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이라는 피조물
갓세븐의 멤버로 무대와 드라마 촬영장을 분주히 오가는 진영을 만났다. 이제 스물넷이 된 이 남자는 아직 보여줄 게 너무나 많다.
갓세븐의 멤버로 보컬이면 보컬, 춤이면 춤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퍼포먼스를 보이는 진영. 최근에는 연기로도 인정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진영을 만나면 ‘이 남자는 연예인이 아니면 뭘 했을까?’ 하는 물음표가 뜬다. 단정하고 차분한 말솜씨, 사소한 것까지 배려하는 마음,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으며 틈틈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은, 아이돌이 아닌 평범한 남자라도 만나기 힘드니까. 미리< 얼루어> 계정에 예고된 페이스북 라이브 준비하는 동안, 이미 인터뷰는 끝난 후였지만 그와 책 이야기를 실컷 했다. 진영이 좋아한다는 작가들의 다른 책을 몇 권 추천했는데, 그는 흥미롭게 들으며 제목을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질문지 뒤에 휘갈긴 그 종이는 결국 진영이 가져갔다. 그렇게 길지 않은 몇 시간을 보내다 보면 누구나 진영은 뭐라도 될 남자라는 걸 깨닫게 된다. 더 놀라운 건 현재의 그가 완성형이 아니라는 것. 진영이 유독 성장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진영 역시 아직 성장 중이기 때문일지도. 무엇이든 될 수 있기에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진영을 새해 첫 수요일 아침 8시에 만났다.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찾았네요? 처음에는 ‘Jr.’, 다음에는 ‘주니어’로 그리고 지금은 진영이죠.
훨씬 좋아요. 진영이라는 이름이 연예계에 많으니까, 처음에는 사람들이 괜찮겠냐고 걱정했어요. 저는 제가 좀 덜 알려지더라도 제 이름을 쓰는 게 편해요. 굳이 다른 사람을 신경 쓸 필요는 없으니까.
연습생 시절은 혹독하다고 하잖아요. 어떻게 견뎠어요?
솔직히 말해서 연습생활이 힘들긴 해요. 그런데 힘들다는 생각은 잘 안했어요. 어린 나이의 패기였을까, 열심히만 하면 금방 데뷔하겠지…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던 것 같아요. 열심히 하면 데뷔한다고 했었으니까 그걸 믿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향수병도 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서울에 와서요? 심했어요. 어릴 때는 서울이 너무 크게 느껴졌어요. 자전거로 다닐 수 있는 작은 데 있다가 서울에 오니까 학교도 너무 크고, 서울이라는 큰 도시에 기가 눌렸던 것 같아요.
서울에 오기 전에는 바닷가에서 자랐는데, 바다에 대한 그리움이 있어요?
바다는 정말 고요하죠. 어린 시절을 지방에서 지낸 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사람도 자연에 속해 있기 때문에 자연과 함께 자라면 순수하지 않을까? 절대 서울에서 자랐다고 순수하지 않다는 건 아니에요.(웃음) 하지만 저는 그런 어릴 때 추억이 있어서 행복해요.
그럼 수영도 잘하고 낚시도 잘해요? 혹시 이거, 편견인가요?
저 수영 못해요. 바다에서 자라서인지 ‘내가 꼭 저 물속에 들어갈 필요는 없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낚시는 좋아해요. 아버지가 밤낚시 가실 때 옆에 있는 게 좋아서.
연습생 기간이 2년 반이면 짧은 편이죠?
맞아요, 이렇게 일찍 데뷔할 줄 몰랐어요. 보통 길면 7년, 평균 4년이니까 저도 4~5년의 연습생활을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JB형과 함께 ‘JJ 프로젝트’를 했죠. 앨범을 하나 내고 자기 발전을 많이 하면서 갓세븐으로 데뷔를 했어요.
숙소생활은 여전히 재미있어요?
연습생 때부터 살다 보니까 자연스러워요. 처음에는 여행도 가고 그랬는데 이제는 너무 익숙해졌어요.
아이돌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이 영원히 사이 좋게 같이 살길 바란다고 하던데요?
그게 팬분들의 마음인 것 같아요. 어떤 마음인지는 알지만 언젠가 혼자 살고 싶은 마음도 이해할 수 있는 팬이면 더 좋겠죠.(웃음) 언제까지 남자 일곱 명이 함께 살 수는 없으니까!
남자 일곱 명이 같이 살면 뭐가 제일 불편해요?
