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체로 돌아온 하이라이트

봄 냄새가 공기를 가득 채운 어느 날, 테니스코트장으로 간 다섯 청춘을 만났다. 봄과 테니스, 그리고 하이라이트의 유쾌한 분위기는 마치 청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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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베스트는 에드(ADD). 셔츠와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윤두준, 양요섭, 용준형, 이기광, 손동운. 이들을 부르는 이름은 ‘비스트’에서 ‘하이라이트’로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변한 건 없다. 여전히 다섯 명이 함께하니까. 하이라이트의 이름으로 첫 번째 미니 앨범 <Can You Feel It?>을 발매하며 새로운 활동을 시작한 다섯 남자를 봄의 문턱에서 만났다. 촬영 틈틈이 공을 가지고 노는 멤버들의 얼굴에 환한 햇살이 비쳤다. 오랜 관계에서 나오는 편안한 공기는 내내 촬영장을 맴돌았다. 모든 촬영이 끝나고 옷을 갈아입은 멤버들이 여린 봄 햇살 아래서 두 팀으로 나눠 공놀이를 했다. 웃음이 이어졌고, ‘와악’, ‘굿이야!’ 같은 감탄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 모습 그대로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마치 학창시절 운동장 한켠을 차지했던 남자아이들 같았다. 이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하이라이트의 새로운 시작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을 거다. 그리고 이들의 시간이 이대로 오래 지속되길 바라게 될 거다.

ㅡ내일(13일)이면 ‘하이라이트’라는 이름으로는 첫 노래가 나와요. 음원 발매를 앞둔 기분이 어때요?
기광 아름답습니다.(웃음)
요섭 감회가 새로워요. 작년에 5인조로 첫 앨범이 나왔을 때와는 또 다른 출발선에 선 것 같아서 걱정도 많이 되고요.

ㅡ선공개 곡 제목이 ‘아름답다’예요. 최근에 아름답다고 느낀 순간이나 풍경이 있었나요?
요섭 세상이요. 그냥 요즘 참 여러 가지로 뒤숭숭하잖아요. 그럼에도 여전히 세상은 아름답다고 느낄 만한 뉴스가 간간이 있더라고요.
두준 얼마 전 방송 프로그램 촬영으로 스위스에 갔다 왔어요. 그곳의 풍경이 진짜 아름다웠어요. 한편으론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멀리 가지 않고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게 부러웠어요.
동운 전 제주도 촬영을 갔는데 스쿠터를 타고 다녔어요. 좌측엔 해변이 펼쳐져 있고 우측엔 산이 있고, 시원한 공기는 제 얼굴을 스치고요. 일단 차가 안 막히니까 그 모든 순간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기광 저는 워낙 환경이나 날씨에 따라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편이에요. 요즘처럼 따뜻하고 볕이 좋은 날엔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따뜻한 햇빛을 받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요.
준형 저는 정말 전혀 없어서 찾아보고 있어요. 아름다운 것들을.

ㅡ지난 앨범의 ‘Butterfly’나 ‘괜찮겠니’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 앨범의 선공개 곡도 발라드잖아요. 발라드 곡을 먼저 공개하고 타이틀 곡을 공개하는 게 하이라이트의 흥행 공식처럼 자리 잡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도 발라드를 선공개 곡으로 택한 건가요?
준형 흥행 공식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아름답다’는 곡 자체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요. 비스트로 활동한 7년간의 시간이 안타깝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또 추억은 그것대로 아름답게 남았다는 의미도 있고요.

ㅡ선공개 곡을 고르는 건 타이틀 곡을 고르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요?
준형 선공개 곡은 아무래도 워밍업 같죠. 팬들이나 일반 대중들에게 우리의 컴백을 알리고 그 뒤에 나올 타이틀 곡이나 전체 앨범을 위한 발판이 되어주니까요.

ㅡ오히려 선공개 곡이 너무 잘되면 타이틀 곡에 대한 부담이 생기지 않나요? 타이틀 곡이 주목을 덜 받을 수도 있고요.
준형 그렇진 않아요. 선공개 곡도 앨범에 포함된 곡이니까 한 곡이라도 더 사랑받는 게 좋죠. 팬이 아니면 수록곡을 모두 듣지는 않으니까 관심을 받지 못하는 곡도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는 선공개를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ㅡ준형 씨가 하이라이트 곡의 프로듀싱을 많이 담당하는데, 프로듀서로서 가장 듣기 두려운 평가는 뭐예요?
준형 혼자 개인 앨범을 만들 때는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걸 하고 그에 따른 결과도 혼자 감당하면 되는데 팀 앨범을 할 때는 조금 부담스럽긴 하죠. 앨범 전체를 책임지고 타이틀 곡부터 녹음, 믹스, 마스터링 과정까지 다 끌고 나가는데, 잘나가는 작곡가들에게 곡을 받아서 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을 들으면 자극이 돼요. 사실 단순히 곡을 쓰는 것 외에도 신경 써야 하는 게 많은데, 다 알아달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너무 몰라주면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해요.

