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컬처 키워드 <음악>
한 해의 마지막을 지나는 지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지구가 소란하다. 이럴 때 문화며 예술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삶을 견디게 하는 건 즐거움과 아름다움이다. 2016년, 우리가 누린 문화와 예술.
돌아온 오빠들
지난 4월 방송된 <무한도전 – 토토가 시즌2>에서 강성훈이 사서함에 ‘노랭이들아, 안녕?’이라는 멘트를 남겼을 때만 해도 추억 소환에서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오빠들이 현역 아이돌로 돌아왔다. 젝스키스는 YG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며 열기가 한때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고, 9월에 열린 단독콘서트를 시작으로 그룹으로서의 새로운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휴덕을 끝내고 돌아온 팬들뿐 아니라 1997년 데뷔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10대와 20대 팬이 대거 유입되며 세대를 막론한 팬덤은, 젝스키스를 올해 가온 디지털 음원 월간 차트 1위를 차지한 유일한 남자아이돌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REST IN PEACE
올해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린 위대한 뮤지션의 타계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가장 먼저 음악팬들을 침통하게 만든 건 글램 록을 대표해온 데이비드 보위의 사망 소식이었다.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 발표한 정규 28집 <Blackstar>는 그의 마지막 앨범이 되었다. 4월에는 전설적 팝의 아이콘인 프린스가 우리 곁을 떠났다. 구글은 그의 대표곡 ‘퍼플 레인’을 연상시키는 보라색 로고로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11월에는 캐나다 음유시인, 레너드 코헨이 세상을 떠났다. 음악가뿐 아니라 시인과 소설가로 전방위 활동을 펼쳐온 그의 타계 소식에 엘튼 존,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스타들의 애도가끊이지 않았다.
애플뮤직 출범
8월 초, 애플뮤직의 국내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한국에 상륙한 애플뮤직은 생각만큼 파급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애플뮤직의 장점은 취향에 맞는 음악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기능과 약 3800만 곡의 풍부한 음원 수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취향을 공략하기 때문에 몰랐던 좋은 곡을 새로이 알아갈 수 있다. 특히, 팝을 좋아하는 리스너라면 신세계를 발견할 것. 하지만 로엔, CJ 등의 음원 유통사와 제휴를 맺지 않아 국내 가요수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현재 SM, JYP, YG 등과는 직접 음원 유통 계약을 맺은 상태지만 그 외에는 듣기가 어렵다. 애플의 마니아 층이 워낙 두텁기 때문에 아직 실패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현지화를 위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GIRLS ON TOP
걸그룹의 세대 교체가 유난히 활발했다. 트와이스, 여자친구, I.O.I를 주축으로 마마무와 레드벨벳, 오마이걸 등 다양한 콘셉트를 내세운 그룹들이 대중 앞에 섰다. 제일 먼저 컴백을 알린 건 여자친구다. 지난 1월에 발표한 타이틀곡 ‘시간을 달려서’는 월간 음원 차트 1위에 올랐고, 뒤이어 발표한 정규 1집의 타이틀곡 ‘너 그리고 나’로 음악방송에서만 총 14번이나 1위를 차지하는 독보적인 기록을 남겼다. 마마무는 타이틀곡 ‘넌 is 뭔들’로 컴백하며 ‘믿고 듣는 걸그룹’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멤버 전원이 보컬로서 역량이 뛰어난 만큼 솔로나 유닛으로 음원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레드벨벳은 올해 두 장의 앨범으로 컴백했다. 부드러운 벨벳 콘셉트의 ‘7월 7일’과 강렬한 레드 콘셉트의 ‘러시안룰렛’으로 팬덤을 단단히 다졌다. 팬덤과 대중성 모두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 트와이스는 ‘Cheer Up’과 ‘TT’로 각종 기록을 갱신했다. 미니 3집 <TWICEcoaster:LANE 1>의 첫 주 음반 판매량은 무려 9만4천 장으로 역대 걸그룹 초동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기존 1위였던 소녀시대 정규 3집 앨범 <The Boys>의 판매량 6만7천 장을 넘는 기록이다. 뿐만 아니다. 타이틀곡 ‘TT’는 공개된 지 8일 23시간(215시간) 만에 유튜브 조회수 3천만 뷰를 기록했는데, K팝 아이돌 중 최단 시간에 이뤄낸 성과다.
반면, 기존 걸그룹들은 아이돌 인생 제2막의 문을 열었다. 7년 차 걸그룹 포미닛과 레인보우는 끝내 해체 수순을 밟았다. 포미닛의 경우, 현아만 기존 소속사와 재계약을 맺었고 나머지 네 멤버는 각자 다른 소속사로 흩어지며 솔로가수나 배우로 활동할 예정이다. 레인보우 역시 7명의 멤버가 11월 전속 계약 만료와 함께 각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걸그룹의 솔로 활동도 두드러졌다. 에이핑크의 정은지도 첫 솔로 음반을 내며 보컬리스트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 4월 공개된 ‘하늘바라기’는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래 머물며 저력을 과시했다. 그 밖에도 소녀시대 티파니, 에프엑스의 루나, 시스타의 효린 등이 솔로 앨범으로 팬들을 찾았다.
