표 최규옥의 소장품이다. 조상들에게 대대로 물려받은 유품이 대다수다. 전통 방식을 고집하며 한옥을 지은 이유도 그의 개인사와 떼놓고 말할 수 없다. “어릴 때 전통 한옥에서 살았는데 어느 날 불이 나는 바람에 집이 재가 돼버렸죠. 언젠가는 꼭 그때 살았던 한옥을 다시 지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의 오랜 바람이었던 만큼 많은 공을 들였다. 총 23개 객실이 있는데 그중에는 고택 두 채가 있다. 각각 전라도 익산과 화순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나무가 오래될수록 송진 때문에 색이 진해지는데 이 한옥들은 색이 매우 짙다. 세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이곳이 전통만 고집한 것은
아니다. 모든 객실에는 편백나무로 만든 욕조가 있어 스파도 가능하다. 발왕산 기슭에 있어 밤에는 까만 하늘의 별을 보다 잠들고, 아침에는 청정 공기를 맡으며 일어날 수 있다. 한옥을 지을 때 사용한 금강송의 진한 향과 걸을 때마다 삐그덕거리는 한옥 특유의 정서를 느끼고 싶다면, 강력 추천한다. 1만5천원을 추가하면 조식으로 누룽지탕과 시래기 된장국을 맛볼 수 있다. 주소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 산 133 문의 033-336-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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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상마당 스테이의 로비 전경. 2 <장자끄 상빼-파리에서 뉴욕까지>가 전시되어 있는 아트센터. 3 일반인도 열람할 수 있는 갤러리. 4 모던한 인테리어의 스테이 호텔 입구. 5 레스토랑 세인트 콕스에서 판매하는 파스타와 리소토.

KT&G 상상마당 춘천 아트센터 & 스테이
서울 홍대, 논산에 이어 세 번째로 개관한 KT&G 상상마당 춘천 아트센터. 호반의 도시에 있다는 것을 상징하듯 의암호 수변에 위치하고 있다. 호텔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은 강원체육회관을, 아트센터는 어린이 회관을 리모델링했다. 특히 아트센터는 1980년도 당대 최고의 건축가인 김수근이 설계한 건물로 그때 모습 그대로 외관을 간직하고 있다. 현재는 홍대 상상마당의 바통을 이어받아 <장자끄 상뻬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데, 그 그림이 공간과 잘 어울린다. 틈틈이 춘천에 살고 있는 작가들이나 미술 전공 학생들의 작품 전시도 이루어진다. 스테이 호텔 건물에는 레스토랑, 강당, 라이브스튜디오 등 다양한 부대 시설이 있다. 이곳에서는 연극을 비롯한 공연이 열려 늘 활기를 띤다. 객실은 호텔 특유의 호화로움과는 거리가 있다. 심플한 인테리어로 딱 필요한 것만 갖추고 있으며 공간은 아담한 편이다. 객실은 총 58개다. 조식은 별도 신청할 경우 1층에 있는 레스토랑 ‘세인트 콕스’에서 먹을 수 있다. 주말마다 친구, 연인,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주소 강원도 춘천시 스포츠타운길 399번길 25 문의 033-818-4200

    에디터
    전소영
    포토그래퍼
    Seok.Y Lee, Courtesy of KT&G sangsanga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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