ㅡ곡 작업할 때의 철학이 있나요?
준형 가사를 쓸 때, 대중들이 전혀 생각을 안 해봤던 내용이어도 노래를 들으면 어느 정도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곡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입장을 대입했을 때 공감이 갈 만큼 보편적인 감정이지만 표현을 살짝 다르게 하는 식으로요.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우회적인 표현을 선호하는데, 때때로 직설적인 표현이 적절하다고 느껴질 때는 또 그렇게도 하고요.

ㅡ이제껏 해왔던 하이라이트 음악은 강렬하거나 아니면 서정적이거나, 이 두 가지로 나뉘죠. 이건 하이라이트의 정체성인가요?
준형 제가 생각했을 땐 멤버들이 감성적인 노래를 부를 때 대중에게 가장 어필하는 것 같아요. 목소리에 호소력이 있고 진실되잖아요. 사실 사람들이 그런 노래를 좋아해주니까 저희도 어느 정도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들을 만족시켜야 된다는 생각에 서정적인 노래를 많이 하게 돼요. 그러면서도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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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브는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 피케 셔츠는 코스(Cos). 팬츠는 바톤 권오수(Barton Kwonohsoo). 운동화는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

ㅡ멤버들 사이에서 의견 조율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동운 웬만하면 거의 다수결로 해결해요.

ㅡ의견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아요?
동운 많지는 않은데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들어주지는 않죠.(웃음)
기광 어떤 내용인지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두준 예를 들어, 콘셉트 같은 것을 다수결로 결정하는 건 말이 안 되고, 그런 건 여러 가지 의견을 조합해서 결정하죠. 다수결로 할 수 있는 것들만 그렇게 해요. 그렇지 않은 것들은 꾸준한 대화를 통해서 결정하고요.

ㅡ하이라이트는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음악을 하면서 또 팬덤도 탄탄해요. 대중성과 팬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는 아이돌 그룹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대중의 외면과 팬들의 냉정한 평가 중에 어떤 것이 더 두려운가요?
요섭 어렵네요. 둘 중 골라야 한다면 대중의 외면인 것 같아요. 팬들의 냉정한 평가는 수긍하고 받아들이고 앞으로 고쳐나가면 되는데 대중의 외면이라면 더 마음이 아플 거 같아요.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잖아요.
두준 관심이 없는 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죠.
동운 평가는 개인적인 의견이니까요.

ㅡ새로운 앨범 소식이 알려지면 팬들은 멤버들의 말 하나, 이모티콘 하나, 사진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잖아요. 이게 무슨 힌트가 아닐까 하면서요. 그런 반응을 예상했어요?
기광 요섭이와 준형이는 그런 반응을 좀 즐기는 것 같아요.
준형 처음에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제가 올린 인스타그램에 대해서 팬들이 그게 어떤 의미일까 추리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 반응이 재미있어서 자꾸 올리다 보니 점점 팬들이 너무 어마어마한 상상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멈췄어요.
동운 마피아 게임 같은 거죠. 저희는 시민인데 계속 마피아라고 몰고 가는 것처럼요.(웃음)
준형 그게 또 어떻게 보면 앨범 나오기 전의 소소한 재미가 아닐까 해요. 팬들도 앨범을 기다리면서 저희와 소통할 수 있고.

ㅡ팬들의 반응을 많이 보는 편인가요?
준형 그걸 매번 확인하진 않지만 가끔씩 보면 정말 많은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우리 앨범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앨범 준비도, 활동도 좀 더 잘하려는 욕심이 생기죠.