가끔 수건이 부족할 때 아니면 불편한 건 별로 없어요. 그런데 멤버가 많으니까 물건이 없어지면 찾기가 힘들어요. 다른 데를 막 뒤질 수가 없으니까. 한달 뒤에 찾거나, 잊어버릴 때쯤 나와요.
물건을 쓰면 다시 자리에 놓는 깔끔한 성격이군요?
저는 다시 그런 편인 것 같아요. 하지만 곧 숙소가 이사할 예정이라 요즘 청소를 안 하고 있어요. 아주 지저분해요.
처음에는 마샬 아츠 트릭킹을 기반으로 하는 역동적인 안무를 많이 했는데, 요즘 갓세븐의 안무는 처음보다 부드러워진 것 같아요. 어떤 쪽이 더 잘 맞아요?
음악 스타일에 따라 변해가는 것 같은데 저는 지금이 좋아요. 저는 날아다니는 것을 안 좋아해서. 편안하게 흘러가는 춤을 더 좋아해요.
아이돌 그룹은 뮤직비디오 외에 안무 프랙티스 영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 실제 연습실을 엿보는 느낌도 들고요.
그때가 제일 힘들어요, 하하. 안무 프랙티스 촬영을 하는 날이면 오늘 땀 많이 흘리겠다는 생각이 들죠. 뮤직비디오는 끊어가니까 괜찮은데, 안무 프랙티스 영상은 누가 한 동작이라도 틀리면 다시 해야 하거든요.
영상은 커버 댄스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드는 건가요? 시초가 뭔진 잘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을까요? 방송이나 뮤직비디오에서는 전체적인 안무의 그림을 못 보니까, 퍼포먼스를 보기엔 안무 영상이 가장 정확해요. 팬들도 저희의 일상적인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옷도 각자 편하게 입고 하거든요.
갓세븐 활동은 올해로 4년 차가 되었어요. 이제 전 세계를 날아다니고 있는데 당신이 생각하기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것 같아요?
3주년, 이제 4년 차죠. 연예인분들 보면 무명 기간도 있고 한 단계씩 올라간 분들이 가장 오래가는 것 같거든요. 저희도 갓세븐도 지금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저희보다 더 빨리 잘된 사람들도 있지만, 저희도 충분히 빨랐던 것 같아요.
좀 더 천천히 가도 될 것 같아요?
원래 급한 성격이 아니긴 해요. 아이돌 그룹이라는 게 빠른 시간 내에 잘 되어야 하는 건 맞아요. 하지만 천천히 잘되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팬들과 멤버들에 대한 믿음이 더 생기겠죠.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는 과정에 함께해준 거니까요. 그만큼 팬들도 뿌듯하고, 저희도 팬들에 대한 마음이 커질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처럼 천천히 올라가는 게 오히려 서로 더 오래갈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닌가 해요.
많은 사람이 당신을 좋아하고, 지지해주고 있다는 걸 처음 느낀 순간은 언제였어요?
팬 사인회였어요. 초반에는 같은 사람이 오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사람들이 보일 때요. 초기에 온 팬분들은 거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어요. 거의 매번 와주었으니까요. 그러다 차츰차츰 안 오시는 분들도 있고, 계속 쭉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팬 사인회에 참석하는 팬은 아주 열정적인 팬이군요.
팬 사인회는 용기가 있어야 해요.(웃음) 저희는 앉아서 사인만 하면 되지만, 팬분들은 그 장소까지 오는 것이 엄청 떨리나 봐요. 부끄럽기도 하고요. 오실 때에는 준비도 많이 하고, 잊지 않으려고 손바닥에 하고 싶은 말을 적어와요. 그런 모습을 보면 팬분들의 마음을 생각해보게 돼요.
팀 내에서는 보컬을 맡고 있죠. 사실 팬이 아니면 ‘하드캐리’처럼 신나는 타이틀곡만 알게 되는데, 들어보면 발라드곡도 좋은 게 많죠. 예를 들면 ‘Forever Young’나 ‘빛이나’처럼 보컬이 잘 들리는 발라드곡을 부를 때에는 더 애착이 가나요?
노래를 하는 입장으로서는 확실하게 보이스가 잘 들리는 곡을 부르고 싶긴 하죠. 저희가 하는 음악이 비트와 분위기가 세니까. 보이스가 잘 들리는 음악을 하면 내가 노래를 하고 있구나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어요.
작사나 작곡도 계속하고 있어요?
지금도 준비하고 있어요. 앨범에 하나씩 넣으려고 하고 있고.
갓세븐이 ‘비글미’로 유명하잖아요. <주간아이돌>을 보니 실제로도 그런지 궁금하더라고요.