히트다 히트
TV프로그램은 올해도 음악 차트를 집어삼켰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잔잔하게 깔리면서 추억에 젖게 만들었던 리메이크 곡들이 있다. 이적의 ‘걱정 말아요, 그대’, 오혁의 ‘소녀’, 걸스데이 소진의 ‘매일 그대와’ 등이 차가운 겨울바람에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올 상반기를 강타한 <태양의 후예>의 OST도 빼놓을 수 없다. 케이윌의 ‘말해! 뭐해?’, 거미의 ‘You Are My Everything’, 다비치의 ‘이 사랑’, 시아준수의 ‘How Can I Love You’가 나란히 월간 디지털 차트 2위부터 5위까지 안착했으며, OST 앨범은 상반기에만 5만 장이 넘는 음반판매량을 기록했다. 매해 방송 시기만 되면 음원 차트를 장악하곤 했던 <쇼미더머니>의 저력도 여전했으며 인터넷상에서 큰 화제를 낳았던 <프로듀스 101>의 ‘Pick Me’나 ‘같은 곳에서’, ‘Yum-Yum’ 등은 방송의 인기와 함께 점점 상승세를 탔다. <복면가왕>에서 ‘우리 동네 음악대장’으로 9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하현우의 경연 곡들도 기존의 명곡들을 재조명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의외의 돌풍을 일으킨 주인공은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곡의 제작 과정과 뮤직비디오 촬영, 데뷔 무대에 서기 위한 과정을 전부 노출한 언니쓰의 ‘Shut Up’이었다. JYP의 수장 박진영이 만든 곡이니 어느 정도의 퀄리티는 보장된다고 예상하긴 했지만 공개 이후 각종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올 한 해 차트를 장악했던 브라운관 속 음원들은 차트 상위권에 오르기 위해서 무엇보다 화제성이 필수임을 증명했다.
손 안의 콘서트
짧은 재생시간으로 출퇴근길에서 간편히 볼 수 있는 동영상 클립이 인기다. 가수의 라이브를 세로 화면으로 담아내는 <세로라이브>, 연예인이 깜짝 등장해 청춘을 위로하는 <수고했어, 오늘도> 같은 콘텐츠가 네이버 V캐스트 등을 통해 공개되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단연 돋보이는 건 딩고뮤직과 하이트진로가 함께 제작하는 ‘이슬라이브’. 스타들이 소주를 마시며 노래를 부른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파격적이다. 일부에서는 ‘주류 광고의 다른 형태일 뿐이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콘텐츠가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가장 많이 팔린 앨범 (한터차트 기준)
앨범 발매 후 첫 일주일간 판매량을 뜻하는 초동 판매량. 올해발매된 앨범 중 초동이 높은 순위는?
흥미로운 대세
가온 디지털 음원 차트 월간 1위에 안착했던 노래들. 올 한 해도 대세는 아이돌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살아남은 돌풍의 주역들이 있다.
아날로그의 귀환과 논란
현대카드가 6월 CD와 LP, 카세트 테이프를 판매하는 ‘바이닐 앤 플라스틱’을 열었다. 하지만 중소 규모의 레코드 상점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와 레코드 업계 최초의 단체 시위를 벌이며 반발했다. 현대카드는 중소 판매점과의 상생을 위해 중고 LP 판매를 중단하고 기존에 내세웠던 할인 혜택을 10%까지 축소하기로 결정했고,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와 함께 다양한 음반을 소개하는 ‘바이닐 페어’를 개최하며 새로운 상생의 축제를 만들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박효신의 귀환
발라드의 대장, 박효신이 6년 만의 정규 앨범과 함께 컴백했다. 감성적인 발라드 ‘숨’은 부드러운 음색으로 차트를 올킬했다. 단독콘서트에서는 잠실실내체육관에서 2주간 6만 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앨범 발매와 함께 오랜만에 TV에 얼굴을 비치기도 했다. 박효신 단독 특집으로 꾸며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는 공개 후 무려 2년 동안 차트에 머물렀던 ‘야생화’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기도. 앨범 활동을 마무리한 그는 11월 말부터 뮤지컬 <팬텀>의 주인공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박효신이 출연하는 9회차 티켓은 역시 전석 매진됐다.
내한 열기
올해 내한 뮤지션의 첫 번째 주자는 바우터 하멜이었다. 달콤한 목소리로 사랑을 받는 하멜은 소극장에서 3일 동안 공연을 하며 새 앨범 수록곡을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김믹하’라는 애칭을 가질 정도로 많은 국내 팬을 보유하고 있는 미카 역시 부산, 대구, 서울을 돌며 콘서트를 했다. 페스티벌 무대가 아닌 단독 공연으로는 5년 만이다. 5월에 열린 ‛서울재즈페스티벌’도 걸출한 라인업을 자랑했다. 팻 매스니를 비롯해 마크 론슨, 데미안 라이스, 코린 베일리 래 등이 관객과 호흡했다. 비틀즈의 드러머 링고스타는 지난 11월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약 4천 명의 국내 관객을 만났다. 영국의 듀오 혼네는 예매 시작과 동시에 이틀 치 공연을 전량 매진시키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사운드로 마니아 층을 확보하고 있는 아이슬란드의 밴드 시규어로스도 한국을 찾아 지난 6월 발표한 신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 밖에도 호주의 싱어송라이터 트로이 시반, 영국의 팝스타 버디, 레드핫칠리페퍼스 등이 내한해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솔로의 여왕
올해 여성 뮤지션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활동을 보인 태연. 태연은 크러쉬와 함께한 노래‘ 잊어버리지 마’와 디지털 싱글‘ Rain’, 미니 2집 타이틀곡 ‘Why’, 그리고 최근 발표한 노래 ‘11:11’까지 여자 솔로로서는 단연 돋보이는 행보를 보이는 중. 지난 7월에는 솔로로서는 처음으로 단독콘서트를 개최했다.
- 에디터
- 허윤선, 전소영, 정지원
- 포토그래퍼
- Kim Eun H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