ㅡ요즘에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실시간 반응을 볼 수도 있잖아요. 멤버들 모두 많이 하던데요?
요섭 실시간으로 반응이 올라오는 게 재미있어요. 그런 것에 대한 갈증이 늘 있었는데,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편하게 할 수 있는 기능이 생기니까 너무 좋아요. 오늘 촬영 오는 길에도 라이브 했어요. 요즘에는 말을 잘 안 하고 그냥 화면만 켜두거든요. 올라오는 댓글만 보고 있어도 걱정거리나 잡념이 사라지더라고요.
두준 어제 축구할 때 처음으로 켜봤어요. 재미있던데요? 이렇게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니 역시 세상이 좋아진 거 같아요. 데뷔 때는 정말 ‘UFO타운’이라고 해서 팬들이 보내준 문자에 답장해주는 게 다였는데. 앞으로도 종종 하려고요.
준형 방송보다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저도 가끔 하는데, 막상 틀면 또 할 얘기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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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종과 셔츠는 오디너리 피플.

ㅡ멤버들 개별 활동에 대한 질문을 좀 해볼게요. 요섭 씨는<판타스틱듀오>로 데뷔 후 처음으로 MC를 맡아서 얼마 전에 첫 촬영을 끝냈어요. 촬영은 어땠어요?
요섭 첫 회에 나온 가수가 이문세 선생님과 이소라 선생님이었어요. 제가 어디서 그런 분들의 노래를 한 곳에서 여러 곡을 들을 수 있겠어요. 영광이었어요. 녹화시간이 길어서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선배님들의 무대를 보고 나니까 생각도 많아지고, 음악적인 부분에서 자극도 많이 받았어요. 특히 이문세 선생님은 악기 하나, 목소리 하나까지 다 진두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았어요. 그런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ㅡ기광 씨가 출연한 <공조7> 촬영장은 어땠나요?
기광 저는 첫 촬영 때 메인 MC 같은 역할을 하는 진행자가 되었는데, 함께 출연하는 형님들이 워낙 연륜도 있으시니까 알아서 잘 이끌어주시더라고요. 녹화장 분위기는 훈훈해요. 많이들 기대하고 있는 프로그램인데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요.

ㅡ동운 씨는 최근에 유재환 씨와 함께< Universe> 앨범을 내면서 전곡 작사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음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동운 20대 남자가 할 수 있는 생각을 전하고 싶어요. 사랑과 이별, 자아성찰 같은 것들. 그때그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걸 바탕으로 영화나 드라마, 책을 보면서 실마리를 풀어가요. 보통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많으니까 좀 더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서 간접 경험이 도움이 돼요. 최근에는 일본 영화< 세상에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을 보고, 사소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ㅡ2017년을 시작할 때 팬들과 함께 새해 카운트다운을 했죠? 힘든 시간을 지나오면서 팬들과 더 끈끈해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도 그렇게 느끼나요?
두준 그럼요, 연말연시 같은 중요한 날을 저희와 함께 보내는 거잖아요. 감사한 일이에요.
동운 막차 타고 가셔야 되는데도 말이죠.
두준 굉장히 의미 있었어요. 여러모로. 울컥하기도 했고.
요섭 그러고 보니까 그때 팬미팅했던 장소가 오늘 촬영장 옆이었네요. 장충체육관.

ㅡ무대 위에 있는 자신을 가장 흥분시키는 건 뭐예요?
요섭 함성 소리죠.
기광 객석을 가득 메우고 있는 팬들이 저희의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고있는 모습이 보이거든요. 그럴 때 가장 흥분되고 즐거워요.

ㅡ그렇게 수천 명, 수만 명의 사람들과 함께 있다가 각각 뿔뿔이 흩어져서 집에 가는 길에 무슨 생각을 해요?
준형, 기광 공허함. 그 단어가 딱 맞는 것 같아요.
두준, 동운 공연할 때 인이어를 끼고 있어서인지 이명이 막 들려요.
요섭 그 소리가 가끔 진짜 함성소리처럼 들리는 것 같을 때가 있어요. 가만히 있을 때도 삐 소리가 함성소리처럼 들릴 때는 또 굉장히 허전하기도 하고요.
준형 공연하고 집에 와서 혼자가 되면 기분이 갑자기 너무 가라앉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럴 때는 그 감정이 너무 오래가지 않도록 술을 마시죠. 이미 피곤한 상태니까 그냥 정신을 혼미하게 하고 자요.
요섭 저도 그냥 자요. 자고 일어나면 다음 날에는 좀 개운해져요.
동운 연예인의 삶이죠.