자막이랑 효과 자체가 되게 귀엽게 사랑스럽게 만들어주시는 것 같아요. 화면도 샤방샤방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 하지만< 주간아이돌>에서는 덜 친하게 나온 거예요. 저희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다면 저희 리얼리티 방송인 <갓세븐의 하드캐리>를 권하고 싶어요.
그 모습이 가장 사실적인가요?
네, 저희 사이는 정말 좋아요.
꾸준히 연기를 하고 있는데, 최근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는 어린 담령 역으로 등장했어요. 한복이 아주 잘 어울리더라고요.
아주 비싼 한복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고민이 되더라고요. 이걸 입고 이렇게 막 연기를 해도 되나…?
인어를 사랑한 소년 역할이 마음에 들었나요?
대본을 읽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인어라는 캐릭터를 만나는 판타지 장르는 흔하지 않은 거니까 우선 거기에 끌렸어요. 게다가 대단한 배우들이 다 모인 작품이니까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대만큼 좋았어요?
우선 바다에서 찍어서 좋았어요. 파도 소리가 정말 좋았어요. 촬영을 한 달 정도 했는데 생각할 시간도 많았고, 드라마는 보통 타이트한 스케줄이 라고 들었는데 가니까 여유롭더라고요. 어린 시절의 담령은 고요하고 드넓은 분위기인데, 그래서인지 현장도 느긋했어요.
대본을 외울 때 멤버들이 연습 상대가 되어주기도 하나요?
유겸이가 도와줘요. 저는 대사를 잘 못 외우는 편이라, 시간을 오래 두고 외워요. 계속 외우다가 가끔 외우는 것 확인받을 거 생각해서 ‘유겸아, 나 대사 외우게 좀 읽어주라’ 하면 해주죠.
갓세븐으로 무대에 설 때에는 밝고 에너제틱한 모습이고, 연기를 할 때는 아무래도 차분한 모습이죠. 두 현장을 오가는 재미가 있나요?
‘투잡’을 뛰는 거니까 재미있죠. 저도 아직 어리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어요. 사람들은 그러더라고요. 하나만 해야 되지 않냐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내 인생을 누가 책임져 줄 것도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는 게 좋죠.
배우 진영과 무대의 진영을 잘 연결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아요.
제게는 반가운 이야기예요. 더 좋은 것 같아요. 저를 몰라보셨다가 알게 되니까요. 배우로는 인지도가 전혀 없기 때문에 새로운 모습을 사람들이 많아 알아줬으면 싶거든요.
책을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지금은 어떤 책을 읽고 있어요?
최근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엽 감는 새>를 읽었어요. 사실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게 책을 좋아하는 거지, 많이 읽는 건 아니에요. 책을 한 권 들면 좀 오래 읽어요. 작가에 대한 예의랄까. 하하. 사실은 빨리 못 읽어서 그냥 멋진 변명을 늘어 놓는 거예요. 지금은 에밀 아자르의<자기앞의 생>이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오래된 책이 좋아서 얼마 전에는 중고 서점에 갔었어요. 옛날 책의 질감이 좋아서. 팬 사인회에 팬이 오래된 <호밀밭의 파수꾼>을 지퍼백에 담아서 선물해준 적이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이에요.
독서는 결국 자기 자신과의 대화 아닌가요. 최근에는 자신과 어떤 대화를 했어요?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읽었어요. 너무 어른 책이라 다 이해는 안 되지만 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연애는 감정만으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랑하거나 좋아한다는 감정만으로는 사람을 만날 수 없는 거고, 이 사람의 취향, 생각하는 깊이, 가치관이 맞아야 이 사람과 진짜 친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이었어요. 이 사람이 좋다고 해서 깊은 관계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건데요, 시간이 지나면 정말 친구가 한두 명만 남는다는 어른들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 진영과 깊이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죠?
자기 인생과 가치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하는 사람이면 좋지 않을까요? 저는 좀 조용한 성격이 좋은데, 잭슨만은 예외예요.(웃음)
올해 갓세븐과 당신의 계획은 어때요?
일단 늦었지만,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웃음) 일본 투어가 있고, 팬 미팅을 무사히 마치고 싶고, 앨범도 잘 준비하고 싶어요. 처음에는 막막했다면 지금은 같이 만들어가는 입장에서 더 좋은 앨범, 의미를 담은 앨범을 만들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또 연말까지 운전면허를 좀 따고 싶어요. 지난 번에 떨어졌어요.
하하. 어쩐지 자존심 상한 표정이네요?
운전 조작 능력에 대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자존심이 많이 상했어요. 다음엔 꼭 합격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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