ㅡ팬들도 아마 똑같이 느낄 거예요. 공연장 안에서는 너무 행복한데 밖을 나오는 순간부터 꿈에서 깨는 기분이 들죠.
기광 관객들도 그래요?
동운 그럴 거 같아요. 영화 한 편 보고 난 거 같은?
두준 어디 여행 갔다가 집에 가는 그런 기분일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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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종은 앤디앤뎁 커리지. 운동화는 필립 모델. 셔츠, 팬츠,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ㅡ어느덧 데뷔한 지도 9년이 지났어요. 시간의 흐름이 실감이 나요?
기광 실감 나죠. 나이가 들면서 많은 경험을 쌓잖아요. 그리고 아직 군대도 안 갔다 왔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해요.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강해지고 좀 더 이성적으로 판단하게 돼요.
요섭 세월이 흘렀다는 걸 많이 느끼죠. 일단 새 앨범 활동을 시작하고 음악방송 대기실에 가면 더 많이 느낄 것 같아요. 후배도 많아졌잖아요. 또 저희도 7년이라는 계약 기간을 마치고 회사를 설립한 건데 요즘에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동기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ㅡ계약기간이 끝나고 멤버들끼리 회사를 설립해 활동하는 거니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을 거 같아요.
준형 이번에 그것까지 생각한 것은 아니에요. 앞으로 저희와 같은 상황에 놓일 누군가의 길을 닦아놔야겠다고 생각할 여유까진 없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런 상황을 맞이하는 친구들이 저희의 행보를 참고하고 나름의 위로를 받는다면 좋을 것 같아요.
동운 이렇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정도로? 저희도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 뭐라고 얘기는 못하겠지만요. 기광 많은 귀감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두준 여러 기획사 사장님들이 이 대답을 들으면 싫어하겠네요.(웃음)

ㅡ20대를 함께 보냈잖아요. 같은 시기를 같은 일을 하면서 보낸 멤버들이 있다는 게 그룹 활동의 최고 장점인 것 같아요. 멤버들이 모이면 추억 얘기도 많이 해요?
기광 어우, 그럼요. 추억 얘기를 너무 해서 지금 아저씨가 되는 거예요.
준형 진짜 모이면 추억팔이만 하고 있어요.(웃음)
기광 준형이가 추억 얘기를 많이 하면 아저씨가 되는 거래요. 저는 아직 젊은가 봐요. 과거를 금방금방 잊고 사는 사람이라서 얘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면 ‘아, 그랬었지’ 하고 말아요.
두준 기광이가 기억을 잘 못해요.
기광 저는 그냥 지난 추억 속에 있는 하나의 큰 그림 정도로 기억하는데 멤버들은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발생했고 누군가의 얼굴 생김새, 특징 등 세세한 부분까지 다 기억해요. 정말 대단해요.
요섭 기광이의 그런 면이 부러울 때도 있어요.
기광 맞아요. 저는 저의 이런 부분이 참 좋아요.

ㅡ상대의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은 모습도 있나요?
요섭 돌이켜보면 숙소에 살면서 한참 예민할 때가 있었는데 멤버들이 그런 모습도 많이 수용해주고 이해해줬어요. 앞으로 제가 더 잘해야죠.
준형 잊어버려야 할 정도의 기억은 서로 없는 거 같아요.

ㅡ이제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잖아요. 이전의 7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찬란하게 기억되는 장면을 떠올려본다면?
동운 저는 지난 12월 31일에 한 팬미팅이에요. 회사는 바뀌었지만 비스트로서의 마지막 활동, 마지막 해 같은 느낌이었어요. 찬란하다기보다는 그냥 유난히 기억에 많이 남아요.
준형 찬란한 기억이 너무 많지만 딱 하나 꼽자면 상 받은 거? 대상을 받고 무척 기뻤어요. 근데 이제는 이런 찬란했던 순간을 다 떠나보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더 부담 없이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계속 남겨두면 ‘아, 우리 예전에 이렇게 했었는데 지금은 이러네’ 하는 생각이 들고, 너무 많은 부담이나 걱정이 생길 것 같거든요. 진짜 새로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추억은 가슴에 묻고 떠난 버스에는 미련을 버려야죠. 이제 잘 떠나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요섭 저도 그때쯤인 것 같아요. 2011, 2012년도에 활동하면서 많은 사랑도 받았고, 대상을 포함해서 상도 많이 받았거든요.
기광 저는….
준형 아육대에서 골 넣었을 때? (웃음)
기광 작년 일본 투어 했을 때, 힘들긴 했지만 다섯 명이 웃고 떠들고 방에 모여 술 한잔하면서 농담하고 그러다가 밖에 나가서 쇼핑도 같이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저는 그때가 가장 좋았어요. 상을 받고 좋은 경력을 남긴 것도 물론 좋지만 저한텐 소소한 순간들이 가장 기억에 오래 남더라고요.
두준 저도 기광이랑 비슷해요. 상 받은 것도 기억에 남지만 더 기억에 남는 건 멤버들과 함께 쌓아온 소중한 추억들이에요. 저희끼리 사이가 좋아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사실 아이돌 가수가 바쁘게 활동하다 보면 20대에 놓치고 지나가는 것들이 있잖아요. 근데 이 친구들 덕분에 그래도 그런 추억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ㅡ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권태로움을 느낄 시간이 없을 거 같아요. 도전 과제가 끊임없이 생기잖아요.
기광 그건 진짜 맞아요. 활동하는 게 재미있어요. 매일 살얼음판 걷는 것 같고.(웃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마 맥주 광고 카피일 거예요. 그 말이 되게 감명 깊었거든요. 한번 인용해봤습니다!
두준 때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것도 심신엔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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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은 소윙 바운더리스(Sewing Boundaries). 헤어 밴드는 휠라(Fila). 셔츠,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ㅡ하이라이트로서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준형 그냥 이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름이 바뀌고 뭐가 어떻게 돼도 알맹이는 한결같다는 것. 잘하고 열심히 하는 애들이라는 걸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많은 분들이 인식할 수 있게끔 더 많이 노력해야죠.
요섭 7년 동안 비스트로 활동하면서 저희도 좋았고, 팬들도 좋아했던, ‘하이라이트’라고 부를 만한 순간을 모아놓은 그룹이 됐으면 좋겠어요. 비스트의 하이라이트 모음 같은 거죠.
기광 지금 한창 활동하는 아이돌에 비해 나이는 들었지만, 언제나 멋있고 젊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후배들이 저희를 봤을 때, 감이 죽지 않은 멋진 선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동운 어릴 땐 먼 곳만 보고 달렸는데 사실 전조등은 바로 앞만 비추지, 부산까지 비춰주지 않아요. 이제는 바로 앞만 보면서 달려가는 그룹이 되길 바라요. 지금부터가 우리의 하이라이트다!
두준 여태 해왔던 것처럼 오래오래 계속하고 싶어요.

ㅡ신인 그룹이 보통 이루고 싶은 것들 있잖아요. 차트 1위나 대상 같은 것들. 그런 건 욕심 없어요?
두준 욕심이 안 난다기보다 하면 당연히 좋죠. 하지만 경험을 몇 번 해봤잖아요.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상 같은 건 부가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요섭 행복하게 활동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안 다치고 건강하게 활동하고 싶어요. 정말 작은 것, 예를 들면 다 같이 모여서 오늘 새벽에 뭐 먹을까 메뉴 고르는 것도 즐거워하면서.
기광 그 와중에 차트 1위 하고 상 받으면 ‘땡큐’죠. 연말에 대상까지 주시면 그건 뭐 ‘쓰리땡’이죠.
준형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한 번이라도 더 웃으면서 즐겁게 하다 보면 차트 1위나 상 같은 건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을까요?
동운 이제 좀 그런 걸 알아가는 것 같아요.
두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요.
기광 즐겁게 하겠습니다!

【 손 동 운 】
ㅡ여전히 독신주의자예요?
현재론 그래요. 여행처럼 제가 혼자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결혼하면 편하게 못할 거 같아요.
ㅡ혼자 여행도 다녀요?
혼자도 가요. 코타키나발루에도 혼자 가봤어요. 여행에서 만나는 인연을 좋아해요. 지금까지도 연락하는 가이드 형도 있고요.
ㅡ외로움을 잘 안 타나요?
외로움을 느끼긴 하는데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아요. 누군가 함께일 때 보다 엄청 재미있지는 않아도 누군가 함께여서 불편한 점도 있을 테니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요.

【 용 준 형 】
ㅡ창작자에게 일요일 오전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죠?
최근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요. 계속 같이 작업하던 친구가 유부남이 되어서 항상 자정에서 새벽 1시 사이에 집에 들어가거든요. 그때 저도 집에 가고, 그 패턴에 맞춰 생활하다 보니 아침 7~8시에 일어나요.
ㅡ바뀐 생활 패턴이 마음에 들어요?
마음에 든다기보다 너무 일찍 깨니까 할 게 없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면 괜히 반신욕도 한번 하고요. 혼자 살아서 밥을 거의 시켜 먹는데 그 시간엔 시킬 수가 없어요. 아침 시간에 뭘 해야 하나 찾아가는 중이에요.
ㅡ곡 작업 방식도 달라졌어요?
작업실에 나갔을 때 시간 내에 뭔가 뽑아내겠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해요. 그리고 작업실을 옮긴 지 5개월 정도 됐는데, 지금 작업실이 터가 좋은 거 같아요. 좋은 터가 있다고 믿거든요. 원래는 작업실이 지하였는데 지금은 지상이고 밖이 유리라 탁 트인 느낌이에요.

【 윤 두 준 】
ㅡ네이버에 윤두준 치면 이름 다음에 뭐가 나오는 줄 알아요?
윤두준 결혼이죠? 저도 봤는데 그게 왜 나오는지는 모르겠어요.
ㅡ지식인에 ‘윤두준이랑 결혼하고 싶은데…’ 로 시작하는 글이 많던데요? 본인한테 직접 물어볼게요. 윤두준이랑 결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랑 결혼하려면요? (웃음) 제가 좋아해야 할 수 있겠죠? 결혼은 신중히!
ㅡ우문현답이네요. 데뷔 때부터 ‘남친돌’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 연장선이 아닐까요? 본인의 어떤 매력이 어필하는지 생각해본 적 있어요?
그걸 알면 제가 더 어필했겠죠? (웃음) 제가 워낙 그런 거에 무신경해요.

【 이 기 광 】
ㅡ핑크 머리는 본인의 선택인가요?
네, 이번에 ‘아이돌력’을 좀 키워보려고요. 팬들이 워낙 좋아하고 원하기도 하고, 타이틀 곡도 톡톡 튀고 즐거운 노래여서 곡 콘셉트도 잘 어울려요. 핑크색이든 자몽색이든 여러 가지 색으로 무대에 설 거예요. 마음에 들어요.
ㅡ촬영장에 도착하자마자 밝고 즐거운 기운이 확 느껴졌어요. 분위기를 띄우려고 밝게 하는 거예요?
아뇨. 전 그런 스타일은 아닌데 그냥 공을 보면 흥분하는 스타일이어서 그래요. 야외를 좋아합니다. 눈부심이 심해서 눈은 잘 못 뜨지만.
ㅡ라식 때문에 그렇다면서요. 공 찰 때도 불편하지 않아요?
아, 그래서 낮에는 안 차요. 조기 축구는 안 하고 밤에만 차는 걸로. 햇빛이 아닌 그냥 불빛은 괜찮거든요.

【 양 요 섭 】
ㅡ여러 방송에서 모습을 보면 아이돌로서 직업 의식이 투철하다고 느꼈어요. 스스로를 좀 내려놔도 좋겠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안 그래도 맨날 집, 헬스장에만 있으면 지루하지 않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아요. 근데 저는 좋아서 하는 거거든요. 딱히 놀러 다니고 싶지도 않고 밖에 나가면 피곤하니까 헬스하고 운동하는 게 취미예요. 그러다 보니 집에만 있는 거고요. 집에서 청소를 하기도 하고. 저는 제가 좋아하는 걸 하는 건데 다들 뭔가 굉장히 자제하고 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ㅡ방송에서도 아니다 싶은 것에 대해 의사 표현을 정확히 하는 게 인상적이에요.
그런 건 있어요. 제가 구설수에 오르면 제가 힘든 건 상관이 없는데 저희 가족이나 멤버, 팬들이 같이 힘들어질 것 같으니까 말 하나에도 조심스러워지는 거죠.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책임감을 느끼죠.
ㅡ최근에 뮤지컬 <그날들>을 끝마쳤어요. 뮤지컬은 여전히 욕심나는 무대인가요?
아직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색해요. 그러니 대중들도 저를 뮤지컬 배우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거 같고, ‘뮤지컬을 하는 아이돌’ 정도로 생각하실 텐데 노력을 더해서 뮤지컬 배우로도 인정받고 싶어요.

    에디터
    정지원
    포토그래퍼
    Kim Hyung Sik
    모델
    하이라이트
    패션에디터
    김지후
    스타일리스트
    김욱
    헤어
    곽민경(요닝)
    메이크업
    한마음(요닝)
    어시스턴트
    김민지, 이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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